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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상업영화를 준비 중이던 이병헌 감독은 자신이 겪은 제작 분투기를 독립영화로 만들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지원을 받은 것만으론 모자라 자비까지 털어넣었다. 페이크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진 <힘내세요, 병헌씨>에는 ‘감독 이병헌’이 한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겪는 고충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제목의 긍정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영화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각색한 이병헌 감독은 시종일관 이 ‘비극적’ 상황을 비틀고 희화화한다. 정신없이 웃다보면 왠지 내 모습 같아 씁쓸한 영화. 공감백배의 영화를 연출한 이병헌 감독을 만났다.
-입봉하지 못한 많은 감독들이 겪을 법한 이야기다. 그래서 다들 영화로 만들 생각은 안 하는데, 허를 찔렀다.
=2009년에 상업영화를 준비했는데, 계속 지연되더라. 이런 경우에 허송세월하는 감독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다. 놀기도 뭣해서 시나리오를 썼다. 그런데 쓰다 보니 재밌더라.
-영화
[flash on] 웃긴데 눈물 나는 게 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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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후대에 로버트 패틴슨의 일대기를 서술하는 평자는 이런 말을 남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코스모폴리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통해 할리우드 10대 소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뱀파이어는 6월27일 개봉예정인 <코스모폴리스>에서 작가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와의 협업을 통해 배우 인생의 제2막을 열어젖히려 한다. 이 글은 새로운 잠재력의 배우를 발견하는 마음으로 쓴, 로버트 패틴슨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코스모폴리스>가 영화로 제작된다는 사실에 기뻐해야겠지만,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로버트 패틴슨을 캐스팅한 건 완전히(totally), 완전히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독립영화전문지 <인디와이어>의 2011년 기사다. 그저 캐스팅 소식만 들려왔을 뿐인데, 아직 영화현장에 얼굴도 들이밀지 않은 배우를 이토록 직설적으로 반대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을 것
[로버트 패틴슨] 낯설고 차가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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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개월’이 아닌 그냥 ‘김예림’으로 돌아온 그녀는 무심함이 매력인 스무살 소녀였다. 특히 ‘그냥’이란 표현을 애용했다. 그런데 가만 보면 그녀의 ‘그냥’은 그냥 쓰는 단어가 아닌, 이런저런 뉘앙스로 분하기 직전의 잠재태에 가까웠다. <슈퍼스타K> 시즌3 이후 1년 반 만에 내놓은 그녀의 첫 미니 앨범 제목도 특정한 수식어에 묶여 있지 않은 ≪A Voice≫다. 하지만 그녀가 ‘그냥’ 부른 다섯 노래는 금세 각기 다른 서사와 온도와 리듬으로 듣는 이의 귀를 낚아챈다. 그러니 한편으로 저 제목은 다섯 가지 톤을 거뜬히 휘감아낸 ‘하나’의 목소리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할 테다. 6월18일 쇼케이스 직후 만난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겨우 출발선을 통과했을 뿐임에도, 충분히 유연하고 또 단단했다.
-쇼케이스는 잘 치렀나.
=이제야 앨범이 나온 게 실감이 났다. 무대에 서서 라이브로 내 노래를 부르고 나니까.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서, 좀더 빨
[trans x cross] ‘그냥’ 부르는 노래의 온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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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깥에서의 채닝 테이텀은 꽤 가정적인 남자다. 그는 SNS를 통해 자신의 주변 이야기와 생각을 자주 전하는 할리우드의 셀러브리티 중 한명인데, 사진 공유 어플리케이션인 인스타그램의 프로필 사진이 압권이다. 그는 <스텝 업>에서 배우 대 배우로 만나 2009년 결혼한 제나 드완과의 커플 사진을 메인에 걸었다. 세계에서 최고로 섹시한 남자의 위엄은 어디다 두고, 사진에서 채닝 테이텀은 제나 드완과 서로 한손씩 오므려 이른바 ‘커플 손 하트’를 그리고 있다. 일반 커플도 낯간지러워 잘 취하지 않는 포즈를 채닝 테이텀이 떡하니 짓고 있다는 얘기다. 그것도 전체 공개로. 어쨌든 이 다정한 커플에게 최근 딸이 생겼다. 채닝 테이텀이 아버지가 됐다.
그는 영화에서 자신의 부성(父性)을 먼저 시험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화이트 하우스 다운>에서 채닝 테이텀은 딸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존 케일을 연기한다. 대통령 경호실 면접을 본 존 케일은 씁쓸
[채닝 테이텀] It’s My Show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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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필름 임승용 대표를 처음 만난 건 그가 제작한 <방자전>(2010)이 극장에서 내린 직후였다. 당시 그는 시오필름의 대표와 바른손 영화사업부 본부장 자리를 겸하고 있었다. 어떤 내용의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의 책상 위에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던 풍경은 아직도 생생하다. 성격상 인터뷰를 비롯한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까닭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많다. 하지만 그를 잘 알든 모르든 많은 사람들은 제작자인 그를 두고 “원작을 고르는 감식안이 뛰어나고, 그걸 상업영화 언어에 맞게 잘 각색해낸다”고 평가한다. <올드보이>(2003),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2003), <홍길동의 후예>(2009), <방자전>(2010), <커플즈>(2011) 등 그가 기획한 영화 대부분이 만화, 소설, 고전을 원작으로 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곧 촬영을 앞두고 있는 신작 <
[임승용] 모든 건 수년간 빚지며 배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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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록적인 규모의 좀비영화.’ <월드워Z>가 새롭게 선보인 좀비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한때 인간이었으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에 의해 좀비가 된 이들은 마치 삽시간에 광활한 평원의 생명을 털어가버리는 메뚜기떼처럼 무서운 속도로 증식하며 인류의 숨통을 옥죈다. 장벽을 넘기 위해 좀비들이 만든, 인간의 육체로 쌓아올린 바벨탑의 이미지로 마크 포스터는 좀비영화의 비주얼을 새롭게 혁신했다. 지난 6월11일, 주연배우 브래드 피트와 함께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났다.
-<몬스터 볼> <스트레인저 댄 픽션> <007 퀀텀 오브 솔러스>, 그리고 <월드워Z>까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화들을 연출해왔다. 다양성과 유연함의 원천은 무엇인가.
=나는 여러 장르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내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소재를 받았을 때 가장 흥분된다. 스크립트를 읽었을 때 ‘와, 이걸 어떻게 영화로 하지?’라는 막막함과 곤란함이 느껴질 때에
[flash on] 현실적인 영웅 사실적인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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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영화를 챙겨본 팬들에게 <로봇G>(6월20일 개봉)는 낯선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다. 데뷔작 <비밀의 화원>(1996)부터 <스윙걸즈>(2004)까지 청춘물을 주로 만들어왔던 그 아니던가. 물론 성장담에 대한 그의 취향은 비행기 소동극 <해피 플라이트>(2008)로 바뀌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했던 신작 <로봇G>는 혼자 사는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다. 전자 제품 회사에서 일하는 세명의 연구원은 로봇 박람회를 앞두고 개발한 로봇을 박살낸다. 해고 위기에 처한 그들은 로봇 모형에 들어갈 사람을 찾고, 그들이 낸 구인광고를 보고 스즈키 할아버지가 로봇 조종사로 지원한다. 일상에서 영화의 소재를 찾는 것으로 익히 알려진 그의 관심사가 어떤 계기로 바뀐 것일까. 야구치 시노부 감독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서면으로 보내왔다.
-당신은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봇G&
[flash on] 노인과 로봇의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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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릉.” 김창완이 탄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카페 귀퉁이에 놓인 기타를 발견하더니 쓱 꺼내들고선 한줄씩 튕겼다. “사장님, 이거 조율한 지 꽤 됐죠?” 그의 손이 한줄, 한줄 옮겨질 때마다 기타는 제소리를 찾아갔다. “기타 줄이 잘 맞아야 소리가 깔끔하고 좋아.” 기자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했던 김창완의 입꼬리가 그제야 올라간다. 생각지도 못한 그의 엉뚱함에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 좋은 이웃집 아저씨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다. 영화 <닥터>에서 그가 연기한 성형외과 의사 최인범은 온데간데없었기 때문이다. 어린 아내(배소은)가 바람 피우는 광경을 목격한 뒤 자신의 분노를 무자비하게 표출하는 그 살인마. 때로는 신경질적으로, 또 때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메스를 휘두르던 살인마 최인범은 어떻게 봐도 상식적인 인간은 아니었고,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런 최
[김창완] 악쓰지 않는 정교한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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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닥터>(2013), <파파로티>(2013), <남영동1985>(2012), <스파이 파파>(2011), <허밍>(2008), <마이 뉴 파트너>(2008), <아이들…>(2008), <우리학교>(2007), <미녀는 괴로워>(2006), <Mr. 로빈 꼬시기>(2006), <사랑을 놓치다>(2006), <똥개>(2003)
“콘서트에 놀러오세요~. 메탈리카와 같은 날에 공연합니다~.” 분명 “본업은 영화음악”이라고 했건만 외려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 직장인 밴드”인 김창완밴드 멤버로서 더 신이 나 보인다. 만면에 미소를 띠고 공연 홍보에 열심인 이 사람, <닥터>의 이상훈 음악감독이다. 대학에선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음악이 좋아 “밴드를 결성하고, 음반이 잔뜩 쌓인 교내 방송국에 죽치고” 살았던 그는 “산울림 시절에 키보
[STAFF 37.5] 친숙한 소리 낯선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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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3 드라마 <특수사건 전담반 TEN2>
2012 시트콤 <패밀리>
2012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2011 드라마 <특수사건 전담반 TEN>
2011 드라마 <폼나게 살거야>
어리고 귀여운 인상이지만, 미간을 좁히고 눈썹을 씰룩거리면 금세 날선 짜증과 반항기가 불쑥 튀어나온다. 전자가 <패밀리>의 빵셔틀 열우봉, <옥탑방 왕세자>의 환관 도치산을 연기했던 최우식의 얼굴이라면, 후자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불량학생 윤유준 역을 맡으며 그가 꺼내든 숨겨둔 가면이다. 짧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장편영화 출연이 처음인 그는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며 배부른 눈치다. 특히 최우식을 사로잡았던 것은 고참 연기자들의 ‘내공’이었다.
“고창석 선배과 김상호 선배가 내 롤모델이다. 그분들을 보면서 ‘나이를 빨리 먹고 싶다’는 생각까
[who are you] 최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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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를 연기한 역대 수십명의 배우 중에 캐릭터보다 더 희한한 이름을 지닌 유일한 배우.” 2010년 <BBC> 시리즈 <셜록>이 방영됐을 때 처음 접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에 관한 묘사는 그랬다. 미확인 비행 물체처럼 대중의 시야에 진입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마이클 파스빈더와 더불어 대서양 양쪽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국계 남자배우가 되었다. 규모로는 몰라도 열성으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팬덤도 거느리고 있다. 신작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서 컴버배치는 J. J. 에이브럼스가 꼼꼼히 조립한 이 영화의 무게중심을 기우뚱하게 할 만큼의 카리스마를 발산하는데, 그 카리스마의 색깔은 셜록의 캐릭터와 통하는 바가 있다. 남은 2013년 공개될 예정인 컴버배치의 영화는 편수로나 화제성으로나 만만치 않다. <호빗: 스마우그의 페허>, 비틀스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으로 분하는 <더 맨 후>, 메릴 스트립과 공연한 &l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성의 소시오패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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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마케터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겠다. 직업인으로서의 영화마케터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5월30일 CGV압구정에서 열렸던 영화마케팅사협회(Korean Film Marketers Association, KFMA) 창립총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영화홍보대행사 영화인 신유경 대표가 영화마케팅사협회의 목표를 밝혔다. 영화마케팅사협회에는 영화인, 퍼스트룩, 올댓시네마, 딜라이트, 더홀릭컴퍼니, 레드카펫, 무비앤아이, 메가폰, 시네드에피, 언니네홍보사, 영화사 하늘, 이가영화사, 이노기획, 엔드크레딧, 워너비펀, 필름마케팅 팝콘, 호호호비치, 흥미진진 등 총 18개 영화홍보대행사, 93명의 영화마케터가 가입했다. 창립총회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6월5일, 논현동에 위치한 영화인에서 신유경 초대 회장을 만나 영화마케팅사들이 조합을 만든 이유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부터 물었다.
-영화마케팅사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리저리 상황을 재고 있었다면 못했을 것 같다.
[신유경] 우리 어떻게 사는지 한번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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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중 문병곤 감독의 스마트폰은 수시로 울었다. 여러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 전화였다. 갑작스러운 관심이 부담이 될 법도 한데 이 젊은 감독은 그런 상황이 아주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가 만든 단편 <세이프>가 얼마 전 폐막한 제66회 칸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세이프>는 학비를 벌기 위해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불법 오락실 환전소에서 일하는 여대생(이민지)이 도박 중독자(강태영)의 돈을 가로채다가 금고에 갇히는 내용의 이야기다. 13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금융 거래의 어두운 이면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수상은 예상했나.
=전혀 못했다. 예상했더라면 자연스럽게 무대에 올라갔을 텐데. 사전에 수상에 대한 아무런 언질도 없었다.
-심사위원단은 영화의 어떤 점을 잘 봤다고 하던가.
=이번 단편경쟁부문에서 돈을 소재로 한 영화는 <세이프>밖에 없었다. 에티오피아 출신의 한 심사위원은 “우리나라도 불
[flash on] “돈의 풍경을 일관되게 보여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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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야, 연애하자>(감독 정하린, 개봉 6월6일)는 류현경이 2년 전 출연했던 장편영화다. 그가 맡은 28살 앵두는 신춘문예에 번번이 낙방하는 작가 지망생이다. 앵두가 남자친구와 이별하던 날, 부모는 로또 1등에 담청되면서 세계 일주를 떠난다. 앵두는 친구 소영(하시은), 윤진(강기화), 나은(한송희)과 함께 살기로 한다. 영화는 30대를 코앞에 둔 네 여성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성장담이다. 당시 20대였던 류현경은 “20대와 30대 사이에서 연애, 진로 등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앵두에게 공감해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류현경은 서른이 넘었다. 2년 전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보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니, 지난 2년 동안 배우 류현경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얼마 전, 류현경은 <앵두야, 연애하자>를 남몰래 다시 봤다. “지금의 얼굴과 너무 달라 깜짝 놀랐”다. “그때는 제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
[류현경] 현경아, 나랑 연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