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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홍은 어떤 인물?
눈치로 관상 보는 기생. 칩거하고 있던 내경을 세상으로 불러내고 그의 능력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수완꾼.
김혜수라니! 레스토랑에서 그녀를 만났다. 선글라스를 끼고 저 멀리서 들어오는데 벌써 가슴이 콩닥콩닥 뛰더라. 마주하고 앉아 이야기를 하는데, 쿨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연홍과 똑같더라. “날 수양대군을 시켜달라”고 하더라. (웃음)
연홍은 원래 시나리오에 없던 캐릭터다. 그런데 남자만 득시글거리는 시나리오를 보니 갑갑하더라. 남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도 굴하지 않는 그런 여성을 그리고 싶었다. 산전수전 다 겪고 배포가 크고 약삭빠른 면도 있는 강인한 여자. 누가 봐도 배우 김혜수의 역할이었지만, 중요성에 비해서 분량이 많지 않아 제안하기가 괜히 미안하더라. 그래도 후회하지 말자는 마음에서 프러포즈를 했는데 의외로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기생 연홍이 재밌다는 게 선택의 이유였다. 김혜수의 연홍에게서 재밌는 부분 하나는 김혜수식 스타
[김혜수] 쉽게 근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 그러나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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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는 어떤 인물?
수양대군의 맞수. 어린 왕 단종을 지키기 위해 관상가 내경을 궁으로 불러들인다.
너무나 영화적인 배우. 배우 백윤식이 가진 영화적 힘이 좋았다. <돈의 맛>에서 그가 연기한 ‘윤 회장’만 보더라도, 과연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그 나이대 배우가 누가 있을까 싶다. 김종서 역할을 생각하면서 백윤식을 떠올린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김종서는 수양대군과 팽팽하게 부딪히면서도 절대 기선을 제압당하지 않을 당당함이 필요한 역할이었다. 더군다나 수양대군을 조금 새로운 이미지로 설정했기 때문에, 김종서는 오히려 기품있고 안정적인 카리스마를 지닐 필요가 있었다. 배우가 기존에 가진 강한 이미지에 더 많이 기대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배우 백윤식이 가지고 있는 연기톤이야말로 지금의 김종서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포효하듯 내지르는 김종서의 모습이 백윤식의 연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는 가벼운 대사도 믿음직스
[백윤식] 사람을 빨아들이는 힘과 명석함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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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헌은 어떤 인물?
내경의 처남이자 늘 함께하는 파트너. 내경을 도우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고초를 겪는다
화면보다 너무 잘생기고, 너무 말라서 깜짝 놀랐다. 이걸 어쩌나, 낭패다 싶더라. (웃음) 지방에서 칩거하던 내경을 한양으로 올라가게 해 역사의 소용돌이 가운데 서게 만드는 영화의 감초 역할. 팽헌 역은 홀로 존재한다기보다 송강호와 붙어 계속 호흡을 맞추는, 영화의 리듬을 살려줄 중요한 인물이다. 신인이든 기존 배우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였다. 그러던 중 <건축학개론>을 본 거다! 진짜 코미디를 할 줄 아는 배우더라. 저 혼자 따로 웃기는 게 아니라 전체의 리듬을 알고, 관객과 호흡을 맞추는 연기를 보여주더라. 그길로 “<넘버.3> 때 선배와 비슷한 배우가 나왔어요”라고 송강호에게 알렸고, 그 역시 조정석이 팽헌으로 합류하는데 이견이 없었다.
조정석은 오버하지 않는 ‘정석’의 연기로 팽헌을 능수능란하게
[조정석] 영화의 리듬을 아는 연기의 감각을 타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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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대군은 어떤 인물?
왕을 꿈꾸는 야망가. 어린 조카 단종을 없애고 조선의 새 왕이 되고자 한다.
잊고 있었다. 이정재라는 배우가 굉장히 오랜 연륜을 가진 배우라는 것을! 그의 노하우는 ‘젊다, 잘생겼다. 신선하다, 트렌디하다’와 같은 수식어들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 그는 현장에서 연기에 대한 열정과 철두철미함으로 매번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성실한 배우였다.
사실 수양대군을 어떤 인물로 그릴지, 캐스팅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 컸었다. 서른일곱살의 젊은 나이. 힘이 넘쳐나고 능력이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왕으로 책봉되지 못했던 데서 오는 삐딱함, 콤플렉스와 욕망의 접합체. 내가 작품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수양대군은 이런 사람이었다. <하녀>를 보고 배우 이정재가 가진 세련된 고급스러움, 여유로운 모습을 수양대군에게 적용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는 전형을 거부하는 사람이었다. 이정재라는 배우에게 대본이 가면 항상 창의적인 해석이 되돌아왔다. 한번은 수양대
[이정재] 전형을 거부하니 늘 창의적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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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경은 어떤 인물?
조선 최고의 관상가. 사람의 운명을 꿰뚫어보는 비범한 능력으로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한다.
송강호밖에 없었다. 김종서와 수양대군 사이에서 무게감이 떨어지지 않을 배우는. 영화의 거대한 담론을 지켜볼 얼굴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모든 걸 뒷받침해줄 배우 송강호의 연기력이 절실히 필요했다. 오후 2시에 전화로 제안을 하고, 그날 오후 6시에 만나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송강호에게 맞춰 바꾸었다. 처음 시나리오에서 방관자, 뷰어의 역할에 불과했던 내경 역할이 그의 합류로 한층 부각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경을 따라가는 영화, 시골에서 올라와 한양에서 풍파를 겪다가 다시 낙향하는 내경의 일대기가 된 것이다.
송강호는 워낙 단점이 없는 배우여서 감독에게 어려운 장면도 밀어붙일 수 있는 자신감을 준다. 이 배우와 함께라면 두렵거나 회피하는 장면이 없어진다. ‘배우 송강호’ 하면 떠오르는 습관적인 톤이 분명 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순간순
[송강호] 모든 걸 뒷받침해주니 안되는일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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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긴 몰라도 한재림 감독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상’인가 보다. 그러지 않고서야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조정석, 이종석 같은 좋은 배우를 한 영화에 캐스팅하고 “우리 영화는 첫 번째 구애에 모두 성공했다”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영화는 1453년 단종 1년, 수양대군이 김종서 등 핵심인물을 죽이고 정권을 찬탈한 사건을 소재로 한다. 사건의 주역은 익히 아는 수양대군이나 김종서, 한명회가 아니다.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희생양이 된 관상가 ‘내경’이다. 겨우내 촬영을 하고, 이제 막바지 작업 중인 한재림 감독은 ‘편집이 가장 어려웠다’는 불평 아닌 불평을 전한다. 그도 그럴만하다.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를 내 손으로 덜어내자니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더라.” 행복한 고민 중인 한재림 감독에게 촬영을 함께한 배우의 관상을 봐달라고 청했다. 캐스팅 단계부터 촬영, 그리고 후반작업을 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관상>에 참여한 배우들에
[관상] 꼴 좋다 기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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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웹툰: 예고살인>(이하 <더 웹툰>)은 <와니와 준하> <분홍신> <불꽃처럼 나비처럼>에 이은 김용균 감독의 네 번째 영화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실패” 이후 4년 만의 재기작으로 김용균 감독은 공포영화를 택했다. 공포영화 장르는 <분홍신> 때 이미 충분히 숙지했다. 결과적으로 <분홍신>은 <더 웹툰>의 좋은 밑거름이 됐다. <더 웹툰>은 <분홍신>과는 정반대로 “자극적인 이미지보다 공감가는 이야기”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다. 대중적인 접점을 고려한 이 선택이 흥행으로까지 귀결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지만 개봉 전 언론시사회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었다. 영화 개봉을 이틀 앞두고 만난 김용균 감독은 꽤 여유있어 보였다. “개인적으로 200% 만족한다. 이 작품으로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다.” 김용균 감독에게서 이 여유의 이유에 대해 들었다.
-얼굴이
[김용균] 지옥에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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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칸영화제 조직위는 사상 초유의 사고를 경험했다. 그들은 경쟁부문 상영작인 왕가위 감독의 <2046> 언론 시사회가 시작될 무렵, 22개의 릴 중 단 하나의 릴만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릴을 실은 두대의 오토바이가 칸 도심을 질주하고 있을 때, 부집행위원장인 크리스티앙 전은 세계 각국의 영화계 관계자 12명과 통화하며 <2046>의 순조로운 상영을 진두지휘해야 했다. 릴을 교체하는 순간의 10초 페이드아웃이 있었을 뿐, <2046>의 상영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경쟁부문 영화의 선정부터 영화제 손님맞이까지, 집행위원장 질 자콥과 더불어 칸영화제의 실질적인 운영을 도맡고 있는 크리스티앙 전에겐 매년 가슴 쓸어내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터다. 그런 그가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인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인 KAFA+의 6월19일 마스터클래스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20여년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영화제에 몸담아온 그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flash on] 윤종빈 감독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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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을 향한 강렬한 욕구.’ <더 웹툰: 예고살인>(이하 <더 웹툰>)의 김용균 감독은 이시영에 대한 인상을 그렇게 정리했다. 그 변신의 핵심은 <더 웹툰>에서 철저히 혼자라는 점이다. <위험한 상견례>(2011), <남자사용설명서>(2012) 등 특유의 매력을 뽐낸 일련의 로맨틱코미디영화에서 사이좋게 액션과 리액션을 주고받던 상대가 졸지에 사라진 셈이다. 자신이 그린 웹툰대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작업실에 홀로 남겨진 웹툰 작가 지윤(이시영)은 과거의 망령에 허우적댄다. 변신을 향한 욕망은 그렇게 온전히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남겨졌다. 돌이켜보니 얻은 것도 아쉬운 점도 많단다. <더 웹툰>을 통해 배우로서의 미래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이시영을 만났다.
이시영은 로맨틱코미디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커플즈>(2011)에서 돈 많은 남자가 최고라 믿는 꽃뱀 ‘나리’, <위험한 상견례>
[이시영] 불안, 변신, 욕망 그리고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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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넌이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다비드 포앙키노스의 <레논>은 그런 상상을 통해 쓰인 장편소설이다. 존 레넌이 서른다섯살에 은퇴하기로 결심한 뒤인 1975년 9월21일과 한 정신 이상자에게 살해당하기 전날인 1980년 12월7일 사이에 그가 돌아본 자신의 삶은 어떤 광경이었을까. 음악, 엄마, 섹스, 마약, 농담, 언론, 오해, 침묵, 오노 요코…. 다비드 포앙키노스는 존 레넌이 노래하는 목소리와 물건을 집어던지는 소리가 동시에 책장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은 소설을 완성했다. <레논>의 한국어판 발간과 서울국제도서전에 맞춰 내한한 그를 만났다.
-한국에 출간된 당신의 전작들인 <시작은 키스> <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과 비교해보니 <레논>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전작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낭만적이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들이라면, 이번 책은 실존 인물인 존 레넌에 대한 이야기이고, 묵직하게 읽힌다.
[trans x cross] 존 레넌은 언제나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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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이별계약>
2012 드라마 <전국소병>
2012 드라마 <부침>
2012 영화 <첫 번째>
2011 드라마 <이혼의 규칙>
2011 영화 <실연 33일>
2011 영화 <만유인력>
2010 드라마 <집의 N승>
2009 드라마 <아적청춘수작주>
2007 드라마 <행복재나리>
2006 드라마 <여청춘유관적일자>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바이바이허는 중국 치유계전영, 다시 말해 중국 힐링무비의 대명사다. <실연 33일>과 <이별계약>에서처럼 주로 남녀간의 만남과 이별, 상처와 회복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왔다. 이제 갓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실연 33일>을 통해 중국 영화계에서 가장 지명도 높은 대중영화백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중국에서는 이미 스타덤에 오른 배우다.
한/중 합작
[who are you] 바이바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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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서독 리덕스> 상영차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지 어느덧 5년. 제작지연을 둘러싼 무수한 소문이 무색하게 <일대종사>는 우리가 그에게 기대했던 바로 그 영화였고, 왕가위는 역시 왕가위였다. 이전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명장면도 군데군데 숨어 있고, 그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지점들도 있었다. 그렇게 그는 지난 공백이 무색하게 그만의 시각과 품격을 담은 영화를 만들었다. 변함없는 선글라스의 카리스마를 유지한 채 왕가위는 인터뷰 내내 담배를 피우며 느긋하게 대답했다. 그와의 만남을 한줄로 정리하자면, 엽문은 바로 왕가위였다.
-양조위와 장쯔이의 만남에서 자연스레 <2046>이 떠오른다.
=<2046>은 내 영화들 중 시대적이고 현실적인 감각이 가장 희미한 영화였다. 반면 <일대종사>는 내 영화들 중 실존인물이 등장하는 유일한 영화이기도 하고, 명확한 시대적 배경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영화다. 그래서 양조위와 장쯔
[왕가위] ‘권’(拳)에는, 영화에는 남과 북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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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 중국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일대종사>는 왕가위 고유의 색깔과 새로운 변화 모두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도일은 없지만 영원한 페르소나 양조위가 남아 엽문을 연기했다. 양조위가 무술에 능하지 않은 배우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는 마치 원래부터 한몸이었던 것처럼 엽문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이미 대작 블록버스터들을 위시해 무수한 무협영화들이 활개를 치는 중국 영화계에서, 왕가위와 원화평 무술감독이 만들어낸 적재적소의 액션 신들도 감흥을 더한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와 <동사서독 리덕스>를 거치며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왕가위가 그렇게 돌아왔다. 지난 2008년 <동사서독 리덕스> 상영차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지 5년 만에 방한한 왕가위 감독을 만났다. 함께 한국을 찾은 양조위, 장쯔이와의 만남은 무비꼴라쥬를 통해 정식 개봉하는 8월경 독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일대종사>가 시작하
[왕가위] 王家衛(왕가위) 그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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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자마자 이사한 집 특유의 어수선함이 흠씬 묻어났다. 복도 좌우로 이어 붙은 방들은 아직도 뭔가 정리의 손길이 필요한 모양새다.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가 홍대 인근으로 옮겨 새 출발을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취재진이 찾은 날은 11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있던 날. 미디어센터 그거 뭔가요, 하던 시절에 선구적 모델을 제시하고 8년간 광화문에 터를 잡아 시민과 함께해온 미디액트다.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빚어낸 비상식적인 공모 과정으로 인해 광화문에서 쫓겨났지만 그 뒤에도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자력으로 상암동 시대를 열었고 새로운 모색을 하며 3년을 보냈다. 그 3년 동안 생존이야 꾸준히 위협받아왔지만 공동체 미디어 교육, 창작 활동 지원, 미디어 정책 연구 등 제 할 일을 게을리한 적이 없다. 보금자리도 옮기고, 11번째 생일도 맞고. 미디액트의 김명준(사진 왼쪽) 소장과 이주훈 부소장을 만나고 싶어졌다.
-행사가 있는 날이라 바쁘겠다.
=이주훈_개
[김명준, 이주훈] 이사왔어요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