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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히어로들에겐 자신과 충돌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셰인 블랙의 ‘아이언맨’이 그랬듯이 말이다. 이번엔 울버린의 차례다. <더 울버린>의 휴 잭맨은 이번 영화에서 최초로 죽을 기회를 얻는다. 영원히 상처입지 않고, 결코 죽을 수 없는 존재였던 그가 평범한 인간이 될 기회를 얻어 마침내 죽음과 직면하게 됐을 때, 영생과 불멸의 형벌 속에 몸부림치던 그가 마침내 고통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게 됐을 때, 울버린은 어떤 제스처로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될까.
그의 또 다른 자아, 울버린
휴 잭맨의 커리어에서 울버린을 빼고 논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휴 잭맨에게 울버린은 21세기와 함께 찾아왔다. 그의 배우 인생에 있어 밀레니엄을 맞이한 셈이다. 2000년,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에서 그는 마블 시리즈의 사연 많은 히어로로 다시 태어났다. 호주 출신의 무명배우 휴 잭맨이 길고 날카로운 강철 손톱과 늑대의 눈, 아다만티움
[휴 잭맨] 젠틀맨 그러나 길들여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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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엔 가세 료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에 참여한 스탭들이 어느 광고 문구를 빌려와 하는 농담이다.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힘이 나는 사람이라는 뜻일 거다. 그 농담을 전해들은 그는 그냥 씩 웃기만 했다. 홍상수 감독과 가세 료가 만난 건 지난해 일본에서다. 홍상수 감독은 가세 료의 첫인상에 관해 이렇게 묘사한 적이 있다. “내 영화를 좋아한다고 들었지만 어떤 배우인지는 잘 몰랐다. 출연에 관해서도 아무 생각이 없었고 그냥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그가 로비로 들어와 내쪽으로 걸어올 때 쪼가 없는 그 얼굴이 한눈에 마음에 들었다.” 촬영 중에도 감독이 배우를 아끼고 배우가 감독을 따르는 모습은 역력했다고 스탭들은 말한다. 그렇게 하여 벌써 닮은 것인가. 가세 료는 ‘귀엽다’는 홍상수식 형용사를 사용하며 인터뷰의 첫 대답을 열었다. 6월 말에 시작하여 2주 동안 촬영했던 홍상수 감독의 열여섯 번째 장편 프로젝트는 7월10일에 모든 일정을 마쳤다. 그날 낮에 가세 료를 만났다.
-이번
[가세 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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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에 태어나 곧 27번째 생일을 맞는 아미 해머는 이미 <소셜 네트워크>(2010)와 <J. 에드가>(2011)라는 묵직한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이름을 알렸다. 큰 키와 바른 자세, 그리고 낮은 목소리에서 나오는 신사적인 이미지로 정적인 연기를 펼친 그는, 그러나 보란 듯이 <백설공주>(2012)에서 왕자를 연기하며 우스꽝스럽게 망가지는 역할을 해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제리 브룩하이머와 고어 버빈스키의 블록버스터 <론 레인저>(2013)에서 화려한 액션영웅을 연기한다. 과연 이 거침없는 행보를 걷는 그의 연기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겉으로 보이는 건강한 모범생 이미지 이상의 무엇이 있는 걸까?
아미 해머를 처음 볼 때 즉각 떠오르는 이미지는 반듯하고 바른 인상이다. 그의 이름을 우리에게 처음으로 각인시킨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감독인 데이비드 핀처는 카메론-타일러 쌍둥이 형제를 다음과 같은 인물로 설정했다. “키
[아미 해머] 깨지기를 기다리는 반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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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감시자들>(2013), <뜨거운 안녕>(2013), <미쓰GO>(2012),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2012), <신세계>(2012), <평양성>(2011),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 <부당거래>(2010), <박쥐>(2009), <다세포 소녀>(2006),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뚝방전설>(2006)
시선이 곧 동선이 되어야 했기에 <감시자들>은 촬영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카메라는 감시반원들의 눈이 되어 집요하게 타깃을 쫓고, 인물들 사이의 기싸움까지 담아낸다. 아마도 촬영에 있어 일등 공신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스테디캠 전문가인 여경보 촬영감독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여경보 촬영감독에게 있어 일등 공신은? 촬영부 퍼스트를 담당한 김용성씨다. “여경보 촬영감독님이 촬영
[STAFF 37.5] 즉각적인 움직임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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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응징자>
2012 영화 <명왕성>
2013 드라마 <가시꽃>
2012 드라마 <소녀탐정 박해솔>
2011 드라마 <나도, 꽃!>
명호는 영화 <명왕성>에서 가장 재수 없는 캐릭터 중 하나다. 그는 재력가 부모 덕에 월 1천만원의 과외를 예사로 받지만, 그럼에도 전교 1등을 하지 못하자 전교 1등인 친구를 함정에 빠뜨린다. 김권은 “영화 <리치 리치>(1994)의 매컬리 컬킨 헤어스타일”을 떠올리며 명호의 ‘재수 없는 모범생 룩’을 완성했다. 영화의 이미지가 강렬해서인지 “뭇 여성들의 시선을 단박에 끌어당기는 꽃미남”이라는 영화 홍보사 대표의 말도 처음엔 흘려들었다. 실제로 김권은 하얗고 조막만 한 얼굴에 늘씬하고 훤칠한 키를 지녔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2009년 SS시즌 서울컬렉션 장광효의 무대에 섰을 정도다. 그런 그의 어릴 적 꿈은 복싱선수였다. “중학생 때 아버지에게
[who are you] 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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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도 이런 촬영은 처음이다. 표지를 장식한 디지털 캐릭터를 인터뷰할 수는 없는 노릇. <미스터 고>의 고릴라 링링(오른쪽) 대신 <씨네21> 스튜디오를 찾은 건, 그를 영입한 에이전트 성충수 역의 배우 성동일이었다.
도대체 옆에 있지도 않은 고릴라를 어떻게 바라보라고 주문해야 할지 손홍주 사진팀장이 고민하기도 전에, 성동일이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배우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촬영현장에서 가상의 고릴라와 함께 호흡하고 연기해왔다는 걸.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에 이어 김용화 감독과 함께하는 세 번째 작품이지만, 오는 7월17일 개봉하는 <미스터 고>는 배우 성동일에게 다양한 이유로 더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올여름 가장 뜨거운 블록버스터의 중심에 선 그를 만났다.
홈
신 스틸러에서 중심부로
“형, 미안해.” 김용화 감독은 성동일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성동일] 독설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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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뒤 송대찬 프로듀서는 아는 프로듀서들한테 “감독들 눈높이를 이렇게 높여놓으면 이제 어떡하냐”는 원성을 들어야 했다. 감시자와 쫓기는 자의 시선을 매개로 영화의 주인공들은 강남 테헤란로, 이태원, 청계천, 여의도, 영등포, 종로 등의 대로를 종횡무진 활보한다. 한국영화에서 이 정도 스케일로 서울을 면밀하게 보여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감시자들>의 장점 중 8할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로케이션 뒤에는 송대찬 프로듀서의 주도면밀한 준비와 노력이 있었다. “어느 날 내 전화기에 저장된 연락처를 보니 죄다 경찰이더라.” 송대찬 프로듀서, 그에게서 <감시자들>의 숨막히는 촬영 뒷이야기를 들었다.
-유내해 감독의 원작 <천공의 눈>에서 감시반원들의 노하우를 중시했다면, <감시자들>에서는 디지털 기기, CCTV의 활용도가 더 높아진 모양새다.
=양날의 칼이다. 자칫 잘못하면 휴대폰 내비게이션, 아이패드 같은 걸로 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된
[송대찬] 서울 점거 촬영, 다시는 못한다는 각오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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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다큐멘터리계의 <킬 빌>, 물고기 올 노출 3D 리얼 다큐.” <슈퍼피쉬: 끝없는 여정>의 연출자 송웅달 PD가 영화에 대해 농담으로 붙여본 수식어다. 2012년 여름 KBS1에서 방영된 5부작 다큐멘터리 <슈퍼피쉬>는 제작비 20억원으로, 2년 동안 24개국을 돌며 촬영을 진행한 ‘대작’이다. 다큐멘터리로선 이례적으로 최고 시청률 13.8%를 기록하며 이미 검증도 받았다. 이번엔 아이맥스와 3D 기술을 덧입혀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장면을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송웅달 PD는 2005년에 제작한 <사랑> 3부작으로도 유명하다. 이번에는 물고기를 향한 그의 사랑 고백을 들어봤다.
-물고기를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6시 내고향>을 연출하며 물고기가 나오는 아이템의 시청률이 높은 것을 발견했다. 이유를 고민해보니 현대인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수렵활동
[flash on] ‘생선’ 아니죠, ‘물고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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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남동철 기자와 인터뷰한 게 마지막인 것 같은데….” 남기웅 감독은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씨네21>과 인터뷰한 추억을 떠올렸다. 2000년 그가 내놓은 데뷔작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는 긴 제목만큼이나 과감한 실험정신이 돋보였고,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다. 남기웅 감독은 이후 <우렁각시>(2002),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2005) 같은 영화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다가 TV용 영화 <이브의 유혹: 키스>(2007) 이후 지금까지 6년 동안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고 개성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던 전작과 달리 6년 만에 내놓은 <콩가네>(7월11일 극장 개봉)는 남기웅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반영된 가족드라마다.
-촬영한 지 꽤 됐다고 들었다.
=지난해 12월24일에서 25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끝났다. 고생들 했지.
[flash on] 콩가루 집안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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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는 루니 마라가 출연한 <뉴욕타임스>의 광고 영상 ‘Touch of Evil’을 볼 수 있다. 공간 배경이 무중력의 세계인 듯 침대에서 일어난 루니 마라에게 저절로 가죽 부츠가 신겨지고 바지가 입혀진다. 카메라 앞으로 유영하듯 걸어가면 그의 머리에 모자가 날아와 얹히고, 오른손에는 지팡이가 날아와 쥐어진다. 루니 마라가 자신의 손에 있던 ‘악마의 눈썹’을 한쪽 눈에 붙이고 카메라를 쳐다보는 내용의 짧은 영상이다. 이 광고는 루니 마라의 두 가지 매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으면서도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수수께끼 같은 표정이 묘하고 강렬하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눈썹 하나 붙였을 뿐인데 무표정에서 ‘악마’ 같은 표정으로 뛰어넘는 변신 능력이 인상적이라는 것. 마치 <소셜 네트워크>(2010)에서 연기한 당돌한 여대생 에리카에서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하 <밀레니엄>, 2011)의
[루니 마라] 악마와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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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웹툰 담당 <더 웹툰: 예고살인>(2013)
콘티 작업 <전우치>(2009), <불신지옥>(2009), <해운대>(2009), <박쥐>(2009),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2009)
“어릴 때부터 생각했다. 어른들도 잘하는 게 없으면서 우리 보고 잘하라 마라야. 어른이 되고 나서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아니, ‘우리’라니. ‘사춘기 소년스러운’ 이 난데없는 멘트는 뭔가. “시공간을 잊을 만한 흡인력있는 만화, 말 그대로 ‘타임머신’을 만드는 만화가가 꿈”이라는 전복적인 청년. <더 웹툰: 예고살인>(이하 <더 웹툰>) 속 웹툰 이미지를 담당한 김대일 작가다.
<더 웹툰> 제작진은 웹툰 작업을 위해선 영화연출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서도 만화 이미지가 실사 이미지와 중첩됐을 때 사실적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그림체를 가진 작가가 필요했다. 만화가 데뷔를 준비
[STAFF 37.5] 그저 재밌는 일을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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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
2013 영화 <더 웹툰: 예고살인>
2013 드라마 <더 바이러스>
2011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2010 드라마 <국가가 부른다>
2010 드라마 <파스타>
2009 시트콤 <태희 혜교 지현이>
2009 드라마 <아이리스>
2008 영화 <쌍화점>
꽃미남은 죽었다. 영화 <쌍화점>의 꽃 같은 친위대 병사도, 드라마 <파스타>의 멀끔한 해외파 요리사도,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수려한 선비 성삼문도 모두 죽었다. 우리가 익히 알던 현우의 이미지가 죽었다는 얘기다. <더 웹툰: 예고살인>의 처자식 딸린 신참 형사 영수로 돌아온 현우는 제법 독이 올랐다. “내겐 다른 모습도 있다고 항상 생각했는데 마침 영수를 만났다. 어떻게 하면 내 이미지에 좀더 반전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현우에게
[who are you] 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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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감시자들>
“하루 종일 네 생각뿐이야∼.” 영화 <감시자들>을 본 관객이라면 자연스레 2pm의 노래 <하.니.뿐.>을 흥얼거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쟁쟁한 영화계 선배들 사이에서도 눌리지 않고, 이준호는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움직이며 영화에 자신의 자취를 남겼다. “레퍼런스로 삼은 모델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준비”는 상당했다. “누군가를 감시하면서 주변 사물을 놓치지 않고 감지해내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사물을 볼 때마다 곁눈질로 본다든가, 테이블에 있는 물건을 집을 때도 (일어서서 앞을 본 채로 스치듯 스윽 움직여 휴대폰을 집으며) 이렇게 혼자 연습했다. (웃음)” 짧은 장면에 자기 표정을 심는 내공도 제법이다. 잡아먹을 듯 카메라를 캐치해내는 ‘매의 눈’은 수년간의 가수 활동 덕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감독을 귀찮게 하며 모니터링을 반복한 결과다. 누군가는 분명 “또 아이돌이야?” 하며 부
[who are you]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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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형은 어떤 인물?
내경의 아들. 관상가인 아버지를 거스르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진취적인 인물.
송강호의 아들이라고! 도대체 누굴 닮은 거냐? 이종석의 캐스팅에 대해선 이토록 말이 많았다. 훤칠한 키에 꽃미남 아들이 가당키나 하냐는 거다. 엄마 닮은 거다, 라고 우기기로 하자. (웃음)
사실 내경의 아들 역의 진형을 어떻게 규정짓느냐에 대한 고민이 컸다. 동정심으로 접근해야 할지, 당당한 의식을 가진 인물로 묘사해야 할지 말이다. 난 내경-팽헌-진형을 한 인물이라고 본다. 아들 진형은 아버지가 가지 못한 길을 가는 신념있는 젊은이로 설정했다. 솔직히 말하면 난 이전까지 이종석이란 배우를 잘 몰랐다. 나에게 이미지가 전무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런데 <코리아>의 북한 선수 ‘최경섭’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진형의 이미지가 겹쳐졌다. 키가 크고 슬퍼 보이는 느낌. 그런 그가 몸이 성치 않은 데다(진형은 다리 장애를 가진 인물이다) 당시 사회의 희생양이 되
[이종석] 꽃미남보다 상남자, 투덜거리는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