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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정의 관심사는 전방위적으로 뻗쳐 있다. 본업은 미술평론가이지만 한때는 시사칼럼도 열심히 썼고(“18대 대선 이후 정치에 대한 관심이 싹 사라졌다”고 한다), 자전거 마니아로도 유명해 <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가지 매력>이라는 공저도 냈다. 지난해 12월엔 ‘미술평론가가 본 사물과 예술 사이’라는 부제를 단 <사물 판독기>를 출간했다. 2005년부터 2년 동안 <한겨레21>에 연재했던 칼럼 ‘반이정의 사물보기’를 다시 손봐 단행본으로 엮었다. 단독 저서는 <새빨간 미술의 고백> 이후 7년 만이다. 영화에 대한 애정지수가 최근 부쩍 치솟고 있다는 반이정 평론가를 <겨울왕국>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만났다.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던 그는 정작 자신의 신간 얘기보다도 영화 얘기에 더 신나하는 듯했다.
-<새빨간 미술의 고백> 이후 오랜만의 신간이다.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는 책이
[trans x cross] 이래 봬도 나름 ‘결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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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영혼을 품은 소녀? 실제의 심은경이 그랬다. 어릴 때 그대로의 무구한 모습도 여전한데 이따금씩은 갓 스물을 넘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성숙한 대답을 내놓았다. <헨젤과 그레텔>의 똘망똘망한 소녀가 언제 이렇게 커버렸을까. 아역배우의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심은경은 과감한 성인배우의 역할에 도전하는 대신 3년간의 유학을 선택했다. 두편의 흥행작 <써니>와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의 출연으로 시나리오가 쏟아졌던 시기임에도 심은경은 미련 없이 유학길에 올랐다. “더 큰 배우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기에 대한 갈망”과 “시나리오들의 유혹”을 떨치고 심은경은 무사히 유학을 마쳤다. 복귀작이 황동혁 감독의 <수상한 그녀>다. 심은경이 성인이 된 뒤 처음 찍는 작품이거니와 성인 역으로 처음 출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름의 의지가 작용했으리라 짐작하며 오랜만에 찾은 촬영현장은
[심은경] 그녀의 스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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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의 영화 투자금 횡령이라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사기극으로 제작이 중단됐던 <하이프네이션>은 <하이프네이션: 힙합사기꾼>이라는 이름을 달고 4년 만에 새로 태어났다. 기존 배우들과 스탭들은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에 이 영화와 연을 끊었지만 대니얼 신은 끝까지 남아 영화를 마무리했다. 95년 유채영과 함께 혼성그룹 US로 데뷔하고 업타운의 객원멤버로 활동했던 그 대니얼 신이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끼를 펼쳐 각본, 편집, 음악 그리고 주연까지 맡았다. 이 영화를 완성해내는 것이 제이슨 리에 대한 가장 통쾌한 복수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그를 만나 이번 영화에 대한 뒷이야기를 물었다.
-기존 프로젝트였던 <하이프네이션>부터 참여했다.
=사기꾼 제작자 제이슨 리와 친구로 지냈었다. 당시 주연급 조연과 음악 프로듀서직을 약속받기도 했다. 하지만 공범으로 오해하지는 말아 달라. 제이슨 리는 내 인맥을 이용해 사기를 친 것이고 결국 나에게
[flash on] 영화 완성이 사기꾼에 대한 통쾌한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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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팔레르모의 결투> <장군과 황새> <잠자는 미녀> <글뤽>
2011 <토멘티: 필름 디세그나토> <평화유지작전>
2010 <사랑하고 싶은 시간> <특권층의 고독>
2009 <아이 엠 러브>
2008 <조용한 혼돈> <굿모닝 하트에이크>
2007 <피아노, 솔로> <데이즈 앤 클라우즈>
2006 <웨딩 디렉터>
2005 <멜리사 P.>
이름은 낯설지라도 얼굴은 낯익을 것이다. <아이 엠 러브>에서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나타난 동성애자 딸 베타와 <사랑하고 싶은 시간>에서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안나의 격정적인 모습을 잊기 힘들 테니 말이다. 사실 <사랑하고 싶은 시간>에서 멍하게 있다가 이내 웃음을 지어 보이던 그녀는 첫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보였다. 남편에게 상처
[who are you] 알바 로르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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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묘했어.” 도니 에이조프(조나 힐)를 처음 만난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반응에 한표를 더하고 싶다. “지나치게 하얀 이라든지 백인 상류층처럼 보이려고 쓴 뿔테 안경”으로 요약되는 그의 별종 외모는 나름 꽃중년 디카프리오도 잠시 잊게 한다. 그런데 다음 신이 더 가관이다. 조던은 그에게 묻는다. “아내가 사촌이라던데, 진짜야?” 도니가 천연덕스럽게 답한다. “와이프 아버지가 우리 엄마의 오빠야.” ‘개’족보를 재배치하는 그의 독창성에 흠칫 놀라는 사이, 그가 “친구들이 서로 따먹겠다고 난린데 눈 뜨고는 그 꼴을 못 보겠더라. 그래서 그냥 결혼해버렸어. 어차피 누군가 따먹을 거라면 내가 따먹는 게 낫잖아?”라고 되묻는다. 이쯤 되면 관객의 반응은 세 가지로 나뉜다. 벌써 킥킥대기 시작했거나, 미친놈이라며 혀를 차거나, 도니에 대한 호불호를 놓고 결정장애 상태이거나. 첫 번째 관객은 이미 힐의 매력을 알고 있고, 두 번째 관객은 힐에 대해 더 궁금해하지 않는 게 좋을
[조나 힐] 희비극 병맛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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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넛잡: 땅콩 도둑들>(2013) <캡틴 하록>(2013)
<타잔 3D>(2013) <저스틴>(2013)
<세이빙 산타>(2013) <페이머스 파이브: 키린섬의 비밀>(2013)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2012)
<새미의 어드벤쳐2>(2012) <프렌즈: 몬스터 섬의 비밀 3D>(2011)
<새미의 어드벤쳐>(2010)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2010)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 외 다수
연말연시, 겨울방학은 애니메이션의 춘추전국시대다. 어린이 관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작품은 우리말 녹음이 필수이기에 더빙 스튜디오와 성우들도 덩달아 바빠지는 시기다. 김정규 더빙감독은 “요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즐거운 불평을 내비쳤다. 그의 작품 중 현
[STAFF 37.5] 가족영화 더빙에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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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님, 변호사님!” <변호인>의 송우석 변호사(송강호)는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구치소 면회만이라도 도와주겠다고 나섰다가, 그의 하나뿐인 대학생 아들 진우(임시완)의 고문받은 모습에 충격을 받고서 변호인을 자청한다. 우석 내면에 잠자고 있던 정의로운 다혈질을 일깨우는 국밥집 아줌마가 바로 김영애다. TV드라마 <로열 패밀리>(2011)에서 냉철한 JK그룹의 회장 공순호, <메디컬탑팀>(2013)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병원 부원장 신혜수 등을 떠올려보면, 주방 앞치마에 젖은 손을 쓱쓱 문지르며 질펀한 부산 사투리를 쓰는 김영애의 모습이 낯설기도 할 것이다. 상반기에 공개될 이돈구 감독의 <현기증>, 이제 막 고사를 지내고 크랭크인에 들어가는 부지영 감독의 <카트> 등 앞으로도 흥미로운 라인업은 계속된다. 이제부터가 진짜 배우로서의 화양연화일 것 같다는 얘기에 망설임 없이
[김영애] 카메라 앞에서 딴짓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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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동시에 가질 수 있을까. 2012년 MBC 파업 중에 해직된 박성제 기자는 요즘 수제 스피커를 제작하고 있다. 고상한 취미가 아니다. 직접 만들어 판매까지 한다. 유려한 곡선 형태에 자작나무 고유의 문양이 그대로 살아 있는 ‘쿠르베(Courb′e) 스피커’는 뛰어난 기능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에게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하냐고 물었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한다. “어쨌든 기자니까 선배라고 불러주면 되지 않을까요.” 향긋한 나무 냄새로 가득한 공방을 찾아 박성제 ‘기자’를 만나 그간의 일들을 물었다. 그의 투박한 손에서 탄생한 스피커에선 내내 박력 있고 맑은 현악 선율이 흘렀다.
-뜻하지 않게 디자이너로 만나게 됐다. 해직기자임을 모르고 스피커 디자이너로 인터뷰 요청을 받은 적도 있었다고.
=어떤 방송사에선 명품 만드는 국내 장인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날 포함시키고 싶다고도 했다. 스피커 자체의 매력이 먹혔다는 방
[trans x cross] 나를 위로하지 마, 내가 위로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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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보면 김성균의 매 순간이 ‘발견’이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에서 단발머리 건달로 존재감을 알린 이후, 김성균의 선택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실질적인 주역이자 액션 블록버스터 <용의자>로 또 한번 주목을 받은 그는 2014년엔 <군도: 민란의 시대>를 들고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잘생기지 않았어도, 주연배우가 아니더라도, 늘 기대 이상의 좋은 연기를 선사하는 배우라면 이 지면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커버스타 김성균을 만날 가장 적기다.
아무리 그래도 스무살 대학생은 너무했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 지난 2년 동안 조직폭력배, 살인마 등과 같은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김성균이다. 한데, 꽉 채운 단추와 단정한 머리를 한 <응사>의 새침한 청년으로의 변신이
[김성균] All around p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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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얘처럼 쟤처럼 외로운 너~ 개처럼 소처럼 닭처럼 개나 소나 외로운 너~.” 뮤지가 만든 <플랜맨>의 삽입곡 <플랜맨>의 가사 중 일부다. 뮤지는 <플랜맨>에서 영화음악과 녹음 디렉팅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심사위원 역으로 출연도 한다. 지금까지 만들어온 유브이의 노래처럼 ‘개나 소나 공감할 수 있을’ <플랜맨>의 삽입곡들도 재치 있고 현실감이 넘친다. 평소 그의 이미지처럼 노래도 설렁설렁 뚝딱 만들어낸 줄 알았건만 의외로 지난한 시간이었다고 뮤지는 말했다. 뮤지의 첫 영화음악 작업 비화와 새 출연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뮤지의 개인 작업실을 찾았다.
-영화음악가로 뮤지를 인터뷰하게 될 줄이야.
=나도 <씨네21> 안다. 늘 <씨네21>에서 ‘씨네’는 한글이고, ‘21’은 숫자로 강렬하게 써있던 기억이….
-삽입곡 노랫말이 귀엽더라.
=만약 영화가 좋으면 그건 음악이 좋기 때문일 거다. (웃음)
[flash on] “우린 쇼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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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3 <어바웃 타임>
TV시리즈
2012 <팬 암>
크리스틴 스튜어트나 에마 왓슨과 같은 90년생이라면 그 누가 믿을까. 금발의 팜므파탈로 등장할 때의 스칼렛 요한슨(1984년생)의 조금 더 센 버전으로 느껴지는 마고 로비는, 제니퍼 로렌스와 함께 90년생 여배우의 세력 지도를 아예 양분할 기세다. 마틴 스코시즈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철없는 남편 조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을 쥐락펴락하는 아내(마고 로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내 긴장할 수밖에 없다. 마치 스코시즈의 과거 작품 <좋은 친구들>(1990)에서 헨리(레이 리오타)의 아내 카렌(로레인 브랑코)의 카리스마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그와 다른 것은 무엇보다 관능의 카리스마다. 전작 <어바웃 타임>에서 팀(돔놀 글리슨)에게 등에 오일을 발라달라고 하거나, 데이트를 마치고 “잠깐 집에 들어갔다가 갈래?”라고 물을 때의 그 부리부리한
[who are you] 마고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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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은 때때로 본질을 흐린다. 2013년 영화계에 신선한 활력을 안긴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이하 <지슬>)는 어느덧 오멸 감독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오멸은 <지슬>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저 오멸일 따름이다. 그는 오늘도 여전히 자신만의 언어, 지속 가능한 자신만의 작업방식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어이그, 저 귓것>(2009), <뽕똘>(2009), <이어도>(2011), <지슬>(2013)까지 오멸의 영화들은 형식적인 성취는 물론 제작 방식에서도 실험과 도전정신 위에 놓여 있다. 변하지 않는 건 그가 멈추지 않을 거란 사실뿐. 새로운 도전의 기운은 오멸 감독의 차기작 <하늘의 황금마차>에서도 어김없이 도드라진다. 호황이라곤 하지만 비슷한 기획영화가 쏟아졌던 2013 한국 영화계를 돌이켜보며 2014년의 오멸은 어떤 결과물로 또 한번 우리의 게으름을 깨워줄지 궁금해졌다. 형제들과
[오멸] “작가가 가장 자주 해야 하는 건 배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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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1초까지 알람소리에 맞춰 살아온 ‘플랜맨’ 정석(정재영)은 짝사랑을 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지원(차예련)은 정석만큼이나 정연하고 깨끗하다. 정석은 용기를 내 보지만 그의 고백은 단정치 못한 소정(한지민)에게로 향하게 된다. 계획에 없던 상황, 정석의 머릿속에선 혼란의 적신호가 울려댄다. 게다가 인디밴드가수인 소정은 지원을 빌미로 자기가 꾸린 밴드에 정석을 몰아넣어버린다. 그런데 말이다. 이것 참, 묘한 일이다. 그를 한손에 쥐고 흔드는 이 여자에게 정석은 알 수 없는 두근거림, 혹은 모종의 연대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칠칠맞지 못한 데다 지저분하기까지 한 소정의 이상한 매력, 대체 뭘까. 소정의 노랫말들이 그녀를 알아가는 데 작은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나칠 수 없었어. 혼자 웅크리고 있는 널. 외면할 수 없잖아. …
슬퍼 말아요. 삼각김밥. 30초면 돼. 충분해요. 두려워 말아요, 삼각김밥. 이젠 들어와요. 내 입속으로.” <삼각김밥>
아주 잠
[한지민] 완전히 변할 거야 계획 따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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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한(기타), 추명교(드럼), 장학(보컬), 최창록(기타), 강준형(베이스). 다섯명의 멤버로 구성된 헤비메탈 밴드 디아블로의 2013년은 다이내믹한 한해였다. 우선 디아블로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었고(원년 멤버는 김수한, 추명교 두명뿐이다),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밴드 경연대회에 난생처음 출전해 우승을 했고, 디아블로의 음악을 모티브로 게임을 개발했고, 신인 밴드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음악을 하면서 행복하려면 팬, 좋은 음악,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회사가 필요한데 그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된 때가 바로 2013년이었다”고 멤버 최창록은 말했다. 변방의 장르를 꼭 끌어안고서, ‘어떻게 하면 헤비메탈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하던 디아블로를 만났다.
-밴드 결성 20주년을 맞은 올해, 디아블로의 다양한 활동을 볼 수 있었다.
=김수한_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지나간 것 같다. EP앨범 ≪The Keeper
[trans x cross] 음악을 놓아버리는 게 더 힘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