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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아, 나 심장 터질 것 같아.” <남자가 사랑할 때>의 언론 시사회장에서, 황정민은 옆 좌석에 앉은 한혜진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완성된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으로 보는 배우의 심정이야 짐작가지 않는 바가 아니지만, 영화 수십편의 개봉을 경험한 ‘베테랑’ 배우 황정민이 이토록 긴장한 모습을 보인다면, 거기에는 필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멜로를 안 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누아르나 ‘남자영화’를 하는 동안 새롭게 유입된 관객이 있을 거다. 그분들은 멜로영화 속 황정민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렇게 진득한 감성의 멜로영화가 2014년 관객에겐 어떻게 와닿을까. 그런 점들이 궁금하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2014년의 <파이란> 같은 영화다. 화려하고 세련된 기교보다는 투박한 진심을 지향하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주연을 맡은 황정민의 승부수 역시 그가 연기하는 태일의 사랑을 얼마나 “진짜”처럼 보이게 할 것인지에 있었다. “
[황정민] 멜로 신(神)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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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처음으로 사랑을 경험하게 된 거리의 남자와 빚에 허덕이지만 자존심만은 지키고 싶은 도시의 여자. 그들의 첫 만남이 순조로웠을 리 없다. 그 어떤 현장보다 가족적인 분위기였다는 <남자가 사랑할 때>의 촬영장은 “액션” 사인과 함께 남녀의 치열한 감정이 오가는 전쟁터로 바뀌었다. 그 현장의 한복판에 배우 황정민과 한혜진이 있었다. <부당거래> <신세계>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거칠고 비정한 남자들의 세계에 머물렀던 황정민은 40대의 첫 멜로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를 통해 연륜과 관록이 묻어 있는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첫 멜로영화의 여주인공이 된 한혜진은 열한살 터울의 선배 배우로부터 최상의 컷을 얻기 위해 물러서지 않는 법을 배웠다. “참 신기하다.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머릿속에 몽글몽글하게 맺혀 있던 게, 혜진이랑 얼굴 맞대고 고민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뚫리더라니까.”(황정민) “에이, 선배님은 완벽하셨어요!”(한혜진) 주거니 받거니 하
[남자가 사랑할 때] 그건, 사랑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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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한강? 남산? 아니면 광화문? 지난해 8월20일부터 11월25일까지 약 100일 동안 시민들과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서울의 풍경을 찍은 영상 1만1천여편을 <우리의 영화, 서울> 프로젝트 홈페이지(http://www.seoulourmovie.com/ko/)에 올렸다. ‘Working in Seoul, Made in Seoul, and Seoul’이라는 컨셉에 맞게 박찬욱, 박찬경 두 감독은 200여편을 엄선해 새로운 작품으로 편집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고진감래>다. 상영시간이 약 1시간 정도가 될 <고진감래>는 2월11일 오후 3시 서울극장에서 열리는 언론시사회와 온라인에서 첫 공개된 뒤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우리의 영화, 서울>은 서울 시민이 참여한 프로젝트다.
=박원순_서울 시민과 서울에 거주하거나 관광 온 외국인들이 함께 서울을 알리면 의미가 있을 것 같
[flash on] 서울의 활력을 ‘유머러스하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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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의 가족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아내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장남 인철(정의갑)은 갑작스럽게 실직했다. 남편과 이혼한 뒤 자폐증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딸 경진(이은주)은 지병인 심장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리고 막내아들 인호(전광진)는 취업을 하지 못한 채 대리운전 일을 한다. 어느 날, 막내 인호에게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 가족의 균열이 드러난다. 전작 <처음 만난 사람들>(2007) 이후 거의 6년 만에 내놓은 김동현 감독의 신작 <만찬>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다.
-오랜만의 신작이다. 개봉을 앞두고 부담스럽진 않나.
=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개봉 전날 떨린다거나 그런 건 없다.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내놓아도 어제 만들었던 작업 같다.
-<만찬>의 가족 구성원들은 위기에 처했다. 장남은 실직 문제, 딸은 싱글맘, 막내는 청년실업문제를 겪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를 각각
[flash on] 그래도 행복한 순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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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영화감독 두기봉이 <풀타임 킬러>(2001)에 관한 인터뷰를 하는 중이다. “만약 누군가가 더 상업적인 영화를 만들기를 원한다면 <풀타임 킬러>처럼 하면 안 됩니다. 공동감독 위가휘와 저는 무엇이 관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인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저의 흥미를 따라 만든 영화입니다. (중략) 만약 관객이 환호할 만한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면 이런 영화를 하진 않았을 겁니다. 우리는 다음 프로젝트로 그런 걸 할 계획입니다.” 기자가 반문한다. “하지만 <풀타임 킬러>는 꽤 수익을 냈습니다. 홍콩에서는 상업적인 성공도 거뒀고요, 그렇지 않던가요?” 상업적 고려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흥미를 따랐다고 답하는 감독에게, 그렇다면 그 흥행의 요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반문이다. 그러자 두기봉의 간결한 대답. “그 영화가 홍콩에서 성공한 건 유덕화 덕분이에요. 그는 빅 스타예요, 그리고 그는 지난 두편의 영화로도 큰 흥행을 올렸지요. 사람들은 그
[유덕화] 낭만으로 보고 운명으로 느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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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한민국은 <도가니>로 들끓었다. 장애인학교에서 행해진 비인간적 행위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도가니법’이 제정됐다. 영화 한편이 올린 엄청난 개가였다. <수상한 그녀>는 <도가니>의 파장을 불러일으킨 황동혁 감독이 1년에 걸쳐 준비한 신작이다. 사회 비판적 성격이 강했던 전작의 기운을 내려놓고 코믹 판타지물을 집어들다니,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이 영화는 요양원에 갈 위기에 처한 70대 할머니가 스무살 청춘의 몸이 되어 겪는 코믹한 해프닝이 주를 이룬다. 황동혁 감독은 “<도가니>를 보며 숨죽여야 했던 관객, 들고 갔던 팝콘을 먹지 못하고 가지고 나와야 했던 관객”을 언급하면서 이번 작품이 자신을 포함해 그때의 관객 모두에게 힐링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상한 그녀>는 ‘수상한’ 선택이다. (웃음) 입양아의 사연을 그린 <마이파더>의 묵직한 울림과 <도
[황동혁] 이번에는 팝콘 먹으면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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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정의 관심사는 전방위적으로 뻗쳐 있다. 본업은 미술평론가이지만 한때는 시사칼럼도 열심히 썼고(“18대 대선 이후 정치에 대한 관심이 싹 사라졌다”고 한다), 자전거 마니아로도 유명해 <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가지 매력>이라는 공저도 냈다. 지난해 12월엔 ‘미술평론가가 본 사물과 예술 사이’라는 부제를 단 <사물 판독기>를 출간했다. 2005년부터 2년 동안 <한겨레21>에 연재했던 칼럼 ‘반이정의 사물보기’를 다시 손봐 단행본으로 엮었다. 단독 저서는 <새빨간 미술의 고백> 이후 7년 만이다. 영화에 대한 애정지수가 최근 부쩍 치솟고 있다는 반이정 평론가를 <겨울왕국>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만났다.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던 그는 정작 자신의 신간 얘기보다도 영화 얘기에 더 신나하는 듯했다.
-<새빨간 미술의 고백> 이후 오랜만의 신간이다.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는 책이
[trans x cross] 이래 봬도 나름 ‘결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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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영혼을 품은 소녀? 실제의 심은경이 그랬다. 어릴 때 그대로의 무구한 모습도 여전한데 이따금씩은 갓 스물을 넘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성숙한 대답을 내놓았다. <헨젤과 그레텔>의 똘망똘망한 소녀가 언제 이렇게 커버렸을까. 아역배우의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심은경은 과감한 성인배우의 역할에 도전하는 대신 3년간의 유학을 선택했다. 두편의 흥행작 <써니>와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의 출연으로 시나리오가 쏟아졌던 시기임에도 심은경은 미련 없이 유학길에 올랐다. “더 큰 배우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기에 대한 갈망”과 “시나리오들의 유혹”을 떨치고 심은경은 무사히 유학을 마쳤다. 복귀작이 황동혁 감독의 <수상한 그녀>다. 심은경이 성인이 된 뒤 처음 찍는 작품이거니와 성인 역으로 처음 출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름의 의지가 작용했으리라 짐작하며 오랜만에 찾은 촬영현장은
[심은경] 그녀의 스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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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의 영화 투자금 횡령이라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사기극으로 제작이 중단됐던 <하이프네이션>은 <하이프네이션: 힙합사기꾼>이라는 이름을 달고 4년 만에 새로 태어났다. 기존 배우들과 스탭들은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에 이 영화와 연을 끊었지만 대니얼 신은 끝까지 남아 영화를 마무리했다. 95년 유채영과 함께 혼성그룹 US로 데뷔하고 업타운의 객원멤버로 활동했던 그 대니얼 신이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끼를 펼쳐 각본, 편집, 음악 그리고 주연까지 맡았다. 이 영화를 완성해내는 것이 제이슨 리에 대한 가장 통쾌한 복수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그를 만나 이번 영화에 대한 뒷이야기를 물었다.
-기존 프로젝트였던 <하이프네이션>부터 참여했다.
=사기꾼 제작자 제이슨 리와 친구로 지냈었다. 당시 주연급 조연과 음악 프로듀서직을 약속받기도 했다. 하지만 공범으로 오해하지는 말아 달라. 제이슨 리는 내 인맥을 이용해 사기를 친 것이고 결국 나에게
[flash on] 영화 완성이 사기꾼에 대한 통쾌한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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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팔레르모의 결투> <장군과 황새> <잠자는 미녀> <글뤽>
2011 <토멘티: 필름 디세그나토> <평화유지작전>
2010 <사랑하고 싶은 시간> <특권층의 고독>
2009 <아이 엠 러브>
2008 <조용한 혼돈> <굿모닝 하트에이크>
2007 <피아노, 솔로> <데이즈 앤 클라우즈>
2006 <웨딩 디렉터>
2005 <멜리사 P.>
이름은 낯설지라도 얼굴은 낯익을 것이다. <아이 엠 러브>에서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나타난 동성애자 딸 베타와 <사랑하고 싶은 시간>에서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안나의 격정적인 모습을 잊기 힘들 테니 말이다. 사실 <사랑하고 싶은 시간>에서 멍하게 있다가 이내 웃음을 지어 보이던 그녀는 첫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보였다. 남편에게 상처
[who are you] 알바 로르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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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묘했어.” 도니 에이조프(조나 힐)를 처음 만난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반응에 한표를 더하고 싶다. “지나치게 하얀 이라든지 백인 상류층처럼 보이려고 쓴 뿔테 안경”으로 요약되는 그의 별종 외모는 나름 꽃중년 디카프리오도 잠시 잊게 한다. 그런데 다음 신이 더 가관이다. 조던은 그에게 묻는다. “아내가 사촌이라던데, 진짜야?” 도니가 천연덕스럽게 답한다. “와이프 아버지가 우리 엄마의 오빠야.” ‘개’족보를 재배치하는 그의 독창성에 흠칫 놀라는 사이, 그가 “친구들이 서로 따먹겠다고 난린데 눈 뜨고는 그 꼴을 못 보겠더라. 그래서 그냥 결혼해버렸어. 어차피 누군가 따먹을 거라면 내가 따먹는 게 낫잖아?”라고 되묻는다. 이쯤 되면 관객의 반응은 세 가지로 나뉜다. 벌써 킥킥대기 시작했거나, 미친놈이라며 혀를 차거나, 도니에 대한 호불호를 놓고 결정장애 상태이거나. 첫 번째 관객은 이미 힐의 매력을 알고 있고, 두 번째 관객은 힐에 대해 더 궁금해하지 않는 게 좋을
[조나 힐] 희비극 병맛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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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넛잡: 땅콩 도둑들>(2013) <캡틴 하록>(2013)
<타잔 3D>(2013) <저스틴>(2013)
<세이빙 산타>(2013) <페이머스 파이브: 키린섬의 비밀>(2013)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2012)
<새미의 어드벤쳐2>(2012) <프렌즈: 몬스터 섬의 비밀 3D>(2011)
<새미의 어드벤쳐>(2010)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2010)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 외 다수
연말연시, 겨울방학은 애니메이션의 춘추전국시대다. 어린이 관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작품은 우리말 녹음이 필수이기에 더빙 스튜디오와 성우들도 덩달아 바빠지는 시기다. 김정규 더빙감독은 “요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즐거운 불평을 내비쳤다. 그의 작품 중 현
[STAFF 37.5] 가족영화 더빙에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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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님, 변호사님!” <변호인>의 송우석 변호사(송강호)는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구치소 면회만이라도 도와주겠다고 나섰다가, 그의 하나뿐인 대학생 아들 진우(임시완)의 고문받은 모습에 충격을 받고서 변호인을 자청한다. 우석 내면에 잠자고 있던 정의로운 다혈질을 일깨우는 국밥집 아줌마가 바로 김영애다. TV드라마 <로열 패밀리>(2011)에서 냉철한 JK그룹의 회장 공순호, <메디컬탑팀>(2013)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병원 부원장 신혜수 등을 떠올려보면, 주방 앞치마에 젖은 손을 쓱쓱 문지르며 질펀한 부산 사투리를 쓰는 김영애의 모습이 낯설기도 할 것이다. 상반기에 공개될 이돈구 감독의 <현기증>, 이제 막 고사를 지내고 크랭크인에 들어가는 부지영 감독의 <카트> 등 앞으로도 흥미로운 라인업은 계속된다. 이제부터가 진짜 배우로서의 화양연화일 것 같다는 얘기에 망설임 없이
[김영애] 카메라 앞에서 딴짓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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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동시에 가질 수 있을까. 2012년 MBC 파업 중에 해직된 박성제 기자는 요즘 수제 스피커를 제작하고 있다. 고상한 취미가 아니다. 직접 만들어 판매까지 한다. 유려한 곡선 형태에 자작나무 고유의 문양이 그대로 살아 있는 ‘쿠르베(Courb′e) 스피커’는 뛰어난 기능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에게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하냐고 물었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한다. “어쨌든 기자니까 선배라고 불러주면 되지 않을까요.” 향긋한 나무 냄새로 가득한 공방을 찾아 박성제 ‘기자’를 만나 그간의 일들을 물었다. 그의 투박한 손에서 탄생한 스피커에선 내내 박력 있고 맑은 현악 선율이 흘렀다.
-뜻하지 않게 디자이너로 만나게 됐다. 해직기자임을 모르고 스피커 디자이너로 인터뷰 요청을 받은 적도 있었다고.
=어떤 방송사에선 명품 만드는 국내 장인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날 포함시키고 싶다고도 했다. 스피커 자체의 매력이 먹혔다는 방
[trans x cross] 나를 위로하지 마, 내가 위로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