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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의 이재규 감독은 유명 드라마 <다모>(2003)와 <베토벤 바이러스>(2008)를 연출했다. 사극이지만 현대적인 감성을 갖춘 <다모>, 강마에라는 괴팍해서 매력적인 지휘자가 주인공인 <베토벤 바이러스>, 두 작품 모두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강력한 팬덤을 형성해냈고, ‘다모폐인’이라는 말이, 강마에를 흉내내는 우스개가 유행했을 정도다. <역린>은 이재규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다. 조선의 제22대 임금이자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의 즉위 1년 즈음, 그를 암살하려는 무리와 정조 사이에 벌어지는 정치적 암투가 내용의 중심이다. 사극인 데다 배역까지 많은 영화여서 데뷔감독이 신경 써 챙겨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주연배우 현빈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현장 조율 능력을 손꼽으며 이재규 감독을 “착한 여우”라고 불렀다. 아마 선하게 그리고 영민하게 조율했다는 뜻일 거다. 그렇다면 ‘착한 여우’를 만나
[이재규] “더 날것 같은, 그러면서도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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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 들어온 이진욱은 벽에 붙은 선배 배우들의 사진부터 둘러봤다. 데뷔한 지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씨네21> 표지 촬영은 물론, 인터뷰도 처음이다. 물론 전작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를 통해 젊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고, 드라마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2013, 이하 <나인>)을 통해 ‘연기남’(연기를 잘하는 남자)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챙겨보지 않는 관객에게 이진욱은 낯선 배우이고, 낯선 이름이다. 그런 그가 <표적> 개봉을 앞두고 어깨가 무겁다. 포스터와 광고에 적힌 이름이 주연배우 류승룡 다음이다. 김성령, 유준상, 조여정, 진구 등 그보다 경력이 많은 배우들도 그의 이름 뒤에 있다. “나서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 까닭에 부담감이 크게 느껴진다.”
그의 이름이 류승룡 다음에 놓인 건 류승룡을 제외한 다른 배우들보다 더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 아니다.
[이진욱] 책임감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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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인 내 체력의 10배는 되는 것 같더라.” 액션범죄영화 <표적> 제작을 맡은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는 혀를 내둘렀다. 40대라는 나이는 가뿐히 잊고 <표적>으로 액션배우가 돼 돌아온 류승룡을 두고 하는 얘기다. 지금은 다음 작품을 위해 다시 몸을 키웠지만 류승룡은 <표적>의 크랭크인 4개월 전부터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10kg 이상 몸무게를 감량했다. 러시아 특공무술인 시스테마에 유술까지 연마한 그는 “성인이 되고 나서 제일 가벼운 몸”을 만든 뒤 촬영에 돌입했다. “그 어떤 영화보다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몸만 만든 것이 아니라 심적으로도 경건하게 임했다.” 그를 몰입하게 만든 인물은 여훈이라는 남자다. 하사관 출신의 군인인 여훈은 은퇴 뒤 해외 용병으로 일하다 한국에 돌아온다. 장애를 가진 동생 성훈(진구)과 함께 제대로 살아보려 하지만 우연찮게 살인사건을 목격한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쫓기는 신세가 된다. 광역수사대 송 반장(유준상)과 형사반
[류승룡] 과묵하게, 터지기 직전의 화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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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만날 일 없는 두 남자가 만났다. <표적>의 여훈(류승룡)과 태준(이진욱) 말이다. 여훈은 전직 특수부대원이고, 태준은 병원 레지던트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둘은 누명을 쓰고, 동행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내내 붙어다녀서일까. 스튜디오에서 나란히 선 류승룡과 이진욱은 형제처럼 보였다. 이진욱은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힘든 촬영이 많았는데 (류)승룡 선배가 잘 챙겨줬다”라고 말했다. 다음 장부터 류승룡과 이진욱이 전하는 <표적> 작업기가 펼쳐진다. 여훈과 태준, 태준과 여훈 둘은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4월30일 극장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표적] 두 남자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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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런던유학생 리차드>를 찍으며 “경쟁력 없는 청춘이 사회에서 어떻게 고립되는지 묘사하고 싶었다”던 이용승 감독은 그 “확장판”인 장편 데뷔작 <10분>으로 돌아왔다. <10분>은 PD가 되길 꿈꾸던 호찬(백종환)이 정규직 자리와 개인적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첫 소개돼 국제영화평론가 협회상과 KNN관객상을 수상, 제20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에서는 황금수레바퀴상과 이날코 스페셜 페이버릿상을 수상했다. 이밖에도 제39회 서울독립영화제와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다수의 영화제에 출품됐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던 경험이 <10분>에 얼마나 반영돼 있나.
=내 경험이라기보다 대부분 보고 들은 얘기다. 오히려 직장 안에서 나는 노정래(성민재)처럼 상황에서 늘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캐릭터였다. 분위기를 조장하는 말들이 있지 않나. 영화 속에선 상사들이 호찬을 불러놓고 하는 얘기나 부모가
[flash on] 주인공은 두 번째 정규직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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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거리에 실제 전투 패트레이버 ‘잉그램’이 출현했다. 80년대 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패트레이버>의 실사화를 기념하며 제작된 8m 크기의 실제 ‘패트레이버’를 두고 원작 팬들은 흥분 상태에 빠졌다. 최근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의 실사 버전 영화들이 연달아 제작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패트레이버>는 특별하다. 애니메이션의 장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작품이자 리얼 로봇을 대표하는 메커닉이기 때문이다. 실사판 <패트레이버>는 과연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왜 하필 지금, 다시 <패트레이버>인가. 오시이 마모루 감독에게 물었다.
-정비반장 시바 시게오만 남기고 등장인물이 전부 교체됐다. 2013년을 배경으로 ‘3세대’의 특차 2과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애니메이션에서 한 일을 그대로 실사화하는 것은 별로 흥미가 없었다. 전후 일본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일본을 만든 고도성장을 이끈 세대와 그다음 세대가 있었고
[flash on] 원작의 생활감과 리얼리티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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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미나의 기적>이 주는 감동의 팔할은 주디 덴치에게서 나온다. 어렸을 때 낳은 아들을 잃어버렸다가 긴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아들을 찾아나선 필로미나라는 이름의 실존 인물을 연기한 주디 덴치는 이 영화에서 자신이 단지 강한 인상의 연기만 잘하는 배우가 아님을 새삼스레 알려준다. 낙천적인 미소, 이상한 유머감각, 알 듯 말 듯한 웃음, 그리고 살짝 내비치는 눈물과 함께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이 ‘007’의 M에서 훨씬 멀리 나간 지점까지 닿아 있음을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준 것이다(물론 <007 스카이폴>에서 보여준 그녀의 M에 대한 탁월한 해석은 예외로 하자).
그러나 주디 덴치의 이름을 들었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어쩔 수 없지만, 강인한 여성의 그것이다. 그리고 ‘강인한’이란 형용사는 다음과 같은 말로도 무리 없이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카리스마 있는, 무뚝뚝한, 엄격한, 완강한, 다부진 같은 것들 말이다. 또는 이 기
[주디 덴치] <필로미나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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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2013 <브리드 인>
2013 <인비저블 우먼>
2011 <히스테리아>
2011 <라이크 크레이지>
2011 <샬레이걸>
2010 <더 템피스트>
2009 <셰리>
2008 <브라이즈헤드 리비지티드>
2008 <다니엘 크레이그의 플래시백>
2007 <노생거 사원>
<라이크 크레이지>에서 제니퍼 로렌스마저 압도했던 펠리시티 존스를 기억한다면 적잖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팬들은 감춰진 중요 배역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고 스스로도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해리 오스본의 비서 펠리시아 역은 블록버스터에 처음 얼굴을 비춘 펠리시티 존스의 매력을 설명하기엔 너무 짧았다. 그럼에도 그녀의 강렬한 존재감은 이후 <스파이더맨&
[who are you] 펠리시티 존스 Felicity J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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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손님>(가제)
2013 <한공주>
못 알아볼 뻔했다. 흰색 남방에 넥타이를 맨 옷차림이 회사원에 가까웠다. <한공주>를 찍은 홍재식 촬영감독이 한껏 멋을 부리고 나온 이유를 말했다. “<한공주>를 만든 이수진 감독의 전작 <적의 사과>(2007) 때 <씨네21>과 인터뷰를 한 적 있다. 후줄근한 티셔츠 하나 걸치고 나갔는데, 사진을 본 아내와 주변 사람들이 ‘옷이 이게 뭐냐’고 했다. 오늘은 아내가 직접 코디를 해줬다. (웃음)”
<한공주>는 홍재식 촬영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2년 전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들었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야기가 슬펐다. 공주(천우희)의 얼굴이 슬프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편 <적의 사과>와 <아들의 것>(2006)을 함께 만든 이수진 감독과 그는 촬영 원칙의 큰 틀을 세웠다. 인공적인 조명을 자제하고 최대한 현실적인 이미지
[STAFF 37.5] 슬픈 공주를 어깨에 태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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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기자 보아’에 대한 칭찬을 여기저기서 들었다. 아마도 연기자 데뷔의 순간이라 불러야 할 KBS 2부작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2013)를 본 사람들은 물론, 현재 출연 중인 최호 감독의 <빅매치>(가제)에 대한 얘기를 이래저래 전해들은 사람들 모두 ‘배우로서의 끼가 엿보인다’고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댄싱영화 버전이라 할 만한 <메이크 유어 무브>를 보면서 그런 말들이 이해됐다. 오빠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클럽의 댄서 도니(데릭 허프)와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아야 역을 맡은 보아는 춤 실력을 뽐내는 것 이상으로 ‘준비된 연기자’의 향기를 풍겼다. 하반기에 관객과 만날 <빅매치>의 ‘포커페이스 미스터리 우먼’ 수경 역할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역할에 대한 힌트를 달라고 했더니 ‘욕 잘하는 여자’란다. 어쨌건 뭔가 기분 좋은 ‘발견’의 순간이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춤 실력이 대단하다.
=할리우드의 다른
[보아] “몸이 힘들수록 감정이 살아난다, 그게 춤이고 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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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숙 만화가에게 명함을 받았다. 거기엔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연재하는 만화 <꼬깽이>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작가님과 꼬깽이가 닮은 것 같아요” 했더니 김금숙 작가가 다들 그렇게 얘기한다며 까르르 웃는다. 시골 골목대장 같은 외모와 밝은 성격을 지닌 그는 프랑스에서 오래 살았다. 조각을 배우러 유학을 떠났다가 만화가가 되어 한국에 돌아왔다. 최근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이하 <지슬>)를 원작으로 한 만화 <지슬: 제주 4.3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하 <지슬>)를 그렸다. 영화처럼 흑과 백으로 표현한 그림은 그가 4년째 배운다는 판소리처럼 쉽사리 설명하기 힘들지만 분명히 아름답다.
-<지슬>은 어떻게 하게 됐나.
=출판사에서 제의가 왔을 때 사실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였다. 포스터는 봤다. 첫눈에 반하는 스타일인데 포스터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군인 한명이 반대편
[trans x cross] 시대의 아픔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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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중대사건이었다.” <스파이더맨> 리부트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자신이 낙점됐을 때 앤드루 가필드가 한 말이다. 그 자신뿐 아니라 다년간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에 흠뻑 빠져 있던 관객이나 토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을 잔뜩 짊어진 제작진 모두에게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전무한 그와의 동행은 분명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이다. 과연 그가 뿔테 안경을 쓴 괴짜, 스판덱스 소재의 올인원 스파이더맨 슈트를 입고 공중제비를 멋지게 돌 제2의 맥과이어로 거듭날 수 있을까에 대한 반신반의였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으로 약 7억5200만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마블의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그간 다소 입지가 약했던 스파이더맨의 건재를 알렸다. 성공의 이유에는 전편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라인이 주는 신선함도 한몫했겠지만 무엇보다 앤드루 가필드라는 뉴 페이스의 투입이 이 모든 새로움에 생기를 불어넣었다고
[앤드루 가필드] 영웅의 복면 틈새로 인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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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요즘 속상해. 자꾸 이순재 선생님, 신구 선생님 같은 원로배우들 상대역만 들어오고. 자기, 이런 기분 알겠어?” 윤성호 감독의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2012)에서 미스코리아 진 출신인 ‘배우 김성령’을 연기한 김성령의 대사다. 지금 김성령에게 저 대사는 웃고 넘길 수 있는 대사가 됐다. 지난겨울, 드라마 <상속자들>(2013)을 포함해 4월30일 같은 날 격돌하는 액션영화 <표적>과 사극 <역린>까지 무려 세편을 동시에 소화했던 그가 아닌가. 그때가 그의 배우 인생 중 가장 바쁜 시기였다. “한주에 세편의 일정이 몰린 적도 있었다니까. 온몸에 보석 액세서리를 걸치다가(<상속자들>), 경주에 내려가 한복 입고(<역린>), 다시 서울에 올라와 가죽잠바를 입는 식(<표적>)이었다. 그 주는 링거 맞고 그랬다. 그래도 <상속자들>은 젊은 친구들과 함께해서 재미있었고, <역린>
[김성령] <역린> <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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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영화
2013 <셔틀콕>
2009 <경>
단편영화
2012 <남자들>
2009 <방랑의 카우보이>
2009 <날아가다>
2009 <마음>
2009 <최악의 친구들>
2008 <씽 얼 롱>
2007 <게잡이가 옆으로 걷는다>
2007 <볼렉스 로렐라이>
2006 <깊이 잠든 샘>
연극
2013 <노란달>
2010 <한 여름 밤의 꿈>
2009 <방>
-첫 장편영화 데뷔작 <경> 이후 공백이 길었다.
=단편영화에 출연하거나 연극 무대에 서는 등 활동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장편영화에 대한 갈증은 크게 없었다. 아직은 많이 쌓아야 할 때라 여겼다.
-<셔틀콕>에서 민재 역의 이주승과의 호흡은.
=이주승을 영화 <U.F.O.>에서 보고 완전 반했다. 실제 만나보니 나보다 어린데도 오빠같이 듬직했
[who are you] 공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