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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에서 은아(김선아)는 연쇄살인마 재욱(온주완)과 싸운다. 그 악마 같은 살인마에게 처참히 짓밟힌 채 눈앞에서 사랑하는 남편과 딸이 살해되는 과정을 목격한 은아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복수를 완성하고 싶어 한다. 눈빛과 표정, 그 모두는 우리가 익히 알아온 김선아의 그것이 아니다. <걸스카우트>(2008)와 <투혼>(2011) 이후 모처럼의 영화 출연이기도 하거니와, TV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 등 한때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여왕이었던 김선아로서는 그야말로 일대 변신이다. 영화 속에서 그저 평범한 아줌마였던 은아가 끔찍한 사건을 겪으며 변해가는 모습 또한 그렇다. 원작이기도 한 인기 웹툰 <더 파이브>의 은아와 싱크로율 100%를 이룬다는 목표에 도전했던 김선아와 만났다. 웹툰의 질감과는 전혀 다른 실제 영화현장의 촉감이 여전히 생생하다는 그녀는, 아직도 영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었다. 지금껏 연기했던
[김선아] 로코 여왕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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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3 <등풍래> <아상화니호호적> <살계>
2011 <진링의 13소녀>
장이모는 신인 배우 발굴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대표적으로 공리와 장쯔이가 있다. <진링의 13소녀>에서 여주인공을 맡게 될 배우는 장 감독이 제시한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해야 했다. “연기 경력이 없어야 할 것. 난징 사투리와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것. 난징 최고의 기방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녀인 만큼 외모와 행동에서 기품이 느껴져야 할 것.” 난징 출신으로 대학에서 아나운서 양성을 위한 언어전파학을 전공하며 방송진행자로서의 꿈을 키워가던 니니는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자질이 있었다. 장 감독 아래서 약 2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친 그녀는 이지적이면서 동시에 도발적인 매력의 기녀 ‘유모’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니니는 이 영화로 대중의 관심과 평단의 호응을 동시에 얻어내며 단번에 스타로 떠올랐다. 그녀 자신도 “
[who are you] 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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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영화 <소녀>(2013)
드라마 <프로포즈 대작전>(2012)
영화 <블라인드>(2011)
영화 <전설의 고향>(2007)
영화 <울어도 좋습니까?>(2006, 미개봉)
최진성 감독의 <소녀>는 겨울영화다. 눈 덮인 시골 마을은 겨울 한복판에 푹 잠겨 있고 소년은 꽁꽁 언 호수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소녀를 마주한다. 단순히 계절의 배경이 겨울이기 때문에 겨울영화라는 건 아니다. 얼어붙은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소년소녀의 마음마저 한겨울 고드름처럼 날카롭고 단단하다. 이 시린 겨울을, 소년소녀의 얼어붙은 마음까지 화면 위에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 손원호 촬영감독의 몫이었다. “아쉬운 점, 어려운 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상황이 좋지 않으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화면을 만들어내는 것이 촬영감독의 몫이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새삼 촬영의 기본이 무엇인지 배운다.
그는 기본에 충실하다. <
[STAFF 37.5] 감정을 조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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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성 감독은 신인 감독이 아니다. 13여년 전 한국의 우익 꼴통들에게 ‘뻑큐’를 날렸고(<뻑큐멘터리-박통진리교>(2001)), 월드컵 4강 진출에 광분하는 4700만 붉은 악마를 혼자서 ‘왕따’시켰다(<그들만의 월드컵 ver. 2.0>(2002)). 그리고 노무현 정권의 이라크 전쟁 파병을 앞서서 풍자하기도 했다(<제국-누구를 위하여 총을 울리나>(2003)). 최근에는 여러 밴드들과 함께 4대강 공사 현장을 찾아가 펼친 작은 공연을 카메라에 담았고(<저수지의 개들>(2011)), 제주 강정 마을에 해군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퍼포먼스에 참여하기도 했다(<Jam Docu 강정>(2011)). 이 밖에도 뮤지컬영화(<히치하이킹>(2004)), 옴니버스 퀴어영화(<동백꽃>의 <김추자>), 시네마디지털서울에서 버터플라이상을 수상한 실험영화(<이상, 한가역반응>(2011), 32명의 SM 아티스
[최진성] 하드보일드한 세상에서 나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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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두나가 연기한 영화 속 캐릭터들은 발이 땅에 닿아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2009)에서 맡은 노조미는 인형이었고, 할리우드 진출작이었던 <클라우드 아틀라스>(2012)의 손미-451은 복제인간이었다. 한국영화 복귀작이었던 <코리아>(2012)의 리분희는 실존 인물이었지만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현실적인 인물에 대한 배두나의 갈증은 커졌다. 차기작으로 <도희야>를 선택한 것도 “그런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는 경찰대 출신의 여경 영남(배두나)이 어떤 사건을 겪고 지방의 한 바닷가 마을의 파출소 소장으로 좌천되면서 시작된다. 어쩔 수 없이 새로운 환경에 부딪히게 된 영남은 그곳에서 여중생 도희(김새론)를 만난다. 의붓아버지(송새벽),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도희는 폭력이 일상인 위험한 삶에 고스란히 노출되
[배두나] On the 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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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과 관련한 외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케빈 파이기. 마블스튜디오의 대표이자 <아이언맨> 시리즈, <토르: 천둥의 신> <퍼스트 어벤져> <어벤져스>의 총괄 프로듀서가 바로 케빈 파이기다. 그가 던지는 깨알 같은 정보에 영화계 관계자와 마블코믹스의 열혈 독자들은 귀를 쫑긋 세운다. <토르> 3편의 제작 여부를 묻는 질문에 케빈 파이기가 “아이디어는 있지만…”이라고 말을 하는 순간 마블코믹스의 열혈팬들이 3편에 등장할 악당을 논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이것이 바로 케빈 파이기의 영향력이다. 지난 10월15일 <토르: 다크 월드> 홍보차 방한한 그를 만났다.
-올해 코믹콘에 참여할 당시 톰 히들스턴에게 함께 로키 코스튬을 하고 등장하자고 했다던데.
=코믹콘은 마블에 무척 중요한 행사다. 보통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미리 영상을 공개하는 수준의 이벤트를 여는데, 이번엔 <어벤져스>가 크게
[flash on] 로키가 인기 있는 악당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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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 때, 기구를 타고 바다를 건너야 하는 열두명의 사람이 되어 기구를 타야 하는 이유를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토론 수업을 했었다. 나에겐 단지 열두번의 성대모사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뿐이다. 선생님은 나에게 연기를 배워보지 않겠냐고 했고, 그 뒤론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었다.” 톰 히들스턴은 어린애 같은 특유의 웃음소리로 낄낄대며 말했다. 보통 때엔 한없이 다정하기만 한 그의 눈에서 이따금 번뜩이는 장난기를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런던 웨스트민스터에서 태어나 드래곤스쿨, 이튼스쿨, 케임브리지를 거치며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로열연극아카데미에서 정식으로 연기를 배운 톰 히들스턴은 의외로 나쁜 남자를 연기하는 데 특별한 재능을 보인다. 마블 시리즈의 로키가 대표적이고, <섬들>(2010)의 냉소적인 아들 에드워드, <더 딥 블루 시>(2012)의 열정적이면서 차가운 공군 장교 프레디 역시도 그러하다.
아카데미를 졸업한 지 2주쯤
[톰 히들스턴] 낙천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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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3 <피끓는 청춘> <사랑해! 진영아> <신의 선물>
드라마
2013 <상속자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드라마 스페셜-내 친구는 아직 살아 있다>
2012 <학교 2013>
전수진의 기억 속에 올해 가을은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신의 선물>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으며, <피끓는 청춘>의 촬영을 마치자마자 드라마 <상속자들>에 합류했고, <사랑해! 진영아>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학교 2013>으로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그때보다 더 설레는” 요즘이다. “매번 고등학생을 연기했기에 대중에게 단편적인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던 터라 “처음으로 성인 연기를 한 <사랑해! 진영아>에 더 애착이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랑해! 진영아>의 제이미에 대한 애
[who are you] 전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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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졸업앨범을 뒤적이다 보면 여러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중 어떤 얼굴은 세월이 지나며 초점이 나간 사진처럼 흐릿해지지만, 어떤 얼굴은 사진보다 기억 속에 이미 훨씬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배우 T.O.P 혹은 최승현은 엄연히 후자에 속하는 얼굴이다. 또래의 남자배우들에 비해 훨씬 진하고 묵직한 인상의 그는, 비유하자면 목탄으로 꾹꾹 문지른 그림 같다. 그 거칠고도 부드러운 느낌의 선과 면으로 꽉 차 있는 그의 이미지들은 적은 움직임만으로도 오랜 잔상을 남긴다. 그가 배역의 대소에 관계없이 절대 배경(背景)을 연기할 수 없는 이유다. 빅뱅과 GD&T.O.P 일원으로서의 그를 비롯해 앞서 지나간 드라마 <아이리스>의 냉혈 킬러 빅이 그랬고, 영화 <포화속으로>의 학도병 중대장 오장범이 그랬다.
<포화속으로> 이후 3년 만에 영화 <동창생>으로 돌아온 그 역시 결코 평범한 동창생이 아니다. 북에 홀로 남겨두고 온 여동생을
[최승현] 거짓말 못한다, 꽂히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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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61번째 인터뷰예요.” 박중훈과의 만남을 위해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자, <톱스타>의 홍보팀이 살짝 귀띔한다. 그런 홍보팀의 뒤편으로 의자를 옮기는 박중훈 ‘감독’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런 일도 직접 하세요?” 박중훈을 오랫동안 카메라에 담아온 <씨네21> 손홍주 사진팀장이 농을 건네자, “왜요, 이상한가요? (웃음) 인터뷰만 60번을 했는데, 진행 맡은 마케터 분들도 얼마나 힘드시겠어요”라고 대답하는 박중훈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살인적인 인터뷰 스케줄을 감당하는 수많은 배우들을 목격해왔지만, 박중훈처럼 인터뷰 장소에서의 모습이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배우도 드물다. 일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직업인 톱스타들의 비상과 추락을 다룬 영화가 그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박중훈 감독의 <톱스타>는 ‘한국 연예계 탐구생활’ 같은 영화다. 연예계의 시기와 질투, 협박, 각종 루머와 추문 등 수많은 ‘소문’으로 접해왔던 무대
[박중훈] 모르는 건 그냥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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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부터의 자유가 새로운 연출의 가능성을 열었다. 네덜란드의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올해 EBS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의 심사위원장인 레오나르드 레텔 헴리히에게 꼭 맞는 말이다. 그가 직접 고안한 ‘싱글 숏 시네마’ 기법이 2005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의 <달의 형상>, 2011년 심사위원특별상의 <내 별자리를 찾아서>에 이어 최근 <북해의 청어잡이>에서도 경이로운 영상미와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성취해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단, 여기엔 전제가 붙는다. 기술은 “대상에 자유롭게 다가가 교감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 기술과 서사의 상보적 조응에 누구보다 기민하게 반응하는 그를 만났다. 도전적인 행보만큼 그에게서 다큐멘터리에 대한 확신의 말들을 들을 수 있었다.
-올해 EIDF의 슬로건이 ‘진실의 힘’이다.
=굉장히 강력한 슬로건이다. 경쟁작들 하나하나가 상당히 힘이 있고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심사하는 입장에서는 결정이 쉽
[flash on] 예측할 수 없는 ‘리얼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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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씨네21>은 ‘충무로 신세대 팔팔통신’ 특집에서 김주환 감독을 만났다. 감독이 아닌 쇼박스 홍보팀 직원으로였다. 1년 뒤 다시 근황을 물었을 때 그는 “직접 영화를 연출할 꿈도 꾸고 있다”고 했다. 그가 바람대로 감독이 됐다. 촬영, 미술, 무술 등 현장 스탭이 연출을 하는 경우는 더러 봐왔지만, 배급사 직원이 연출을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회사를 휴직하고 만든 <코알라>는 대기업 직원 동빈(박영서)과 배우 지망생 종익(송유하)이 함께 수제햄버거 가게를 창업하고 겪는 우여곡절을 뼈대로 삼았다. 트렌디하고 발랄해 보이는 포장 안에 젊은이들의 고민을 한껏 녹여낸 작품.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상영 뒤 10월24일 개봉했다.
-영화 속 ‘버거보이’가 개발한 차돌박이 수제햄버거는 상품화해도 될 것 같던데.
=식욕은 공통적인 관심사니 쉽게 통할 수 있겠지 싶었다. 나는 햄버거 개발 과정이 영화 만드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햄버거 패티를
[flash on] 영화가 햄버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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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욱은 항상 어딘가에 있었다. 부연하자면, 스무편쯤 되는 드라마와 일곱편의 영화에 주상욱이 있었다. 그는 잘생긴 얼굴을 가진 데다 훤칠하게 키가 크고, 대사를 뱉을 때의 발성과 호흡도 안정적인 ‘괜찮은 연기자’였다. 그런데 그렇게 괜찮은 그가 왜 이제야 눈에 띄기 시작했을까. 주상욱이라는 배우를 이야기하기에 어떤 키워드가 가장 알맞을지 잘 모르겠다. 아니, 어느 때가 적기일지 모르겠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어느 작품에선가 늘 누군가가 되어있었고, 데뷔 때와 똑같은 얼굴로 무슨 일이든 하고 있었음에도 주상욱은 14년 동안 별다른 구설도, 유명세도 없이 조용하고 꾸준하게 ‘배우 생활’을 지속해왔다. “연기 연습? 없다. 안 쉬고 계속 일하다보니 연기 연습이라기보다 할 일, 맡은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것도 연습이라면 연습일 수 있겠다. 그래서 작품이 끝나면 캐릭터를 바로 비우는 게 나에겐 더 중요했다.” 배우 생활. 그에게 연기란 곧 일이고 생활이었다.
드라마 <신
[주상욱] 슈트 벗고 야상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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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닥터>가 4회쯤 나가고 나서 한때 연대했던 친구들로부터 욕이 담긴 문자를 받았다. ‘킬링 드라마 해야 되는 애가 왜 힐링 드라마를 하고 있냐’고. (웃음)” OCN의 첫 장르 시리즈물이었던 <신의 퀴즈>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뒤, 첫 공중파 작품 <굿닥터>로 명실상부 장르 드라마 인기작가로 거듭난 박재범 작가의 말이다. 의학 범죄 수사물, 의학 휴먼 드라마, 연이어 ‘의드’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는 그는 “실은 <이블 데드>를 ‘삐자’ 비디오로 보고 자란 호러 마니아”다. <굿닥터>의 종영 2주 뒤, 모처럼의 휴식을 만끽하고 있는 그를 만나 어떻게 그의 무서운 상상력에서 이토록 착한 드라마가 나왔는지 물었다.
-원제는 <그린 메스>였다고.
=특정 캐릭터의 소품보다 모든 의사들을 아우를 수 있는 말을 찾았다. 결국 <굿닥터>가 됐는데 누가 지었는지 모르겠다. (웃음) 회의하다가 <하얀 닥터> &
[trans x cross] 장르적 캐릭터가 돌파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