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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회째를 맞은 마리끌레르영화제는 공식 명칭만 세번 바뀌는 곡절을 겪었다. 소규모 영화제라 출발이 순조롭지 않은가 싶어 일단 지켜보는데 준비된 작품들이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개/폐막작으로 선정된 <아메리칸 허슬> <노예 12년>을 비롯해 지난해부터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는 34편의 국내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총집합했다. 기우뚱거리는 소형선에 뷔페식 만찬을 차려낸 사람은 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직을 사임하고 곧장 마리끌레르영화제로 돌아온 오동진 집행위원장이다. 그는 영화제 비수기라는 2월을 틈타 강남 한복판인 청담동에 “화톳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노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어딘가 이질적인 것들의 모음 같다는 인상이다. 그것부터 물어봤다.
-2012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JIMFF)와 패션지 <마리끌레르>가 함께한 ‘마리끌레르필름페스티벌+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시작이었다.
=당시 제천시는 큰 예산을 들이는데 영화제가 일
[flash on] 예술적이되 ‘더’ 대중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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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애덤스는 세살짜리 딸을 둔 올해 마흔한살의 엄마로서 평소 일상을 물어보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담담하게 말한 적이 있다. “알다시피 제가 VIP는 아니잖아요?” 실제로 그녀는 1999년 <드롭 데드 고저스>(감독 마이클 패트릭 잔)에서 작은 역할을 맡으며 영화에 데뷔한 뒤(참고로 이 작품의 주연은 커스틴 던스트였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지만 할리우드 파파라치가 따라붙는 화려한 스타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는 물론 화려함을 즐기지 않는 그녀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녀가 맡아온 캐릭터들의 일관된 특징 때문에 굳어진 그녀의 이미지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에이미 애덤스가 처음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작품인 필 모리슨 감독의 <준벅>(2005)에서 그녀는 사랑을 갈구하는 해맑은 임신부를 맡았다. 애슐리란 이름의 이 여성은 물론 매력적이었고 에이미 애덤스의 연기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지만(이 영화로 그녀는 선댄스영
[에이미 애덤스] 과시하지 않고 응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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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5 <일곱번째 아들>
2014 <드래곤 길들이기2>
2014 <폼페이: 최후의 날>
2012 <사일런트 힐: 레버레이션>
드라마
2011∼14 <왕좌의 게임> 시즌1∼4
키트 해링턴은 <왕좌의 게임>을 통해 우리에게 존재감을 알렸다. 제작진이 무명배우나 다름없었던 그에게 ‘존 스노’라는 큰 배역을 허락한 이유는 그가 오디션을 보기 위해 준비해온 세심한 캐릭터 연구에 있었다. “원작을 몇번이나 반복해서 봤는지 모르겠다. 다른 배역에는 관심도 없었다. 철저하게 ‘존 스노’의 관점에서 캐릭터 연구를 했다.” ‘서자’ 출신의 존 스노와 달리 그는 윌리엄 1세의 후손으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극작가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연극을 접했고, 런던의 로열 센트럴 스쿨 오브 스피치 앤드 드라마(Royal Central School of Speech & Drama)에 입학해 연기를
[who are you] 키트 해링턴 Kit Haring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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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영화
<폼페이: 최후의 날>(2014), <노예 12년>(2013), <아메리칸 허슬>(2013), <인사이드 르윈>(2013), <폴리스 스토리 2014>(2013), <엔더스 게임>(2013), <시절인연>(2013), <돈존>(2013), <리딕>(2013), <다이애나>(2013), <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2013),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2013), <웜바디스>(2013)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1~3>(2011∼13), <레볼루션>(2012), <뉴스룸>(2012), <더 퍼시픽>(2010),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 <NCIS 시즌9>(2011), <NCIS 시즌1~8>(2003~10), <24 시
[STAFF 37.5] 오역은 휴먼에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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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의 법칙>은 40대 세 여자의 이야기이며 엄정화, 문소리, 조민수가 주인공이다. 신혜(엄정화)는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은 방송국 부장이고 미연(문소리)은 좀 부유해 보이는 전업주부이고 해영(조민수)은 다 큰 딸 하나를 두고 사는 예쁘고 아담한 빵집의 주인이다. 그간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40대 여주인공들의 출현이라는 면모가 특이한 데다 상당수 관점과 이야기도 그들의 다양한 일상사에서 나오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다만 그걸 연출하는 감독이 남자다. 그런데 자타가 다 그럴 만하다고 공인하는 분위기다. 그러자 문득 40대 여자들의 이야기를 연출하는, 혹은 그걸 연출하는 데 적임자로 알려진 이 50대 남자의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해졌다.
-얼마 전 <관능의 법칙>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를 인터뷰했다. 감독님이 들으면 약간 거북해할 만한 질문도 하나 있었다.
=뭔지 안다. 내가 이 영화의 감독으로 “너무 정답 아니냐?”라고 하지 않았던가.
-맞다.
[권칠인] 재미를 계속 찾다보면 세계관도 확장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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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러 오셨어요?” “아뇨. 술 마시러 왔어요.” 2월8일, 연극 <동백 아저씨>가 공연되는 대학로 선돌극장 입구에서 배우 윤제문과 나눈 짧은 대화다. 박근형의 제자인 이은준 연출가는 그가 “애연가이며, 휴머니스트이며, 평범한데 특이하다”라고 했다. 동료 연극인들이 입을 모아 좋아한다 말하고, 존경한다 얘기하는 박근형. 그는 극단 골목길의 대표이자, <쥐> <청춘예찬> <선데이 서울> <경숙이 경숙 아버지> 등의 극을 쓰고 무대에 올린 연극연출가다. 그가 2월1일부터 23일까지 선돌극장에서 연극 <동백 아저씨>를 선보인다. 이은준 연출가의 번안극 <소설처럼>과 함께 이어 공연되는, 60분 남짓의 짧은 창작극이다. 2월14일부터 15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선 앙상블 시나위의 <두 여자의 노래>도 연출한다. 바쁘게 대학로와 충무아트홀을 오가며 작품 준비 중인 박근형 연출가를 만났다.
-토요일(2월8
[trans x cross] 사람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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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그대로, <아메리칸 허슬>은 크리스천 베일의 불룩하게 솟아오른 배에서 시작한다. 이는 베일이 이 영화에서 얼마나 망가졌는지 보라는 감독의 노골적인 메시지다. <배트맨> 시리즈에서 건장한 슈퍼히어로의 몸을 보여준 그가 갑자기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육중한 몸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베일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저게 진짜 배가 맞나, 관객이 아직도 의심하고 있을 때 베일은 태연하게 자신의 대머리에 부분 가발을 얹고, 남은 머리카락을 풀로 정성스럽게 고정한다. 그는 지금 매우 심각하지만 관객은 웃을 수밖에 없다. 그 상황 자체도 웃기지만 크리스천 베일이 이런 모습으로 이런 연기를 하는 것이 몰입을 방해할 정도의 파격인 것이다(이는 크리스천 베일이 데이비드 O. 러셀과 처음으로 함께 작업했던 <파이터>에서 66kg의 몸으로 휘청거리며 등장했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오프닝으로 꼽을 만한 이 장면에서 크리스천 베
[크리스천 베일] 어려운 길을 가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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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걸려 계속해서 코를 훌쩍이는 여배우. 컨디션 난조를 보인 인터뷰 당일, 여배우는 의상 선택에도 신중함을 보였고 메이크업에도 배로 신경을 쏟았다.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의상’을 주문했으나 그녀는 좀더 몸에 편한 옷을 택했다. 그리고 파운데이션은 잘 먹었는지 립스틱의 짙기는 적당한지 거울 속을 꼼꼼히 살폈다. 여배우에게 화장발, 카메라발은 중요하니까. 화장이 잘 먹지 않은 날 대개의 여자들은 외출이 두려운 법이니까. 입에 발린 얘기를 싫어하고 솔직한 화법을 즐기는 문소리는 털털함으로 이 바닥을 평정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카메라 앞에선 완벽하고픈, 아니 완벽을 기하는 여배우다. 프로페셔널의 아주 좋은 예랄까.
<관능의 법칙>의 미연은 자신이 프로페셔널한 주부라고 생각하는 여자다. 자식 다 키워 유학 보내놓고 남편(이성민)과 다시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40대 주부 미연은 제 삶이 완벽하다고 믿는다. 남편이 비아그라를 복용하며 ‘의무방어전’을 치른다는 것을 알기
[문소리] 프로페셔널의 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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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4 <리슨 업 필립>
2012 <누 요르크>
2012 <스타렛>
2011 <섬데이 디스 페인 윌 비 유스풀 투 유>
2009 <더 트루 어바웃 엔젤스>
2008 <마이 수어사이드>
패션모델과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드리 헤밍웨이는 예술가 기질을 타고났다. 헤밍웨이라는 성(姓)에서 짐작되듯이 그녀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증손녀다. 그녀의 어머니 마리엘 헤밍웨이와 이모인 마고 헤밍웨이도 영화배우다.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어머니의 일터였던 영화 촬영장에서 보낸 그녀가 카메라 앞에 서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가문의 명성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나에겐 헤밍웨이라는 이름으로 사는 것보다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심지어 “외증조부보다 그의 친구였던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녀에게 연
[who are you] 드리 헤밍웨이 Dree Heming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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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4 <찌라시: 위험한 소문>
2012 <미확인 동영상: 절대클릭금지>
2011 <섬집아기>
드라마
2013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
2012 <수목장>
고원희라는 이름은 아직 생소하지만 그녀의 존재는 이미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LG U+의 ‘싸이 말춤녀’, 펜잘큐의 ‘JYJ 여친’이 바로 그녀다. 광고계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한 고원희는 이제 아시아나항공 최연소 모델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고속 행보의 그녀는 <찌라시: 위험한 소문>의 미진과 닮았다. CF로 데뷔해 드라마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점점 연기의 폭을 넓혀가며 영화계로 진출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녀 스스로도 “지어내는 연기보다는 진심이 묻어나는 연기를 추구하는 마음도 미진이와 같다”라고 말한다.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에서 중전 역할을 맡았던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힘 빼고 연기하는 법”을 배웠다. “눈
[who are you] 고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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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음악
<남자가 사랑할 때>(2013), <오하이오 삿포로>(2012), <33리>(2012), <키다리 아가씨>(2012), <길 위에서>(2012), <댄싱퀸>(2012), <사랑의 확신>(2011), <가장 아름다운>(2010), <그림자살인>(2009), <유앤유>(2009), <미인도>(2008), <궁녀>(2007), <식객>(2007), <천군>(2005), <낭만자객>(2003), <튜브>(2003), <울랄라 씨스터즈>(2002), <은행나무 침대2: 단적비연수>(2000), <굿바이 서울 신파>(1993)
연출/각본
<가장 아름다운>(2010)
“누군가를 마비시키고 마취시킬 수도 있는 약간은 독약 같은 것.” 영화음악의 역할
[STAFF 37.5] 영화에서 음악은 독약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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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대표는 부들부들 떨면서 인터뷰 장소에 들어왔다.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한파 탓도 있지만 옷을 너무 얇게 입고 나온 것이다. 한껏 차려입고 나왔다고 했더니 그는 2년 전 <씨네21>과 인터뷰 때 있었던 일화부터 들려준다(<씨네21> 843호 특집 ‘충무로 신 제작자 5인을 만나다’). “그때는 사진 찍는다는 얘기를 못 듣고 제주도에서 시나리오 작업하다가 편하게 나갔다가 결국 사진기자가 빌려준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그게 트라우마가 돼서 오늘 좀 신경썼다. (웃음)” 유비유필름 창립작 <완득이>(2011)로 531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잭팟을 터트린 뒤, 그는 지난 2년여 동안 <우아한 거짓말>(감독 이한/출연 김희애, 고아성, 김향기, 김유정, 유아인)의 제작에 매달려왔다.
-<우아한 거짓말> 후반작업은 거의 마무리됐겠다.
=2차 편집본을 수정하고 있는데 영상편집은 끝났고 최종 믹
[김동우] 쉬지 않고 뿌려야 마음껏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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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충무로 중고 상점에서 구입한 라이카 M6 카메라. 지난 10여년간 분쟁지역으로 머나먼 여정을 떠난 박노해 시인의 가장 좋은 벗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터로 떠난 박노해 시인은 그동안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아시아 등 가난이 존재하는 다양한 지역에서 평화활동을 이어왔다. 그런 그가 아시아 지역 민초들의 삶을 조명한 사진전 <다른 길>을 3월3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한다. 그의 사진에 대한 물음은 종종 삶의 본질에 대한 답변으로 돌아왔는데, 그건 박노해 시인이 카메라를 들게 된 이유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였다.
-3년 전의 사진전 <라 광야>와 <나 거기에 그들처럼>에선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의 분쟁지역을 두루 조명하셨습니다. 이번 사진전에선 아시아에 주목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세계의 분쟁지역을 돌다보면, 아시아엔 ‘안아주는 힘’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른 지역의 어머니들도 인자하고 좋지만, 중동 지역
[trans x cross] 당신을 안아주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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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김강우가 연기하는 매니저 우곤은 ‘찌라시’때문에 이뤄놓은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잃을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우곤은 소문의 최초 유포자를 찾아 이른바 ‘증권가 정보지’라 불리는 그 찌라시의 세계로 뛰어든다. 각종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비밀 회의는 물론 사설 정보지가 완성되어 유포, 확산되는 일련의 과정은 그야말로 박진감 넘치며 초현실적이다. 영화의 원제가 <찌라시: 예언자들>이었던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말하자면 영화는 우곤이 수많은 우리 시대의 예언자들을 만나고 겪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김강우는 일단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그리고 ‘도대체 왜 필요 이상으로 찌라시에 집착하는 걸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과도 싸웠다. ‘힘든 만큼 많이 얻었다’는 평범한 진리,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가 이 자리까지 KTX 타고 왔겠어? 인생 밑바닥부터 두 다리로 따악 버티고 오면서 터득한 거지.” <찌라시: 위험한 소문>(이하 <찌라
[김강우] 믿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