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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먼저, 아우 먼저 챙기는 모습이 우애 좋은 형제 같다. 배성우는 말수 적은 안세하가 한마디라도 더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안세하는 선배 배성우가 하는 말을 경청한다. 충무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배성우와 달리 여러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서사를 이끌어간 영화가 이번이 처음인 안세하는 촬영현장에서 배성우가 많이 챙겨줬다고 고백했다. “남자배우 중에서 막내고, 숫기가 없어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만큼 조심스러웠는데 선배(배성우)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웃게 된다. 덕분에 긴장하지 않은 채 곧바로 슛에 들어갈 수 있어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게 안세하의 회상이다.
<꾼>에서 배성우, 안세하가 각각 연기한 고석동과 김 과장은 한배를 탄 사기꾼들이다. 춘자(나나)와 함께 박희수 검사(유지태)의 비선 수사팀에 소속된 둘은 박 검사의 지시를 받으며 사기꾼 장두칠을 추적한다. 고석동은 말로 상대의 혼을 쏙 빼놓는 데 일가견이 있고, 박 검사의 손발이 되어
<꾼> 배성우·안세하 - 호흡이 끝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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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에게도 진심이라는 게 있을까. 적도 아군도 없이 서로를 속고 속이는 영화 <꾼>에서 겉 다르고 속 다른 동상이몽 로맨스를 담당한 커플이 있다.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사기꾼 지성(현빈)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을 잡기 위해 사기꾼들의 협력을 빌린다. 각자의 개성과 역할로 판을 짜는 사기꾼 중에서도 단연 이목을 사로잡는 건 빼어난 미모로 상대를 홀리는 춘자(나나)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유혹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그녀에게 떨어진 미션은 잠적한 장두칠의 오른팔 곽승건(박성웅)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배우의 타고난 매력이 동반되어야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 역할인데 그런 의미에서 춘자 역을 맡은 배우 나나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캐스팅이다. “춘자는 미모에 굉장한 자신감을 가지고 그걸 무기로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미모로 현혹시키고 빠른 손놀림으로 임무를 완수한다.”
드라마 <굿 와이프>에서 로펌의 조사원 김단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바
<꾼> 박성웅·나나 - 동상이몽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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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날 현빈은 고인이 된 김주혁의 빈소를 늦게까지 지켰다. 전작 <공조>(2016)와 현재 촬영 중인 <창궐>에 함께 출연한 사이라 슬픔은 컸다. 벌겋게 충혈된 눈이 슬픔의 크기를 짐작게 했다. 유지태는 그런 현빈의 옆에서 조곤조곤 말을 걸며 기운을 북돋았다. “<꾼>은 케미스트리가 좋은 영화다. 캐릭터들이 부딪혔을 때의 재미, 배우들의 호흡을 기대해도 좋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격려와 칭찬이 넘친 현장이었다.” 유지태의 이 말은, 이날의 길지 않은 인터뷰 자리에서도 증명됐다.
<꾼>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들의 이야기다. 사기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지성과 장두칠 사건 담당 검사였던 박희수는 장두칠을 잡기 위해 손을 잡는다. 지능형 사기꾼으로 변신한 현빈은 지성이 “유연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꾼>은 소소한 반전부터 큰 반전까지, 반전이 흥미로운 영화다. 지성 캐릭터 역시 상황에 따라 유연하
<꾼> 현빈·유지태 - 반전의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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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때문에 설명하기가 어렵다. (웃음)” <꾼>에서 사람 마음을 속이는 데 능수능란한 배우들이 스포일러 지뢰 앞에서 쩔쩔맨다. 이 영화는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사기꾼 지성(현빈)이 박희수 검사(유지태)와 그의 비선 수사팀과 함께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을 쫓는 이야기다. 강력한 반전을 노리기보다는 서사가 전환되는 지점마다 크고 작은 반전들이 도사리고 있는 까닭에 기자들은 하나라도 더 캐물으려 했고, 배우들은 반전의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은 빙빙 돌려 말했다. 다음장부터 현빈·유지태·배성우·박성웅·나나·안세하와 치열하게 주고받은 ‘밀당’을 전한다.
<꾼> 현빈·유지태·배성우·박성웅·나나·안세하 - 영화꾼들이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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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꿈꾸는 가난한 천재가 주도하는 시험 사기극. <배드 지니어스>의 주인공 린은 탁월한 재능과 영민함을 지녔지만 정작 호쾌한 케이퍼 무비와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애처로울 정도로 성실하게 범죄에 임하는 이 과묵한 10대 소녀를 보고 있자면 어느새 윤리적 고민을 뒤로하고 그를 응원하게 된다. 15살에 데뷔한 베테랑 모델인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은 이번 작품으로 성공적인 스크린 신고식까지 치렀다. 타이에서는 ‘디자인하다’라는 뜻을 지닌 독특한 애칭 ‘옥밥’으로 더 자주 불린다. 단단한 눈빛 너머로 대담한 포부를 내비치는 신예배우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이 한국을 찾았다.
-<배드 지니어스>가 타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솔직히 조금 놀랍다. 이번에 한국에 온 것도 애초엔 브랜드 행사 참석차 계획된 것이었는데 마침 영화 개봉일과 겹쳐서 내심 기분이 좋다.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한다. 우리 영화를 보고
<배드 지니어스>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 - 대담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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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나인필름은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을 운영하면서 외화 수입·배급 및 한국영화 투자·배급까지 아우르고 있다. 엣나인필름의 주희 기획마케팅총괄이사는 “극장의 본질과 기능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2007년부터 정상진 대표와 손발을 맞춰왔다. 그의 역할은 “영화 수입·배급·마케팅, 극장 업무까지 두루 총괄”하는 전천후이다. 엣나인필름은 <날아라 펭귄>(2009)을 시작으로 <남영동1985>(2012), <공정사회>(2012), <위로공단>(2012) 등 한국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투자·배급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엔 <자백>(2016)과 <우리들>(2016)이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고 그 여세를 몰아 올해는 <눈길> <꿈의 제인> <직지코드> <공범자들> <더 테이블> <더 플랜> <다시 태어나도 우리> <메소드>까지 무려 8편의 영화
주희 엣나인필름 기획마케팅총괄이사 - 도발하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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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이 된 것 같더라.” 방은진 감독은 <메소드>의 제작과정을 이렇게 돌아본다. “내일이면 엎어질 것 같던 영화가 어디서 팔이 하나 나타나 붙고, 다리가 하나 나타나 붙어 이렇게 완성됐다.” <메소드>는 영화감독에게 제작기회를 주는 채널CGV의 오리지널 무비 프로젝트 ‘이매진 무비’ (YMAGINE MOVIE)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첫 번째 작품이다. 연극 <언체인>에 참여한 메소드 연기로 정평난 배우 재하(박성웅)와 아이돌 스타 영우(오승훈)의 교감을 그린 작품. 베테랑 연기자와 연기를 막 알아가는 신인배우가 전개하는 배역의 몰입이, 곧 실제와 연기를 구별할 수 없는 혼돈과 파격의 사랑으로 변모해나간다. 제동을 걸 수 없는 치명적인 사랑을 통해 방은진 감독은 연기에 대한 원론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 일으키는 미묘한 지점을 탐구한다. <집으로 가는 길> 이후 내놓은 4년 만의 연출작이자 네 번째 장편영화다.
-<집으로 가는 길
<메소드> 방은진 감독, "가진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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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벗은 채 사람들 앞에 나선 기분이다. (웃음)” 조영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채비>는 엄마 애순(고두심)과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 인규(김성균)가 이별할 채비를 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줄거리만 봐도 울컥하는 설정인데도 극적 장치에 기대지 않고 눈물을 강요하지 않으며, 고두심과 김성균 두 배우의 절제된 연기만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조영준 감독은 자극적인 메인 사건 없이 애순과 인규 모자와 주변 인물들의 일상만으로 이야기를 돌파하는 배짱을 갖췄다. 그는 <인투 포커스>(2011), <마녀 김광자>(2012), <피아노>(2013), <사냥>(2015) 등 여러 단편영화를 연출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았다. “언젠가 <세븐>(감독 데이비드 핀처, 1995) 같은 영화를 찍고 싶다”는 그가 눈물을 쏙 빼놓는 드라마 <채비>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80대 노모와 지적장애를 가진 50대
<채비> 조영준 감독 -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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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로 노부부의 사랑을 이야기했던 진모영 감독은 <올드마린보이>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의 주인공은 ‘북에서 온 머구리’ 박명호씨와 그의 가족이다. 목선에 가족을 태우고 서해를 가로질러 탈북한 그는 강원도 고성에서 심해 잠수부로 생활하며 터를 잡았다. 극한 직업인 머구리로서의 삶도, 탈북자로서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진모영 감독은 그에게서 가장의 책임을 보았다. 특수한 직업과 배경을 가진 인물임에도 그의 실존적 고민에 밀착하려는 감독의 태도는 이 영화를 보다 보편적인 감동의 서사로 이끈다.
-2014년 3월부터 3년 가까이 촬영했다. 예상보다 촬영이 길어졌는데.
=초기엔 국제공동제작을 통해 기금을 마련하려 했다. 그래서 영화의 주제도 이방인으로 잡았는데 그게 잘못된 방향이란 걸 알았다. 촬영하면서 영화의 테마가 총 3단계를 거쳤다. 처음엔 인생에 대한 이야기, 두 번째는 이방인의 이야기,
<올드마린보이> 진모영 감독 - 잠수부, 탈북자 무엇보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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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레드메인. <리빙보이 인 뉴욕>의 주연배우, 칼럼 터너를 본 순간 바로 떠오른 이름이다. 혹시 에디 레드메인에게 남동생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두 영국 배우는 몹시 닮았다. 흥미롭게도 칼럼 터너는 웨스트 런던의 첼시 지역에서 에디 레드메인과 7분 떨어진 거리에 살았으며 <신비한 동물사전2>에서 에디 레드메인이 연기하는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의 형, 테세우스 스캐맨더를 연기할 예정이다. 하지만 칼럼 터너와 에디 레드메인의 더 큰 공통점은 분위기에 있다. 소년과 남자 사이, 상처받기 쉬울 것만 같은 연약함과 정착하지 못한 이의 불안정하고 파괴적인 에너지를 함께 지닌 이들은 위험한 관계를 다룬 영화에서 더욱 빛난다. 칼럼 터너에겐 <리빙보이 인 뉴욕>의 토마스가 딱 그런 캐릭터다. 뉴요커 토마스는 우연히 아버지가 매혹적인 젊은 여성 조한나(케이트 베킨세일)와 불륜 관계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휩싸인다.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조한나에게 접근하는 토마스
<리빙보이 인 뉴욕> 칼럼 터너 - 소년과 남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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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죽음 뒤 살아돌아온 자, 희생부활자(Resurrected Victims, RV). ‘인체는 80%의 물로 구성되어 있어, RV들이 등장할 때는 비를 수반한다’는 설정이 있었다. 즉,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로 억울하게 죽은 엄마 명숙(김해숙)이 나타날 때면 비가 내려야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께 비 신은 좀 줄이자. 부담스럽다고 했다. 근데 그건 도저히 못 버리시겠다”고 하더라.
김성환 촬영감독의 숙제는 과연 그 많은 비를 어떻게 영화에 담아내느냐로 귀결됐다. “양수리 주차장에서 촬영 전 비 테스트를 했다. 다양한 변수에서 비가 어떻게 화면에 구현되는지 실험했다.” 김성환 촬영감독이 레퍼런스로 삼은 것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세븐>(1995)이었다. “비가 내리는데 차 안에 빛이 들어온다. 그 장면 구현을 많이 연구했다.” 죽은 자가 살아돌아온다는 판타지적 요소를 촬영으로 구현하는 것도 숙제였다. 특히 엄마가 살아돌아온 첫 장면에 현실성을 주는 것도
<희생부활자> 김성환 촬영감독 - 비와 빛의 활용이 주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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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감독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라고 외칠 순 없는 거잖나. 어떻게 하면 영화를 기꺼이 봐줄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도 피해를 안 입히면서, 이 영화가 사실은 이런 작품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웃음)” 크고 작은 반전이 러닝타임 내내 포진해 있는 <침묵>은 스포일러를 하지 않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정지우 감독은 러닝타임 한 시간가량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안타까워 하면서도 이 영화를 통해 새롭게 맞이하는 이러한 경험을 흥미로워했다. 영화 <침묵>은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법정 장르의 공식을 취하고 있지만, 살해된 약혼녀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딸 사이에서 부서진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한 남자의 멜로드라마이기도 하다. 장르적 새로움과 여전한 감수성으로 무장한 정지우 감독의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유럽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탈북자를 소재로 한 <로기완>
<침묵> 정지우 감독, "침묵은 참회와 반성의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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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서울무용영화제가 11월 3일부터 5일까지 명보아트홀 명보아트시네마, 예술통 코쿤홀에서 열린다. 7개 부문 31편의 무용영화를 선보일 이번 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는 ‘춤, 영화로 담다’. 이는 영상을 통해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으로서의 무용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하는 영화제의 취지를 반영하고 있다. 정의숙 서울무용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국내에 무용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아지드현대무용단을 이끄는 대표이자 베테랑 안무가로, 성균관대 예술학부 무용학 전공 교수로 오랫동안 후학을 양성해온 그는 이제 무용과 영화의 만남을 통해 몸의 언어에 대한 관심을 대중적으로 확장하는 예술적 도전에 나섰다.
-서울무용영화제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몇년 전부터 변혁 감독(<주홍글씨>)과 함께 현대무용과 영상이 어우러지는 융·복합 공연(<윤이상을 만나다> <최후의 만찬> <자유부인>)을 만들어왔다. 그런 작
서울무용영화제 정의숙 집행위원장 - 대중성 갖춘 무용영화로 관객과 만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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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감독의 전작들, <쿼바디스>(2014), <MB의 추억>(2012), <트루맛쇼>(2011)를 기억한다면 <미스 프레지던트>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 다큐멘터리라 짐작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스 프레지던트>는 통렬한 풍자화가 아니다. 영화는, 박근혜의 탄핵을 경험하면서 상실감과 혼란을 겪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저 정중히 듣는다. 김재환 감독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 곧 대화의 시작”이라 했다. 세대간의 대화는 어떻게 가능한지 김재환 감독에게 물었다.
-이 영화를 ‘친박’ 영화로 짐작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박정희와 박근혜의 사진을 이용한 포스터도 거기에 한몫하는 것 같다.
=영화 포스터와 관련해 받은 질문 중 말문이 막혔던 황당한 질문이 하나 있다. 포스터에 사용된 사진은 1979년 1월 1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흑백 사진이고, 그 사진에 컬러를 입혔다. 흑백 사진을 컬러로 변환하는 과정에
<미스 프레지던트> 김재환 감독 - '박사모'는 내게 풍자의 대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