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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이 연출하는 제작비 50억원대의 상업영화에 신인 편집감독이 합류하는 일은 요즘 현장에서 보기 드물다. 장창원 감독이 끝까지 나를 믿어줬다.” <꾼>은 고아모 편집감독의 입봉작이다(<여배우들> <그대를 사랑합니다> 때는 공동편집으로 크레딧이 올라갔다). 장창원 감독과는 <반가운 살인자>의 조감독과 현장편집으로 처음 만났고, 이후 돈독한 친구 사이가 됐다. 장창원 감독이 <꾼>의 시나리오 초고를 제일 먼저 보여준 사람도 고아모 편집감독이었는데, 고아모 편집감독은 “이 정도 완성도의 초고라면 당장 영화사에 돌려도 되겠다”고 슬쩍 등 떠밀어준 장본인이다. 그렇게 <꾼>의 시작을 함께한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꾼> 촬영을 앞두고는 창업자금 대출을 받아 편집실도 차렸다. “그때 나름 시장조사라는 걸 해봤다. 2015년 개봉영화 중 스크린 100개 이상 걸린 한국영화의 편집감독 목록을 정리했는데,
<꾼> 고아모 편집감독 - 끝까지 몰입하게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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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방송에 나가서 얼굴을 판다고?” JTBC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에 참여한 감독들이 자주 들은 얘기라고 한다. 그동안 영화의 개봉 직후에나 TV에서 볼 수 있었던 감독들의 모습을 예능에서 본다는 건 분명 신선하고도 낯선 경험이다. <전체관람가>는 10명의 감독이 12분 내외의 단편영화를 만들고 완성된 영화를 상영하기까지의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명세·봉만대·박광현·임필성·정윤철·이경미·양익준·이원석·창 감독과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독립영화 감독이 각 영화의 연출을 맡는다. 최근까지 5회분을 방영한 이 프로그램에서 단연 화제가 됐던 작품은 이원석 감독(<남자사용설명서> <상의원>)의 <랄라랜드>였다. ‘노래방 뮤지컬’이라는 신종 장르와 김보성, 이동준 등 왕년의 액션배우를 캐스팅한 파격적인 연출은 최근의 한국 상업영화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전체관람가> 출연한 임필성·이원석 감독, "매체를 오가며 활동하면 자극도 되고 시너지 효과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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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감투보다 한량에 가까운 체질이다. 해만 지면 마른 멸치를 안주 삼아 혼자서 맥주 한잔하는 게 삶의 낙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신임 영진위원과 부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 영화계에서 “준비된 영진위원”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건 제작자로서 평소 스크린 독과점, 수직계열화, 불공정거래 등 영화산업의 각종 현안과 관련한 사안에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일 거다. 신임 영진위원장이 선임되기 전까지 위원장 직무대행까지 맡아 일주일에 한두번 서울과 부산을 오가고 있어서인지 그의 얼굴은 다소 야위어 보였다. 그는 신임 위원장이 선임되기 전이라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와 관련한 영진위의 협조 의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기자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업무 파악은 잘되고 있나.
=원래 부위원장은 상임이 아닌데 위원장이 공석이라 어쩔 수 없이 상임처럼 업무를 파악하고 결재를 해야 한다.
이준동 영화진흥위원회 신임 부위원장, "영진위가 적폐청산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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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는 결혼식을 앞두고 순영(정연주)이 아기(손예준)와 전역을 앞둔 남자친구 도일(이이경)을 두고 가출하면서 시작된다. 도일은 아기가 자신의 아이가 아님을 알게 되고, 아기와 함께 행방이 묘연한 순영을 찾아나선다. 영화는 순영이 어디에 숨었는지 찾는 추리극이 아니다. 순영의 흔적을 좇아가면서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알아가는 드라마이자 그 과정에서 조금씩 철이 드는 남자 도일의 성장담이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영화인 단편 <야간비행>(2011)으로 제64회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3등상을 수상하고, <자전거 도둑>(2012), <여름방학>(2012) 등 여러 단편을 연출해온 손태겸 감독은 “이제껏 내 취향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들어왔다가 <아기와 나>는 좀더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한 작업”이라고 장편 데뷔작을 내놓은 소감을 전했다.
-제목 때문에 동명의 일본 만화를 리메이크한 줄 알
<아기와 나> 손태겸 감독 -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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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은 따뜻한 영화다. 사기꾼을 속이는 사기꾼을 전면에 내세운 하이스트 무비가 따뜻하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사람을 향한 애정과 이야기가 품은 낙관적인 상상력이 묻어난다. 이준익 감독의 연출부로 첫발을 디딘 지 12년 만에 첫 연출작을 선보인 장창원 감독을 직접 만나보니 이해가 됐다. 그는 영화처럼 따뜻한 사람이었다. “2시간 동안 재미있게 즐기고, 극장을 나섰을 때 찜찜함이 남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 <꾼>은, 그래서 경쾌한 장르영화이면서 동시에 진한 사람 냄새가 난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2005)로 영화계에 입문했고 오랜 시간 연출부 생활을 거친 후 드디어 첫 데뷔작을 선보인다.
=항상 뒤에서 바라보다가 전면에 나서려니 아직 어색하다. 아직까지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포커페이스라 그런지 너무 여유 있는 거 아니냐는 말도 종종 듣고. (웃음) 걱정도 있지만 후회 없이
<꾼> 장창원 감독 - 통쾌하게 즐기고 기분 좋게 극장을 나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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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는 낙차가 흥미로운 배우다. 그가 속한 엑소는 멤버 각자의 초능력을 토대로 세계관을 확장해가며 아이돌 판타지에 스토리텔링을 시도한 그룹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교복을 입고 <꽃보다 남자>풍의 판타지를 구현하거나(<으르렁>) 고가의 스포츠카를 끌고 나오는 동료들과 어울렸다(<Call My Baby>). 하지만 도경수가 그룹에서 빠져나와 혼자 연기를 할 때면 주로 지독한 현실을 감내하는 소년의 얼굴을 한다. <7호실>의 태정은 그가 연기했던 소년들처럼 여전히 삶이 녹록지 않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망해가는 DVD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급기야 마약 범죄에 가담한다. 언론배급 시사회가 끝난 직후 만난 도경수는 자신이 보여주는 극단의 캐릭터를 근사한 표현으로 포장하지 않았다. 대신 설렘 가득한 미소를 띤 채 “새로운 감정을 알게 해주는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는 말을 몇번이나 반복했다.
-<카트>(2014) 개봉 당시 <씨
<7호실> 도경수 - 연기하고 발견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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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한복판에서 시대에 뒤처지는 DVD방을 차려놓고 돈 벌 궁리를 하는 <7호실>의 DVD방 사장 두식은 책임질 것이 많은 인물이다. 여러 압박감에 치이며 살던 그가 아르바이트생 태정(도경수)과 함께 겪게 되는 사건과 해결 과정은 <7호실>의 재미를 책임질 관전 포인트다. 덕분에 두식 역을 맡은 신하균에게는 스릴러와 코미디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영화의 중심을 한곳에 쏠리지 않게 해야 할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올해 <악녀>에 이어 하반기 <7호실>을 통해 두 번째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친 신하균에게 영화 안팎으로 짊어지게 된 그 ‘책임’에 대해 물었다.
-<7호실>은 최근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개성을 지닌 영화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는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느낌의 영화라서 반가웠다.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이용승 감독을 만나고 싶어 <10분>도 찾아봤는데 영화의
<7호실> 신하균 - 과하지 않게 진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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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 베이스가 완전히 상이해서 연기 스타일도 아주 달랐다.” <7호실>의 이용승 감독이 설명한 것처럼, 연극으로 시작해 영화배우가 된 신하균과 아이돌 스타로 시작해 영화계에 발을 들인 도경수 사이의 거리는 퍽 멀어 보인다. 한물간 DVD방의 40대 사장과 아르바이트비도 제때 받지 못하는 20대 아르바이트생이라는 극중 관계도 원만할 리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드는 독특한 리듬은 온갖 장르가 뒤엉킨 <7호실>의 불균질한 공기와 정확히 공명한다. 참신하게 어우러지는 <7호실>의 두 배우와 만난 이야기를 전한다.
<7호실> 신하균·도경수 - 달라서 잘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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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쿠타 도마를 만난 건 지난해 마카오국제영화제에서였다. 그는 미이케 다카시의 <두더지의 노래> 시리즈 중 <두더지의 노래: 홍콩 광소곡>으로 영화제를 찾았다. 객석에서 들려오던 함성이 아직 뇌리에 박혀있다.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마왕> 등 화제작에서뿐만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장르를 오가며 꾸준히 연기 경력을 이어나갔다. 특히 <두더지의 노래: 잠입탐정 레이지>의 세이지 역할은 무릎을 치게 만드는 캐릭터의 탄생이었다. 미이케 다카시의 폭주와 이쿠타 도마의 엉뚱함이 시너지 효과를 냄으로써 전성기 아사노 다다노부를 보는 듯한 매력이 느껴졌다.
이쿠타 도마의 배우생활 2기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과 함께다. 감독 스스로 ‘힐링’으로만 소비되던 기존 전작의 감성을 걷어내고, 좀더 인간적으로 다가가기로 결심하고 만든 작품이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다. 이쿠타 도마는 남들과 다른 성정체성으로 상처를 받았지만 어리고 약한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이쿠타 도마 - 진심을 겨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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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씨네21>은 배리어프리영화를 알리기 위한 릴레이 인터뷰를 1년 넘게 연재했다. 그때만 해도 장애인을 가로막는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철폐하는 ‘배리어프리’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배리어프리 영화는 더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김수정 대표는 “개념을 정착시키는 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인데 솔직히 이 정도로 빨리 자리잡을 줄 몰랐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시네마테크를 5년 동안 설명하고 다녔지만 아직까지 모르시는 분이 많다. (웃음) 보편화되는 게 그렇게 어렵다. 지금 배리어프리영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게 내 힘이라고 생각진 않는다. 사회적 인식 변화가 결정적이다.” 2012년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의 작은 포럼으로 첫발을 디딘 배리어프리영화제의 가장 큰 장벽은 정작 국내에 제대로 된 배리어프리영화가 한편도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7회를 맞이한 지금, 30여편 넘는 상영작은 물론 다양한 부대행사를 갖추고 11월 9일부터 1
배리어프리영화제 김수정 대표 - 배리어프리의 상영 환경을 구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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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제작자에서 훌륭한 투자자로 변신한 사람.” 이정세 메가박스 영화사업담당이 누구인지 설명하는 데 그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이상윤 CJ E&M 영화사업부문 글로벌기획제작본부장의 말만큼 적절한 표현이 없을 것 같다. 이정세 영화사업담당은 1998년 미로비젼에 입사한 뒤 2002년 씨네월드의 자회사 타이거픽쳐스에 기획실장으로 합류해 이준익 감독, 조철현·정승혜 대표의 씨네월드, 타이거픽쳐스, 영화사 아침 세 회사의 살림을 도맡았으며, 정승혜 대표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제작자로서 영화사 아침을 운영했다. 이후, 2013년 메가박스의 자회사였던 씨너스엔터테인먼트로 옮겨 첫 영화 <결혼전야>의 투자·배급을 진행했고, 2014년 씨너스를 인수·합병한 메가박스의 영화사업담당으로 지금까지 시장에 신선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올해 메가박스는 상반기의 <박열>(235만여명,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과 하반기의 <범죄도시>(11월 8일 기준
이정세 메가박스 영화사업담당, "제작사의 지속 가능한 운영이 나의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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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120BPM>의 배우 나우엘 페레스 비스카야르트가 한국을 찾았다. 로뱅 캉피요 감독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들어간 이 영화는 1990년대 초반 에이즈운동단체 ‘액트 업 파리’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나우엘 페레스 비스카야르트는 에이즈로 죽어가는 션을 연기한다. 삶을 사랑했기 때문에 세상과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었던 션의 삶을 온몸 던져 연기했다. 제7회 서울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국내에서 첫 상영된 <120BPM>은 내년 2월 국내 개봉예정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처음 공개됐고,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칸에서 첫 기자시사가 열리던 때 우리는 포토콜을 진행하고 있었다. 포토콜 이후 트위터 반응을 살피니 긍정적인 글들이 올라오더라. 아르헨티나 기자로부터 극장에서 사람들이 울기도 하고 박수도 쳤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모든 게 믿기지 않았다. 이 영화 덕분에 매일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
<120BPM> 배우 나우엘 페레스 비스카야르트 - 내게는 현장이 서바이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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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현재를 영화로 만난다. 자국에서 주목받은 신작들이 초청된다. 스웨덴영화제(주최 주한스웨덴대사관, 스웨덴대외홍보처, 스웨덴영화진흥원)가 올해로 6회를 맞았다. 올해는 ‘다르지만 괜찮아-We are family’를 주제로 다민족 공동체, 대안가족, 확대가족에 대한 주제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개막작인 <미나의 선택>은 마약 판매상으로 전락한 미나가 갱단과 경찰의 추격을 피해 컨테이너촌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통해 스웨덴 밑바닥 계층의 피폐함을 그린 영화. 바닥을 치는 생활 한가운데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미나의 선택이 배우 말린 레바논의 절실한 연기에 힘을 얻는다. 안드레아스 외만 감독의 <이터널 섬머>는 입양아인 소녀 엠이 운명의 상대 아이삭을 만나게 되고, 둘이 함께 떠나는 로드무비 형식의 영화. 청춘의 방황과 비극적 최후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델마와 루이스>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각각 다른 두 영화의 배우와 감
배우 말린 레바논·안드레아스 외만 감독 - 이민자 그리고 공동체 스웨덴의 지금을 그린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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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노 이발관>(2004), <카모메 식당>(2006), <안경>(2007) 등의 영화로 많은 팬을 거느리며 슬로 라이프 지향 영화를 유행시키기도 했던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오랜만에 신작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해 힘들어하는 딸 토모(가키하라 린카)와 그녀의 엄마가 되고 싶어 하는 트랜스젠더 린코(이쿠타 도마)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마음을 주고받는 법을 배우는 과정 속에 엄마와 딸의 관계, 가족의 의미를 짚어볼 수 있는 영화다. 첫질문을 하기가 무섭게 지금껏 만들었던 “힐링영화와는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운을 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신작의 출발점과 최근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변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눈에 보이는 풍경과 스타일보다는 보이지 않는 관계와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번 영화에 관해 몇 가지 궁금한 점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 아이의 시선에서 엄마와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