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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영 감독의 ‘꽃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재꽃>에는 전작들과 달리 외롭지만은 않은 소녀들이 있다. 영화에 밝은 기운을 번지게 한 데에는 11살 해별이 있다. 해별은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를 찾아 홀로 캐리어를 끌고 시골 마을로 들어선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자신에게 생채기를 안겨준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해별은 의지할 사람인 하담(정하담)을 만나 새로운 여정에 오른다. 해별을 연기한 배우는 초등학교 5학년인 장해금. 박석영 감독은 “자유로우면서도 제 갈 길을 잃지 않는, 튼튼하고 주눅 들지 않는 해금을 보면서 자신 앞의 것과 용감하게 대면하고 생기를 잃지 않는 해별을 그려갈 수 있었다”고 했다. 스튜디오에 들어선 장해금은 꾸벅 인사를 하고는 어깨에 멘 작은 가방에서 초콜릿과 아카시아 향이 나는 껌을 꺼내 선물이라며 수줍게 내민다. 촬영이 시작되자 이 모든 게 영 어색한지 아니면 다 즐거운지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가며 흥겨운 춤을 춰본다. 영락없는 12살 소녀다.
<재꽃> 장해금 - 꿈과 용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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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터뷰를 하게 될 줄이야. (웃음)” 박미하 미쟝센단편영화제 부운영위원장이 멋쩍게 웃는다. 그는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출범한 지난 2002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16년간 영화제 사무국 업무를 맡아온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산증인이자, 지난해까지 이 영화제의 유일한 상근직원이었다. 지난 10회 당시에는 영화제에 대한 그의 헌신에 감사를 표하는 의미로 집행위원 감독들이 감사패와 더불어 한 사람씩 무대로 올라와 선물을 수여하는 깜짝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고. “김태용 감독님은 본인의 시나리오를 가져와 사인을 해주셨고, 어떤 감독님은 차(tea)를 포장해서 주기도 하셨다. 그 마음이 고마워 무대에서 펑펑 운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 내 청춘을 미쟝센에 다 바쳤네. (웃음)”
그런 그가 올해부터는 부운영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달았다. “승진이라기보다 영화제에 계속 머물기 위한 직함으로 봐달라. (웃음) 지난해 출산을 했다. 영화제 업무량이 많다보니 육아와 병행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미하 미쟝센단편영화제 부운영위원장 - 미쟝센과 함께한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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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21번째 장편영화 <그 후>는 바람을 피운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이 이를 눈치챈 아내(조윤희)와 내연녀 창숙(김새벽) 사이에서 겪는 진퇴양난을 그린다. 그런데 정작 봉완의 아내로부터 오해를 사서 맞고, 봉완에게 회유당하고, 창숙의 곱지 않은 시선을 견디는 건 그날 막 출근한 아름(김민희)이다. 비록 봉변을 당하지만 아름은 영화 속 여타의 인물과 달리 자신에게 당당하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에서 비롯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봉완의 가식을 꾸짖을 줄 아는 여성이자 관찰자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그 후>에서 제목을 빌려온 영화는 아름과 만나면서 봉완의 민낯이 드러나는 하루 동안의 코믹한 해프닝 사이로, 봉완을 사로잡고 있는 창숙과의 만남이라는 과거, 그리고 이 소동과 관계가 끝난 후의 어느 하루의 시제가 뒤섞이는 영화다. 흑백의 카메라는 그 어느 때보다 인물들 가까이 클로즈업되며, 그렇게 붙어선 카메라 사이로 공간을 꽉 채우는 것은
<그 후> 홍상수 감독, "믿음과 마음,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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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영 감독은 <들꽃>(2014), <스틸 플라워>(2015), <재꽃>(2016)으로 이어지는 ‘꽃 3부작’을 통해 우리가 손잡아주지 못한 소녀(들)의 이야기를 해왔다. 집 나온 세 소녀의 위태로운 걸음을 따라 밟았던 카메라(<들꽃>)는 이어서 매정한 세상에 맨몸으로 부딪히는 홈리스 소녀를 들여다보았고(<스틸 플라워>), 다시 시골에 정착한 소녀가 자신을 닮은 소녀를 보살피는 과정(<재꽃>)을 따라간다. <재꽃>은 아빠를 찾으러 시골 마을에 도착한 11살 해별(장해금)과 해별의 친구이자 보호자가 되어주는 하담(정하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다. 앞선 두 작품과 비교해 <재꽃>은 밝다. 희망적으로 3부작의 마침표를 찍고 싶었냐고 묻자 박석영 감독은 “이상한 대답이란 걸 알지만 하담이에게 친구가 생긴 게 좋다”는 말을 들려줬다. <재꽃>에 이르러 하담은 비로소 햇볕 아래서 웃는다.
<재꽃> 박석영 감독 - 나를 위로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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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안서현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7살 유치원생이자 어엿한 아역배우였던 안서현은 의젓한 눈빛, 차분한 태도로 인터뷰에 임했다. 동행한 부모에게 의지하려 하거나 귀여운 미소를 무기 삼아 어른의 마음을 홀리려 하지도 않았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2010)에서 훈(이정재)과 해라(서우)의 6살 난 딸 나미를 연기했을 때도 안서현은 아이답지 않은 서늘한 눈빛과 분위기를 보여준 바 있다. 이후 <드림하이>(2011), <미안해, 고마워>(2011), <신의 한 수>(2014) 등 영화와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한 안서현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만나 연기 경험을 확장한다. 슈퍼돼지 옥자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는 굳센 태도로 옥자를 향한 사랑을 지켜낸다. 감정 연기와 액션을 듬직하게 소화해낸 14살 소녀는 <옥자>에서 함께 연기한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홀, 폴 다노와 나란히 제7
[메모리] 안서현, 연기하며 성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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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항일운동을 하던 조선의 청년 박열과 그의 정치적, 정신적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 이준익 감독의 <박열>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한 개인으로서 제 삶의 주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이들의 결기에 대한 영화다. 특히나 후미코는 제국주의 세계뿐 아니라 오만한 제국의 남성들에게 맞서며 굳건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강건한 여성이다. 10여년간 단편영화와 연극 무대를 통해 탄탄한 연기 근력을 다져 온 최희서가 결기의 후미코를 완성해냈다. <박열>은 최희서의 첫 번째 장편 주연작이다.
-개봉을 앞두고 수많은 인터뷰를 소화하고 있다.
=지난 한주간 50여명의 기자들을 일대일로 만났다. 난생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얼떨떨할 뿐이다. 그래도 후미코를 스크린에서 보는 데 아쉬운게 하나도 없더라. 정말 내 모든 걸 쏟아부었던 것 같다.
-<동주>(2016)의 윤동주를 조력하던 쿠미 역에 이어 또 한번 이준익 감독과 작업하게 됐다.
=감독님께서
<박열> 최희서 - 푸릇푸릇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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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화된다. 어쩌면 누구보다도 ‘평범한’ 82년생 여성인 (이름 역시 ‘평범한’) 김지영씨가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며 겪은 피로, 혼란, 좌절, 그리고 어떤 희망의 순간들을 엮어낸 르포르타주 같은 소설이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후 19쇄 이상을 찍을 만큼 독자, 특히 여성 독자들의 지지를 이끌었다. 시의적절하게 도착한 이 소설을 발빠르게도 자신들의 창립작으로 내세운 이들이 있다. 봄바람 영화사의 박지영, 곽희진 두 여성 공동대표다. 각각 1979년생, 1984년생인 이들은 “82년생 김지영씨가 우리의 딱 중간 나이”로 “82년생 김지영씨의 삶을 격하게 공감”했으며 “더 넓은 세대의 여성들에게도 충분히 호소력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올해 초 소설의 판권 계약을 마쳤고 현재 각색 작업을 함께할 시나리오작가를 물색 중이다. 내년 여름께 제작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박지영, 곽희진 두 사람은 싸이더스에서 3년여간
[영화人] 소설 <82년생 김지영> 영화화하는 봄바람 영화사 박지영, 곽희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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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에 왜 미용실을 다니고 그래. 파마에, 염색에.” 손홍주 사진기자가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 이준익 감독이 인사차 웃으며 말을 걸었다. 젊어지려고 그랬다는 답이 돌아오자 “젊어서 어디다 써”라고 다시 한번 농담을 건넨다. 하지만 올해 59살인 이준익 감독은 현재 충무로에서 청춘의 이야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다루는 중견 감독이다. <동주>(2015)는 일제강점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어내다 으스러져간 두 청년 윤동주(강하늘)와 송몽규(박정민)의 모습을 보여줬고, 개봉을 앞둔 <박열>의 박열(이제훈)과 가네코 후미코(최희서)는 억지 주장으로 그들을 재판정에 세운 일본 내각을 역으로 조롱하며 그들이 아나키스트로서 가진 신념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에서 시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청춘의 속성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난 청춘이기도 하고 청춘이 아니기도 하고 청춘이어도 괜찮고 아니어도 상관없다”라고 말하는 이준익 감독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씨네 인터뷰] "하찮은 것이 아름답다" - <박열> 이준익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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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이 6월 30일부터 7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 지난 2015년 초연에 이어 두 번째 공연이다. 주호민 작가의 원작으로 만들어진 창작 가무극으로 망자가 된 소시민 39살의 김자홍(정원영)이 저승의 국선변호사 진기한(김다현)을 만나 49일간 7개의 저승 관문을 통과하는 이야기, 그리고 강림의 원귀잡이로 이루어진다. 성재준 연출의 새로운 합류와 드라마 <시그널> <미생>의 음악을 담당한 박성일 작곡가의 참여로 보다 큰 스케일과 대중적인 접점을 높인 작품이 될 거라는 전망. 초연 때부터 참여한 김다현과 뉴캐스트 정원영은 극중에서도 함께 짝을 이루어 극의 한축을 담당한다. 그룹 야다 출신의 김다현은 2003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연급으로 데뷔해 <사랑은 비를 타고> <헤드윅> <라디오 스타> <락 오브 에이지> 등으로 정점에 오른 뮤지컬 배우.
[trans x cross] 진지함 속에 묻어나는 유쾌함, 그것이 히든카드 - <신과 함께_저승편> 김다현, 정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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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당신의 언니를 내가 죽였어.”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믿기지 않는 살인통보. 제시카 론디스는 이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언니를 잃은 동생 줄리아를 연기한다. 살인사건 이후 사건 현장인 방이 사라지는 기괴한 유사사건의 속출 속에서 줄리아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수사관을 자처한다. 사건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기까지, 그녀는 공포의 집과 마을을 탐험하는 데 앞장선다. <다크 하우스>는 <쏘우> 시리즈로 공포영화의 대명사가 된 대런 린 보스먼 감독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 론디스는 풍성한 웨이브 헤어에 빈티지 룩을 하고 빈티지 차를 탄 채 종횡무진 사건 현장을 누비는 줄리아를 연기, 마치 1940년대 영화에서 걸어나온 듯한 클래식한 이미지를 연출하며 극의 중심을 이끌어나간다.
대런 린 보스먼 감독과는 <데빌스 카니발> 이후 두번째 작업. 1988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론디스가 고향 밴쿠버를 떠나 LA에 온 17살 때부터
[who are you] 호러 퀸을 넘어 - <다크 하우스> 제시카 론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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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이지만 선명한 비트, 그리고 결연한 멜로디. <꿈의 제인>의 메인 테마곡인 <Moving Through Life&>는 불행 속 한줌의 희망을 얘기하는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한다. 가출팸을 전전하며 고통스러운 삶의 터널을 통과하는 중인 소현(이민지)에게, 불현듯 다가온 트랜스젠더 제인(구교환)은 반짝이는 미러볼같은 존재다. 그와 함께했던 순간은 소현의 머릿속에서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그때마다 <Moving Through Life>의 멜로디도 함께 흐른다.
<꿈의 제인>의 영화음악은 일렉트로닉 뮤지션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가 만들었다. 이 1인 밴드의 싱어송라이터는 제이 송이다. 전화 인터뷰에 응한 그는 올해 초 스위스 바젤로 삶의 터전을 옮겨 음악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와 조현훈 감독의 인연은 지지난해 여름에 시작됐다. “<꿈의 제인>의 음악은 기존의 영화음악보다 더 특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영화음악감독을 물색하던
[영화人] <꿈의 제인>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 영화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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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바>는 영문을 모른 채 바에 갇힌 8명이 탈출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사회가 그들을 격리시켰는데, 바에 갇힌 사람들은 그 안에서 또 서로를 낙인찍고 의심한다. 스페인 장르영화의 거장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은 <야수의 날>(1995), <커먼 웰스>(2000),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2010)에서 그랬듯 <더 바>에서도 예리한 시선으로 사회를 조망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거대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독립영화나 개성 있는 작품을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을 나는 ‘영화의 멸망’이라 표현하고 싶다. 영화의 다양성이 존중받았던 예전을 생각하며 이 영화의 각본 작업을 시작했다”는 말로 첫 질문에 답한 그의 이야기를 전한다.
-<더 바>의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했나.
=영화의 시작은 마드리드의 엘 팔란티노에 있는 바에서였다. 호르헤 게리카에 체베리아(<더 바>의 각본가)와 아
[people] <더 바>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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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직접 만나고 깜짝 놀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목소리와 말투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그럴 만도 하다.
그는 2000년 총선에서 자원봉사자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한 뒤로 2003년 기획재정부 장관 정책보좌관,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제2부속실장을 차례로 지내며 노 전 대통령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이후 2006년 지방선거에서 부산 북구청장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 2008년 총선에서 부산 북구강서구갑에 민주통합당 간판을 달고 출마했다가 낙선, 2012년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에 또 낙선했다. 연거푸 세번이나 낙선의 고배를 마신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네번째 도전 끝에 국회의원(부산 북구강서구갑)으로 당선됐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의원으로서 한국 영화산업에 관심이 많은 그가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토론회 ‘다시 시민 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를 6월 2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연다.
-현재 흥행하고 있는 영화
[people] 토론회 ‘다시 시민 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를 여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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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빅 히트작 <너의 이름은.>은 영화음악이 작품의 무드를 결정하는 영화였다. TV애니메이션의 오프닝을 연상케 하는 <전전전세>가 영화 전반부의 유쾌한 분위기를 미리 잡아준다면, 혜성이 이토모리 마을로 떨어지는 재난 상황이 주가 되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8분57초간 이어지는 <스파클> 없이 결코 완성될 수 없었다. 관객의 감정을 고양시키는 이 곡들은 예전부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팬이었다고 밝힌 일본의 록밴드 래드윔프스의 작품이다. 최근 《人間開花》 앨범을 발매한 후 아시아 투어 중인 래드윔프스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6월 9일과 10일 서울 공연을 마친 후 래드윔프스는 가사를 모두 따라 부르며 환호하는 한국 관객의 열정에 놀랐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건강상 이유로 활동을 쉬고 있는 드럼의 야마구치 사토시를 제외한 래드윔프스 세 멤버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 한국 공연을 비롯한 아시안 투어 공연에서 <Lights Go
[trans x cross] “리버럴하고 혁신적인 존재이고 싶다” - <너의 이름은.> O.S.T 작업한 래드윔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