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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산소에 가서 조상님께 기도하고 왔다.” <공모자들>(2012), <기술자들>(2014)에 이은 세 번째 영화인데도 김홍선 감독은 마치 첫 영화를 선보이는 것처럼 긴장했다. 김홍선 감독의 사무실엔 <반드시 잡는다>의 인물 관계도와 배경 헌팅 사진, 너덜너덜해질 만큼 들춰본 시나리오가 붙박이 장식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반드시 잡는다>에 쏟은 감독의 애정과 노력이 물씬 느껴지는 소품들이었다. <반드시 잡는다>는 그간 한국 장르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노인이 주인공인 스릴러영화다. 동네의 터줏대감 심덕수(백윤식)와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이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캐릭터 코미디와 묵직한 스릴러가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온고지신의 자세로 백윤식, 성동일 등 선배배우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는 김홍선 감독을 영화 개봉 전날 만났다.
-<아리동>에서 <반드시 잡는다>로 제목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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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잡는다> 김홍선 감독 - 노인의 액션 스릴러? 호감형 캐릭터 구축이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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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철우는 남한의 외교안보수석이다. 땜빵 인생을 자처하며 여기저기 대타 강의를 뛰고 자신을 불러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는 자신이 믿는 바를 실현시키기 위해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덕분에 보수적인 현 정권과 반대 색깔인 차기 정권 양쪽에 발을 걸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CIA, 중국 공안에도 인맥이 있다. 그렇게 곽철우는 <강철비> 속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선다. 하지만 그런 화려한 타이틀과 신념 이전에 그는 아버지이고 직장인이다.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엘리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 곽철우 역에 곽도원이 필요한 이유다.
-양우석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처음부터 곽철우 역만큼은 곽도원 배우로 정해져 있었다고 들었다.
=양우석 감독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워낙 똑똑하고 재주가 많은 분이라 아이디어가 넘친다. 본래는 시나리오만 쓰고 연출을 다른 분에게 맡기려고 했다고 들었다. <변호인&
<강철비> 곽도원 -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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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출신 캐릭터가 남자배우라면 한번쯤 거쳐야 하는 관문이 되었음에도 북한 군복을 입고 북한어를 구사하는 정우성을 보니 낯설다. 정우성이 맡은 엄철우는 북한에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북한 1호’(김정은)를 데리고 남한으로 피신하는 북한군 최정예 요원이다. 양우석 감독은 정우성이 출연했던 “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에서 보여준 외로운 가장의 모습을 보고 엄철우와 잘 어울릴 것 같아 출연을 요청했다”고 말해주었다.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한다는 설정이 충격적으로 느껴질 법도 한데 정우성은 “누구나 한번쯤 상상했을 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엄철우는 어떻게 다가왔나.
=한 가정의 가장. 처자식을 잘 돌보고 싶은 욕구가 크지만 현실이 그만큼 따라주지 않는 가장. 그래서 리태한 정찰총국장(김갑수)으로부터 쿠데타 공모 세력을 처단하라는 지령을 받았을 때 대의를 꿈꾸기보다 가족을 좀더 나은 생활로 이끌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강철비> 정우성 - 북한 사투리와 어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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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쉬리>(1999) 이후 남북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 중 가장 도발적인 접근일 것 같다. <강철비>는 북한 1호가 쿠데타의 위기를 맞아 남쪽으로 피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역사를 움직이는 사건의 중심에는 ‘두 철우’가 있다. 정우성이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 역, 곽도원이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남과 북, 전혀 다른 입장에 서 있는 두 남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은 일견 익숙한 패턴이지만 정우성과 곽도원이라는 두 배우의 몸을 빌려 전에 없던 매력을 자아낸다. 강해져야만 했던 남과 북 철우들의 이야기, <강철비>의 두 남자를 만났다.
<강철비> 곽도원·정우성 - 철우, 철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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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외치고 싶어해>의 소녀 나루세 준은 진심을 입 밖에 꺼내지 못한다. 매사 소극적이고 쭈뼛거리는 그녀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길은 뮤지컬 공연이다. 준 역을 맡은 요시네 교코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다름 아닌 원작인 인기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다. 소심하고 여리지만 배려 깊고 맑은 마음씨의 소녀. 애니메이션은 그런 소녀를 그리면 되지만 요시네 교코는 연기를 해야 한다. 아마도 나루세 준을 실사로 표현하는 데 현재 일본에서 요시네 교코만큼 적합한 캐스팅도 없을 것이다. <후지TV>에서 방영한 드라마 <라스트 신데렐라>로 데뷔한 요시네 교코는 귀엽고 맑고 청순한 캐릭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차세대 배우다. 거기에 더해 요시네 교코는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자신을 드러내고 감정을 쏟아내어 스스로 빛나는 태양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아도 항상 주변에 머물며 은은히 빛을 반사하는 달에 가깝다.
<하나코와 앤> <탐정의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요시네 교코 - 맑고 은은한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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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승 감독의 <7호실>은 망해가는 DVD방을 중심으로 주인과 아르바이트생이 평범한 삶을 살아보겠다고 평범하지 않은 일들을 벌이면서 사건이 발생하는 영화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DVD방이 있어 이 공간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승택 촬영감독은 실제 압구정 인근에서 영업하는 DVD방을 답사하던 중, “1970년대 할리우드 팝아트 스타일의 너무 화려하고 영화적인 공간”에 놀랐다고 한다. “DVD방이라는 사실적인 공간을 영화적인 순간과 잘 만날 수 있게 정리해주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동선이 복잡하고 긴 복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현장의 날것 같은 반응과 움직임, 대사를 어떻게 잘 잡아낼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성승택 감독은 이용승 감독의 전작 <10분>의 촬영감독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때부터 알고 지낸 이용승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따라 현장성을 중요하게 고민했다. “자연과 시간을 중시하고 날마다 배우의 움직임이나 대사, 현장
<7호실> 성승택 촬영감독 - 공간에 리얼리티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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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파 두목 장첸으로 <범죄도시>(2017)에서 윤계상이 전무후무한 악역 연기를 펼치는 동안, 스크린에서 지속적으로 관객의 시선을 끄는 또 한명의 배우가 있었다. 장첸의 오른팔 위성락은, 정말이지 한시도 쉬지 않고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민머리의 험상궂은 마스크로 흑룡파의 잔악함을 드러내고, 어필한다. 낯이 익지만 영화 속 모습이 사뭇 달라서 신선했고, 그래서 이제는 지울 수 없을 정도로 각인됐다. 위성락 역의 진선규는 늘 악당이 아닌, 순하고 선한 역할로 얼굴을 알려온 배우고, 이번엔 그간의 연기를 ‘판돈’으로 걸고 필사의 도전을 감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범죄도시>가 680만 관객몰이로 흥행하기까지, 진선규를 모르고 극장을 찾았던 이들은, 이제 진선규와 조연배우들의 활약 덕분에 이 영화가 매력적이었다고 입모아 말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최근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닥터스> 등 무대, 브라운관, 스크린을 오가며 지난 15년간 묵묵히
<범죄도시> 진선규 배우, "역시 나보다는 영화가 더 잘되는 게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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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버건디>는 프랑스 버건디 지방의 와인농장을 부모에게 물려 받은 세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10년간 고향을 떠나 있던 첫째 장(피오 마르마이), 아버지가 죽자 돌아온 그에게 둘째 줄리엣(아나 지라르도)과 셋째 제레미(프랑수아 시빌)가 갖고 있던 서운함, 그리고 와인농장의 상속 및 부동산 문제가 엮인다. 적잖은 시간을 들여 숙성해야 하는 와인과 관계의 회복은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조응하고, 더 나아가 영화의 호흡과도 썩 어울린다. 제2회 프렌치 시네마투어 참석차 한국을 찾은 <백 투 버건디>의 세드리크 클라피쉬 감독을 만나 이 기막힌 결합에 대해 좀더 자세히 물었다.
-와인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냥 직관이었다. 촬영하면서 와인을 주제로 한 영화에서 어떤 점이 흥미롭고 어디에 더 치중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그게 바로 가족간의 연결고리였다. 특히 시간과 관련된 유사점이 많다. 만드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
<백 투 버건디> 세드리크 클라피쉬 감독 - 와인과 영화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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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버건디>는 실제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며 1년간 시간 순서대로 촬영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10년 만에 함께 살게 된 세남매다. 가족 사이의 갈등이 풀리며 화해하는 과정을 연기하는 것이 실제 배우들이 친밀해지는 과정과 병행되는 셈이다. 세드리크 클라피쉬 감독이 “각자가 훌륭한 배우인가보다 어떤 합이 나올 수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보고 캐스팅했다”고 말한 이유다. 한국을 찾은 아나 지라르도에게 이런 독특한 촬영현장의 경험에 대해 물었다.
-영화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이미 첫째 장(피오 마르마이)과 셋째 제레미(프랑수아 시빌)가 캐스팅된 상태였다. 평소 세드리크 클라피쉬 감독님과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감독 중 하나이며 인간관계를 아주 잘 그린다. 그런 감독님이 캐스팅 건으로 다 함께 보고 싶다고 전화를 준 것이다. 차가 막혀서 약속 장소에 1시간 늦게 도착했다. 캐스팅에서 떨어졌겠구나 싶어서 울면서 귀가했는데 “
<백 투 버건디> 배우 아나 지라르도 - 시간과 연기가 함께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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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라 슬리마니는 모로코 출신의 프랑스 소설가다. 2016년 <달콤한 노래>로 공쿠르상을 받은 슬리마니는 최근 지난 11월 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의해 프랑스어 진흥 특사로 임명된 직후 한국을 방문했다. 배우, 기자로 일했고 두 아이를 둔 슬리마니의 두 번째 장편소설 <달콤한 노래>는 “아기가 죽었다. 단 몇초 만에. 고통은 없었다고 의사가 분명하게 말했다”라는 오싹한 도입부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죽음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따라가지만, 미스터리를 해결하기보다 더 풍부하게 만들어간다. 평온해 보이는 한 가정의 문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 사건이나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는 쉽게 무시되는 갈등과 비밀. 슬리마니는 아이들을 죽이는 것을 묘사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에 오히려 책 속에서 아이들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살아 있게 하겠다고 결정했다고. 그녀를 만나 소설과 여성의 삶에 대해, <달콤한 노래>에 대해 들었다.
-<달콤한 노래>
<달콤한 노래>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 - 여성의 이야기를 집 밖으로 끌어내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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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성동일은 부쩍 젊은 배우들과 함께한 작품이 많았다. 가장 적극적으로 신인을 발굴하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 <화랑>(2016) 등 청춘 사극, 영화 <수상한 그녀>(2014), <리얼>(2016), <청년경찰>(2017)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가 독특해 보일 정도다. 이들 작품에서 그는 주로 유쾌하거나 뭉클한 감정을 짧고 굵게 전달하는 인생 선배였다. 하지만 드물게 50대 이상 배우를 메인으로 내세운 영화 <반드시 잡는다>는 평소보다 긴 시간 동안 성동일표 연기를 감상하고 곱씹을 시간을 마련한다. 30년만에 다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전직 형사 박평달은 수사 콤비의 일원이자 강력한 사연의 주인공이다. 성동일의 표현대로라면 ‘가성’이 아닌 ‘진성’으로 연기할 순간이 많았던 셈이다. 평소처럼 보기 편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 순간을
<반드시 잡는다> 성동일 - 상대배우와 합쳐 100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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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동 연립주택에서 발생한 끔찍한 살인사건의 범인을 반드시 자기 손으로 잡겠다는 이 사람. 그런데 형사도, 젊은이도 아닌 70대 노인이다. 그가 팔 걷어붙이고 사건에 매달린다. 백윤식은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과 팀을 이뤄 사건 조사에 착수한 동네 터줏대감 심덕수로 분해 영화 전체를 이끈다. 노인이 주인공이고, 노인이 액션을 하고, 노인이 전면에 부각되는 독특한 시도. 액션 스릴러로 볼 때 가장 멀리 해야 할 ‘삐그덕거리는’ 설정에 백윤식은 과감히 자신의 필모그래피 한줄을 내놓는다. <지구를 지켜라!>(2003)부터 우리가 보아온, 이후 단 한번도 정형화되지 않은 백윤식이라는 배우의 존재감만이 줄 수 있는 최상의 도전이다.
-늘 일반적 의미의 ‘아버지’ 유형의 캐릭터에서 비껴나는 선택을 한다. 스크루지를 형상화한 것 같은 심덕수 역시 개성이 강한 캐릭터다.
=지금까지와 또 다른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이전의 한국영화에서 미처 다루지 않았던 캐릭터를
<반드시 잡는다> 백윤식 - 카우보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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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점점 투자, 제작 모두 ‘안전빵’으로 가고 있다. 데이터로 판단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거기서 벗어난 소재는 아예 개발이 안 되고, 접근도 안 됐다. 우리 영화는 결국 관객이 판단하겠지만 결과는 예측 불허다. 기다릴 뿐이다.” 백윤식, 성동일 버디무비가 시장에서 가지는 특이함과 경쟁력에 대해 백윤식 배우는 이렇게 답변했다. <반드시 잡는다>는 30년 전과 똑같은 연쇄살인이 일어난 지방도시 아리동이 배경이다. 70대 노인과 50대 형사가 의기투합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범죄 액션 스릴러다. 비록 늙고 힘이 빠졌지만 마치 서부의 카우보이라도 된양 살인범을 잡기 위해 이들이 달린다. 액션, 연기 내공 둘이 합쳐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합이 나오는 백윤식, 성동일 두 배우에게 그들이 잡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반드시 잡는다> 백윤식·성동일 - 그들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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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의 주인공 도일은 철이 안 든 ‘한국 남자’다. 결혼식을 앞두고 여자친구 순영(정연주)이 아기와 자신만 두고 갑자기 사라지자 생계도 육아도 모든 게 막막하다. 설상가상으로 아기가 자기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당황스럽기만 하다. “<백야>에서 삶의 다양한 층위를 담아낸 얼굴이 도일의 내면을 잘 드러내줄 것 같았다.” <아기와 나>를 연출한 손태겸 감독의 말대로 이이경은 도일의 복잡한 내면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고백부부>로 더욱 주목 받고 있는 그를 만났다.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보여준 긴 머리로 인터뷰에 나올 줄 알았다. (웃음)
=앞머리가 진짜고, 중간쯤부터 얹은 가발이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사람들이 실제 헤어스타일인 줄 안다.
-<아기와 나>에 출연하기 전에 드라마와 예능(<일밤-진짜 사나이2> <정글의 법칙 in 얍>) 등 매체를
<아기와 나> 이이경- 앞을 향해 계속 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