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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선 감독님이 걸어오신 길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1급기밀> 최강혁 프로듀서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고 홍기선 감독의 데뷔작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에서 프로듀서로 함께 데뷔했던 그다. 2016년 12월 15일 홍기선 감독이 <1급기밀> 후반작업을 앞두고 돌연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거목의 빈자리를 채워야 했다.
<1급기밀>은 최 프로듀서와 홍 감독이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이후 오랜만에 만나 작업한 영화다. 2008년, 최 프로듀서는 홍 감독으로부터 <1급기밀>의 당시 제목인 ‘별이 되어 떠난 님’ 트리트먼트를 받았지만 “군비리 사건이라는 소재가 부담이 되어 거절”했다. 6개월 뒤에 홍 감독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강혁아, 내가 나이를 먹어 함께할 나이 먹은 PD가 없다. 또 더 많은 소통을 하면서 만들고 싶고,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고 싶다’고 하
<1급기밀> 최강혁 프로듀서 - 정의는 힘이 없어도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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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문>이 국가폭력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였다면 <공동정범>은 국가폭력을 성찰하는 다큐멘터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인간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랐다.” 이혁상 감독의 얘기다. <두 개의 문>(2011)의 후속작 <공동정범>은 2009년 1월 20일, 용산 남일당 건물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다 구속·기소된 철거민 5명(이충연·김주환·천주석·지석준·김창수)의 기억과 증언을 통해 그날의 진실을 규명하려 한다. 망루 안에서의 진실과 별개로, 김일란 감독과 이혁상 감독은 그들의 기억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철거민들의 갈등을 본다. 용산지역 철거민대책위원장이었던 이충연씨와 용산에 연대 농성을 갔다가 구속된 철거민들은 출소 이후 죄책감과 원망과 의심 속에서 멀어진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논쟁적인 질문을 꾸준히 던져온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의 두 감독은 <공동정범>을 통해 질문한다. 우리가 보
<공동정범> 김일란·이혁상 감독, "투쟁에서 배제당했던 ‘우리’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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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구석이라곤 요만큼도 없어 보이지만 어딘지 닮았다. 연상호 감독은 뭘 찍어도 연상호스럽게 찍는다. 정유미 배우는 어떤 역할을 소화해도 정유미라는 특유의 아우라를 입힌다. 두 사람은 마치 형용사처럼 무언가를 묘사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래서 함께하면 편하고 즐거운가보다. <부산행>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연상호 감독과 정유미 배우는 같이 하는 게 당연했다고 말한다. “감독님한테 지나가는 역할이라도 좋으니 뭐든 시켜달라고 부탁드렸다. 악역이 하나 있다고 해서 그럼 더 좋다고 했다. (웃음)” 정유미 배우는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 <염력>에서 홍 상무 역할을 맡았다. 건물을 철거하려고 상인들을 몰아내는 배후의 조종자다. “메인 빌런인 셈인데 개인적으로 악역을 좋아한다. 홍 상무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아니 유미씨가 재미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주었다.” 홍 상무는 분량으로 치자면 딱 3신밖에 등장하지 않지만 <염력>의 핵심 캐릭터라 할 만하다. 아
<염력> 연상호 감독·배우 정유미 - 1%의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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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이중에서 저희가 가장 오래 알고 지냈고 또 친할걸요? (웃음)” 극중에서 사이가 나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이 모였다고 농담 섞은 인사를 건네자, 박정민이 자신 있게 웃으며 말했다. 박정민과 김민재는 각각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09학번과 06학번으로, 서로의 공연을 보러가기도 했던 선후배 관계다. <몽유도원도>라는 단편영화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적도 있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연기할 필요가 없었는데.”(김민재) “내가 형한테 많이 맞았지. 울면서 살려달라고 하고.”(박정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푸는 모습은 <염력>에서 두 사람이 맡은 역할과도 닮아 있다. 그들은 <염력>의 윤활유 같은 존재다.
강제 철거 명령에 저항하는 치킨집 사장 루미(심은경)와 10년간 떠나 있다 돌아온 아빠 석헌(류승룡)의 이야기를 그린 <염력>에서 박정민은 루미를 돕는 인권변호사 김정현을 연기한다. 열과 성을 다해 상가
<염력> 배우 박정민·김민재 - 우리 이웃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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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만났다. 류승룡과 심은경은 9년 전 <불신지옥>(2009)에서의 인연을 시작으로 <퀴즈왕>(2010),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서 만났고 <서울역>에서는 함께 목소리 출연을 하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의 <염력>에 이르러서는 못난 아빠와 억척같은 딸의 정을 나누게 됐다. 상상력이 가미된 SF 소재의 염력, 즉 초능력을 다루고 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 연상호 감독은 심은경이 <부산행>에서 깜짝출연을 할 때 이미 <염력>의 젊은 창업가 신루미라는 캐릭터에 관한 구상을 처음 그녀에게 들려줬다. 당시엔 구두계약만 맺은 상태였는데, 시나리오를 펼쳐보니 “멋있고 화려한 영화가 아니라 투박한 액션과 현실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이야기가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상상하기 힘든 작품”이었다고.
그래서 특히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반면 류승룡은 상대역이 심은경이라는
<염력> 배우 류승룡·심은경 - SF 아빠와 리얼리티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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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사단이 돌아왔다. <부산행>(2016)이 감독의 첫 장편실사영화였으니, 아직 두번째 장편실사영화이지만 감히 사단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영화 <염력>은 어느 날 초능력이 생긴 남자와 그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서울역>(2016)에서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류승룡, 심은경이 부녀로 출연하고 정유미 역시 <부산행>에 이어 다시 연상호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여기 박정민, 김민재가 합류하여 새로운 팀을 꾸렸다. 현장 분위기 좋기로 소문난 연상호 감독의 영화답게 촬영현장에도 시종일관 훈훈한 공기가 가득했다. 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가운데 류승룡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스튜디오를 쩌렁쩌렁 메우면 다들 슬며시 따라 웃는다. 좋은 영화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다.
<염력> 배우 류승룡·심은경·박정민·김민재·정유미·연상호 감독 - 지금부터 초능력을 보여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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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대장. <메이즈 러너> 시리즈에서 로사 살라사르가 연기하는 브렌다를 수식하는 단어를 찾으라면 행동대장이 딱 어울린다. 미로 바깥세상으로 나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 앞에 나타나 새로운 저항 세력과 연결해주는 브렌다는 2편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에서 첫 등장한 이후 시리즈 최종장인 3편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에서도 브라이언의 충실한 조력자로 제 몫을 다한다.
1985년 캐나다에서 출생한 로사 살라사르는 뉴욕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연기 공부를 한 뒤 LA로 건너와 여러 편의 TV드라마에서 단역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FX채널>의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머더 하우스>와 <NBC>의 <페어런트 후드>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브렌다가 “어차피 죽을 몸이지만 죽기 직전까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내걸고 싸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로사 살라사르 - 영어덜트 액션 스타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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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안 될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독립영화를 배급하는 일을 해보겠다고 나선 4명의 젊은이들은 왜 만나는 사람들마다 안 될 거라고 말하는지 처음엔 몰랐다.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를 설립한 성송이 대표는 김영조 감독의 <그럼에도 불구하고>(2015)를 첫 배급작으로 결정했을 때만 해도 “배급이란 극장에 연락해서 영화를 틀면 되는 것” 정도라고 생각했다. 막상 현실과 부딪쳐보면서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김영조 감독이 영화제 등을 통해 받아온 배급 지원금과 크라운드 펀딩을 받아 마련한 돈을 합쳐 전국 10여개관에서 첫 배급을 마쳤다. 전국 관객수는 1500여명. 씨네소파의 전 직원 4명이 일궈낸 첫 성과다. 성송이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김영조 감독이 처음 자신을 찾아와 “부산 지역 기반의 독립영화 배급사가 없으니 직접 배급을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순수하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
성송이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 대표 - 부산에서 독립영화 배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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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 딸이 1살입니다…. (중략) 영화 잘 봐주십시오.” 지난해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 개봉을 앞두고 열린 언론·배급시사에서 영화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영화 상영 전 무대에 올라 동정심에 호소하는 인사말부터 꺼냈다. 자칭, 타칭 ‘충무로에서 가장 웃긴 사나이’인 그가 한 말 때문에 그를 좀 아는 업계 플레이어들은 그가 또 개그를 하는 줄 알고 깔깔 웃었지만, 원 대표는 배수진을 치고 있었다. 지난해 상반기, 야심차게 내놓았던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이 83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이라는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에 그치면서 다소 위축되어 있던 차다. 판타지 장르의 불모지인 충무로에서 350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들여 1, 2부 시리즈를 차례로 내놓는 그의 심정은 비장했다. <신과 함께>는 지난 1월 4일 관객수 1천만명을 넘어섰고, 10일 현재 1183만여명을 기록하고?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 2012)에
<신과 함께-죄와 벌> 제작자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오늘 이 영화를 못 본 관객은 내일이라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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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별>은 다소 당황스런 설정을 끝까지 뻔뻔하게 밀고 나가는 힘이 있다. 주인공은 화성인 아빠 주이치로(릴리 프랭키), 지구인 엄마 이요코(나카지마 도모코), 수성인 아들 카즈오(가메나시 가즈야), 금성인 딸 아키코(하시모토 아이)로 구성된 한 가족이다. 각자의 이유로 사는 게 만만치 않은 이들은 동시에 지구온난화 등 환경 문제를 겪는 지구의 존립을 심각하게 걱정한다. 엉뚱하지만 시종일관 진지한 영화는 독창적인 청춘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2013), 현대 여성의 욕망과 탐닉을 파격적으로 그려낸 <종이 달>(2014)을 만든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신작이다. 막힘없이 여유로운 답변으로 작품을 향한 확신과 애정을 보여준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을 만났다.
-미시마 유키오의 SF소설 <아름다운 별>(1962)이 원작이다.
=일본 문학계에서 매우 명성이 높았던 사람이다. 그 작품이 처음 나왔을 때 “제대로 된 작가가 왜 저
<아름다운 별>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 - 이 영화는 나의 총결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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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미로의 문이 닫힌다.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는 지난 2014년 첫선을 보인 판타지 블록버스터 <메이즈 러너> 3부작의 마지막 영화다. 기억을 잃은 채 정체불명의 미로에서 깨어난 소년, 소녀들의 사투를 다룬 1편의 이야기는 3편에서 어느새 세계의 명운을 건 거대한 전쟁으로 확장됐다. 인류를 멸종 위기에 처하게 한 바이러스는 점점 더 확산되고, 면역자들에 대한 위키드의 실험은 더욱 극악해진다. 위키드에게 납치된 민호(이기홍)를 되찾기 위한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 뉴트(토머스 브로디 생스터) 일행의 여정에는 수많은 위험이 존재하지만 서로에 대한 그들의 믿음은 여전하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 3부작의 주연을 맡은 세 배우, 딜런 오브라이언과 토머스 브로디 생스터, 이기홍이 1월 10일 한국을 찾았다. 영화 속 모습보다 훨씬 밝은 기운으로 가득했던 그들과의 만남은 화기애애했을 현장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했다. 한국계 미국 배우 이기홍의 영향인지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배우 딜런 오브라이언·토머스 브로디 생스터·이기홍 - 시리즈의 긴 여정을 닫으며, 우리는 함께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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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바룰라>의 덕기는 오래전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 힘겹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노인들을 상대로 약을 파는 사기꾼들에게 붙들려 이도저도 못하는 신세에 처해 있던 덕기를 찾아낸 건 영환(박인환). 영환의 도움으로 소꿉친구들과 재회하고 가족들까지 만나게 된 덕기는 서서히 웃음을 찾아간다. 1969년 KBS 공채로 데뷔해 <전우> <용의 눈물> <명성황후> 등 드라마에 주로 얼굴을 비춘 윤덕용은 오랜만의 영화, 오랜만의 주연 기회에 그저 감사하다는 말로 행복을 표했다.
-근래엔 작품 활동이 뜸했다.
=젊을 땐 일이 많았는데 나이 먹으니까 방송국 사람들도 세대교체가 되고 그러면서 관계도 많이 끊어졌다. 그래서 많이 쉬었는데, 3년 전쯤 기독교영화 <신이 보낸 사람>(2014)에 출연했다. 그때 <비밥바룰라>의 제작자인 정유동 대표와 인연이 닿아 이번에도 함께하게 됐다.
-덕기가 아닌 나머지 세 캐릭터 중에 탐나는 역할은
<비밥바룰라> 윤덕용 - 열심히 즐겁게, 라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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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계보를 따지자면, 특히 그 웃음이 삶에서 묻어나오는 페이소스에 무게를 둔다면 대한민국에서 배우 임현식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임현식은 병들고 늙어가는 친구들 곁에서 항상 어린 시절 가졌던 젊은 마음을 일깨워주는 유쾌한 친구 ‘현식’을 연기한다. ‘비밥바룰라~’를 읊으며, ‘여자들에게 인기 많다’고 뻐기지만, 첫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 배우 임현식을 만났다.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는데, 이런 영화가 자주 나오는 게 아니고 흔치 않은 기회라는 따님의 말에 설득당했다고.
=노인들이 활약하는 시니어영화가 만들어지는 일이 흔치 않다. 매번 작품을 선택할 때 딸들이 의견을 많이 주는데, 우리 딸들은 모처럼 만들어지는 영화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거 같다. 그런데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내가 노인이 아니라고, 늙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웃음) 노인으로서 내 인생 준비가 덜 되어 있는데, 노인 역할을 맡으니 좀 거북했던 거지. 그런데 나도
<비밥바룰라> 임현식 - 웃음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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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의 나이에도 배우 신구의 필모그래피는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일년에 두세편씩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와 연극을 오가고 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의 아르바이트생 역할은 물론, 매체와 장르를 자유롭게 오가는 유연함은 최근 들어 특히 눈에 띈다. <비밥바룰라>에서도 신구는 유연하게 캐릭터의 이쪽과 저쪽을 오간다. 친구들에겐 무뚝뚝하나 치매에 걸린 아내에겐 한없이 로맨틱한 순호가 이번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다.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그리고 영화 <비밥바룰라>까지 노년의 어른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다.
=노인들의 이야기, 그건 바로 우리 세대의 이야기다. <비밥바룰라>는 우리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낸 작품이다. 우리 세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가족들의 이야기, 이웃과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잘 그려져 있었다. 재미있고 따뜻한 영화라서 출연
<비밥바룰라> 신구 - 동료들과 일하는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