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행>의 흥행 성공은 기념비적이었다. 마켓은 부디 ‘제2의 <부산행>’을 내놓으라는 아우성으로 과열되었다. 덕분에 연상호 감독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부산행>과 비슷한 한국 감독의 액션 블록버스터라면 환영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시장이 아시아 블록버스터의 또 다른 신화를 쓰려 요동칠 때 정작 창작자인 연상호 감독은 이미 <부산행>을 떠나 있었다. “<부산행2>를 다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전작의 범접할 수 없는 성공으로 다소 여유롭게, 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깊게 담아낼 차기작의 기회.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에 연상호 감독은 다분히 용산참사를 연상시키는 철거민 문제를 바탕으로한 코믹 판타지물 <염력>을 선보였다. “<염력>은 흥행 안 되면 조롱받기 십상인 영화다. 그래서 하고 싶더라. 영화를 하다보면 조롱받기 싫어진다. 그런데 그걸 겁내기 시작하면 영화를 만들 수 없다.” <염력>의
<염력> 연상호 감독, "결국 진짜 빌런은 보이지 않는 체제다"
-
<염력>에서 ‘홍 상무’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을 잊지 못하겠다. 누구라도 방심할 만큼 작고 가녀린 모습의 젊은 여성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거구의 용역들을 박살내버리는 순간 말이다. 이런 악역도 가능하다는 걸 배우 정유미의 연기를 보고 알았다. “전무후무한 신선함”이라는 연상호 감독의 표현대로, 정유미라는 필터를 거치면 어떤 인물이든 전형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흥미로운 건 그 인물들이 단순히 독특하다는 말로 규정할 수 없는 다채로운 결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웃음 뒤의 잔혹함, 사랑스러움 이면의 어두움. <부산행>(2016) 같은 블록버스터이든 <옥희의 영화>(2010) 같은 작가영화이든, 배우 정유미가 지닌 복합적인 결은 뭇 연출자들이 적시에 꺼내 쓰길 원하는 비장의 카드 같은 개성일 것이다. 어느덧 데뷔 15년차에 이르고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으로 대중적인 인기까지 얻은 그녀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과 진솔한
<사랑니> 정유미 - 전형성을 깨부순 유일무이함
-
카메라 밖의 강동원은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남에게 폐 끼치기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 성격은 2월 14일 개봉하는 <골든슬럼버>(감독 노동석)에서 그가 연기한 택배기사 건우와 닮았다. 유력 대선 후보가 폭탄 테러에 의해 암살당하고, 건우는 그 사건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돼 영문도 모른 채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다. 전작 <1987>(감독 장준환)에서 강동원이 연기한 이한열 열사가 그랬듯이, 건우는 궁지에 몰리는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주변 사람들을 먼저 챙길 만큼 심성이 곱다. 강동원은 “건우와 그의 오랜 친구들이 거대한 권력에 맞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이야기가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1987> <골든슬럼버> <인랑>을 연달아 작업하고 있는 강동원을 만났다.
-7년 전 원작 소설을 읽고 영화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원작의 어떤 점이 좋았나.
=평소 권력 때문에 인권이 침해당하는 일에 관심
<골든슬럼버> 강동원 - 강동원 되기
-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최대 수혜자는 해롱이 이규형이었다. 앞서 <비밀의 숲>에서 막판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윤 과장으로 등장했던 이규형은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제대로 홈런을 날렸다. 마약 복용으로 ‘감빵’에 들어온 ‘해롱이’ 유한양은 2상6방의 귀여운 트러블메이커다. 해롱이의 행동이 언제나 너그럽게 이해될 수 있었던 건 이규형의 뻔뻔한 희극 연기가 통했기 때문. 하지만 이규형은 “혼자서는 이만큼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들지 못했을 거”라며 대부분의 공을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에게 돌렸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해롱이 캐릭터 덕에 사람들이 전보다 친근하게 다가올 것 같다.
=‘와, 해롱이다’ 하면서 사인을 부탁하는 사람들도 있고 알아봐주는 분들도 꽤 생겼다. <비밀의 숲> 때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웃음)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연극 <날 보러와요>, 뮤지컬 <팬레터>를 보
<슬기로운 감빵생활> 배우 이규형 - 자꾸 눈길이 간다
-
-
갑자기 생긴 능력이기 때문일까. <염력>에서 석헌(류승룡)이 염력을 쓰는 자세가 어째 좀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초능력을 쓸 때마다 몸도 덩달아 움직이는 품새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중독성이 강하다. 안무가 전영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이 자세를 인형뽑기 게임에서 착안했다. “석헌은 원래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이 인형뽑기를 할 때 집게의 위치나 각도를 잘 맞추지 못하면 몸도 집게를 따라 움직이지 않나. 석헌이 컨테이너를 움직이는 장면에서 그런 자세로 초능력을 쓰면 되겠다 싶었다”는 게 전영의 설명이다. 이 아이디어는 그가 “좋아하는 만화 <원펀맨>의 사이타마 캐릭터가 공격하는 자세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연상호 감독은 “그 동작 하나 때문에 관객이 천명은 더 들겠다”고 무척 만족해했다. ‘컨테이너 박스를 옮긴다’ 정도로 표현된 시나리오의 지문에 ‘(석헌의) 다리가 움직이고, 혀가 나온다’는 식의 구체적인 행동이 추가됐다.
안무
<염력> 안무가 전영 - 대본에 없던 지문을 만드는 동작 연출가
-
2002~2003년 당시 김상경의 필모그래피는 두고 두고 회자될 만하다. 첫 주연 영화가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2002)이고, 그다음 작품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이니 말이다. 그러니 어떤 사람에게는 영화에 집중하기보다 종종 드라마에 출연하며, 과거의 기세를 이어가지 않은 김상경의 이후 필모그래피가 충분히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십수년간 이어진 그의 행보를 모아보면 쉬운 예상을 벗어나기에 되레 신선한 면이 있다. <내 남자의 로맨스>(2004) 같은 로맨틱 코미디나 사극 드라마 <대왕 세종>(2008), 주말극 <가족끼리 왜이래>(2014)에 어떤 일관성이나 두드러지는 파격은 없다. 하지만 <생활의 발견>과 <살인의 추억>으로 이어지는 전성기와 만나면 재미있는 돌출이 된다. 국방부 방산 비리를 폭로한 내부고발자 박대익 중령을 연기한 <1급기밀>로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1급기밀> 배우 김상경, "보수와 진보가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
오렌지 빛으로 타오르는 웨스트 할리우드의 크리스마스이브. 포주이자 애인인 남자 대신 마약 소지 혐의로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신디(키타나 키키 로드리게스)를 맞아주는 것은 단짝 알렉산드라(마야 테일러)다. 두 트랜스우먼의 생계 수단은 매춘이다. 알렉산드라의 실수로 남자친구가 바람피운 사실을 알아챈 다혈질 신디가 종일 상대 여자를 수소문하며 폭주하는 동안, 가수 지망생 알렉산드라는 저녁 공연을 홍보하는 전단을 돌린다. 여기에 알렉산드라의 단골인 아르메니아계 택시 기사 라즈믹(카렌 카라굴리안)의 사연이 더해진다. 2015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아이폰 5S로 촬영한 와이드 스크린 영화라는 화제성을 넘어 높은 완성도로 찬사를 모은 <탠저린>은, 세번의 크리스마스가 지나서야 한국 개봉관에 도착했다. 신작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2017년 칸을 시작으로 호평받으며 바쁜 시상식 시즌을 보내고 있는 숀 베이커 감독은 기자의 질문에 동영상으로 답변을 보내왔다.
-시나리오를 본격적
<탠저린> 숀 베이커 - 마이너리티 그룹과 하위문화에 끌린다
-
<반도에 살어리랏다>는 대한민국 40대 가장의 모습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대학 시간강사인 중년 남성 오준구는 배우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가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앞에 두고 갈등한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건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아니, 그건 나이보다는 차라리 대한민국이라는 상황의 문제에 가깝다. 5천만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이 애니메이션이 특별한 건 이 땅에 사는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고민들을 제대로 녹여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건 감독이 직접 보고 느낀 현실이라서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반도에 살어리랏다>로 장편 데뷔를 한 이용선 감독은 4편의 단편애니메이션을 연출한 베테랑이다. 전작인 단편 <화장실 콩쿨>로 2015년 11회 인디애니페스트에서 독립보행상, 관객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좀더 확장된 이야기로 돌아온 작품이 바로 <반도에 살어리랏다>다. <반도에
<반도에 살어리랏다> 이용선 감독 - 한국에서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어른을 위한 블랙코미디
-
일본 애니메이션의 외형적인 규모는 성장하는 듯 보이지만 내실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일부 사실이다. 70, 80년대 전세계 서브컬처를 뒤흔든 아니메의 파괴력은 이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동시에 산업적으로는 실사영화의 흥행 순위를 가볍게 뛰어넘을 만큼 안정적이기도 하다. 만약 일본 애니메이션에 여전한 저력이 있다면 방점은 규모가 아닌 다양성에 찍힐 것이다. TV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극장판이 흥행하는 가운데 오리지널 극장판도 꾸준히 제작되고 있으며 개중에는 독특한 개성으로 표현의 영토를 넓히는 작품도 적지 않다. 유아사 마사아키는 굳이 구분하자면 작가주의 경향의 최전선에 있는 감독이다. 2004년 장편 데뷔작인 <마인드 게임>은 독특한 곡선, 강렬한 색채, 움직임을 중시한 감각적인 이미지 등으로 전세계 애니메이터들에게 유아사 마사아키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후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2010), <핑퐁 더 애니메이션>(20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 - 그림은 세계에 대한 감각의 표현이다
-
“차기작을 너무 빨리 들어가게 돼서 스스로도 놀랐다. (웃음)”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의 기록적인 성공 이후 김지원의 행보는 꽤 조심스러웠다. 해를 넘긴 고민 끝에 선택한 드라마 <쌈, 마이웨이>(2017)는 결국 김지원을 확실한 스타로 자리매김시켰다. 그러니 그가 드라마가 종영한 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3>) 촬영에 들어갔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월영’은 작품 선택에 신중을 기하던 김지원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한 캐릭터다. 월령은 김민(김명민)과 서필(오달수) 앞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여인으로, 두 남자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전편의 여성 캐릭터들보다 서사를 중심에서 이끌고, 장르적 연기는 물론 굵직한 감정 신까지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기회가 있다. 김지원은 인터뷰 내내 표현을 조심스럽게 고르면서도 영화에 대해 말할 땐 설렘이 묻어나는 표정을 보였다.
-첫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김지원 - 배우는 재미
-
조선 제일의 명탐정 김민(김명민) 옆에는 김민의 빈틈을 채워주는 ‘서필’(오달수)이 있다. 무엇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최고의 조력자 서필은 어느덧 <조선명탐정> 시리즈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상수가 되었는데, 서필의 존재감이 이만큼 격상될 수 있었던 건 무엇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 오달수의 맛깔나는 연기 덕이 컸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에서도 오달수는 행동 하나, 말 한마디로 사람들을 웃긴다. “최상의 팀워크”를 확인할 수 있다는 3편. 오달수의 코미디도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다.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이 천만을 넘기면서 필모그래피에 또 한편의 천만 영화를 추가했다. 더불어 특별출연을 자청한 <1987>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필모그래피에 흥행작이 많은 이유는 단지 다작을 해서가 아니라 시나리오를 보는 눈이 좋아서일 것이다.
=두편 다 잘될 것 같았다. <신과 함께>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오달수 - 최상의 팀워크
-
3편까지 사랑받으며 시리즈를 지속해온 <조선명탐정> 현장은 김명민에게 이제 더없이 익숙한 공간이다. “가족 같고 호흡이 잘 맞아서 하고 싶은 연기를 다 할 수 있다. 다른 현장에서 너덜너덜해진 마음이 이곳에 오면 깨끗해진다.” 그러고 보면 2011년과 2014년 그리고 3편이 나온 2018년. 그사이 김명민은 <연가시>(2012), <간첩>(2012), <판도라>(2012), <브이아이피>(2016) 등 규묘가 큰 액션, 스릴러 장르에 주로 매진해왔다. 3~4년 간격으로 만들어진 시리즈의 사이사이 김명민의 필모그래피는 그렇게 한마디로 ‘치열했다’. 허당기 있고, 여자 밝히는 탐정 ‘김민’이 보여주는 편안한 코믹은 관객뿐 아니라 김명민에게도 반갑다.
-오늘 커버 촬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4편의 영감이 떠올랐다. 조선 명탐정이 잠깐 구한말로 가서 슈트 입고 활약하는 SF 장르도 가능하지 않을까.
=타임머신? 에이, 그런 정도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김명민 - 치유가 되는 현장
-
벌써 3편이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 개봉(2월 8일)을 준비하는 걸 보니 명절이 다가온 것이 실감날 정도로 이 시리즈는 이제 한국의 명절을 대표하는 히트 시리즈다. 김명민-오달수 콤비의 찰떡같은 호흡은 커버 촬영장에서도 여전했다. 나이는 물론이고 경력도 꽤 터울이 지는 김지원 역시 이제 편안하게 이들과 어우러진다. 다른 현장에서 힘든 마음도 이 촬영장에 오면 정화된다는 김명민과 팀워크가 최상이라는 게 3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자부하는 오달수, 그 사이에서 복합적인 인물 ‘월영’을 연기하면서 고민이 많았다는 김지원. 이들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분위기를 보니 이번 영화의 ‘흥’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김명민·오달수·김지원 - 명불허전(名不虛傳)
-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으로 시작해보자. 찰리 플러머와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대체 어떤 관계인가? 두 배우는 리들리 스콧의 신작 <올 더 머니>에 석유 재벌 폴 게티와 그의 손자 폴 게티 3세로 함께 출연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성을 가져서 종종 가족으로 오해받는 두 배우는 사실 선후배 사이에 불과하다.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캐나다 출신의 배우인 반면, 열여덟살의 신인배우 찰리 플러머는 배우인 어머니와 TV프로듀서로 활동하는 아버지를 둔 전형적인 뉴요커다. <올 더 머니>는 당분간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에서 부패한 보안관 일라이 톰슨의 아들 마이클, 드라마 <그래나이트 플랫>에서 마을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 경찰서장의 아들 티미 샌더스 역으로 이름을 알렸던 찰리 플러머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을 듯하다. 극중에서 폴게티 3세가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은 “왜 이렇게 말랐냐”다. 나이와 성별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연약하고 파
<올 더 머니> 찰리 플러머 - 어른의 세계에 진입한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