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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1993)에서 <쥬라기 월드>(2015)로 이어지는 공룡 테마파크는 양가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파국은 씁쓸하지만 공룡을 관전하는 쾌감도 확실하다. 전편의 테마파크 참사 이후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2018년 6월 6일 개봉예정)도 과학윤리적 고민과 오락물 사이 어딘가에 자리할 예정이다. <몬스터 콜>(2016), <더 임파서블>(2012)에서 스펙터클만큼이나 그 안에 녹아든 정서를 성숙하게 매만진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이 이번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 현재 후반작업 중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을 전화로 만나 신작의 색깔에 대해 물었다.
-전편의 오웬(크리스 프랫)과 클레어(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에게 생긴 변화가 있나. <쥬라기 공원>의 이안 말콤 박사도 돌아온다.
=전작보다 성숙해진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신에 대해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 - 이번에는 인간이 공룡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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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총 5개의 챕터로, 한 남자의 인생 마지막을 그린다. 챕터1에서 제시된 시골 이발사 모금산(기주봉)의 반복적 일상은, 갑작스런 암선고로 인해 흔들린다. 선고에 미동도 없던 그는, 이내 배우가 되고자 했던 젊은 날의 꿈을 소환한다. 그 ‘계획’(챕터2)을 실행하자면 영화감독 지망생인 아들 스데반(오정환)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새로운 것에 열광하지만 지나간 것은 굳이 되돌아보지 않는 속력의 시대. 임대형 감독은 모금산의 결심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뒤처진 속도에 발맞추어볼 것을 권유한다. 빛바랜 흑백 화면 속, 남아 있는 모든 낡은 것들, 서로를 위한 속깊은 온정. 마치 아키 카우리스마키 영화처럼 덤덤한 인상과 풍경 속에 감춰진 미세한 웃음들이 당면한 비극을 그나마 견딜 수 있게, 내일을 희망하게 해준다. <만일의 세계>(2014)로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임대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임대형 감독 -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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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초상을 집요하게 응시한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동시대 일본인이 보고 듣고 느끼는 바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정확히는 자신의 감각에 충실한 것일 테지만 그건 결국 사회적인 현상의 정확한 반영이기도 하다. 신작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는 도쿄의 청춘들의 공허와 삶의 고단함을 감각적으로 그린다. 모두가 밤하늘이 어둠에 싸여 있다고 생각할 때, 화려한 네온사인과 조명 속에 매몰되어갈 때 이시이 유야 감독은 그 속에서 기어코 짙은 푸른색을 발견해낸다. 서울독립영화제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나 세계를 그리는 법에 대해 물었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로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를 찾았다. 같은 영화로 10월에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는 각각의 특색이 있어 즐거웠다. 한국 관객은 감각적으로 느끼고 깊은 부분까지 해석해서 코멘트를 해준다. 일본에서는 이런 적극적인 반응을 접하기 힘들기 때문에 늘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이시이 유야 감독 - 비관을 직시하되 온기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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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열심히 해야겠구나, 원작을 읽자마자 긍정적인 부담이 밀려왔다.” 내년이면 고3 수험생이 되는 배우 김향기는 <신과 함께-죄와 벌> 캐스팅 소식을 기사로 접한 주변 친구들 반응을 듣고서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실감했다. 그런 주변 반응 때문에 더욱 이 영화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됐을 법도 하지만 삼촌뻘인 선배 배우들 앞에서도 그녀는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자기의 역할을 다 해냈다. 김용화 감독이 배우 김향기에게서 찾아낸 긍정의 에너지는 바로 이 영화에 꼭 필요했던 부분일터다. 김향기가 연기하는 덕춘은 망자의 곁에서 그들을 대변하는 저승사자다. 저승에서의 그의 임무가 막중하듯 생애 첫 대작 영화에 참여한 김향기의 심정도 남달랐다.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고 기분이 어땠나.
=지난해에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신과 함께>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원작 웹툰을 보지는 못했지만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웃음) 그래서인지 소식을 접한 친구들이 “대
<신과 함께-죄와 벌> 김향기 - 선한 기운을 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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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2006)를 만들 때의 김아중 배우가 생각났다.” <신과 함께-죄와 벌>의 현장에서 주지훈을 지켜본 김용화 감독의 말이다. 배우 입장에서 모험이라고 느낄 수 있는 감독의 주문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임했다는 점에서 두 배우의 용기는 닮아 있다고 김용화 감독은 덧붙였다. 주지훈이 연기하는 해원맥은 영화 속 세명의 저승차사 중 가장 활력이 넘치는 인물이자 가장 인간을 신뢰하지 않는 비관주의자다. 유머와 비애감이라는 서로 다른 감정이 어쩌면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짐작을, 주지훈의 해원맥은 가능하게 한다.
-평소 책 읽는 걸 무척 좋아한다고. 웹툰도 좀 보나.
=챙겨보는 게 몇개 있다. 연재 중인 작품으로는 <고수>와 <마음의 소리>, 예전에는 <다이어터>를 즐겨 봤다. 유머가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는 영화의 캐스팅 제안을 받고 봤는데, 너무 재밌어
<신과 함께-죄와 벌> 주지훈 - 시야도 생각도 더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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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신과 함께-죄와 벌>의 김자홍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은 표현이 적절할 듯싶다. 이승에서 내 한몸의 위기보다 다른 사람의 안전이 더 중요한 소방수였던 김자홍은, 저승차사들이 19년만에 마주한 ‘귀인’인 동시에 비밀스러운 사연을 간직한 인물이다. “굵은 눈물 한 방울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 김용화 감독의 답안은 배우 차태현이었다. 왜 아니겠는가. 불이 솟구치고 땅이 꺼지는 요지경의 지옥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다울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렸을 때, 차태현만큼의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다.
-솔직히 김용화 감독과 배우 차태현이 왜 지금에서야 만났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전부터 잘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랬나? 김용화 감독과는 몇년 전 부산국제영화제 때 해운대 포장마차에서 만난 게 전부다. 이번에 직접 만나보니 호흡도 잘 맞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연출자라는 생각
<신과 함께-죄와 벌> 차태현 - 가장 인간다운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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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죄와 벌>의 티저 예고편이 처음 공개되자마자 많은 원작 웹툰의 팬들은 ‘진기한’이라는 캐릭터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지만 하정우가 연기하는 캐릭터 강림이 원작의 진기한의 역할까지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려 섞인 기대를 표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하정우의 강림은 이 영화의 색깔과 리듬과 재미를 도맡고 있는 중요한 인물이다. 저승차사들의 리더 격으로서 무시무시한 염라를 상대로 망자들을 제대로 심판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인물. 세상의 어떤 존재보다도 무섭고 강력하지만 그래서 더욱 인간적인 면모를 풍겨야 했을 강림을 연기한 하정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듯했다.
-한국영화로서는 새로운 도전이다. 원작의 재미, 새로운 장르, 제작 규모 등 촬영 전부터 기대한 바가 있었을 것 같다.
=김용화 감독에 대해서, 그리고 <미스터 고>(2013)의 기술적 경험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믿음이 있었다. 그런 쪽의 기대감보다는 드라
<신과 함께-죄와 벌> 하정우 - 진지함과 유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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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1, 2편을 동시에 제작하는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죄와 벌>이 드디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제작 규모와 형태는 물론 개봉 규모와 흥행, 또 다양한 제작 방식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한국영화 사상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만한 기대작이다. 온전히 상상력만으로 창조한 저승을 배경으로 망자와 저승차사들이 벌이는 49일간의 모험을 다룬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생경한 촬영장에 대한 소회를 쏟아냈다. 거대한 자본의 규모에 압도되기보다 드라마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비현실적인 판타지 속에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찾아내 표현하려고 노력한 배우들이 만들어낸 <신과 함께-죄와 벌>의 실체를 미리 들여다봤다.
<신과 함께-죄와 벌> 하정우·차태현·주지훈·김향기 - 이 조합이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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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없는 날 현장에 안 나가면 스탭들이 이상하게 생각했다. 전화를 걸어와 ‘어디세요, 왜 안 오세요?’ 그러면서. (웃음)” <범죄도시>를 찍을 때 전재형 무술감독은 현장에서 살다시피했다. 액션 신 분량이 시나리오의 2/3에 달했기 때문이다. 허명행 무술감독으로부터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고 합류한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선과 악이 뚜렷하게 구분됐고, 무술감독으로서 시도할 게 많아서 좋았”다.
그가 강윤성 감독과 함께 논의한 <범죄도시>의 액션 컨셉은 “기교를 부린 액션이 아니라 현실적인 액션”이었다. 흑룡파, 춘식이파, 이수파, 강력반 형사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에서 그가 신경 쓴 조직은 장첸(윤계상), 위성락(진선규), 양태(김성규)로 구성된 흑룡파, 그러니까 장첸 일당이었다. “한꺼번에 달려들어서 이기는 전형적인 싸움 방식을 보여주는 게 싫었”던 까닭에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장첸 일당을 “들개 무리처럼 묘사”하는 거였다. 폐지
<범죄도시> 전재형 무술감독 - 징글징글하게 독한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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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이 하는 스릴러, 나라면 투자는 못했을 거다.” <기억의 밤> 개봉 당일 아침장항준 감독이 시나리오만 보고 투자를 결심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말했다. <기억의 밤>은 극장 영화로는 <불어라 봄바람>(2003), 케이블 TV용 영화까지 포함하면 <전투의 매너>(2008), <음란한 사회>(2008) 이후 오랜만의 복귀작인 데다가, 그의 전공인 코미디가 아니라 웃음기 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다. 하지만 그가 드라마 <싸인>(2010)의 연출 및 극본을 맡았다는 점을 굳이 상기하지 않아도 장항준 감독과 서늘한 장르물 사이에는 중요한 접점이 있다. 극을 이끄는 삼수생 진석(강하늘)은 90년대 어느 중산층 가족의 일원이다. 그는 괴한에게 납치당한 후 19일 만에 돌아온 형 유석(김무열)의 이상한 행동을 감지하며 점점 평정심을 잃는다. 거의 호러영화에 가깝게 연출되는 형제의 이야기는 결국 90년대가 가진 어두운 일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영화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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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가 돌아온 것인가? 아니다. 지브리 출신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이 똘똘 뭉쳐 ‘스튜디오 포녹’이라는 새로운 제작사를 차렸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없이 그들의 힘만으로 <메리와 마녀의 꽃>이라는 첫 장립작을 만들었다. 지난 20, 30년동안 스튜디오 지브리에 몸담으며 노하우를 축적해온 애니메이터들이 집결해서 만든 <메리와 마녀의 꽃>은 모든 것이 어설프고 천진난만한 소녀 메리가 천부적인 마법 재능에 눈뜨게 되는 이야기. 마치 평생을 애니메이션에 몸바쳐온 이들의 인생 자체에 던지는 판타지 같기도 하다. 지난 10월 13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과 니시무라 요시아키 프로듀서, 그리고 주인공 메리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 스기사키 하나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제작사 스튜디오 포녹을 설립하면서 <메리와 마녀의 꽃>을 창립작으로 내세웠다.
=니시무라 요시아키_ 2013년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부가 해체하면
<메리와 마녀의 꽃>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 배우 스기사키 하나, 니시무라 요시아키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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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겹치고 겹쳐 지금까지 왔다.” 증국상 감독은 <도둑들>(2012)에서 4인조 중국도둑 중 한명인 조니 역으로 출연하며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배우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감독을 꿈꿔왔고 아버지인 증지위 배우의 절친이자 믿음직한 멘토 진가신 감독이 제작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6)에서 연출을 맡아 섬세한 연출력을 세간에 인정받았다. 홍콩영화계의 미래가 여기 있다.
-여성들만의 내밀한 감정의 결을 따라가기 쉽지 않았을 텐데 비결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감독들이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들을 많이 만들어왔고, 그 영화들이 내게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항상 여성이 중심이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여자들 사이의 역학관계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 아버지보다는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성장했고 어머니 주변에는 항상 친한 동성친구들이 있었다. 어린 나에게 어머니, 그리고 가족과도 같았던 어머니의 친구들의 이야기가 항상 흥미롭게 다가왔었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증국상 감독 - 여성들의 섬세한 관계를 풀어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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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레일이 깔린 안정된 삶을 살아가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자유를 꿈꾼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6)의 칠월은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뜨거운 열망을 품은 여인이다. 중화권 차세대 스타 마사순은 그동안 반항기 넘치고 자유분방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이번에는 기존 역할과는 정반대인 칠월 역을 소화한 끝에 안생 역의 주동우 배우와 함께 금마장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바야흐로 도약의 시점이다.
-제53회 금마장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최초로 공동 수상했다.
=금마장에서의 공동 수상은 정말 생각지 못했고 매우 감사드린다. 사실 수상 후 전반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 그나마 제일 큰 변화는 좀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배우로서 나의 자질을 의심하던 사람들이 더이상 의심하지 않고, 나 역시 열등감을 조금씩 놓게 되었다. 안생 역을 맡은 주동우는 연기를 하는데도 연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편한 친구다. 사적인 자리에서와 연기할 때의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배우 마사순 - 반대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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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피 속의 혈투>는 그런 고민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치열한 현안을 제시한다. 제약업계의 이익에 봉사하는 시스템에 의해 의약품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1996년 이후 저가의 에이즈 의약품이 아프리카 및 남반부에 공급되는 걸 조직적으로 막고 있는 서양 제약회사들과 정부의 부도덕한 행위 때문에 천만명의 사람들이 죽음을 맞았다. 얼마든지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죽어가는 현실 앞에서 인도의 딜런 모한 그레이 감독은 주저 없이 카메라를 들고 아프리카로 향했다. 국경없는영화제2017에 <피 속의 혈투>를 들고 방한한 그는 할 말이 무척 많아 보였다. 짧은 질문에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오는 말과 생각들. 논리정연하게 열변을 토하는 그의 모습은 세상을 향한 증언처럼 보였다. 아직 알려야 할 사실, 알아야 할 진실들이 너무 많다.
-국경없는영화제2017의 초청작으로 방한했다.
=국경없는의사회와는 오랜
<피 속의 혈투> 딜런 모한 그레이 감독 - 비극을 전시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