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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현도는 마지막 산수시험만 끝나면 다시 전교 1등이 될 꿈에 부풀어 있다. 거침없이 답을 써내려가며 행복해하는 현도. 그러나 20번 문제에 이르러 현도는 심각한 장애물을 만난다. 몇번이 정답일까, 고민하던 현도는 책상 서랍 속 전과를 만지작거리다 그만 바닥에 떨어뜨리고 만다. 이젠 어쩔 수 없다. 현도는 실내화와 양말을 벗고 발가락으로 전과를 한장한장 넘기기 시작한다.■ Review시험시간은 긴장과 기대, 힘겨운 선택이 섬광처럼 지나가는 50분이다. 1번일까, 2번일까, 이 문제를 틀리면 어디에서 점수를 보충할 수 있을까, 내 성적표엔 어떤 숫자가 찍혀 나올까. 이런 복잡한 계산에 몰두하다보면 시계가 평소보다 두배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시험은 끝났다>는 그처럼 정적 속에서 온갖 상념이 소용돌이치는 시험시간을 귀엽게 포착한 영화다. 전교 1등으로 칭찬만 받던 현도. 그러나 산수문제 하나 때문에 가문의 수치가 될 위기에 처한 현도는 부채
[단편 Review] 시험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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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짜증이 부글거리는 한여름 가사시간. 신경질적인 가사선생은 아이들을 들볶다가 희진의 휴대폰을 뺏는다. 가사선생은 아이들에게 5분 동안 교과서 내용을 암기하라고 말한 뒤, 복도에 나가 빼앗은 휴대폰으로 남편과 통화를 한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사격부원들이 이 사실을 폭로하자 교실은 순식간에 분노와 반항의 무정부상태가 된다.■ Review<목요일 3교시>는 누구나 한번쯤 상상했을 순간을 현실로 만든 영화다. 가사 교과서에 실린 여학생들의 평상복 사진, 그대로 입고 나가면 “미친 또라이년” 소리를 듣기 딱 좋을 사진을 보면서 한심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그럴 때 “선생님 이런 거 가르치기 쪽팔리지 않아요?”라고 외치거나 교과서를 내던지며 “씨발”이라고 내뱉는 반항은 생각만 해도 청량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아찔한 상상이 눈앞에서 펼쳐질 때, <목요일 3교시>는 불온한 기운을 한풀 꺾고 이상하게도 어색한 몸짓으로 한숨을 쉰다. 거침없는 욕설이나
[단편 Review] 목요일 3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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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준은 친한 친구 상이가 아이들에게 얻어맞는 동안 무기력하게 지켜보기만 한다. 이 사건 때문에 준과 상이는 각각 죄책감과 그동안 쌓아온 우정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상이가 수업을 빠지고 혼자 농구를 하던 날, 두 친구는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무언의 화해를 나눈다.■ Review삶은 누구에게나 가혹하다. 아직 스무살 문턱에도 닿지 못한 아이들조차 잔인하면서 공정한 이 규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극도로 말을 아끼는 <바람이 분다>는 느닷없이 찾아온 시련, 한 소년을 수치로 물들게 했을 뿐 아니라 다른 한 소년과의 관계까지 위기로 몰아가는 사건에서 시작하는 영화다. 인적이 드문 굴다리 그늘, 상이가 무자비하게 구타당하고 있을 때 준의 존재는 찾을 수가 없다. 준은 아이들이 물러간 뒤에야 몸과 마음을 모두 다친 친구에게 가방을 내민다. 말없이 먼지를 털고 일어나 등을 보이는 소년. 이유없는 폭력이라면 차라리 이해하기 쉽겠지만, 믿었던 친구의 방관은 용납하기 어려울 것
[단편 Review]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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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결혼을 앞둔 성빈(구본승)은 파혼 위기에 처해 있다. 섹스에서 번번이 약혼자보다 먼저 끝을 내는 조루 때문이다. 약혼자 지혜(김지은)는 실수를 만회할 세번의 기회를 준다. 성빈은 친구 정우의 도움으로 자신의 문제를 치료 장담하는 탁월한 실력의 소유자 빅맨과 장군을 소개받는다. 그는 거금을 바쳐가며 수업을 받지만 결국 세번의 섹스 모두 실패로 끝난다. 파혼당한 성빈은 섹스의 도인인 시골의 한 노인을 찾아가고 지혜는 완벽한 조건의 비뇨기과 의사 석규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Review동서양의 권위있는 성지침서와 의학서적 86권을 참조해 완성했다는 <마법의 성> 시나리오는 감수한 비뇨기과 의사들로부터 “교묘하게 엮어서 만든 교과서 같은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아닌게아니라 이 영화는 상당부분을 성인들을 위한 성교육 비디오처럼 성지식에 관해 상세히 설명하는 데 할애한다.실은 발기부전인 장군은 인체모형도를 지휘봉으로 가리키며 남성 성기의 구조에 대해 강의하고
설명이 너무 길어 끼어들 틈이 없는 스토리 <마법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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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레이니 캐리건(안젤리나 졸리)은 시애틀 지역 방송사에서 잘 나가는 리포터. 화사한 금발에 늘씬한 몸매, 스타 야구선수를 약혼자로 둔데다 전국 방송에 진출할 기회까지 잡은 그녀의 앞날은 순탄대로인 듯 보인다. 하지만 예언이 잘 맞기로 소문난 괴짜 부랑자를 취재하러 간 날, 레이니에게 청천벽력이 떨어진다. 전국 방송 진출의 꿈을 이루기는커녕 다음주 목요일에 죽을 거라는 것이다. 레이니는 앙숙인 카메라맨 피트(에드워드 번즈)의 장난이라며 코웃음치지만, 풋볼시합 점수부터 날씨까지 부랑자의 예언이 하나둘 맞아떨어지자 불안에 휩싸인다.■ Review내가 며칠 뒤에 죽게 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어느날 그녀에게 생긴 일>은 누구나 한두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만약’의 가정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의 한 정점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레이니. 운명의 강제로 생에 종지부를 찍게 된 상황에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
7일간의 좌충우돌 인생찾기 <어느날 그녀에게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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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영남 지방의 작은 섬 마이도의 최고령 할아버지가 99번째 생일을 맞아 한 말씀 하신다. “내가 가슴에 맺힌 게 있다. 우리 마을에 대학가는 놈 하나 맹글어서 이 섬을 세상에 알리라.” 마을에 대학갈 나이의 청년은 대성(정준), 만구(홍경인), 해삼(여현수) 셋인데 다 공부를 못한다. 마을 사람들은 궁리 끝에 셋에게 권투를 가르쳐서 권투 특기생으로 대학에 보내기로 하고, 프로권투 경력이 있는 왕 코치(이원종)를 선생으로 섬에 데려온다. 왕 코치 환영파티를 열고 마을회관에 링을 짓는 등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당장의 목표는 경남아마추어복싱선수권대회. 우스우면서도 절박한 동기 아래 맹훈련이 시작된다.
■ Review
이 영화의 권투는 많은 걸 담고 있다. 외지 섬마을 청년들의 성공을 향한 꿈으로 보면 <록키>이고, 오합지졸들이 모여 뭔가를 해내는 이야기로 치면 <으랏차차 스모부>의 스모와 같다. 특별한 뉴스가 없는 섬마을 사람들에게 불어닥친 축
세련미 보다 촌스런 느낌의 `열혈 촌놈극` <남자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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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모녀지간인 나오코(기시모토 가요코)와 모나미(히로스에 료코)를 태운 버스가 눈 덮인 산길을 달리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엄마 나오코는 죽고, 딸 모나미는 깨어난다. 그런데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딸은 자신이 모나미가 아니라 나오코라고 주장한다. 말이나 행동이 영락없는 아내인 모나미를, 아버지 헤이스케(고바야시 가오루)는 아내 나오코로 느끼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집에선 아내 나오코로, 밖에선 딸 모나미로 ‘이중생활’을 하는 ‘아내/딸’과의 동거가 순탄할 리 없다. 대학생이 된 ‘아내/딸’이 모나미로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헤이스케는 혼란과 갈등에 휩싸인다. 남편으로 살 것인가, 아버지로 살 것인가.
■ Review
영혼이 다른 이의 육신에 깃드는 ‘빙의’ 현상은 일본 대중문화의 트렌드라 할 만큼 인기 높은 설정이다. 한때 호러나 스릴러의 단골 소재였던 이 섬뜩한 초자연적 현상은 이제 동성으로 또는 오누이로 만난 연인의 기구한 사랑 등 판타지 멜로에서도 즐겨 다루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의미를 헤아리다.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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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1961년, 냉전 상황의 소련은 미국에 버금가는 핵잠수함 K-19호를 건조해 견제를 유지하려고 한다. K-19호는 미사일 테스트를 임무로 부여받고 출항한다. 그러나 새로 부임해온 함장 알렉세이 보스트리코프(해리슨 포드)와 대원들은 내부적인 불화를 겪는다. 대원들은 당의 의지만을 우선시하는 함장을 대신하여 부함장 미하일 폴레닌(리암 니슨)을 함장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첫 번째 임무를 완수한 K-19호는, 그러나 원자로의 이상으로 핵폭발을 일으킬 위기에 처한다. 눈앞에 닥친 3차대전.■ Review난니는 화가 나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부엌을 서성거리며 영화의 대사를 중얼거린다. 그는 태어날 아기를 위해 오늘 아내와 함께 신중에 신중을 기해 영화 한편을 골라 극장을 찾았었다. 그리고는 한밤중에 머리칼을 움켜쥐고 내뱉는다. “내 아이에게 이런 한심한 영화를 보여주다니!” 영화 에서 난니 모레티가 <스트레인지 데이즈>에 보내는 시선이다.캐스린 비글로의
상상력이 결여된 또 하나의 재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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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스포츠카, 오토바이, 패러글라이딩을 비롯한 익스트림 스포츠의 달인 젠더 케이지(빈 디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누구에게도 구속당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살아가는 젠더에게 스파이 제의가 들어온다. 정부를 위해서 한 가지 임무를 하던가, 익스트림 스포츠를 포기하고 독방에 갇히던가,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선 것이다. 독에는 독, 이이제이의 수법으로 범죄자를 범죄 조직에 침투시키자는 NSA 요원 기브슨(새뮤얼 L. 잭슨)의 주장 덕분에 젠더는 동구의 프라하로 가야 한다. 기존의 첩보원들이 전혀 접근할 수 없었던 구소련군 출신의 범죄조직 ‘아나키 99’에 침투하는 것이 젠더의 임무. 마침 보스의 동생이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인 덕에 젠더는 전혀 의심받지 않고 아나키 99의 근거지인 고성에 들어가 정보를 캐내는 데 성공한다.
■ Review
<트리플 엑스>는 21세기판 <007>이다. 그는 국가를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자신을 위해
소속되지 않는 반항아 신세대 첩보원 <트리플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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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때는 일본의 식민통치가 기정사실로 굳어져가던 1905년, 암행어사가 꿈이었던 서당 훈장(신구)의 둘째아들 호창(송강호)은 과거가 폐지되자 하릴없는 청춘을 보내다 야구를 하는 미국 선교사들을 보게 된다. 선교사와 함께 일하는 민정림(김혜수)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한 호창은 조선 최초의 야구팀 YMCA야구단의 4번타자가 되고 YMCA야구단은 승승장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 군대가 야구 운동장을 점령하고 YMCA야구단은 일본 군대의 야구팀인 성남구락부와 시합을 갖게 된다. 8:0의 참패, 업친 데 덥친 격으로 민정림과 투수 오대현(김주혁)이 항일운동과 관련된 죄목으로 수배당하면서 YMCA야구단은 해체 위기를 맞이한다.
■ Review
‘그들은 이길 수 있는가?’ 모든 스포츠영화가 던지는 공통된 질문은 이것이다. 제 아무리 소림사 무술의 달인인 주성치(<소림축구>)라도,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알리(<알리>)라도, 아버지의 크리켓 재능을
상심의 시대 뚝심의 사람들 진심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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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남자고등학교의 체육시간. 축구에서 수비수를 맡은 정현은 공이 자기한테 올 때마다 매번 어물쩡하다 공을 놓친다. 정현의 팀이 대패한 후, 정현은 몸집이 크고 불량기가 있는 반 친구 ‘노랑머리’로부터 지속적인 폭력을 당하게 된다. 조금씩 반항을 해보고 선생님에게 일러보기도 하지만, 정현의 얼굴은 노랑머리의 구타로 인해 점점 더 망가져간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 정현은 긴 잠에 빠지고, 꿈을 꾸게 된다.■ Review학내폭력은 많은 침묵하는 증인들이 있기에 더욱 가혹하다. 감독은 주인공에게 자신의 이름 ‘정현’을 붙이고, 스스로의 지난 상처를 이 작품을 통해 치유하고자 했다. “우리는 어렸을 적 경험의 여러 단면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 경험 중 들추고 싶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그것을 되새김으로써 과거의 상처가 아물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감독은 연출의 변을 적고 있다.스스로의 체험을 소재로 했으면서도 이 영화는 쉽사리 감상에 빠져들거나 교훈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단편 Review] 구타 유발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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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여학교의 해부학 수업 시간. 세 명의 군인들이 들어와 자살을 하고 학생들을 위한 실험용 사료가 된다. 실험 시작 전 교사가 전화를 받고 교실을 나가고, 아이들은 "우리끼리만 있으니까 해보고 싶었던 걸을 다 해보자"는 한 소녀의 의견에 동조해, 시체의 성기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 그러던 중 불이 나 시체 한 구가 타 버리고, 소녀들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그들 중 누구 하나가 새로운 시료가 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다.■ Review"인간성 말살이 극한에 이르고 개인이 조직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시대를 배경으로 우리사회에 잔재하는 군사문화의 폭력성과 학교교육의 문제점, 사제간 불신풍조를 다루고자 했고 또 흔히 보여지는 성폭력에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뒤집어 보았다"는 '연출의 변'은 이 작품을 매우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이성적인 설명 이전에, 감성적인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군인이 학생의 실험용 시체가 되기 위해 교실에서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고,
[단편 Review] 해부학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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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10년 동안 무직인 원숙의 아버지는 일상생활에서 폭력을 일삼는, 매우 권위적인 가장이다. 그런 원숙의 가정에 어느날 구역예배가 열린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지방사업가로 위장하려 하지만 술 취해 늦게 들어온 딸 원희 때문에 가족의 실상이 드러난다.■ Review일종의 '가정방문' 행사인 기독교의 구역예배는 이 작품에서 가족 내부의 문제를 드러내는 데 훌륭한 소재로 작용한다. 가족만의 사적인 공간인 집이 외부인들에게 공개되었을 때, 어떻게 가족이라는 원자구조에 충격이 오고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지, 감독은 드라마틱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아무도 불러보지 않은 찬송가를 서로 다른 음정으로 더듬더듬 부르는 사람들 속에서 혼자 키득거리는 주인공 원숙, 아버지의 길고도 긴 헌금 기도의 장단을 맞추는 딸 원희의 구토 소리, 그녀의 <곰 세마리> 노래가 들려주는 바뀐 가사, "아빠 돼지는 백수, 아기 돼지도 백수", 아버지의 구타로 멍든 어머니의 눈자위를 보고 "아, 어디 부딪
[단편 Review] 짜라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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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지미 모리스(데니스 퀘이드)는 어려서부터 야구 투수가 꿈이다. 그러나 군인인 아버지가 자주 이사하는 바람에 한 야구팀에 오래 있질 못한다. 급기야 학교나 동네 야구팀이 없는 텍사스의 한 마을로 이사를 가 정착한다. 20년 뒤 지미는 고등학교 화학교사가 됐다. 그 사이 군에서 야구를 시작해 프로구단 마이너리그에서 뛰다가 어깨 인대가 끊어져 중단했다. 그가 감독을 맡은 야구팀 학생들이, 그가 무척 빠른 공을 던지는 걸 보고 다시 야구를 시작하라고 독려한다. 지미는 중년에 아이 셋의 아빠로, 마이너리그 선수선발에 지망한다.■ Review접었던 어릴 때의 꿈을 다시 살려 성취하는 인간 승리극. 식상하기 쉬운 이야기인데 작은 차이로 <루키>는 마음을 파고든다. 황량한 텍사스 벌판, 마을은 번듯한 야구장 하나 없고 가난하고 초라하다. 학교 야구팀 학생들은 이기려는 의욕이 없다. 지미가 말한다. "너희들 졸업하면 이곳의 유전에서 일하거나 타이어 수리공이 될 거다. 그게 나
[Review] 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