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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과 `사랑`이라는 표피와 속살의 부조화,<역전에 산다>
■ Story

유망한 골프선수의 길을 접고 별볼일 없는 증권사 영업사원으로 살아가던 승완(김승우)은 직장왕따에 투자한 주식마저 폭락하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터널 속을 질주하던 중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자와 스치게 된다. 놀란 나머지 교통사고를 내고 깨어보니 이곳은 자신을 유명한 골프스타 강승완으로 부르는 또 다른 세계다.

■ Review

<소림축구>에서 주성치의 사부는 청년기에 ‘황금발’로 불렸던 유망 축구선수였지만, 상대편의 교묘한 트릭으로 시합에 실패한 뒤, 절름발이 구두닦기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역전에 산다>의 이 남자도 비슷한 처지다. 촉망받는 주니어 골프선수였지만 결정적인 시합 실패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이혼한 누나집에 얹혀 지독히 초라한 삶을 살고 있는 그에게 세상은 탈출구 없는 일방통행 길이다.

그런 그가 역전을 꿈꾼다. 그러나 사부의 꿈이 영원히 ‘축구’였던 것에 비해 승완의 꿈은 ‘골프’가 아니다. 사실 강승완의 ‘역전’에는 명확한 목표가 없다. 그저 현실에서의 도피를 꿈꿀 뿐이다. 이것이 그의 갑작스런 직종변환이 그다지 극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이자, 가장 큰 긴장을 조성해야 할 세계 챔피언 빌 잭슨과의 대결이 심심한 이유다.

사실 이 영화가 관심을 두는 것은 통쾌한 인생 역전보다는 “오른손잡이지만 과일만은 왼손으로 깎는” 여자와의 이 세상에도 저 세상에도 통하는 ‘운명을 뛰어넘는 사랑’이다. 그러나 <역전에 산다>는 ‘역전’이라는 표피와 ‘사랑’이라는 속살을 제대로 접합하지 못한 채 흐느적거린다. 결국 이 영화는 만두 빚던 소녀를, 한심한 부랑자를, 나이트클럽 청소부를 세상 누가 봐도 부러울 축구영웅으로 바꿔놓고 말았던 감동적인 역전의 드라마도, 가슴 아리게 공감할 만한 러브 스토리도 제공하지 못한다. 그저 타이거 우즈와 강승완이 악수를 나누던 합성사진 같은 유머만을 간간이 선사할 뿐이다.

<라이커를 켜라>에 이어 귀공자가 아니라 소시민의 초상이 되려는 김승우의 노력은 돋보이나, ‘호러퀸’으로 불렸던 하지원은 그가 단골로 출연했던 호러영화만큼이나 과장된 사운드와 연기를 선사하며 보는 내내 관객의 귀과 눈을 불편하게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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