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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호숫가에서 쉬고 있던 한 무리의 기러기들이 인기척에 놀라 날아오른다. 그중 한 마리가 낚시 그물에 다리가 걸린 채 퍼덕이자 달려온 소년이 그물을 끊어준다. 그물조각을 징표처럼 발목에 단 기러기와 함께, 지중해에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이르는 회색기러기의 이동이 시작된다. 검은목두루미도, 백황새도, 백조도, 생존을 위해 철새들은 제각각 북반구쪽 고향의 봄을 찾아 수천 킬로미터의 기나긴 비행에 오른다.■ Review 막연히 한두번쯤 하늘을 나는 꿈을 가져본 날개 없는 족속들에게, <위대한 비상>은 아주 특별한 시야를 열어주는 영화다. 인간의 말로는 ‘귀환의 약속’이라 표현된 철새들의 이동을 따라가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자면, 종종 마치 그 무리의 옆에서 함께 날고 있는 일원이 된 듯한 느낌에 빠질 정도다. 바람에 흔들리는 깃털의 미세한 떨림까지 엿볼 수 있는 클로즈업에서 노을진 하늘과 더불어 스크린을 가득 메운 수많은 새들의 롱숏에 이르기까지, 카메라는 철새들의
[Review] 위대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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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20세기 벽두의 뉴욕, 콜롬비아대 응용기계공학과 교수 알렉산더 하트겐(가이 피어스)은 사랑하는 여인 엠마에게 수줍은 청혼을 한다. 그러나 결혼을 약속한 순간 나타난 강도는 엠마의 목숨을 뺏아가고 하트겐은 그후 4년간 연구실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녀를 살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타임머신 연구에 몰두한다. 마침내 타임머신이 완성되고 하트겐은 4년 전 그날 그 장소에 도착한다.■ Review <타임머신>은 실현불가능한 꿈이다. 시간을 되돌리는 에너지는 인간에게 허용된 적이 없다. 그러나 영화의 상상 속에서는 한 가지 동력이 발견된다. 물론 그것은 ‘사랑’이다. 도입부는 근사하다. 천재과학자의 수줍은 구애는 여인의 마음을 움직인다. 다이아몬드 대신 그녀의 탄생석인 문스톤이 박힌 반지를 선사하며 남자는 불면의 밤을 끝내게 해달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그때 나쁜 운명이 그녀를 뺏아간다. 남자는 시간을 되돌려 그녀를 찾겠다며 타임머신을
[Review]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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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1873년 미국 메인주의 스머티노즈섬. 두명의 여자가 도끼에 찍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마렌(사라 폴리)은 올케와 언니의 살인자로 떠돌이 루이스 와그너를 지목한다. 별다른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채 사건은 와그너의 교수형으로 종결된다. 그로부터 100여년 후, 사진기자인 진(캐서린 맥코맥)은 이 ‘숄군도의 비극’을 취재하기 위해 남편 토마스(숀 펜)와 시동생 리치, 그의 연인 에덜라인(엘리자베스 헐리)과 함께 요트를 타고 취재여행을 떠난다.■ Review 100년 전 일어난 끔찍한 도끼살인사건. 수많은 의혹을 남긴 판결. 그러나 누가 범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범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에서 ‘진짜 범인’은 단지 맥거핀일 뿐이다. <폭풍속으로> <블루스틸>등을 통해 힘있는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여성감독 캐스린 비글로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대신 미묘한 심리극을 택했다.아니타 쉬레브의 동명소설을 기초로
[Review] 웨이트 오브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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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오레건 주립교도소에서 함께 지내던 조 블레이크(브루스 윌리스)와 테리 콜린스(빌리 밥 손튼)는 과감히 탈옥을 감행한다. 조의 꿈은 멕시코 아카풀코의 휴양지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것. 자금을 마련하려는 조는 테리에게 은행강도를 제안하고, 스턴트맨 지망생인 조의 사촌 하비(트로이 개리티)가 여기에 가세하며 은행강도단이 결성된다. 이들은 은행장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다음날 아침 은행장과 함께 은행을 찾아 조용히 돈다발을 들고 나오는 이른바 ‘숙박강도’로 유명해지며 서부 지역 곳곳에서 대단한 성과를 거둔다. 어느 날 남편의 무관심과 우울한 결혼생활에서 벗어나려는 변호사 부인 케이트(케이트 블란쳇)가 강도단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매력적인 그녀를 가운데 둔 조와 테리 사이에는 묘한 긴장이 생긴다.■ Review <밴디츠>에서 미국 서부의 은행을 줄줄이 털어 명성을 날리는 주인공들의 ‘비법’은 다음과 같다. 일단 털 만한 은행을 물색하고, 은행장의 집을 알아놓는
[Review] 밴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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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로얄 테넌바움(진 해크먼)과 애슐린 테넌바움(안젤리카 휴스턴)의 세 자녀는 어린 시절부터 비범한 재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채스(벤 스틸러)는 투자 전문가이며 입양된 딸인 마고(기네스 팰트로)는 극작에 솜씨를 발휘하고 막내 리치(루크 윌슨)는 테니스 천재이다. 그러나 로얄과 애슐린의 별거는 이 천재가문의 앞날에 암운을 드리우고 그들의 세 자녀 또한 재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채 자라나 각기 집을 떠나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세월이 흘러 호텔에 기거하던 로얄은 재정이 바닥상태에 이르자 불치병을 가장하여 애슐린의 저택으로 찾아오고 이 소식을 들은 세 자녀들 또한 그를 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그러나 거짓은 들통나게 마련. 돌아온 아버지를 계기로 테넌바움가 사람들은 제각기 지니고 있던 마음의 상처를 하나둘씩 꺼내보이기 시작한다.
■ Review 90년대에 등장한 영화광 출신 감독들이 영화사 100년을 누비며 마치 샘플링하듯 영화적 기억을 이리저리 조합, 전시하는
<로얄 테넌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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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류(신하균)는 말 못하고 듣지 못하는 장애인이다. 하나뿐인 혈육인 누나가 신장병을 앓자, 공장에 다니면서 정성으로 누나를 돌본다. 그러나 병원에서 남은 길이 신장이식수술밖에 없다며 누나를 퇴원시킨다. 류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장에서 해고까지 당하자 장기밀매조직을 찾아간다. 거기서 모아놓은 돈 1천만원과 자신의 신장까지 도둑맞고 빈털터리가 되자 다니던 공장 사장 동진(송강호)의 8살된 딸을 납치한다. 운동권 출신의 급진주의자인 여자친구 영미(배두나)가 자본가의 돈을 조금 뜯어서 요긴하게 쓰는 건 죄가 아니라며 유괴를 부추기고 동참한다. 동진으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 그날, 류의 누나가 동생이 자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자책감에 자살한다. 누나의 시체를 묻으러 간 강가에서 마침 동진의 딸이 사고로 물에 빠져 죽는다. 류는 장기밀매조직을 찾아, 동진은 류를 찾아 복수에 나선다.
■ Review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 죄진 자는 죗값을 받는다
죽이는 것 조차 부족한 잔혹한 게임, <복수는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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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아시아 8개국 정상회담이 열리고 한일합동 은행이 개설될 즈음 서울에선 현금강탈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일본인 형사 하야세 유타로(나가세 도모야)는 우연히 현금수송차를 강탈하고 도주하는 범인들과 마주친다. 유일한 목격자가 된 유타로는 72시간의 체류허가를 받고 범인체포에 협력한다. 서울시경의 김윤철(최민수)은 유타로에게 호의를 보이지 않는다. 때로 둘은 주먹다짐까지 일삼는다. 한편, 민족의 새벽이라는 조직이 서울시경 컴퓨터를 해킹해 정상회담을 저지하겠다는 메시지를 올리고, 일본 외무대신을 납치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Review <서울>은 욕심많은 영화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민족감정 대립이라는 키워드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심지 역할을 한다. 한국어를 이해 못하는 일본인 형사, 그에게 적대적인 한국인 형사의 드라마는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서울>은 버디영화의 관습, 서울이라는 공간에 관한 언급, 그리고 액션영화의
[Review]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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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고든(피터 뮬란)과 필(데이비드 카루소)은 건물의 석면제거를 전문으로 해온 공사팀. 오래된 정신병원의 내부공사를 의뢰받은 둘은 마이크, 행크, 고든의 조카 제프를 끌어모은다. 일거리가 줄어드는 추세여서, 고든 일행은 보너스를 위해 1주일 만에 일을 끝내기로 한다. 하지만 정신병원의 음산한 폐곽에 들어선 순간부터, 환청과 함께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Review 벽장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살인마도 없고, 따라서 피투성이 시체가 쌓여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헌티드 힐>에서처럼 빠져나갈 수 없는 밀실에 갇힌 것도, ‘귀신들린 집’에 출몰하는 악령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세션 나인>의 인물들은, 그저 매일같이 석면가루 날리는 일터를 오간다. 다만 이번에는 사탄숭배, 성적학대 등 불행한 사연을 지닌 환자들을 수용하고, 때로 잔인한 치료를 했다는 소문의 정신병원이 일터라는 것이 다를 뿐.하지만 그뿐이라고 생각했던 정신병원 내부의 음침한 어둠이야말
[Review] 세션 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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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2005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포츠는 모터사이클과 인라인스케이트와 폴로를 결합한 롤러볼. 별볼일 없는 아이스하키 선수 조나단(크리스 클레인)은 새로운 자극을 찾던 중 친구인 마쿠스(엘엘 쿨 제이)와 함께 롤러볼의 본고장 카자흐스탄으로 날아간다. 스타 플레이어가 된 조나단은 롤러볼의 프로모터 페트로비치(장 르노)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선수간에 격투를 조장하고 위험한 사고를 연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나단은 죽음의 게임 롤러볼을 그만두려 하지만, 페트로비치에게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Review 존 맥티어넌의 옛 액션영화에는 색깔이 있었다. <다이하드>와 <붉은 10월>은 제한된 실내공간에서의 액션연출이 그의 장기임을 보여준 작품들. 현실과 환상세계를 뒤섞으며 액션장르를 풍자한 <라스트 액션 히어로>나 이야기의 무대를 열린 시가지로 옮긴 <다이하드3> 등의 시도가 신통치 않았다는 사실도 존 맥티어넌의 그
[Review] 롤러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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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택시 기사인 타렉(모리츠 블라입트로이)은 심리 실험에 참가할 사람을 모집하는 신문광고를 본다. 고립된 감옥에서 2주일을 지내고 4천마르크를 받는 실험이다. 타렉은 전 직장인 신문사에 가서 감옥 체험에 대한 기사를 쓰겠다고 제안한다. 사례금도 받고, 충격적인 기사도 발표하겠다는 일거양득이 목적. 20명의 지원자들은 간수와 죄수로 나뉘어,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대학병원 지하에 마련된 감옥에서 2주일간의 실험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누구나 일종의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만, 단 사흘 만에 감옥은 통제할 수 없는 광기에 휩싸여든다.■ Review 인간은 사악한 존재일까? 한줌의 권력을 쥐어주기만 하면, 그 힘에 도취되어 이성을 잃어버리는 약한 존재일까? <엑스페리먼트>는 그렇다고 답한다. 사회에서 무슨 일을 했건 평등한 지원자 20명은 12명의 죄수와 8명의 간수로 나뉜다. 개인의 지적, 육체적 능력은 상관없다. 단지 누구는 죄수이고, 누구는 간수일 뿐이다. 간수복을
[Review] 엑스페리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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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청량리 588에서 빈둥거리는 양아치 기태(장혁)와 철수(이범수)는 어느 날 동네 조직의 중간보스 민철(손창민)네 패거리로부터 부름을 받는다. 난생 처음으로 마약거래를 따라나선 이들은 민철이 거래 도중 총을 가진 상대방에게 당하는 것을 보게 되고 그 자리에서 도망친다. 조직의 보스는 이들에게 상대방을 잡아오든지 잃어버린 마약값 2000만원을 게워내라고 협박한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은 동네 꼬마의 푼돈을 긁거나 신장을 팔아보려고도 하고, 중년의 여인과 동침을 하거나 자해공갈을 꾀하기도 하지만 2000만원이라는 고지는 요원하기만 하다. 그런데 일이 어찌어찌 꼬이더니 이들은 보스 소유의 마약 한 봉지를 갖게 되고, 창녀 멕(전혜진)과 함께 줄행랑을 치게 된다. 두 양아치와 창녀 한명을 민철이 쫓고, 민철을 경찰이 쫓는 가운데 요란한 추격전이 벌어진다.■ Review <정글쥬스>는 변칙 장르영화다. 한데 뭉쳐놓으면 퉁겨져나갈 것 같은 요소들이 두루 엉겨있다.
[Review] 정글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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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수의 만화 <발바리의 일기>의 주인공 달호는 여자하고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매번 잘 안 풀린다. 이게 행운인가보다 하고 쫓아갔다가 쪽팔린 처지에 놓이거나, 잔머리를 굴리다가 뒤통수를 맞기 일쑤다.
<생활의 발견>은 거칠게 비유하면 ‘홍상수판 발바리의 일기’다. 경수는 달호보다 잘 생기기는 했지만 백수인 달호처럼 마땅히 할 일도 없고 어딘가 조금 모자라 보인다. 여자는 좋아해서 처음 만난 선영을 쫓아 예정에도 없던 경주로 빠지는 것도 비슷하다. 달호의 줄무늬 티셔츠 대신 춘천 사는 선배에게서 얻은 빨간 티셔츠를 입고서 여자에게 기웃대지만 그것도 잘 안 풀린다. 명숙을 만난 날 밤에 함께 자면서 일이 잘 되나 싶더니, 명숙은 “사랑해” “사랑한다고 말해줘”라며 무섭게 대든다. 도회지 깍쟁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선영은 다를 것 같아 매달리지만 안정적인 가정의 유부녀인 선영에게는 자신이 들어설 공간이 없다. 그런 경수를 보며 낄낄대는 재미는 &l
홍상수판 발바리의 일기, <생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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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젊은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짐 카비젤)는 아름다운 여인 메르세데스(다그마라 도민칙)와 약혼한 데다가 이른 나이에 선장으로 임명되기까지 한 행운아이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거기까지. 메르세데스에게 흑심을 품은 단테스의 친구 페르난드 몬데고(가이 피어스)는 그를 시기하여 그에게 반역의 누명을 씌우고, 단테스는 샤또 디프 형무소에서 13년간이나 갖은 고초를 겪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서 단테스는 주저앉는 대신 아베 신부(리챠드 해리스)로부터 지식과 검술을 전수받으며 복수의 의지를 불태운다. 마침내 감옥을 탈출한 단테스. 그는 신부가 건네준 보물지도를 보고 몬테 크리스토 섬에서 보물을 발견하고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되어 세상에 귀환, 복수를 시작한다.■ Review 알렉산더 듀마의 고전소설을 각색한 케빈 레이놀즈의 <몬테 크리스토>는 기존 스토리의 골격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그 안의 감정과 세세한 이야기 흐름은 가볍게 흘리는 편을 택했다. 고전을
[Review] 몬테 크리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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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추수감사절 전날 밤, 정신과 의사 네이선(마이클 더글러스)은 긴급호출을 받고 병원으로 간다. 동료 의사는 그에게 간호사에게 칼을 휘두른 소녀 엘리자벳(브리타니 머피)을 한번 봐달라고 부탁한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네이선은 딸이 사라진 사실을 발견한다. 곧이어 유괴범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러나 범인의 요구는 딸의 몸값이 아니다. 납치범은 네이선에게 엘리자벳이 알고 있는 6자리 숫자를 알아내라고 요구한다.■ Review <돈 세이 워드>는 <랜섬>처럼 ‘자식을 유괴당한 아버지의 싸움’을 담은 영화이다. 납치된 아들의 몸값 대신 유괴범의 현상금을 선포하면서 흥미로워지는 <랜섬>처럼 <돈 세이 워드>의 아버지도 특이한 선택에 직면한다. 딸을 살리기 위해 그가 해야 할 일은 정신병을 앓는 소녀가 숨기고 있는 ‘6자리 숫자’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스핑크스 앞에 선 오이디푸스이다. 딸의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방
[Review] 돈 세이 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