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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곧 17살이 되는 혜나(김혜나)는 임신한 사실을 숨기다가 화장실에서 애를 낳아 변기에 흘려보낸다. 그뒤 혜나는 자기를 낳은 어머니가 보고 싶어 남해로 가는 고속버스에 오르는데 거기서 30대 여인 옥남(서주희)을 만난다. 딸에게 피아노를 사주려고 매춘을 한 옥남은 얼마 전 성관계하던 할아버지가 복상사하는 사고를 당했다. 그때 옥남의 남편은 그녀에게 당분간 집에 들어오지 말라며 얼마간 돈을 쥐어준다. 옥남은 그 돈을 들고 남해에서 배로 2∼3시간 거리에 있다는 꽃섬으로 가려 한다. 그곳에 가면 모든 슬픔과 불행을 잊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둘은 버스 안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나 버스가 눈덮인 산 중턱에 서 있는 걸 깨닫는다. 눈내리는 산 속에서 배트민턴을 치던 버스 운전기사는 버스가 남해로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운전기사는 아버지 제사를 지내야 한다면서 북쪽으로 떠나고 옥남과 혜나는 눈길을 헤치며 길을 걷는다. 둘은 눈 속에 파묻힌 자동차 한대를 발견한다. 차
꽃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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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한강에 의문의 시체가 떠오른다. 이 사건을 뒤쫓는 오 형사(이정재)는 현장에서 발견된 명함 조각, 특수제작된 일제 안경테에 주목한다. 피살자 양달수의 방에 있던 사진을 쫓아 거제도를 찾은 그는 손지혜(이미연)의 한국전 당시 일기장에서 거제 포로수용소를 둘러싼 비밀에 접근한다. 포로인 손지혜를 사랑하던 황석(안성기)은 비전향 장기수로 50년 형을 살고 최근 출감했다.■ Review 영화 도입 부분, 화사한 신부가 잘못 던져 강물에 빠진 부케 아래로 시체가 떠오르는 장면은 <흑수선>이 앞으로 펼쳐나갈 세계를 암시한다. 이 장면은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오 형사가 그 사건 뒤 어딘가에 숨어있는 황석, 한동주, 그리고 ‘흑수선’이라는 암호의 손지혜와 만나는 곳이자, 50여년 전 뜨거운 피와 눈물로 얼룩졌던 과거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빤질하게 솟아있는 현재와 조우하는 순간이다. 시체는 마치 50년동안 잠들었다 되살아난 사신(死神)처럼 또 다른 죽음들을 불러
흑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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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시카고의 여자경관 새론 포그(제니퍼 로페즈)는 살인범을 체포하려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그 순간 범인을 덮친 정체불명의 남자, 부랑자처럼 보이는 행색의 그는 자신의 이름을 캐치(짐 카비젤)라고만 밝힌다. 새론은 과거를 짐작할 수 없는 캐치와 차츰 가까워지지만 마음의 문을 열수록 의문이 생겨난다. 캐치는 누구인가? 그는 어디에 살며 직업은 무엇일까? 마침내 캐치의 과거와 직면한 새론은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Review <조지 클루니의 표적> <더 셀> 등에서 제니퍼 로페즈는 라틴적 관능미로 유혹하는 여인이었다. <웨딩 플래너> 같은 예외적인 영화도 있지만 팝의 디바로 등극하면서 쏟아진 그녀의 뮤직비디오 역시 이런 이미지를 증폭시켜왔다. 하지만 <엔젤 아이즈>를 보려면 지금까지 봤던 제니퍼 로페즈를 잊는 편이 좋다. 그녀는 여기서 가족과 동료에게 위로받지 못하는 외로운 경찰관이다. <엔젤 아이즈>는 상처입
엔젤 아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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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교회와 왕권이 대립하던 17세기 프랑스. 추기경의 압력으로 왕실을 호위하던 총사대는 해산되고, 그중 일부는 암살당한다. 총사였던 아버지를 잃은 달타냥(저스틴 챔버스)은 원수를 갚고 왕실을 지키기 위해 총사가 되기로 다짐한다. 뛰어난 검사로 자란 달타냥은 파리로 향하지만, 리슐리외 추기경(스티븐 리어)이 득세한 상황에서 총사들은 힘을 잃은 지 오래. 추기경과 악당 페브르(팀 로스)는 왕실을 곤경에 빠뜨려 정권을 장악할 계략을 꾸미고, 달타냥은 총사대와 함께 이에 맞선다.■ Review 영화가 흠모해온 소설을 꼽는다면,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는 그 목록의 상위권에 오를 게 분명하다. 이미 1910년대부터 영화화하기 시작한 이 작품은 구미를 막론하고 영화로, TV물로, 애니메이션으로 수없는 재탕을 거쳐왔다. 왕실과 교회를 둘러싼 갈등과 음모, 대의와 명예의 낭만이 유효한 시대에 기사들의 무용담은 스릴있는 모험과 액션, 로맨스라는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담보한 매
머스킷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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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대런(곽부성)과 알렉스(왕력굉)는 상하이의 신참 특수경찰. 알렉스의 여자친구가 디자이너로 참가한 패션쇼에 간 이들 앞에서 한 남자가 살해된다. 죽은 남자는 지방 암흑가의 대부 마문호의 측근. 난장판이 된 패션쇼장에서 대런은 살인범을, 알렉스는 피해자에게서 디스켓을 빼내 간 미모의 여인 노리카(후지와라 노리카)를 쫓지만 둘 다 놓치고 만다. 수사에 나선 두 파트너는, 대량의 마약 밀수와 함께 패권 장악을 꾀하는 마문호 수하의 토니(마크 다카스코스)와 그의 동업자 쿨리오(쿨리오)의 음모에 맞닥뜨린다.■ Review 당계례는 적어도 액션 연출의 재주는 있는 감독이다. 액션 지도 및 스턴트 감독으로 기본기를 다져왔고, 슬랩스틱의 타이밍과 와이어 액션의 조화가 돋보이는 <홍번구>와 <폴리스 스토리4> 같은 연출작으로 할리우드에서도 환대를 받은 바 있다. 신작 <차이나 스트라이크 포스> 역시, 액션의 장관은 기대할 만한 영화다. 합이 잘 들어맞는
차이나 스트라이크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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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오키나와 공항에 세워진 관광버스에 12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들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간직하고 있지만 목적은 같다. 빚이 늘어나 더이상 감당할 수 없자 보험금이라도 타서 가족들을 편하게 먹여살릴 계획이다.■ Review 일본엔 ‘죽음의 미학’이라는 전통사상이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 등의 작가들은 아름답고 숭고한 죽음의 이미지에 자신을 기꺼이 맡긴 인물들. <자살관광버스> 역시 얼핏 보기엔 이러한 죽음의 미학을 계승하는 영화처럼 보인다. 영화 원제도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살다’라는 의미)를 패러디한 <안살아>다. 그런데 영화를 보노라면 이같은 첫인상은 점차 누그러진다. 죽음을 결심한 어느 인물 군상의 여정을 통해, 삶이 얼마나 즐겁고 유쾌한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거다. <자살관광버스>는 근엄한 포즈를 취하지만 사실은 호들갑스럽기 그지없는 블랙코미디다.<자살관광버스>엔 무기력한 남
자살관광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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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옥타비오와 수잔나’. 옥타비오는 형수인 수잔나를, 결혼하기 전부터 사랑했다. 옥타비오가 보기에, 낮에는 슈퍼마켓에서 일하고 가끔씩 강도로 변하는 형 라미로는 수잔나를 폭력적으로 대한다. 옥타비오는 함께 도망치자고 수잔나를 유혹한다. 마침 옥타비오의 애견 코피가 시비가 붙은 투견을 물어죽이자, 투견장에서 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코피는 연일 승리를 거두고 옥타비오는 번 돈을 모두 수잔나에게 갖다바친다. 그러나 수잔나와 형은 옥타비오의 돈을 몽땅 갖고 도망친다.‘다니엘과 발레리아’. 다니엘은 가정을 버리고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패션모델 발레리아와 동거에 들어간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보고 기뻐하던 발레리아는 그러나, 채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휠체어를 탄 채 아파트로 돌아온 발레리아. 다니엘이 직장에 나간 사이 애견인 리치와 노는 것이 발레리아의 유일한 낙이다. 어느날 마루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간 리치는 끙끙거리기만 할 뿐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며칠
아모레스 페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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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시골에서 막 베이징에 올라온 구웨이(추이린)는 퀵 서비스 배달원으로 취직하게 된다. 일한 몫으로 600위안을 지불하면 회사에서 지급한 자전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그는 더욱더 열심히 일한다. 그런데 자전거 대금을 거의 치러갈 무렵 구웨이는 그만 자전거를 도둑맞고 만다. 허탈해진 그는 자기가 알아볼 수 있다는 표시를 해두었다는 자기 자전거를 찾아 거리를 헤맨다. 결국 그는 자기 자전거가 다른 소년 지안(리빈)이 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로부터 구웨이와 지안, 두 소년 사이에 무지막지한 자전거 쟁탈전이 벌어지게 된다. ■ Review 소년이 이제 거의 자기 손에 들어올 찰나에 있던 자전거를 그만 잃어버리고는 막막해하던 때였다. 그때, 베이징의 거리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의 무리를 한도 끝도 없이 그야말로 마구 ‘토해내는’ 곳으로 보여진다. 확실히 베이징은 자전거의 도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걸 눈으로 확인한 순간 소년이 가졌을 상실감, 박탈감은 더욱 크
북경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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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베이스를 연주하는 웨스트리스 지카고(이치카와 미카코)는 매일같이 당구장에 찾아간다. 당구장에서 일하면서 혼자 드럼을 연습하는 가와모토(아오야기 다쿠지)와 그녀는 가끔씩 함께 연주를 하면서 녹음을 하는 음악친구. 어느날 그들은 누군가에서 낡은 피아노를 얻게 되어 당구장 안에 들여놓고, 곧 아버지를 찾아나선 피아노 조율사 다무라가 그들을 찾아온다. 이들은 당구장에서 잼 세션을 열게 된다.■ Review 설정만 놓고 본다면 이 영화는 마치 불안정한 젊은 청춘들의 사랑과 방황을 꽤나 낭만적으로 그려낸 이야기처럼 보인다. `불안정한 젊은 청춘들의 사랑과 방황`가지는 어느 정도 맞다고 해도 영화는 그걸 절대로 낭만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이 영화의 언어는 너무나 투박하고 직설적이기 때문에 <청춘 스케치>의 뉘앙스를 상상한다면 곤란하다. 카메라는 무언가를 그려내는 대신 영화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이
타임리스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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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핵전쟁으로 대부분의 도시가 물에 잠긴 서기 2050년. 핵폐기물 불법투하로 이득을 취하며 세계를 정복하려는 악의 단체 네서스와 그들로부터 지구를 지키려는 단체 그린 프론티어가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린 프론티어에는 최고의 초감각 ‘펄스’를 지닌 대장 강두타(김정현)가 조종하는 막강 로봇 런딤이 있다. 네서스는 런딤에 대항하기 위해 초감각을 가진 소년, 소녀들을 전투요원으로 길러낸다. 네서스의 요원 박주노는 입학 첫날 만난 소녀 칸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첫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네서스 상층부는 박주노를 미끼로 런딤과 강두타를 없앨 계략을 세우고, 그것을 눈치챈 강두타는 위험을 무릅쓰고 박주노를 구한다.■ Review 셀 작업 없이 100% 컴퓨터로 빚은 디지털 3D 애니메이션 <런딤>은 지난 4월 13부작 TV 애니메이션으로 MBC에서 먼저 선보였다. 극장판 <런딤>은 악의 단체 네서스에 맞서는 그린 프론티어의 대결이라는 기본 설정
런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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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청각 장애인 안토니아 수녀(에마뉘엘 라보리)는 세상사에 대해서 거침없이 당당하고 호기심도 많다. 안토니아가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맡게 되면서부터 수녀원에 딸려 있는 무숙자 수용시설의 음식에 대한 평판도 좋아진다. 어느날 불법 체류자인 미카스(라스 오테르스테드)가 이곳에 와서 하룻밤의 숙박을 청하느라 쩔쩔매는데, 미카스 역시 청각 장애라서 안토니아의 눈길을 끌게 된다. 스위스사람인 안토니아와 리투아니아 출신의 미카스가 나란히 거리를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연극을 관람하는 데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 바로 수화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Review개념의 위력은 참 대단하다. 청신경에 이상이 있어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을 청각 ‘장애’라고 개념지은 ‘정상’인들은, 이들을 타인과 소통하는 데도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단정하고 급기야는 그 내면의 영혼이 제대로 된 청신경을 가진 사람과 똑같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린다. 안토니아의 검고 깊은 눈동
시크릿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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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섭정모후와 재상에게 밀려난 루이 14세(베누아 마지멜)는 춤을 통해 자신의 욕망과 분노와 고독을 표현하곤 한다. 재상이 죽자, 루이 14세는 실권을 장악하게 되고, 왕정 음악가 륄리(보리스 테랄)는 왕실 극단의 연출자 몰리에르(체키 카리요)와 함께 왕이 절대군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보필한다. 성직자와 귀족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몰리에르의 희극이 말썽을 빚고 여론이 악화되자, 루이 14세는 자신의 절대권력을 보존하기 위해 몰리에르와 륄리에게서 등을 돌린다. ■ Review 오페라 같은 영화 혹은 영화 같은 오페라. 제라르 코르비오의 영화에서는 음악이, 특히 바로크 음악이 중요한 언어가 된다. 거세당한 남자가수의 욕망을 오롯이 담아내고(<파리넬리>), 권력이 거대한 공포이자 욕망이었던 루이 14세의 내면을 비추는 것(<왕의 춤>)은 음악이다. “나는 영화와 음악의 위험한 결혼을 장려한다. 음악이 더이상 부차적인 요소에 머물지 않는 영화를 지향한다
왕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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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스톡홀름 교외에 사는 소년 차스키(사무엘 하우스)는 엄마(알렉산드라 라파포트)가 지중해에서 보낸 휴가의 열매로 태어난 바캉스 베이비. 문어잡이 잠수부 친아빠와 멋지게 조우하기 위해 잠수연습에 몰두하고, 괴롭힘당하는 약한 친구를 돕고, 첫사랑을 경험하며 차스키의 여덟살은 바쁘게 흘러간다. 한편 록밴드 멤버인 말괄량이 엄마는 차스키네 집 셋방살이를 시작한 성실한 경찰관 욜란과 베이스 주자 애인 사이에서 망설인다. 마침내 엄마를 졸라 그리스 여행에 나선 차스키. 그리워하던 아빠와 예상과는 다른 만남을 갖는다.■ Review 친구들과는 영판 다른 이국적인 이름. 미혼모 엄마와 거울 한구석에 붙어 있는 낡은 사진으로만 얼굴을 익힌 아빠. <차스키 차스키>는 기본 전제만 슬쩍 보면, 한 사랑스런 꼬마의 외로운 사연으로 감성의 연한 부분을 건드릴 만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아빠 없는 하늘 아래’나 ‘아빠 찾아 삼만리’식의 센티멘털리즘은 약에 쓰려야 없다.
차스키 차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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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불안한 정서를 지닌 가난한 화가 폴록(에드 해리스)은 새로운 예술적 경지를 개척해보겠다는 야심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느날 그에게 여류 화가 리 크래스너(마르샤 게이 하든)가 찾아온다. 그녀는 폴록의 작품을 둘러보고는 단박에 그가 대단한 재능을 지닌 화가임을 알아보고 선뜻 그의 조력자가 될 것을 결심한다. 서서히 폴록의 그림은 화단에 알려지기 시작하고 리는 그에게 좀더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시골로 이사할 것을 제안한다. 폴록은 작업 도중 바닥에 떨어진 물감 자국을 보고 새로운 표현기법에 대한 암시를 얻는다. 평론가들의 극찬과 함께 그는 미국 화단의 중심인물로 급부상하지만 어느 순간 자기 작품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 Review 퓰리처상을 수상한 전기 <잭슨 폴록: 미국의 신화>를 원작으로 한 <폴락>은, 예술가를 다룬 영화들이 흔히 그렇듯이 한 예술가의 생애와 예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몫에
폴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