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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면 소녀들의 희미한 노랫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곧 골목을 점령한 일본군의 군홧발에 밟힌다. 이런 소리와 이미지 이후 주인공 숙희(김태리)가 우는 아기를 달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일제강점기의 가련한 소녀인가? 그럴 리가. 그녀는 다름 아닌 박찬욱 감독 영화의 주인공이다. 고아 숙희는 장물어미의 손에서 자랐으며 버려진 아기를 보살펴 일본으로 팔아넘기는 일을 하는 당찬 소녀다. 백작(하정우)은 그녀에게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이모부 코우즈키(조진웅)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넘겨받을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의 하녀로 들어가, 히데코가 백작과 사랑에 빠져 혼인하도록 꼬여주면 사례금과 함께 히데코 소유의 귀중품을 모두 주겠다는 거다. 밤이 되어서야 저택에 당도한 숙희는 자신의 방이 아가씨 방과 연결된 쪽방이라는 것을 알고 실망한다. 실망도 잠시, 아가씨의 얼굴을 본 숙희는 깜짝 놀라 속으로 이렇게 외친다. ‘아니, 이렇게 예쁘다고 미리 말해줘야 할 것 아니야.’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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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역 중인 윌(에이단 길렌)은 누나의 죽음으로 홀로 남겨진 조카 스테이시(로렌 킨셀라)를 돌보기 위해 가석방된다. 둘의 거처는 누나와의 추억이 깃든 캠핑 트레일러. 단 한마디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조숙한 스테이시와 어른 노릇을 해도 어설프기만 한 윌은 늘 티격태격해도 점차 시간을 같이하며 서로에게 힘이 된다. 이웃에 사는 에밀리(에리카 상테)와 가깝게 지내면서 둘의 생활은 더욱 부드러워지지만, 스테이시가 윌의 죄를 알게 되면서 갈등은 다시 깊어진다.
빈틈 많은 남자와 조숙한 여자애 사이의 귀여운 우정은 이야기의 흥미를 보장하는 클리셰다. 남자가 허둥지둥대는 사이 아이가 조목조목 옳은 말을 얹는 유머가 쌓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서사는 결국 두 사람 모두의 성장담이 되면서 묘한 감동을 안긴다. <유아 어글리 투>는 그런 길에서 조금 비껴선 채로 진행된다. 윌과 스테이시가 서로 의지하고 에밀리가 끼어들면서 그들의 관계는 보다 건강한 기운을 얻지만, 누나와 엄마를 잃은 둘에게서
빈틈 많은 삼촌과 조숙한 조카의 성장담 <유아 어글리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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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니토(마이클 파스빈더)와 미스틱(제니퍼 로렌스)이 돌연변이로서의 능력을 세상에 공개했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의 ‘워싱턴 사건’으로부터 10년이 흐른 1983년. 고대 이집트에서 신으로 숭배받았던 최초의 돌연변이 아포칼립스(오스카 아이삭)가 오랜 잠에서 깨어난다. 초능력을 흡수해가며 수천년을 살아온 아포칼립스는 스톰(알렉산드라 십), 사일록(올리비아 문), 아크엔젤(벤 하디) 그리고 매그니토에게 자신의 힘을 나누어준 뒤, 그들과 함께 현재의 세상을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려 한다.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미스틱은 아포칼립스의 지구 종말 계획을 알아채고, 진 그레이(소피 터너), 사이클롭스(타이 셰리던), 퀵 실버(에반 피터스), 나이트크롤러(코디 스밋 맥피) 등 젊은 돌연변이들과 함께 아포칼립스에 대항한다.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
최초의 돌연변이 아포칼립스가 깨어난다 <엑스맨: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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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제니퍼 가너)와 남편 케빈은 텍사스의 한 시골 마을에서 세딸과 함께 산다. 종교를 빼놓고 이들의 삶을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하다. 교회에 가는 건 주말마다 빼놓을 수 없는 가족 행사 중 하나이며, 크리스티가 딸들의 방에 들러 무슨 기도를 했는지 묻는 것은 매일 밤 빼놓을 수 없는 ‘굿나이트 의례’다. 어느 날 새벽, 잠을 자던 크리스티는 둘째딸 애나(카일리 로저스)가 애타게 부르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깬다. 달려가보니 애나는 배를 움켜쥔 채 침대에서 뒹굴고 있다. 응급실에 실려간 애나는 별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곧 퇴원한다. 그러나 애나의 몸에는 분명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애나의 배는 하루가 다르게 부풀어가고, 소화기능에도 장애가 나타난다. 크리스티는 저명한 의사를 만나기 위해 애나와 함께 무작정 보스턴으로 향한다.
영화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람이 기적을 만든다는 것이다. 영화는 크리스티와 애나가 기적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사람들의 덕을, 관객이
수많은 기적 이야기의 또 다른 반복 <미라클 프롬 헤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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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사고로 심한 부상을 입은 토니(에마뉘엘 베르코)는 재활센터에 입원한다. 그곳에서 전남편 조르조(뱅상 카셀)와의 뜨겁지만 처절했던 시간들을 떠올린다. 토니는 화려한 일상을 누리는 레스토랑 운영자 조르조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처음부터 그들을 지켜본 토니의 동생 솔라(루이 가렐)는 조르조가 마음에 차지 않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부부가 된다.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조르조는 지나친 사치로 빚더미에 앉고 옛 연인 아녜스를 비롯한 수많은 여자와 바람를 피우면서 토니를 지치게 한다. 하지만 토니는 조르조와의 관계를 놓지 못한다.
<몽 루아>는 주인공 토니의 지난한 사랑을 우직하게 따라간다. 반성과 뻔뻔함을 번복하며 상대를 미치게 하는 조르조와의 결혼생활은 토니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관객의 인내심마저 자극한다. 재활 과정 중에 틈틈이 회상으로 붙는 이 답답한 로맨스는 말을 듣지 않는 토니의 육체로 은유된다. 그러나 현재의 시퀀스를 구심점으로 두고 플래시백으로
제68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몽 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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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베를린올림픽은 나치 정권이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나치 사상을 선전하기 위한 장으로 악용한 대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베를린올림픽에선 영웅이 탄생했다. 인종차별적 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 미국의 흑인 육상 선수 제시 오언스가 4관왕을 차지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손기정 선수도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레이스>는 트랙 위에서 비로소 자유로웠던 육상 영웅 제시 오언스의 삶을 그린 영화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육상 선수 제시 오언스(스테판 제임스)는 코치 래리 스나이더(제이슨 서디키스)를 만나 올림픽 출전의 꿈을 키운다. 흑인은 버스 앞쪽 좌석에 앉지도 못하던 시대지만 제시가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자 사람들은 야유 대신 환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한편 베를린올림픽 보이콧을 고민하던 미국올림픽위원회는 결국 참가 결정을 내린다. 정치와 스포츠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위원 에이버리 브런디지(제레미 아이언스)의
트랙 위에서 비로소 자유로웠던 육상 영웅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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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과 파양을 반복한 아이가 있다. 코디(제이콥 트렘블레이)는 꿈속의 일들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을 지녔다. 자연히 코디의 악몽도 현실이 되어 코디의 가족을 괴롭혔고, 코디는 숱한 파양 끝에 사고로 아이를 잃은 제시(케이트 보스워스)와 마크(토머스 제인) 부부에게 입양된다. 코디는 잠이 들면 ‘캔커맨’이 사람들을 잡아먹으려 든다고 잠을 자길 거부하지만 제시는 그 말을 어린애의 망상쯤으로 여기고 코디를 재운다. 제시와 마크는 코디가 잠들고부터 이상한 일을 겪는다.
<앱센시아>(2011), <오큘러스>(2013)를 연출한 마이크 플래너건은 <썸니아>에서도 초자연적이고 감성적인 호러를 펼쳐 보인다. 결말이 다소 맥없이 풀리기는 하지만 전개되는 동안 긴장을 놓치지 않는 리듬감은 여전하다. 결말에 가닿기까지 기이한 사건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두려움과 궁금증을 더하는 데 중요한 건 호러보다 드라마다. 유령이 아니라 불쌍한 처지에 놓인 이들이 제대로 된 가족을 이
초자연적이고 감성적인 호러 <썸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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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3세 레나(박기림)는 고향 땅을 밟기 위해 병중임을 숨기고 시골 노총각 순구(김재만)와 결혼해 한국으로 온다. 이미 아내를 잃은 경험이 있는 순구는 레나를 다정히 보살펴주고, 레나는 점점 순구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레나는 사교를 위해 한국어 교습소에도 다니고, 서울에서 내려온 사진작가 한성(최호중)에게 사진 찍는 법도 배우며 시골 생활에 적응해간다. 하지만 서로에게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와중 레나의 병증이 도지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둘의 본심이 드러나고 만다.
혼기를 놓친 한국의 총각과 외국의 어린 여자 사이에 성립된 매매혼을 순박한 시골 로맨스로 그려냈다는 점은 약간의 불편함을 안긴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순구를 속이고 결혼한 레나의 기만적인 태도, 매매혼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 시골 총각(과 그 가족)들의 모습은 분명히 존재하는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면이기도 하다. <레나>의 인물과 이야기는 <파이란>(2001), <선물>(2001
설렘과 호기심의 감정을 연기한 배우들의 호연 <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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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와의 전투가 한창인 19세기 영국. 베넷가의 둘째딸 엘리자베스(릴리 제임스)는 무술을 연마하며 좀비들의 습격에 대비한다. 어느 날 마을을 방문한 재력가 빙리(더글러스 부스)가 무도회를 연다. 엘리자베스는 빙리의 친구이자 좀비 사냥꾼인 다아시(샘 라일리)를 만나지만 서로의 마음을 나눌 새도 없이 무도회장은 좀비들의 습격으로 엉망이 된다. 이후에도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리고 좀비들의 방해로 쉽사리 좁혀지지 못한다. 급기야 좀비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법이 있다고 말하는 위컴 중위(잭 휴스턴)가 엘리자베스에게 접근하면서 일이 커진다.
영화의 원작은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의 소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다. 제인 오스틴의 명작 <오만과 편견>을 좀비물로 변형한 스미스의 소설은 2009년 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원작에 충실한 영화는 신분과 부에 의해 신랑감이 결정되는 계급사회의 여성들을 무술에 능한 여전사로 바꿔놓았
여전사로 탈바꿈한 계급사회 여성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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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안(골로 에울레)은 옛 애인 도로(루이즈 헤이어)를 잊지 못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그녀가 사는 리스본으로 향한다. 몇 차례 서먹한 대화를 나눈 뒤 둘은 다시 관계를 이어가기로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익숙했던 문제가 반복된다. 질투가 심한 파비안이 도로가 바람을 피운다고 다시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비안도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지만 집착은 갈수록 더 심해져가고 도로는 파비안의 이런 행동 때문에 힘들어한다.
독일 출신의 요나스 로틀랜더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인 <파두>는 겉으로 보기에 단순한 이야기를 갖고 있다. 남자는 여자에게 극단적으로 집착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서 멀어지려 한다는 게 이야기의 전부다. 이때 영화가 방점을 찍는 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남자의 뒤틀린 심리다. 남자는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지만 그런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 그는 애인을 사랑하는 동시에 미워하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으면서도 그녀의 변심을 어떻게든
모순적인 심리 묘사가 만들어내는 인상적인 순간들 <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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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 소냐가 세상을 떠났다. 반평생을 보낸 직장에선 예고도 없이 해고 통보를 받는다. 59살의 오베(롤프 라스가드)는 아내의 묘지에 서서 ‘곧 당신 곁으로 가리라’는 말을 남긴다. 천장에 고리를 박고, 고리에 밧줄을 걸고, 그 밧줄에 목을 매려는 찰나, 앞집에 새로 이사 온 파르바네(바하르 파르스) 부부가 말썽을 부린다. 후진을 잘못해 오베의 잔디를 망쳐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다리를 빌려달라, 병원에 데려가달라며 번번이 오베의 대문을 두드린다. 몇번의 자살 시도 실패 후 오베는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앞에서 다른 사람이 선로로 떨어진다. 멀뚱히 서서 핸드폰 카메라만 들고 있는 사람들을 대신해 오베는 선로로 뛰어들어 사람을 구한다. 자신이 죽으려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만 오베는 투덜거리며 집으로 돌아온다. 죽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인 줄 오베는 미처 몰랐다.
스웨덴으로부터 온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영화의 원작이다. 영화
스웨덴으로부터 온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오베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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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노인이 된 홈즈(이언 매켈런)가 일본에서 돌아온다. 홈즈는 최근 노인성 치매 증상을 겪으면서 기억력 감퇴에 시달린다. 그 증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의 이름조차 깜빡하기 일쑤다. 그는 소매에 사람의 이름을 적어두고 슬쩍 커닝하며 자신의 치매를 감춘다. 다행히 홈즈의 곁에는 집안일을 돕는 먼로 부인(로라 리니)과 그녀의 아들 로저(마일로 파커)가 있다. 왓슨 박사가 남긴 책을 통해 홈즈 이야기를 접한 로저는 몰래 홈즈의 서재를 드나들며 그의 수기를 훔쳐본다. 로저의 호기심과 재촉으로 인해 홈즈는 잊고 있던 자신의 마지막 사건을 떠올린다.
추리 소설가 코난 도일은 시골 마을에서 양봉하며 지내는 은퇴한 노인으로 홈즈 캐릭터에 작별을 고했다. 소설가 미치 컬린은 코난 도일이 끝낸 지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을 썼다. <미스터 홈즈>의 원작이 된 건 이 소설이다. 노인성 치매에 시달리는 노쇠한 홈즈는 애잔한 감정을 불러온다
백발의 노인이 된 셜록 홈즈 <미스터 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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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는 날 때부터 앞을 볼 수 없었다. 시신경에 문제가 있었고, 수술로도 어찌할 수 없었다. 예지는 듣지도 못한다. 천둥 번개가 심하게 치던 여름밤, 천둥소리에 깬 부모는 예지가 주위의 소란에 반응하지 않고 곤히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그녀의 청각에 문제가 있음을 처음으로 인지했다. 그때 예지 나이 3살이었다. 현재의 예지는 18살, 사춘기를 통과하고 있다. 하지만 어머니 김미영씨에게는 여전히 다 큰 아이일 뿐이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딸과의 소통은 여전히 요원하다. 어머니는 매일 예지의 일상을 일기장에 기록한다. “우리가 보기엔 아무 이유 없어 보이지만 뭔가 메시지가 들어 있을” 행동들을 관찰한다. 웃고, 춤추고, 매달리고, 자학하는 행동들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예지의 언어를 해석하려 한다. 예지는 햇살을 느끼고, 바람을 느끼고, 온 가족이 모인 집안의 따스한 공기도 느끼지만 감각을 의사로 전환하지는 못한다. 다큐멘터리 <달에 부는 바람>은 서로에게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딸과의 소통 <달에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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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중국의 고립된 산골 마을. 사연을 알 수 없는 한 가족이 찾아든다. 비밀을 숨긴 듯한 가족의 모습에 마을 사람들은 경계를 풀지 않는다. 어느 날, 마을 청년 한총(왕쯔이)이 설치한 덫에 걸려 가족의 가장 라홍(여애뢰)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한총은 혼자 남은 아내, 홍시아(량예팅)와 어린아이들을 돌봐주기로 결심한다. 청각장애인인 홍시아의 사려 깊은 모습에 한총은 점점 사랑을 느끼지만 마을 사람들은 홍시아를 쫓아내기 위한 계획을 꾸민다.
래리 양 감독의 영화 <산이 울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풍경’이다. 끝없이 이어진 겹겹의 높은 산들과 그 사이를 구불구불 연결한 절벽의 길들이 마치 한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모래바람의 건조함과 쾌청한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살의 강렬함마저 카메라에 담으려는 노력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름다움을 넘어서 숭고하기까지 한 이 풍경은, 그러나 사람들에겐 더없이 가혹한 고립의 공간으로 작동한다. 별다른 사건을 만들어 넣지 않
비밀을 숨긴 듯한 한 가족과 마을 사람들 <산이 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