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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혁은 아마추어 보디빌더이자 체육 교사를 꿈꾸는 26살 청년이다. 누구보다 건강하게 지내온 윤혁은 어느 날 희귀 육종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2년 반동안 항암 치료를 이어가던 그는 암을 이겨내고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한 랜스 암스트롱의 전기를 읽고 투르 드 프랑스 완주의 꿈을 품는다. 우여곡절 끝에 라이딩 파트너, 팀 닥터, 현지 코디네이터 등으로 팀이 꾸려진다. 그가 달릴 코스는 서울과 부산을 8번 오가는 거리인 3500km. 윤혁은 자전거에 ‘암환자를 위해’(for cancer patients), ‘희망’(希望)이란 두 마디를 새기고 49일간의 여정에 오른다.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은 한 청년이 꿈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암 환자가 주인공이지만 드라마틱한 투병기와는 거리가 멀다. 러닝타임 대부분이 라이딩 일정에 할애되는데 그 안에는 공동체가 일을 함께 수행할 때 보편적으로 맞닥뜨리는 난관과 문제 해결 과정이 반복될 뿐이다. 인
그의 자전거에 새겨진 두 마디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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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브렐라사의 T-바이러스가 세상을 뒤덮어 대부분의 인류가 좀비가 된 후 앨리스(밀라 요보비치)는 폐허가 된 도시를 떠돌며 살아간다. 어느 날 앨리스에게 엄브렐라의 인공지능 레드퀸이 접촉을 시도해 모든 T-바이러스를 말살시킬 수 있는 백신의 존재를 알려준다. 레드퀸은 앨리스에게 마지막 남은 인류를 살릴 수 있는 백신을 얻기 위해선 48시간 안에 엄브렐라의 심장부까지 쳐들어가야 한다는 미션을 안긴다. 앨리스는 모든 상황을 끝내기 위해 사건의 시작이었던 라쿤시티를 향해 달려간다.
2002년 비디오게임 <바이오하자드>를 원작으로 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이 첫선을 보였다. 그간 성공한 게임 원작 시리즈로 안착한 <레지던트 이블>이 드디어 15년의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모든 악몽이 시작됐던 라쿤시티로 무대를 옮긴 영화는 최종장답게 화려하고 다채로운 액션을 쏟아붓는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서 스토리는 액션을 위한 최소한의 동기에 불과하
잘 정돈된 팝콘무비의 정석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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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20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앞바다의 석유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가 폭발했다. 폭발은 87일간 지속됐고 2천만 갤런의 원유가 멕시코만 일대에 쏟아졌다. 이 사고로 11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사고 직전의 선박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무리한 작업량으로 성한 곳이 없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선박의 총책임자 지미(커트 러셀)와 엔지니어 팀장 마이크(마크 월버그)는 안전 검사의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영국 석유업체 BP의 직원들은 일정과 비용을 이유로 그들의 경고를 묵살한다.
재난의 규모가 커질수록 인간은 무력해진다. 그 틈바구니에서 발휘되는 동료애는 몇 곱절로 빛을 발한다. <딥워터 호라이즌>은 재난의 스펙터클을 강조하는 데 공을 들임으로써 메시지를 부각하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재난은 그 자체로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다. 인물들의 일상에서부터 폭발을 상기하는 이미지와 사운드를 중첩시키며 재난의 징후들을 드러낸다. 사건 현장에 도착한 카메라는 캄캄한 해저와 물성
재난의 규모가 커질수록 인간은 무력해진다 <딥워터 호라이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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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수(정두원)는 매일 밤 가락시장으로 출근한다. 회사원에 비해 월급도 적고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해야 하지만, 야근과 회식이 없는 것만으로 감지덕지다. 두수의 보스, 청과물 가게 양 사장(전규일)은 내기 장기에 빠져 있다. 양사장의 장기판에서 훈수를 두던 두수는 자신도 모르던 장기에 대한 재능을 발견한다. 금세 시장 바닥을 제패한 두수는 동료 장씨 아저씨의 소개로 장기판의 메카, 탑골공원에 입성한다. 이곳의 최강자는 박 사장인데 그는 내기 장기로 건물까지 세운 사람이다. 어느 날, 두수의 친구들이 건물주 박 사장의 갑질에 피해를 입자 두수는 박 사장을 상대로 한판 장기 내기를 제안한다.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을 채우는 것은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고 있는 청년들의 초상이다. 밤새워 육체노동을 하고 아침이면 양복 차림으로 퇴근하며 부모님을 속이는 청년, 상사의 성희롱에 시달리는 사회 초년생, 배달 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배우 지망생, 사회의 냉대로 어려움을 겪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고 있는 청년들의 초상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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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한국 가수가 있다.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가수 이난영의 딸 숙자와 애자, 조카 민자로 구성된 그룹 김시스터즈다. 이들은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만 출연하던 TV쇼 <에드 설리번 쇼>에 20번 넘게 출연하고 앨범까지 발매하며 미국 땅에서 10년 넘게 사랑받았다.
<다방의 푸른 꿈>은 한류의 시초로 불리는 그룹 김시스터즈의 일대기를 다루는 동시에 일제강점기부터 전후까지 한반도 대중음악사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한반도 대중음악사의 시작을 연 오케레코드사와 조선 악극단의 사연을 중심으로 이난영, 김해송, 이철 등 주요 음악인과 기념비적 곡들에 대한 사료가 자유롭게 제시된다. 대중음악계 전반을 향하던 시선은 김시스터즈의 결성 시점에 다다르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에게로 초점을 옮겨간다. 이들에 관한 자료는 미국 활동 당시의 무대 영상이 주를 이룬다. 세 멤버의 개성은 무대 위에서의 표
흘러간 옛날을 푸르게 회상하다 <다방의 푸른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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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그레타 거윅)는 아이를 갖고 싶다. 하지만 평생 진득한 연애 한번 해보지 못한 매기는 앞으로 결혼을 결심할 만큼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매기는 인공수정을 결심한다. 대학 동창 가이(트래비스 핌멜)에게 정자를 얻어 계획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던 차, 매기는 새 인연을 만난다.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인류학자 존(에단 호크)이다. 매기가 존의 소설에 정성 어린 피드백을 해주며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존이 이혼을 택하면서 둘은 부부가 된다. 매기는 예쁜 딸을 낳으며 아기를 갖고 싶단 꿈도 이룬다. 결혼 3년 후, 매기는 존과 결혼을 결정한 과거의 선택을 후회한다.
누구나 인생에서 실패한 한수를 거두고 싶은 순간이 있다. <매기스 플랜>은 불륜으로 가정을 꾸린 주인공이 결혼을 무르는 것은 물론 남편의 전 아내와 남편의 재결합을 돕겠다는 다소 황당한 계획을 실천하는 과정을 그린다. 예상대로 인위적으로 관계를 바꾸려는 주인공의 노력은 통제할 수 없는
누구나 인생에서 실패한 한수를 거두고 싶은 순간이 있다 <매기스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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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전세계 12개 지역에 외계비행물체 셸이 동시다발로 출현한다. 450m에 달하는 거대 비행체가 가만히 서 있을 뿐 어떤 행동도 하지 않자 각국 정부는 각자의 방식으로 외계인과 접촉을 시작한다.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은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애덤스)와 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은 외계인과 대화를 시도하고 소통을 위해 서로의 문자를 배워나간다.
상당히 지적인 영화다. 장면마다 여러 가지 복선과 의미를 품고 있어 차분히 뜯어볼수록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던져준다. 그렇다고 어렵지는 않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장기는 장르적 외피를 충분히 활용할 줄 안다는 점이다. SF 스릴러를 표방한 이 영화는 긴장과 호기심을 버무려 관객이 시선을 뗄 수 없도록 끝까지 끌고 간다. 차분한 카메라와 관객의 긴장을 유지시키는 장면 구성력은 관객을 인물의 심리와 완전히 밀착시켜 몰입을 유도한다. 반면 도달하고자 하는 주제는 깊고 정적이다. 영화를 처음 접할 때와 전체 서사를 알고 난 뒤의 풍경이 전혀
소통과 화합의 의미에 대하여 <컨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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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 교수 에릭(울리히 톰센)과 아나운서 안나(트린 디어홈) 부부는 딸 프레아(마샤 소피 발스트룀 한센)와 함께 상속받은 대저택에서 살게 된다. 평소 공동체 생활에 동경을 품고 있던 안나는 넓은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살자고 에릭을 설득한다. 부부는 자유분방한 친구 올레를 시작으로 간단한 입소 테스트를 거쳐 동거인들을 들이고, 금세 대인원이 된 그들은 규칙을 만들어 식사와 청소를 하고 파티를 하는 등 행복한 공동체 생활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매력적인 학생 엠마(헬렌 레인가드 뉴먼)와 사랑에 빠진 에릭은 엠마와 함께 살겠다며 집을 나간다. 안나는 에릭을 설득해 엠마와 함께 그들의 집에서 공동체 생활을 이어갈 것을 제안한다.
에릭과 엠마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엠마도 그들 사이에 녹아들지만 연인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게 된 안나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더 헌트>(2012)로 마을 공동체의 두 얼굴을 통렬하게 묘사했던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작품으로, 공동체에 대한
전형적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 <사랑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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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11월22일 미국 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가 댈러스에서 자동차 퍼레이드를 하던 중 암살당한다. 그 자리에는 영부인인 재클린 케네디도 함께였다. 자신의 눈앞에서 남편의 죽음을 목격할 때의 충격은 어떤 것에 비견될 수 있을까. 영화는 사건 이후 백악관을 떠난 재키가 저택에서 가진 저널과의 인터뷰 장면에서 시작한다. 재키(내털리 포트먼)를 인터뷰하기 위해 기자(빌리 크루덥)가 방문한다. 재키의 진술과 기억을 통해 현재와 과거 플래시백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영화는 사건을 전후한 시기, 61년에서 63년 사이의 2~3년간의 기간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지점은 철저한 고증이다. 먼저 언급할 것은 의상이다. 백악관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재클린이 입었던 붉은옷과 사건 발생 당시의 진분홍 치마 정장과 모자, 장례식 행진에서의 검은 옷과 얼굴을 가린 베일 등 실제 재클린 캐네디가 착용했던 디자인과 질감을 의상에 그대로 반영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재클린 케네디의
우리는 여전히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 <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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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화신 블랙미러의 부활로 지구는 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진다. 천재 과학자 에디가 지구 최초의 메카니멀인 디스크캐논을 완성할 무렵, 과거 소멸된 줄 알았던 블랙미러가 30년간 칼을 갈고 있다 부활한 것이다. 토끼로 변장한 블랙미러는 어린이들에게 손거울을 나눠주고 거울로 어린이들의 기운을 받아 메카니멀의 클론을 탄생시킨다. 심지어 디스크캐논까지 블랙미러의 어둠에 흡수되어버리자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 중이던 테이머들은 최초로 힘을 합쳐 블랙미러를 물리치려 한다.
판타지 공간인 트라이포스에서 태어나는 메카니멀은 미니카와 카드를 결합하면 동물 디자인의 로봇으로 자동 변신한다. 어린이들과 변신 로봇이 협력해 악당을 물리친다는 시리즈의 얼개는 일반적인 로봇애니메이션과 다를 바 없지만, 어린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요소를 모아 압축한 메카니멀 캐릭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완구에 이어 TV시리즈도 화제였다. 지구의 현재와 미래, 제3의 공간인 트라이포스 등 시공간 설정이 의외로 복잡하고,
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하라 <터닝메카드 W: 블랙미러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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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루이(가스파르 울리엘)가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12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어머니(나탈리 베이)와 어느덧 성인이 된 낯선 여동생 쉬잔(레아 세이두), 적의를 숨기지 않는 형 앙트완(뱅상 카셀)과 처음 보는 형수 카트린(마리옹 코티야르)이 있다. 루이를 둘러싼 가족들은 이런저런 말들을 쉴 새 없이 내뱉는데 그것은 환영 인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를 적대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는다. 다른 가족의 변화를 눈치챈 앙트완은 동생에 대한 열등감과 원망이 뒤섞여 사사건건 비아냥대기 시작한다. 이는 곧 갈등으로 번지고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된다. 그러는 사이 루이는 자신이 원래 하려고 했던 말과 이곳에 온 목적에서 조금씩 멀어져 간다.
‘집이란 항구가 아니야.’ 루이가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이런 가사의 노래가 흐른다. 이 노래는 루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인 동시에 관객에게 ‘귀향’에 관한 통념을 버려야 함을 일컫는 것으로도 들린다. 재회 시퀀스는 루이를 둘러싼 가
사랑하고 미워하는 나의 가족에게 <단지 세상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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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겐은 한때 100명 이상의 조직원을 거느렸던 전설의 폭력 조직이다. 하지만 조직의 우두머리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일순간 와해돼버린다. 절대 강자가 사라진 지역엔 불량 조직들의 춘추전국시대가 찾아온다. 그중에서도 산노연합회, 화이트 래스컬즈, 오야 고교, 루드 보이즈, 달마 일가까지 5개 조직이 득세한다. 이들이 모여 있는 지역은 아예 조직 이름의 앞 글자를 따 스워드(S.W.O.R.D) 지구로 통한다. 어느 날 스워드 지구에 뮤겐 조직의 리더 중 하나였던 코하쿠(아키라)가 모습을 드러낸다. 코하쿠는 한국계 마피아 리(승리)와 손을 잡고 스워드 지구의 조직들을 급습할 계획을 세운다. 과거 뮤겐의 라이벌로 통하던 야마미야 형제도 피 튀기는 세력 다툼에 뛰어든다.
‘하이 앤 로우’는 일본의 인기 엔터테이너 그룹, 에그자일과 산다이메 제이솔 브러더스 멤버들을 중심으로 드라마, 라이브 돔 투어, 만화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제작돼온 프로젝트성 콘텐츠다. 드라마의 영향인지 영화의 도입
디스토피아적 배경에서 되풀이 되는 스펙터클한 폭력 신 <하이 앤 로우 더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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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타에코(기이시 유키노)와 마야(안도 와코)는 친한 친구 사이다. 타에코와 타에코의 엄마 미도리(이시바시 게이)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마야는 해맑게 말한다. “쿄스케씨는 제 이상형이에요.” 타에코는 아빠 쿄스케(후키코시 미쓰루)에 대한 마야의 난데없는 애정고백을 가볍게 넘긴다. 며칠 후, 타에코는 아빠의 외도로 부모가 이혼을 결심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소식을 반기면서도 쿄스케의 내연녀를 경계하는 마야를 보며 타에코는 마야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알게 된다. 마야는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쿄스케에게 애정공세를 퍼붓는다. 우유부단한 쿄스케는 선뜻 마야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거부하지도 않는다.
딸의 친구와 사귀는 남자, 학생과 사귀는 선생, 내연 관계의 동료 등 <도쿄 연애사건>은 상식을 벗어난 관계와 이들이 만드는 치정극으로 꾸려진다. 관계만 기이한 게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애정을 증명하기 위해 거짓말과 스토킹을 일삼고 자해까지
상식을 벗어난 관계와 이들이 만드는 치정극으로 담아낸 일본 사회의 단면 <도쿄 연애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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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검은새(김재욱)와 흰새(서예지)가 대화방에 입장한다. 두 사람은 동반자살을 궁리 중이다. 자살할 날짜와 장소는 10일 뒤 춘천으로 정했는데 어떻게 죽을지는 의견이 모이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교환하던 둘은 3일 뒤 다시 만나기로 하고 대화방을 나간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여전히 죽는 방법에 이견을 보인다. 검은새는 얼음이 얕아진 쪽으로 걷다가 그 속에 빠지는 방법을, 흰새는 차 안에서 연탄불을 피우는 방법을 선호한다. 결국 흰새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고 대화를 끝낼 무렵, 흰새는 뜬금없이 검은새에게 아이디가 검은새인 이유를 묻는다. 검은새는 나뭇가지에 걸린 비닐봉지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검은새 같았다고 답한다.
구도자의 선문답을 온라인으로 옮겨온 듯한 두 사람의 대화 탓일까. 모든 일에 초연한 듯 보이는 두 사람의 태도 때문일까. 영화는 종교성을 거의 드러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종교적인 색채를 띤다.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일 중 몇 가지를 따다가 두 사람 앞
생략과 추상화된 연출의 장단점 <다른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