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과 물을 내어주고 멀찍이 물러서도 좀처럼 다가올 줄을 모른다. 참을 수 없는 허기에 음식에 입을 대고도 눈엔 경계심이 잔뜩이다.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길고양이의 흔한 모습이다. 하지만 ‘고양이 섬’이라 불리는 일본 후쿠오카 아이노시마섬 고양이들은 사람의 손길이 익숙하다 못해 귀찮은 눈치다. 아스팔트에 모로 누워 일광욕을 즐기기도 하고, 낚시하던 할아버지를 구경하다 물고기를 슬쩍 훔쳐 먹기도 한다.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대만 허우통 고양이들도 마을 주민과 관광객의 관심과 사랑에 익숙하다. 서울의 길고양이들만 여전히 “어둡고 좁은 뒷골목에서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과 길고양이의 공존에 대해 묻는 다큐멘터리다. 도쿄의 야니카 묘원, 가나가와현의 에노시마섬, 대만의 허우통 등을 돌아다니며 인간과 길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는 풍경을 담는다. 고양이의 눈높이에 맞춘 카메라는 관객과 길고양이들의 눈맞춤을 시도하고, 관객이 고양이들의 입장을 사려하게끔 한다. 세 국가의 길고양이 생활
인간과 길고양이의 공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한때 잘나갔던 야쿠자 류조(후지 다쓰야)는 지금은 은퇴한 채 아들 집에 얹혀 살고 있다. 가족들은 류조가 사고 없이 조용히 지내기를 바라지만 마음만은 현역인 류조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결국 류조는 새로운 야쿠자 조직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은퇴한 옛 동료들을 다시 한자리에 모은다. 류조의 조직은 동네 상점에서 보호비를 걷거나 최근 활개치는 사기꾼 조직과 맞서며 세력 확장을 노리지만 이들의 활동은 계속 어그러진다. 그리고 베테랑 형사 무라카미(기타노 다케시)까지 이들을 찾아와 조용히 지내라고 경고한다.
<8인의 수상한 신사들>은 기타노 다케시가 68살에 발표한 17번째 장편영화다. 할아버지 야쿠자들이 대거 출연하는 이번 작품은 소재에서부터 세월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암시한다. 특히 틈만 나면 손가락을 자르려고 하는 야쿠자나 태평양전쟁을 추억하는 인물 등은 노골적으로 시대착오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이들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한 물 간 야쿠자 VS 안하무인 도시 깡패 <8인의 수상한 신사들>
-
18살 용순(이수경)은 유난히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용순은 군 대항 육상대회에 참가할 학교 대표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한다. 체육 교사(박근록)의 지도로 방과 후면 용순은 고개를 푹 숙이고 운동장을 뛰고 또 뛴다. 알고 보니 용순과 체육 교사는 이미 연인 사이였다. 용순은 그에게 주고 싶은 선물도 준비했다. 반질반질한 조약돌을 모아 그 위에 직접 그렸을 애인을 향한 마음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친구 빡큐(김동영)가 체육 선생이 모텔로 들어가는 현장을 포착한 동영상을 보내오면서부터 용순은 울화가 치밀어 참을 수 없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대명컬처웨이브상을 수상한 <용순>은 신준 감독이 단편 <용순, 열 여덟 번째 여름>(2014)을 발전시켜 완성한 첫 장편이다. 영화의 관심은 체육 선생과 사랑에 빠진 용순의 모습을 그리는 데 있지 않다. 사랑이 위기를 겪게 됐을 때 과연 용순은 어떤 심리 변화를 겪을까에 있다. 영화는
‘뭔가에 끝까지 매달려본 적 있는가’ <용순>
-
슈퍼히어로영화 사상 처음으로 여성감독이 연출을 맡은 여성 히어로의 단독 주연작. 패티 젠킨스 감독의 <원더우먼>은 히어로영화가 전세계 영화시장을 휩쓸기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이제야 뒤늦게 등장한 영화다. 게다가 디즈니와 마블 스튜디오의 시장 독주에 밀려 존재감을 잃어가던 워너브러더스와 DC 코믹스의 마지막 자존심 같은 영화이기도 했다. 실패하면 <저스티스 리그>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마저 꺾일 위기였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코믹스의 전통 강자인 스튜디오의 자존심을 지켜냄과 동시에 지금껏 익히 봐왔던 수많은 남성 히어로의 존재감마저 압도하는 영화가 탄생했다.
신과 인간의 경계에 놓인 종족이자 수천년간 존재를 숨긴 채 지구를 수호하던 아마조네스의 나라 ‘데미스키라’의 공주 다이애나(갤 가돗)는 어느 날 하늘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포착한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스파이 활동을 벌이다가 격추된 채 추락한 미국인 조종사 스티브(크리스 파인)가 하필 데미스키라
여성 히어로의 단독 주연작 <원더우먼>
-
-
UWB는 와치카 배틀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다. 운영진 중 한명인 샤를(홍소영)은 UWB를 오롯이 제 손안에 넣겠다는 야욕을 품는다. 그는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승부조작, 납치, 폭행도 서슴지 않는다. 작지만 뛰어난 기능을 갖춘 와치카, 블루윌로 이미 히어로즈컵을 제패한 지노(엄상현)는 샤를의 계략에 맞서기 위해 UWB에 출전한다. 지노가 실력으로 UWB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만이 꿈의 리그와 선수들을 지켜내는 길이다.
미니카 배틀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파워배틀 와치카>의 두 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첫 극장판 <파워배틀 와치카 미니카 배틀리그: 불꽃의 질주>가 레이싱 대회를 축으로 캐릭터간의 감정 교류와 관계 변화를 그려내는 데 공을 들였다면, 이번 극장판은 철저히 경기 장면의 스펙터클 재현에 힘쓴다. 관중석의 열띤 호응과 선수들의 비장한 입장으로 시작되는 경기 신은 프로레슬링 경기에서 컨셉을 따왔다.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면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
와치가면은 UWB에서 새로운 영웅으로 등극할 것인가 <파워배틀 와치카: 와치가면의 역습>
-
샘(조이 도이치)은 휴대폰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시간은 오전 6시 30분, 친구 린제이가 보낸 ‘해피 큐피드 데이’라는 문자를 보니 무언가 좋은 일이 펼쳐질 것만 같다. 샘은 들뜬 마음을 하늘거리는 미니 원피스에 담았다. 친구들은 장미꽃 숫자에 목을 매지만, 샘이 기다리는 건 오직 남자친구 롭의 장미 한 송이다. 시시포스에 관한 수업 중 장미꽃 바구니를 든 오늘의 큐피드가 등장한다. 샘에게 도착한 붉은 장미꽃. 역시 롭이 보낸 것이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샘 앞으로 신비로운 색의 장미가 하나 더 도착한다. 주위를 둘러보던 샘은 꽃을 보낸 이가 켄트(로건 밀러)임을 직감한다. 그날 저녁, 샘이 친구들과 함께 홈파티에 참석한 가운데, 덥수룩한 머리를 늘어뜨린 왕따 소녀 줄리엣(엘레나 캠푸리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일순 얼어붙는다.
일상의 무미건조함을 표현하는 주된 수사인 ‘매일 반복되는 하루’가 수사이길 그치고 실제가 된다면? <7번째 내가 죽던 날>은 한치의 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반복된 하루에 붙잡힌 소녀 <7번째 내가 죽던 날>
-
윌 터너는 죽은 자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플라잉 더치맨호의 선장이다. 뭍에는 일년에 한번밖에 올라오지 못하고, 평생 바다 속에서 지낼 운명에 처해 있다. 윌 터너의 아들, 헨리 터너(브렌턴 스웨이츠)는 아버지의 저주를 풀기위해 바다 전설을 섭렵했다. 그가 찾은 해결책은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찾는 것이다. 헨리는 자신을 도와줄 캡틴 잭 스패로우(조니 뎁)를 찾아 전세계 바다를 떠돈다. 잭 스패로우를 찾는 이는 또 있다. 악마의 삼각지대에 발이 묶인 채 좀비가 되어버린 캡틴 살라자르(하비에르 바르뎀) 일당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이후 6년 만에 제작된,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유리병에 박제된 블랙펄호를 비롯해 주요 캐릭터들은 이전 작품들의 연장선상에서 저주에 걸려 있거나 바다의 패권을 장악한 상태로 등장한다. 모험의 선두에 서는 건 헨리와 카리나(카야 스코델라리오)다. 헨리가 아버지의 저주를 풀고자 미신과 신화에 의존하는 인물이라면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
죽음마저 집어삼킨 복수가 시작된다!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소현(이민지)의 팔에서 흘러나온 진한 액체가 모텔 욕조를 가득 채운 물속으로 퍼져나간다. 그녀는 의지하던 정호 오빠가 아무 말 없이 떠나버린 뒤 홀로 남았다는 고립감을 이기지 못한다. 의식이 흐릿해질 즈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화려한 차림의 트랜스젠더 제인(구교환) 역시 정호를 찾아 이곳에 온 거다. 소현은 곧 제인의 가출 팸에 합류한다. 얼마 뒤 두 사람은 정호가 있다는 인천 파라오나이트로 간다. 그러나 그곳은 폐쇄된 후다. 근처 모텔에서 하룻밤을 맞게 된 두 사람, 이상한 기척에 잠을 깬 소현은 욕실에서 쓰러진 제인을 발견한다. 제인과 소현의 로드무비가 펼쳐질 것처럼 시작하지만, 영화는 예상과는 다른 길을 간다. 영화에는 제인이 이끄는 모계 팸과 병욱이 이끄는 부계 팸 등 두개의 가출 팸이 등장하는데, 영화는 이를 중심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제인을 제외한 첫 번째 팸의 멤버들은 두 번째 팸에도 등장하는데, 이들의 관계는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후자가 과거인가?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 뭐하니, 그래서 다 같이 사는 거야.” <꿈의 제인>
-
선조 25년, 하늘 같던 왕실이 두쪽으로 갈라진다. 왜세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선조는 어린 세자 광해에게 분조(임진왜란 당시의 임시 조정)를 이끌게하고 의주로 몸을 피한다. 엉겁결에 쇠락해가는 조선의 왕이 된 광해(여진구)는 몇 안 되는 수행 인원들과 함께 강계로 떠난다. 이들의 여정에 다른 사람의 군역을 대신하며 목숨을 부지하는 대립군들이 호위병으로 합류한다. 토우(이정재)가 이끄는 대립군 일행은 분조의 수장인 광해를 무사히 호위해 군역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자신들의 팔자를 고쳐보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객의 습격과 조선의 왕세자를 잡기 위한 왜군의 추격은 분조와 대립군의 여정을 더욱 고되게 만든다.
조선시대의 왕이 주요 등장인물로 출연하는 근래의 한국 사극영화와 <대립군>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길 위의 왕을 조명한다는 것이다. 몸을 편하게 누일 곳,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조선 방방곡곡의 산을 떠도는 소년 광해와 분조의 이미지는 일말의 권위마저도 잃
선조 25년, 하늘 같던 왕실이 두쪽으로 갈라진다 <대립군>
-
엠버 박사(에런 에크하트)는 악령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치료하는 퇴마사다. 엠버의 작업방식은 독특하다. 대화를 통해 악령이 환자 몸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잠재의식으로 들어가 환자 스스로 환각임을 자각해 거기서 벗어나도록 유도한다. 최근 엠버는 환상 속에서 엠버에게 가해진 상해가 현실의 몸에 흔적을 남기는 이상 증상을 겪는다. 이런 위험에도 그가 악령 퇴치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는 아내와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간 악령 매기를 찾기 위해서다. 박사는 마침내 11살 소년 카메론(데이비드 매주즈)의 몸속 악령에게서 매기의 흔적을 발견한다.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인카네이트>는 비과학적인 것으로 인식된 퇴마 의식을 정신분석적 뇌과학으로 바꾸려 한다. 엠버가 퇴치 작업을 벌일 때 두뇌에 부착하는 패치와 여러 대의 컴퓨터 모니터로 구성된 장치가 등장하는데, 그 자체로 이것이 과학적인 과정임을 강조하려는 것 같다. 부자 관계에 트라우마를 지닌 성인 남성과 소년이
‘악령’을 없애고 아이를 구하라! <인카네이트>
-
유대인 스위드(이완 맥그리거)는 종교와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미스 아메리카 출신의 아름답고 당찬 던(제니퍼 코널리)과 결혼한다. 스위드와 던은 여성용 장갑을 제작하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남편과 소를 치며 딸을 키우는 아내로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꾸려간다. 두 사람은 남부러울 것이 없다. 단, 어린 딸 메리가 말을 조금 더듬는 것만 빼면 말이다. 언어치료사 쉴라는 메리가 아름다운 어머니 던과 비교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일부러 말을 더듬는 것이라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 어느 날 메리는 베트남의 틱꽝득 승려가 전쟁에 반대하며 분신하는 광경을 TV를 통해 지켜본 뒤 큰 충격을 받는다. 메리는 왜 아무도 그를 살리려고 하지 않았냐며 울부짖는다. 시간이 흘러 사춘기에 접어든 메리(다코타 패닝)는 과격한 방식으로 사회에 저항감을 표출하며 반항아로 성장한다.
1960년대 미국의 시대상을 담은 이 영화는 매끈한 오늘날의 이미지에 불쑥 흑백의 자료화면을 인서트한다. 화해 불가능한 상태로 병렬
삶과 죽음에 관한 질문 <아메리칸 패스토럴>
-
세속의 연을 끊고 산속에서 은둔 생활을 시작한 극작가 고스케(나가오카 다스쿠) 앞에 어느 날 홀연히 시오리(마미야 유키)라는 이름의 낯선 여인이 찾아온다. 목적은 단 하나, 고스케를 유혹하는 것. 욕망을 멀리하고 살기로 결심한 고스케는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을 유혹하는 시오리가 곤혹스럽기만하다. 다른 남자를 끌어들여 질투를 유발하고, 거친 몸싸움을 벌여보아도 고스케가 자신의 뜻대로 넘어올 것 같지 않자 시오리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든다. 때마침 함께 연극을 했던 고스케의 옛 여자친구가 산속을 찾아온다.
아무런 정보 없이 보기 시작했다면 시작한 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맥락없이 다짜고짜 옷을 벗는 시오리의 모습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일본 닛카쓰 스튜디오에서 ‘로망 포르노’ 제작 45주년을 맞아 기획한 ‘로포리(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 다섯편 중 한편에 해당하는 ‘핑크무비’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영화의 목적이 분명하
목적은 단 하나, 고스케를 유혹하는 것 <바람에 젖은 여자>
-
전설의 도둑, 루팡(야마다 야스오)과 지겐(고바야시 기요시)은 카지노를 터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훔친 돈을 뜯어보니 전부 다 위조지폐다. 루팡은 이 김에 ‘위조지폐의 블랙홀’이라 불리는 칼리오스트로를 털기로 한다. 섬에 들어서는 루팡 일행 곁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그를 뒤따르는 남자들의 자동차 추격전이 벌어진다. 추격전에 가세한 루팡은 여자를 구하는 데 성공하지만 사고로 정신을 잃는다. 눈을 떠보니 손에는 특이한 문양의 반지와 하얀 장갑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보다 5년 앞선 1979년에 제작돼 일본에서 개봉했다. 이어지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작품들에 비교하면 그림체가 투박하고 단순한 편이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스타일 또한 느낄 수 있다. 몽키 펀치가 그린 만화 <루팡 3세>가 영화의 원작으로, 1967년에 연재를 시작한 만화는 최근까지 TV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영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장편 데뷔작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
<재키>의 감독 파블로 라라인의 신작. 라라인이 <재키>를 통해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케네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선보였듯, 그의 또 다른 전기영화 <네루다> 역시 칠레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정치인 파블로 네루다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이 인상적인 영화다. 1948년, 칠레 국민에게 사랑받는 시인이자 상원의원이었던 네루다(루이스 그네코)는 곤살레스 비델라 대통령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의회 연설을 한다. 정권을 잡자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하고, 공산당과 체결한 협약을 파기한 대통령의 처사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네루다는 국가원수를 모독했다는 죄로 도망자가 되어 전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된다.
전기영화로서 <네루다>가 흥미로워지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영화는 칠레에서 가장 유명한 도망자인 파블로 네루다가 아닌, 그런 그를 추적해야만하는 비밀경찰 오스카(영화를 위해 라라인이 창조해낸 가상의 인물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연기한다)를 등장시켜 시인과 그의 추격전을 비중 있게 조명
평생 같은 곳에 머무르지 않았던 시인의 역동성을 닮은 전기영화 <네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