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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한국 코미디영화에 던지는 두개의 짧은 문제제기1. 코미디영화는 한국영화의 효자인가?<선생 김봉두><지구를 지켜라!>우리는 배우 차승원이 왜 볼멘 목소리로 ‘코미디영화 효자론’(작품성 높지만 흥행성 없는 영화와 싸구려라고 욕 먹지만 흥행에 성공한 코미디 영화를 각각 ‘공부 좀 한다며 집안 일은 나몰라라 하는 형’과 ‘배운 것 없지만 집안 먹여 살리는 동생’에 비유한 말)을 제기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한국의 영화를 산업적으로 지탱해온 것은 바로 그 영화들이었고, 그들은 또한 나름대로의 변신과 분화의 과정을 통해 일정한 미학적 성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차승원의 ‘두 형제론’은 사태를 너무나 단순화시키고 있다. 한국영화에는 많은 형제들이 존재해왔다. 물론 형들 중에는 거품에 들떠 호방함을 과시해 돈만 축낸 형도 있기는 했지만, 그중에는 공부하는 자세로 진지한 영화를 만들어냄으로써 관객에게 ‘한국영화도 볼 만하
한국 코미디영화 코드 분석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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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는 노,도전은 오예∼희귀 중견감독 김유진에게 듣는 ‘충무로에서 감독으로 살아남는 법’충무로 감독의 조로(早老)현상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감독들의 대다수는 30대이고, 그 윗세대라고 해봐야 40대 초반이 고작이다. 50대 이상의 ‘현역감독’은 임권택 감독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렇게 충무로의 인력구성이 젊은 세대 위주로 편성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크게는 1990년대 금융자본의 유입과 함께 젊은 제작자들이 대거 충무로에 자리를 잡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젊은 제작자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기획 아이템을 현실화하기에는 상대하기 어려운 노장감독보다 신인급 감독이 편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특히 관객층이 10대와 20대 중심으로 굳어져가고 그들 위주의 아이템만이 집중적으로 기획되는 요즘이라면 노장에 대한 푸대접은 더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런 상황을 기본 전제로 삼는다면, <와일드카드>의 김유진 감독은 극히
충무로의 ` 50대 청춘 ` 김유진 감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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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관객과 함께하면 흥행도 영화도 좋아진다--“김유진 감독은 일반 시사회장을 빠지지 않고 찾아가서 관객이 어떤 지점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체크하고 있다. 애초 자신이 의도했던 것과 비교해 어떤지, 이런 점을 따져보는 것 같다. 관객에 대한 계산이라는 면에서 난 한참 배워야 한다.” - 씨앤필름 장윤현 대표관객은 영화를 만드는 데 김유진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다. 그가 영화를 만들면서 어린 스탭부터 비영화인에게까지 온갖 질문을 던지며 모니터링을 하는 이유도 관객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하기 때문이다. “오락성이라는 것에 복종할 필요는 없지만 영화의 중요한 덕목인 것은 사실이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단지…>를 만들 때였다. 데뷔작 <영웅연가>와 <시로의 섬>을 만들 때만 해도 김유진은 “주제의식이 선명하면 관객이 든다”며 “똥폼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두 영화가 잇따라 흥행에서 참패하면서 생각은 서서히 바뀌었
충무로의 ` 50대 청춘 ` 김유진 감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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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감독들이여, 은근과 끈기를 가져라--“그래도 우리 세대가 보여줄 수 있는 거라면, 굶어죽어도 엄살부리지 않고 자존심 지키는 것 아니겠냐. 유진이나 나나 노선은 이거다. 서두르지 말고 쉬지 말자는 것.” - 씨네2000 이춘연 대표<약속>이 대성공을 거둔 뒤 흥행 비결을 묻는 한 기자에게 김유진 감독은 “버티면 다 산다”고 답했다. 숱한 흥행 실패와 온갖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김유진 감독이 현재까지도 충무로 최전방에서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뭐니뭐니해도 영화에 대한 열정이었다. “영화에 들어온 이후 하나 확실한 것은, 한번도 영화 이외의 것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그의 고백은 괜한 힘이 들어간 말은 아닌 듯 보인다.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있었기에 오뚝이처럼 계속 일어나 자신의 지위를 굳힐 수 있었던 것이다.물론 그에겐 비교적 탄탄한 가업(家業)이 있어 경제적으로 극한 상황에 몰린 적이 없긴 하지만, 한때는 그 역시 생계를 꾸리기 위해 “영
충무로의 ` 50대 청춘 ` 김유진 감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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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과 사스를 뚫고, 애타게 ‘발견’을 찾아서칸=글 박은영·사진 정진환·취재지원 성지혜수만 와트의 햇살이 드리워진 코발트 블루의 바다. 프랑스 남부 휴양 도시 칸의 풍광은 비현실적이다. 비행기에 오르며, 그 믿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시고 화려한 경치를 등지고, 도저한 작가주의에 동참하기 위해 동굴처럼 어두컴컴한 극장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현실을 잠시 한탄했다. 그러나 곧 후회했다. 그 현실마저 누리지 못할 뜻밖의 위기 상황이 닥쳤기 때문이다.노동자들의 파업이 유난히 성하다는 프랑스의 5월. 얼마 전부터 노동계의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연금문제로 공공서비스 노조가 파업을 공표한 날은 하필이면 칸영화제가 개막하기 전날인 5월13일이었다. 12일 밤 시간부터 시작된 부분파업으로, 니스로 가는 비행 연결편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착돼, 여행객들은 하루 가까이 공항에서 대기하거나밀라노나 마르세유 등의 주변 도시로 둘러 돌아가야만 했다. 파업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기내에서 사스 추정 환자가 발생했
개막작 혹평 속,최고 최대 영화제 칸이 56번째 문을 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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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4일 페넬로페 크루즈, 뱅상 페레, 키아누 리브스, 모니카 벨루치 등을 레드 카펫에 불러모으며 시작된 칸영화제는 올해도 언제나처럼 `스펙터클에 대한 매혹`을 숨기지 않았다.지난 5월14일 페넬로페 크루즈, 뱅상 페레, 키아누 리브스, 모니카 벨루치 등을 레드 카펫에 불러모으며 시작된 칸영화제는 올해도 언제나처럼 ‘스펙터클에 대한 매혹’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개막작 <팡팡 라 튤립>을 상영한 다음날 아침 <매트릭스2 리로디드>를 이어 소개하는 방식으로, 스펙터클의 영화에 대한 지지와 성원의 뜻을 좀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각각 유럽과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액션의 비전을 함께 보여준다는 의미.그러나 이런 시도는 환영받지 못했다. 18세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자 활극이자 러브스토리인 <팡팡 라 튤립>은 52년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기도 한 크리스티앙 자크 영화의 리메이크로, 프랑스 대형 액션영화 붐을 선도한 뤽 베송이 제작하고, 그의 자랑
개막작 혹평 속,최고 최대 영화제 칸이 56번째 문을 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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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여, 대가들의 파티장에여, 왜 새로운 발견을 두려워하는가영화평론가 정성일의 2002년 칸 리포트에 대한 반성문, 또는 올해의 다짐칸=정성일/ 영화평론가우선 먼저 고백해야 할 일이 있다. 나는 지난해 칸에서 <씨네21> 독자들을 위하여 영화를 보았고, 그리고 새로운 영화를 알리기 위하여 잠을 설치고 남들보다 서둘러 줄을 섰으며 열심히 글을 썼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몇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아마도 나의 올해 칸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해야 옳을 것이다.반성1 - 내가 놓친, 혹은 과대평가한 영화들무엇보다 먼저 지난해 칸에서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친애하는 당신>을 놓친 것은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주목할 만한 시선’). 타이에서 온 이 미지의 시네아스트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은 지난해 가장 새로운 발견이다. 매우 느리며, 때로는 거의 정지된 듯한 순간을 발견하는 이 영화는 얼마나 느리냐 하면 영화가 시작한 지 55분 만에 영화제목이 뜬다! 카메라는 마치 장면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2003년 칸으로 부터 온 편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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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네아스트를 만나러, 다시 칸으로!<밝은 미래><엘리펀트>구로사와 기요시의 <밝은 미래>와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는 (내 생각으로) 이번 칸에서 폭풍의 핵이 될 것이다. 들리는 말로는 빈센트 갈로의 <브라운 버니>에서의 섹스장면이 매우 쇼킹할 것이며, 아마도 지난해에 가스파 노에가 해낸 그러한 스캔들을 올해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한다.그리고 다시 칸으로. 어쩌면 나는 다시 실수를 반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찌 하겠는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모험을 마다않는 것은 여전히 영화에 대해 고갈되어가는 내 사랑을 붙들려는 안간힘 때문이다. 말하자면 영화에 대한 이 서간체 글들은 고백이며, 또는 사랑하는 신기루를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이다. 그러니 부디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께서는 구조해달라고 병에 넣어서 띄어보내는 이 SOS 편지를 외면하지 마시라. 당신은 우연히 이 편지를 읽는 것이 아니다. 그 유명한 이야기. 편지는 반드시 목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2003년 칸으로 부터 온 편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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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터 칸><"남자들의 무리들 사이에서"를 연출하면서>아르노 데플레생은 이미지로 가득찬 지금의 영화를 구원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이미지와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그리고 <에스터 칸>에 이은 <"남자들의 무리들 사이에서"를 연출하면서>는 말 그대로 진행형의 영화이다.모두들 칸영화제의 첫 번째 기사로 제랄 크라브칙의 <팡팡 라 튤립>(Fanfan la Tulipe, 영화제 개막작)을 소개하지만, 나는 이 영화에 관심이 없다. 우선 나는 크리스티앙 자크의 원판 <팡팡 라 튤립>을 프랑스 문화원에서 대학교 2학년 때 보았다. 신나는 기사도 영화. 제랄 필립과 지나 롤로브리지다와의 연애담, 그리고 앙리 장송의 문어체 대사, 무엇보다도 말을 타고 달리면서 마차와 벌이는 ‘그 유명한’ 활극장면들이 50년대 프랑스 대중영화의 정점이라고 불릴 만하지만, 아뿔싸 나는 그때 이미 이 영화를 사형대에 올려놓고 ‘프랑스영화의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2003년 칸으로 부터 온 편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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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영.화. 그 무모한 게임을 향해
Prologue
<살인의 추억> 개봉 사흘 전, 명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심재명 대표와 심보경 이사의 관심사는 자신들이 투자한 <질투는 나의 힘>이 아니었다. 두 작품을 차례로 배급한 CJ엔터테인먼트는 <살인의 추억>을 예정보다 한주 앞당겨 개봉하기로 하면서 <질투는 나의 힘>을 ‘버렸다’. 당장 큰 손해를 입게 된 명필름으로선 <살인의 추억>이 곱게 보이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질투는 나의 힘>에 대한 걱정보다 “<살인의 추억>이 잘돼야 하는데…”를 거듭 되뇌고 있었다.
‘경쟁자’마저 <살인의 추억>의 흥행을 기원할 만큼 이 영화는 충무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였다. 이들은 “이쯤에서 <살인의 추억>이 뭔가 보여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야 한국영화의 흐름이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잘 만든 영화가 흥행도
<살인의 추억> 성공드라마, 5 라운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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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ound | 원작 vs 80년대
조 형사의 다리 절단은 군홧발에 대한 응징
<날 보러와요>의 판권을 원작자로부터 곧바로 살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이미 영화화를 생각하고 판권을 사들인 CF감독이 있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차 대표가 협상을 벌이며 웃돈을 주고 재구입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진짜 게임은 그 다음부터였다. 6개월 동안 조사해 모은 사건 자료와 자기 완성도를 지닌 원작을 놓고 영화적 상상력으로 짜들어가야 하는 새로운 창작.
“몇명의 용의자를 두고 범인이다, 아니다를 주고받으며 긴장의 강도를 높여가는 흐름과 FM 라디오 플롯이 원작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다. 너무 방대한 사건이어서 길잃기가 쉬운데 그 덕분에 감을 잡았다.”
연극과 가장 갈라지는 건 원작에 없던 80년대라는 시대를 끌어들인 대목이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치르는 나라였으나 아무도 보호받지 못하던 시대의 공기를 끌어들이는 것. 등화관제, 부천서 성고문
<살인의 추억> 성공드라마, 5 라운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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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ound | 관습 vs 관습
미해결 사건, 더 이상 ` 핸디캡 ` 아니다
“<살인의 추억>의 시나리오가 우리에게도 왔었다.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높아 투자하고 싶긴 했으나 스릴러라는 장르의 선입견이 걱정스러웠다. 무겁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범인이 잡히지 않는다는 미해결의 엔딩이 부담스러웠고 불안해보였다.”(권미정 쇼박스 한국영화팀장)
<살인의 추억>은 상업영화의 오랜 관습 몇 가지를 정면으로 위배했다. 흥행전략상 가장 난점으로 꼽히던 미해결의 엔딩을 포함해 굿가이·배드가이의 혼합형 캐릭터, 영화의 숙명이라 할 관음증에 대한 거스름 등 초심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모험을 감수했다.
“피한다고 피해지는 게 아니었다. 장르적으로 풀어서 잡는 걸로 끝낸다? 관객이 얼마나 찝찝해하겠나. 범인을 못 잡는 대신 그토록 범인을 잡고 싶어하는 형사들의 시선에 철저하게 맞춰나가기로 했다. 그 하나의 감정선을 좇아가다 끝내는 폭발하게 만드는….”(봉준호)
<살인의 추억> 성공드라마, 5 라운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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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와일드카드>와 함께한 15개월의 기록
배우가 제작기를 써서 보내오기란 쉽지 않다. 스케줄 감당하기도 버거운데 일지를 쓸 만한 여유가 있겠는가. 여기에 제작기간이 1년이 넘는 영화라면, 후일 기억을 더듬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와일드카드>의 맏형인 정진영씨가 제작기를 보내오겠다고 했을 때 드는 의구심은, 사실 또 있었다. 개봉을 앞둔 시점이다보니 자칫 “영화를 홍보하는 멘트가 많지 않을까” 하는 우려. 물론 기우였다. 정진영씨가 보내온 기록은 “힘들었다, 그래도 우린 해냈다”는 식의 상투를 넘어 솔직하고 담백한 관찰기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캐스팅된 뒤 15개월 동안 촬영현장에서 보고, 듣고, 겪은 사람들에 대한 그의 가감없는 ‘고백’을, 여기 싣는다. - 편집자
옛, 감독님
2002년 2월_인사동 모 술집 >>
“이제 책이 나올 것 같다. 니가 할 거 있다. 여름 지나면 찍자. 너 손해볼 일은 없을 거다.” 영화 <
정진영의 <와일드카드> 제작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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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은 어찌 날꼬
2002년 11월3일_북창동 유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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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크랭크인. 11월 초답지 않게 매우 쌀쌀하다. 첫신은 노래방에서 주봉이 형(김 반장)의 생일잔치 뒤풀이를 하는 장면. 나는 노래 한곡 부르고, 형사들 바스트 이동숏으로 첫신은 OK. 밤신은 북창동 유흥가 골목. 유흥가 촬영은 현지 세력가(무척 순화된 표현임)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하다. 알고보니, 그곳의 세력가가 신근호 PD의 고향후배란다. 아무런 문제없이, 너무나 많은 도움과 협조 속에 촬영을 순조롭게 진행. 그 세력가도 영화에 한컷 출연. 날씨가 매섭다. 감독님, 여름에 찍을 영화 한겨울에 찍게 되었다고, 투덜투덜. 아! 이제 추위와의 싸움은 시작되었다. 11월 초도 이러니, 한겨울은 어찌 날 것인가. 그렇게 영화는 시작되었다.
베테랑 감독의 카리스마
2002년 11월12일_메리어트호텔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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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4회차를 나왔지만, 현장의 손발이 착착 맞는다. 무엇보다 그것은 감독님의
정진영의 <와일드카드> 제작일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