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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마, 현실이 될지도 몰라<엘리펀트>(The elephant) | 감독 구스 반 산트 | 경쟁부문구스 반 산트의 영화는 결국 미국 십대들을 이해하려는 ‘장님 코끼리 만지는’ 영화이다. 그가 인디펜던트로 만들건(<드럭스토어 카우보이> <아이디호>), 할리우드에서 만들건(<굿 윌 헌팅> <파인딩 포레스터>) 마찬가지이다.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거나(<카우걸 블루스> <싸이코>),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지만(), 결국은 같은 이야기로 돌아온다. 물론 그의 영화가 점점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얼마 전까지 나는 <드럭스토어 카우보이>가 그의 가장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굿 윌 헌팅>을 본 다음에 더이상 그의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엘리펀트>로 구스 반 산트는 기적처럼 돌아왔다(아직 나는 <게리>를 보지 못했다). 정말
2003 칸 리포트,두 보고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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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우리가 애니세상을 뒤집었대요!<니모를 찾아서> 개봉앞둔 판타지 주식회사, 픽사 스토리수천만, 수억의 디지털 화소로 당신의 기억 속에 잠자던 꿈을 살려내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의리에 죽고사는 카우보이 인형 우디와 우주전사 버즈, 아시죠? 모험심 강한 일개미 플릭과 그의 곤충 친구들, 그리고 정 많은 몬스터 설리와 수다쟁이 외눈박이 마이크도요. 최근 드넓은 바다를 헤매며 ‘아들 찾아 3만리’를 감행한 흰동가리 아빠 말린과 아들 니모의 모험담 <니모를 찾아서>는 5월 마지막주 개봉대기 중이랍니다. 모두 픽사의 가족들이죠. 어느새 이렇게 늘었냐고요? <니모를 찾아서>가 벌써 다섯 번째 장편인걸요. 픽사도 어느덧 17살입니다.거의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 선물처럼 찾아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픽사라는 이름을 함께 품은 작품들은 남다른 울림으로 다가오곤 한다. 95년 픽사의 첫 장편이자 최초의 디지털 장편애니메
<니모를 찾아서>,픽사를 찾아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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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와 디즈니<틴 토이>로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고, 합성을 위한 획기적인 컴퓨터그래픽 소프트웨어 렌더맨을 개발한 89년 즈음, 픽사는 명실상부한 명가로 자리잡게 된다. 단편과 매년 늘어가는 광고 제작으로 3D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준 픽사는, 91년 월트 디즈니와 3편의 디지털 장편애니메이션을 공동으로 제작, 배급하기로 의기투합했다. 그 첫 시도가 95년 말에 개봉돼 세계적으로 3억6천만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그해 전미 흥행 1위라는 기대 이상의 기록을 세운 <토이 스토리>다. <토이 스토리>는 신기하게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들, 소품 하나하나 꼼꼼히 재건된 앤디의 방 등 지금껏 본 적 없는 3D테크놀로지의 스펙터클을 선사하는 한편, 신형 장난감 버즈에게 밀려날까 두려운 우디의 고민, 유일무이한 전사라 생각했던 자신이 대량 생산된 장난감 중 하나란 사실에 허탈해하는 버즈 등 장난감들의 동화와 자본주의 산업의 속성에 대한 유쾌한 풍자로 아이와
<니모를 찾아서>,픽사를 찾아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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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도감을 뒤적이며 이렇게나 이름 모를 바다 생물이 많다는 것에 놀라곤 했었지만 이제는 무심히 보게 된 수족관 속의 물고기들을 내세운 <니모를 찾아서>까지, 이러한 흐름은 일관된다. <몬스터 주식회사>와 <니모를 찾아서>에 공동감독으로 참여한 리 언크리치는 “픽사 사람들 중 누구를 만나도 번번이 듣는 말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와 캐릭터다. 모든 그래픽과 비주얼은 케이크 위의 당의 같은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파이널 환타지> 같은 영화를 보면 정말 놀라운 비주얼이 많지만, 박스오피스의 성적은 스토리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토이 스토리>부터 <니모를 찾아서>까지 5편의 시나리오를 공동 혹은 단독 집필한 픽사의 대표적인 작가 앤드루 스탠튼에 따르면, “처음 스토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표할 때는 굉장히 무섭다”고. 무엇보다 관객을 위한 엔터테인먼트를 고민하지만 픽사의 작품들은 자신들을 위한
<니모를 찾아서>,픽사를 찾아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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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캐릭터열전내 옛 장난감이 떠올라픽사의 아이콘 - 룩소 주니어<룩소 주니어> Luxo Jr.1986년작. 픽사의 영화가 시작되기 전 나오는 PIXAR라는 타이프 중에서 I자 위에 올라가 퉁퉁 튕기다 찍 밟고 서는 바로 그 램프가 룩소 주니어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램프가 I를 찍 눌러 없애는 장면을 만날 수 있다. 말로 하는 대사는 없지만, 램프를 켜고 끄고, 제자리에서 뛰고, 램프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보다 내용을 이해하기 쉬울 수 없다. 픽사적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존 래세터가 감독했다. <토이 스토리2> DVD 서플에 담겨 있다.<럭소 주니어><틴 토이>괴물아기 남시오 - 아기와 병정<틴 토이> Tin Toy1988년작. <토이 스토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존 래세터 감독이 만든 <틴 토이>는 괴물(같은) 아기와 양철 장난감 병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성인의
<니모를 찾아서>,픽사를 찾아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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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매트릭스2>에 대해 알고 싶었으나 묻기를 두려워했던 모든것<매트릭스2 리로디드> 스포일러 혹은 <매트릭스> 사전★ ★ ★ ★ ‘네오’라고 이름 붙인 할리우드의 새로운 메시아가 지상에 강림한 것은, 공교롭게도 1999년 부활절 주말이었다. 애초에 만화책을 염두에 두고 기획됐던 <매트릭스>는 미국 박스오피스 1억710만달러, 세계 박스오피스 4억6천만달러를 휘날리는 검정 코트자락에 쓸어담으며 종종 이름값을 못하는 블록버스터들과 달리 글자 그대로 대중문화 블록을 통째로 날려버렸다.지금 여기 우리의 삶이란, 기계(Artificial Intelligence)들이 인간의 생체 에너지를 약탈하기 위해 고안한 인터랙티브 가상 현실 프로그램의 메아리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 영화는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다. 1년에 한두번 극장을 찾는 중년 관객과 정열적인 SF 영화광, 인식론을 강의하는 철학과 교수와 게임방에 틀어박힌 10대들을 동시에 열광시킨 영
<매트릭스2 리로디드> 스포일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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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역사생체전기는 인간을 가뒀다|||||||||||||||||||||||| 매트릭스란 <매트릭스>에서 가장 창의적이면서 섬뜩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시대(1편에서는 1999년, 그러니까 2편에서는 2003년일 것이다)는 미래인 2199년에 만든 디지털적인 가상세계라는 기가 막힌 설정이다. 매트릭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은 가상적인 인간이고, 매트릭스를 해킹해서 (우리의 현재이자 영화에서의 과거세계인) 매트릭스와 (우리의 미래이자 영화에서의 현재 세계인) 시온을 왔다갔다하는 인간은 진짜 실재의 인간이다.매트릭스는 철저히 수학적이고 함수적인 계산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다. 계산되는 세계는 완벽한 통제가 가능하다. 그런데 함수적인 계산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시온이 있다. 매트릭스를 만든 인물은 이 시온의 세계를 파괴하고 모든 존재를 매트릭스로 만들어 완전한 지배를 꿈꾼다. 그 어느 곳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완벽한 필연의 세계, 모든 선택이 필연적으로 이미 그렇게
<매트릭스2 리로디드> 스포일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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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라프 천사의 또 다른 이름이며 ‘치품 천사’라 하여 천사의 9계급 중 가장 으뜸인 제1계급의 천사이다. 인간과 닮은 모습에 세쌍의 날개를 가졌다. 네오가 오라클을 만나기 직전 중국 복장을 한 세라프와 한수 대결을 벌인다. <와호장룡>에 본 천의무봉함은 없어도 제한된 공간에서 벌이는 쿵후 격투에선 원화평의 홍콩식 무술연출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쿵후 하는 천사라니, 확실히 워쇼스키 형제는 동서고금을 솜씨 좋게 섞어놓는다.|||||||||||||||||||||||| 오라클 아폴론의 신탁을 전하는 고대 그리스의 여사제처럼 오라클은 여자다. 오라클은 그대로 번역하면 신탁이다. 시온에 속한 진짜 인간들, 특히 그들을 지도하는 모피어스가 전적으로 신봉하는 예언자가 오라클이다. 모피어스에게 전달되는 예언은 메시아인 ‘그’가 나타나 매트릭스를 파괴함으로써 전쟁이 곧 종식되고 시온의 평화가 보장될 것이라는 것이다. 1편에서 오라클은 매트릭스의
<매트릭스2 리로디드> 스포일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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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반겔리온 <매트릭스>는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 대한 헌사이다. 1편과 2편의 시작장면은 애니메이션의 영화적 전개라고 할 만했으며, <매트릭스>의 기본 구성 또한 <공각기동대>와 흡사하다. 그러나 이번 2편에서는 또 다른, 숨어 있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에반겔리온>에 담겨 있는 그 처절한 종말론이다. 네오에 앞서 다섯 명의 메시아를 맞았던 인간도시 시온은 그때마다 종말을 거듭했으며, 네오에 이르러 다시 한번 종말을 앞두고 있다. 그 원인은 시스템 설계자가 네오에게 설명한 것처럼 인간의 불완전성, 컴퓨터로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불예측성 때문이다. 새롭게 창조된 세계는 결국 오류가 발생하고 모든 것을 지우고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 마치 윈도 시스템처럼 말이다. 이건 <에반겔리온>에 나오는 ‘인류보완계획’의 새로운 버전으로 보인다. 신인류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기
<매트릭스2 리로디드> 스포일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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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시대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최근 패션쇼, 비디오게임, 만화책을 일부러 멀리하며 오로지 시나리오에만 의존했다.” <매트릭스2 리로리드>의 의상담당 킴 베럿의 말이다. 네오와 트리니티, 모피어스의 의상과 100명의 스미스, 인간도시 ‘시온’인들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매트릭스풍’ 옷차림은 2003년 가을, 겨울 시즌의 패션 트렌드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5월12일치에서 유명 디자이너들의 ‘2003년 가을 컬렉션’에는 ‘매트릭스’풍 디자인이 눈에 띈다고 소개했다. ‘매트릭스풍’이라고 명명되진 않지만 이미 올 가을, 겨울 컬렉션에는 미니멀한 트렌치코트와 가죽재킷 사이버틱한 광택 소재의 의상이 많이 등장했고 다양한 톤온톤 블랙 화이트 그레이의 무채색 컬러가 세련미를 더하고 있다.☆ ☆ ☆ ☆ ☆ 오리엔탈리즘 & 멀티믹스 사이버 펑크 미니멀의 시크함과 히피 빈티지의 내추럴 패션이 다라면 <매트리스2 리로디드
<매트릭스2 리로디드> 스포일러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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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미디영화, 그 화려한 변신의 3라운드충무로에 불어닥친 코미디 강박증은 상상 이상으로 거세다. ‘오로지 코미디만이 살길이다’라는 식의 깃발 아래 그 밖의 영화들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오죽했으면 <살인의 추억>마저 투자자로부터 ‘코미디 코드를 대폭 넣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을까. 영화평론가 변성찬이 코미디 강풍을 몰고 온 한국영화들을 향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었다. - 편집자변성찬/ 영화평론가프롤로그: 열정과 냉정 사이<선생 김봉두>의 흥행 성공과 <지구를 지켜라!>의 흥행 실패. 최근에 있었던 이 영화적 사건은 개인적으로 하나의 충격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차이가 있으리라고 짐작은 했다. 그러나 그 차이가 순진한 나의 예상과 달리 너무나 컸다. <지구를 지켜라!>를 보며 나는 그 영화가 장르(컨벤션)와 작가(정신)의 대결과 충돌 속에서 온전하게 작가가 살아남아 있는 훌륭한 상업영화이며, 신세대부터 386세대까지를 아우
한국 코미디영화 코드 분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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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라 운 드<가문의 영광> - ‘조폭코미디’의 화려한 변신그 모든 일은 <가문의 영광>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가문의 영광>은 철저한 기획과 변신의 산물이다. 이 영화는 성공한 선배 영화들부터 철저히 배웠다. <조폭 마누라>의 ‘뜻밖의 성공’과 <집으로…>를 통해 확인된 분위기의 ‘뜻밖의 반전’. 모두가 이 변덕스러운 대중의 입맛에 당황하고 있을 때, 이 영화는 전자의 엽기적인 웃음 코드와 후자의 잔잔한 감동 코드를 적절히 결합하는 기민함으로 그 혼란스러운 국면을 돌파한다. 이런 점에서 <가문의 영광>은 한 시기를 주름잡았던 조폭코미디의 정점이면서 장르적 소멸의 징후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다소 과격하게 시작했던 이 영화는, 중반 이후 감상적인 멜로영화로 바뀌며, 끝내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바치는 한 가장의 가슴 찡한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가족드라마로 막을 내린다. 사실 이 영화에 남은 조폭의 흔적은
한국 코미디영화 코드 분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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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라 운 드" 우리 그냥 빠구리하게 해주세요 " <몽정기> <색즉시공>‘조폭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눈치챈 듯, 한국 코미디영화는 새로운 소재를 찾아낸다. 10대, 20대의 성(성),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들의 성욕이 그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내세운 선정성과 불량스러움 때문에 얄팍한 상업주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지만, 알고보면 매우 ‘착한 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은 그동안 공식적인 성담론에서 무시되어왔던 그들의 성욕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영화이고, 수입된 영화로만 엿봐왔던 청춘 섹스코미디를 훌륭하게 토착화시킨 ‘효자영화’들이며, 나름대로 감동적인 교훈을 품고 있는 진짜 착한 영화들이다.<몽정기>는 현재 한국영화의 지배적 코드 중 하나인 80년대 복고 열풍의 흐름 속에 놓일 수 있다. 이 영화는 얄개 시리즈로 대표되는 70년대 청소년물을 소환하고 있지만,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듯 그들의 성욕을 노골적으로
한국 코미디영화 코드 분석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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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라 운 드"멜로! 너 코미디한테 딱 찍혔어"<동갑내기 과외하기><오! 해피데이><가문의 영광>을 통해 예고되었고, <색즉시공>을 통해 강화되었던 감상적인 멜로 코드는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오! 해피데이>를 통해 깔끔한 ‘스크루볼(로맨틱)코미디’로 변신한다. 90년대를 풍미했던 로맨틱코미디의 귀환. 그러나 그 귀환은 주인공들의 낮아진 연령만큼이나 낮아진 정신연령을 통해 이루어졌다(참고로 말하자면 이 영화들은 모두 12살 관람가 등급이다). 90년대의 그것이 성인남녀들의 일상과 그 속에서의 성을 경쾌하고 신선한 화법으로 그려내고 있다면, 21세기의 그것들은 감상적이고 순정만화적인 상상력에 의존하고 있다. 그 전환은 한국영화 시장의 주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10대와 20대 초반에 대한 소구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영화들이 그들의 취향에 맞는 적당한 엽기 코드를 갖추고 있는 것이나 그들
한국 코미디영화 코드 분석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