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영화제 최악의 해이해할 수 없는 <도그빌>과 <미스틱 리버> 수상 제외, 라인업도 부실황금종려상 <엘리펀트> 구스 반 산트(미국)심사위원 대상 <우작> 누리 빌게 세일란(터키)감독상 구스 반 산트 <엘리펀트> (미국)남우주연상 무자파 오즈데미르, 메메트 에민 토프락 <우작> (터키)여우주연상 마리 조세 코르제 <야만족의 침략>(캐나다)각본상 드니 아르캉 <야만족의 침략>(캐나다)심사위원상 <오후 5시> 사미라 마흐말바프(이란)황금촬영상 <리컨스트럭션> 크리스토퍼 보(덴마크)황금종려 단편상 <크래커 백> 글렌딘 이빈(호주)FIPRESCI상 <아버지와 아들> 알렉산더 소쿠로프(러시아)<아메리칸 스플렌더> 셰리 스프링어 버만(미국)<그날의 시간들> 제이미 로잘레스(스페인)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청춘의 베스트
2003 칸 영화제 결산 [1]
-
별이 빛나는 칸에니콜 키드먼부터 키아누 리브스까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스타들칸은 밤에 피어난다. 좀처럼 해가 기울지 않는 남프랑스의 바닷가에 슬그머니 어둠이 내리면, 빨간 주단 위로 별이 하나둘, 그리고 어느새 촘촘히 박히기 시작한다. 열이틀 동안 칸을 밝힌 그 스타들을, 여기 한자리에 불러모아본다.♣ 꼭 보고 말 거야. 이른 저녁부터 레드카펫 위의 스타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뤼미에르 극장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룬다.(사진 왼쪽)♣ 눈이 부신 니콜 키드먼. “여우주연상은 내 차지라구”라고 말하는 듯 보무도 당당히 걸어가는 모습. 그러나 그녀를 유난히 사랑한 칸영화제도, 그 사랑을 상으로 증명해 보이진 않았다.(사진 오른쪽)♣ “나, 집에 갈래.” 억지로 끌려나온 듯 심드렁한 모습의 키아누 리브스. 전용 이발사가 같이 못 온 모양이다. 레드카펫 입장 시간에도 지각해 <매트릭스2 리로디드> 팀의 애를 태웠다.(사진 왼쪽)♣ 아놀드 슈워제네거/ “나, 돌아왔어요!" 환갑
2003 칸 영화제 결산 [2]
-
“프랑스 평단에서 좋아해? 내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군”클린트 이스트우드부터 구로사와 기요시까지, 칸을 달군 감독 12人 어록영화보다는 사람이 남은 영화제. 칸을 다녀간 스타감독들이 그들의 작품에 대해, 영화제에 대해, 연출관과 세계관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게 발언했다. 취재수첩을 뒤져 찾아낸 그들의 주옥같은 말, 말, 말들.클린트 이스트우드 (워너브러더스를 제작 파트너로 만나게 된 경위에 대해) 수많은 스튜디오가 이 프로젝트를 거절했다. 심지어 내가 잘 아는 스튜디오 관계자들로부터도 거절을 당했다. “우린 이거랑은 좀 다른 타입의 영화를 찾고 있네. 그리고 타이츠(긴축 재정을 의미하는 듯)는 자네하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 이건 요즘 기준으로는 저렴한 영화다. <미스틱 리버 리로디드>가 아니지 않은가. 결국 이 영화는 독립적인 방식으로 제작됐다. 워너브러더스와 빌리지 로드쇼에서 부분 투자를 했는데, 이렇게 해외영화제에 온 것이 그들에게 얼마간 기쁨과 보람이 됐으면 좋겠다
2003 칸 영화제 결산 [3]
-
“비극의 원인을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황금종려상과 감독상 휩쓴 <엘리펀트> 감독 구스 반 산트를 만나다꼭 1년 전 칸영화제는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을 초청했었다. 미국사회에 전방위적 공격을 가하는 <볼링 포 콜럼바인>은 감독의 선언과 주장과 쇼맨십으로 가득한, 그렇게 떠들썩한 센세이션을 기도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똑같은 소재를 정반대 스타일로 다룬 극영화 <엘리펀트>가 ‘애프터서비스’ 내지 ‘비교체험’을 권장하기라도 하듯이 올해 칸을 찾아왔다. 주관과 분석이 이상하리만치 배제돼 있는 ‘영상시’ <엘리펀트>는 욕구불만의 영화제 내방객은 물론, 잊혀져가는 어린 망자들의 넋을, 조용히 그리고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고 있었다. 심사위원단은 영화제 규정(특정 작품에 상을 몰아주면 안 된다는)을 어기면서까지 <엘리펀트>와 구스 반 산트에게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안기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고,
2003 칸 영화제 결산 [4]
-
-
“타르코프스키와 체호프가 나의 스승”심사위원 대상받은 <우작> 감독 누리 빌게 세일란을 만나다터키 출신의 누리 빌게 세일란이 <작은 마을> 에 이은 세 번째 장편 <우작>을 들고 칸에 나타났을 때 “심상치 않을 것이다”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미지에 강하고 가족과 고향을 즐겨 이야기한다는 이 감독은 제작과 촬영과 편집까지 도맡는 만능 영화인이라고도 알려져 있었다. 누리 빌게 세일란의 <우작>은 그래서 화제작이 드물었던 영화제 초반에 관심의 초점이 됐던 작품.<우작>은 두 남자의 이야기다. 또는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의 이야기다. 공장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시골 총각은 이스탄불에 사는 사촌형 집에 머무른다. 청년이 찾는 이상적인 직업은 마음껏 세상을 돌아다니며, 미국달러도 벌 수 있는 외항 선원. 그러나 선원이 될 길은 요원해 보인다. 한편 사진작가인 사촌형은 이혼한 뒤 줄곧 혼자 살고 있고, 대화를 시도하는 사촌동생을 번번이 내친다
2003 칸 영화제 결산 [5]
-
굶주린 짐승처럼 영화를 탐식하다우아하고 감상적인 정성일의 칸영화제 오디세이, 그 마지막 장칸=정성일/영화평론가…(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이미 수상결과가 발표되었다. 하지만 나는 수상결과에 관심이 없다. 그건 파트리스 셰로와 11명의 심사위원들의 생각이지 내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칸에서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따라서 칸에 관한 나의 이야기는 수상결과와 상관없는 것이다(상을 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그 영화가 좋아질 리 없으며 수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결과에 대해서 무관심할 수는 없다.우선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빌>이 완전히 버림받은 것은 잘못이다. 만일 그가 <어둠 속의 댄서>에서 빈손으로 돌아갔다면, <도그빌>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라스 폰 트리에도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이미’ 인터뷰에서 “모든 결과로부터 홀가분하다!”고 대답했다. 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미스틱 리버>
2003 칸 영화제 결산 - 정성일[6]
-
로우예는 상하이의 시간에 씨줄과 날줄을 그리는 중이다. 1928년 만주에서 연인 사이인 일본인 이타미와 중국 처녀 딩후이(장쯔이)가 헤어진다. 그리고 1930년 상하이. 이타미는 중국 독립군들을 소탕하기 위해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고, 딩후이는 독립군을 위해 일하는 중이다. 물론 로우예답게 이 영화의 제목인 ‘자줏빛 나비’는 맥거핀이다. 나비 무늬의 옷 장식은 역에서 사람을 오인하게 만들고, 이제 그들 사이에서 추적활극이 벌어진다. 매우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야기가 너무 유치하고 로우예는 이 영화가 지하전영이 되기를 원치 않았던 것 같다. 갑자기 이야기는 중국 독립군의 활약상을 다룬 프로파간다가 된다.어쩌면 로우예는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가 정성을 들이는 것은 30년대 상하이 분위기를 재현하고, 그 안에서 30년대 상하이 통속문학의 전통을 되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아무리 이 영화에 적대적인 이들조차도 탄식하게 만드는 마지막 장면과 마주해야 한
2003 칸 영화제 결산 - 정성일[7]
-
이마무라 쇼헤이가 뱀장어에서 인간성의 ‘보편적’ 회복을 본다면(<우나기>), 구로사와 기요시는 해파리에게서 무리를 지어다니는 ‘동시대 도쿄’ 젊은이들의 연대를 본다. 전공투세대가 뱀장어에서 왕성한 생식과 집요한 고향 회귀의 본능을 본다면, 버블경제 세대는 해파리에게서 즉물적인 생존본능과 무조건적인 행진만을 희망한다. 그들에게는 두 가지 사인만이 있을 뿐이다. 가거나, 기다리거나! 계속 기다리라고 말했던 마모루는 죽어가면서 유지에게 둘만이 약속한 사인을 보낸다. “가라!”이제 유지의 행진이 시작된다. 아무도 그를 막을 수는 없다. 한 마리의 해파리는 유지의 모이를 먹고 수백 마리가 되어서 도쿄 시내를 가로지른다. 그걸 환희에 차서 바라보는 유지의 얼굴 다음 숏은 체 게바라의 얼굴을 담은 티셔츠를 입은 젊은이들, 직장도 없고 목표도 없는 젊은이들, 그들이 좀비처럼 도쿄 시내를 활보하는 롱테이크이다. 그러면 (그렇게 기다려도 알 수 없던, 그래서 거의 지쳐버린 다음에) 이제야
2003 칸 영화제 결산 - 정성일[8]
-
매우 단순하게 정리되었지만 이 이야기는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소쿠로프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오이디푸스적인 문제로 풀어나가는 것을 거절한다. 차라리 그 둘 사이는 이상하게도 동성애적인 끈으로 칭칭 감겨 있다. <어머니와 아들>에서는 풍경이 중요하다면 <아버지와 아들>에서는 육체, 그 살과 뼈가 만들어내는 힘의 형상이 중요해진다. 종종 그 이미지들은 둘 사이에서 뒤엉키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감정적 긴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 육체가 서로 분리될 때, 그 상실의 긴장을 소쿠로프는 아버지와 아들의 방과, 그들의 창문 사이로 이어지는 지붕과, 그리고 지상의 땅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종종 이미지들은 여전히 마음대로 휘어지고, 그 굴곡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내면의 풍경화가 그려진다.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사유는 이미지의 지도에 있다. 소쿠로프는 페테르부르크와 이스탄불, 그리고 리스본을 한 장소로 가정하고 연출한다. 그래서 유럽을 가로지르는
2003 칸 영화제 결산 - 정성일[9]
-
독단과 편견으로 뽑은 ‘칸에서 본’ 2003년 10편의 영화이 순위는 내가 마음대로 정한 것이며, 이것은 영화제 수상결과와 아무 상관이 없다(나는 혹시나 영향받을 것을 두려워해서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뽑았다). 이 명단에서 복원판 상영과 회고전은 모두 제외시켰다. 그러니 아쉽지만 펠리니와 파졸리니, <불타버린 시간의 연대기>, 리처드 브룩스, 사뮈엘 풀러를 모두 제외시켜야 한다. 한 가지 더. 나는 2003년 칸에서 모든 영화를 본 것은 아니다(그게 가능하기나 할까?). 이 명단은 내가 본 61편의 목록에서 선정한 것이다.01. <오고, 가며>(호아오 세자르 몬테이로) 비경쟁 공식초대작영화 괴인(怪人)의 레퀴엠. 죽어가는 육체를 이끌고 몬테이로는 다시 한번 우리를 음란한 상상과 피곤한 육신 사이의 논쟁으로 끌고 들어온다. 삶의 마지막을 지켜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멈추어선 카메라의 무한정한 시간, 그 안에서 원을 그리면서 마을버스를 타고 거듭 집으로 돌아오는 기상천
2003 칸 영화제 결산 - 정성일[10]
-
직능조합으로 전문성 향상과 처우개선을!한국영화산업 진단시리즈 5편-무로 현장 스탭들의 처우개선운동 현황과 대안스탭처우개선운동 일지2001년 3월14일 비둘기둥지(http://cafe.daum.net/vidulgi) 개설2001년 4월25일 비둘기둥지의 제안으로 대종상 시상식에서 스탭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침묵시위2001년 4월 촬영조수협회 구성2001년 5월 영화인회의, 영화진흥위원회, 비둘기둥지 3자가 스탭처우개선을 위한 연석회의 진행, 프로듀서2001 첫 모임2001년 6월 촬영조수협회 계약안 발표, 조감독협회 준비모임 구성2001년 7월 영화인회의 ‘제작환경개선 및 근로조건개선위원회’ 발족2002년 2월28일 조감독협회 창립총회2002년 7월 영화인회의 제작환경개선을 위한 연구보고 공청회2002년 11월27일 프로듀서2001, 촬영조수, 조명조수, 조감독협회 4부 조수협회 공동사업 확정2003년 2월 4부 조수협회 MT- 경과 보고와 향후 전망 모색2001년 4월
한국영화산업 X-ray 5 - 현장 스탭의 처우개선 [1]
-
02. 어떻게 조직력을 만들 것인가?스탭들의 초과된 노동시간에 대한 보상은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촬영이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도 특별한 수당을 기대하긴 힘들다.(사진은 기사내용과 상관없음)일단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노조를 만든다면 조직이 쉽게 힘을 가질 수 있겠지만 분야별 스탭이 모여 단체를 구성한다고 곧바로 노조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노조에 대립항이 돼야 할 사용자가 불명확하고 영화별로 계약하는 스탭을 노동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도 법적 문제를 고민해야 할 일이다. 때문에 현재 협회를 준비 중인 사람들은 “당장 노조를 만들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협회가 나갈 길도 직능조합의 형태일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조감독협회 부회장 이상필씨는 “협상테이블에 누가 나올지 생각해보면 막막하다. 어떤 요구를 한다고 해도 협상할 대상, 즉 사용자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는 조합을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지만 일단 조합은 노조처럼 법률적 검토를 필요로 하지
한국영화산업 X-ray 5 - 현장 스탭의 처우개선 [2]
-
아… 오늘도 악몽을 꾼다
김지운 감독이 쓴 <장화, 홍련>, 그 식은땀의 기록
"바로 이거야!" 무섭게 추웠던 지난해 어느 겨울날 신작 공포영화의 연출 제의를 덥석 받아든 김지운 감독은 참으로 용감무쌍했다. 부임하는 관리마다 영문 모를 시체가 되어 실려나가는 고장에 자청해서 뛰어든 <장화홍련전>의 철원 부사도 그만큼 담대하지는 못했으리라. 안 그래도 인간을 탈진시키기로는 '영혼 소환술' 못지않게 지독한 것이 영화 한편 만드는 작업일진대, <장화,홍련>은 내용마저 공포로 죽어간 원혼의 기억을 목놓아 부르고 있으니 김지운 감독을 기다리고 있는 고역은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봄부터 김지운 감독은 악몽에 쫓기기 시작했다. 낮이면 촬영장에서 "피가 모자라"를 외치고 밤이면 "한을 풀려면 제대로 해‥"라고 따라다니는 장화,홍련 자매에게 쫓긴 지 어언 1년 반. 그러나 개봉을 코앞에 둔 김지운 감독의 가위눌림은 아직
김지운 감독이 말하는 <장화,홍련> 제작기 [1]
-
# 2002. 08.25아버지 역에 김갑수 선배를 만나 제의를 했다.연극 <길 떠나는 가족>에서의 너무나도 훌륭한 연기로 감동, 감화받은 나는 언젠가 저분과 꼭 작업을 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던 차였다.시나리오를 읽으시고는 아버지 캐릭터의 어려움을 정확하게 짚어내었다.“시나리오에서 모자란 부분, 선배님께서 채워주세요.”이런 말을 하는 내가 꼭 장사꾼 같았다.# 2002. 09. 07극중에선 항상 반듯한 이미지로 나온 염정아씨를 만나다.“장화 역 때문에 만나자고 하신 거죠?” 하며 혼자 깔깔거리며 웃는다.항상 쾌활하고 털털한 모습이다가 순간순간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흥미로웠다.어쩐지 재밌는 새엄마의 캐릭터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002. 09.09 ∼10. 061차 테스트 촬영 양수리 6세트에서 연기자 한명을 두고 인물, 엠비언스 조명과 벽지를 가지고 테스트 촬영을 함. 밤샘 촬영을 함(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수많은 색깔의 천을 많이 봄
김지운 감독이 말하는 <장화,홍련> 제작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