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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는 게이나 트랜스젠더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다. 그 때문인지 트랜스젠더영화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해외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장르영화이기도 하다. 용유스 통큰턴의 <철의 여인들>(2000)로부터 촉발된 트랜스젠더영화의 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지난해만 해도 용유스 통큰턴의 <철의 여인들2>(2003)를 비롯, 포이 아농의 <치어리더 퀸>(2003), 레오 키티코른의 <투씨 이병 구하기> 등 여러 편의 트랜스젠더영화가 만들어졌다. 이들 작품들이 대부분 코미디영화의 범주에 속하는 반면, 올해 공개될 에카차이 우에크롱담의 <아름다운 복서>는 유명한 타이복서였다가 여성으로 성전환한 실존인물 농뚬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처음으로 트랜스젠더의 성 정체성을 진지하게 묻고 있는 작품이다. 액션영화는 타이 상업영화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가능성은 <옹박>(2003)으로 인해 촉발되었다. 감독
아시아 신흥 영화강국, 타이 영화산업 현지취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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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2004 태국의 작가와 장르영화 개괄
퀘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낭낙>과 지리 말리굴 감독의 <메콩강의 보름달 파티>(위부터).
1997년, 타이영화는 갑자기 부활하였다. 80년대 초반까지 한때 200여편에 달했던 연간 제작편수가 경제침체와 맞물려 10여편 내외로 추락한 것이 90년대 중반까지의 타이영화의 상황이었다. 말하자면, 90년대 중반 타이의 영화산업은 거의 붕괴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1997년 논지 니미부트르, 펜엑 라타나루앙, 옥사이드 팡이 한꺼번에 데뷔하면서 타이영화는 기적처럼 부활하기 시작하였다(놀랍게도 당시는 타이의 바트화가 폭락하여 외환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시점이었다). 2001년, 논지 니미부트르의 <낭낙>은 이러한 부활의 조짐에 불을 질렀다. <낭낙>이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자 그동안 영화제작을 등한시했던 메이저 제작사들도 제작을 늘리기 시작하였고, 타 분야에서 제작자본이 물밀듯이 밀
아시아 신흥 영화강국, 타이 영화산업 현지취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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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중심의 비교적 탄탄한 산업 구조
이런 상황에서 올해를 내다보는 타이의 영화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제작편수 감소를 이야기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어쩌면 그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호황기를 충분히 누린 메이저들은 그 반대를 상상하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영화에서 손해를 봤어도 “대부분의 큰 이익은 자국영화에서 나온” 사실을 잊지 않는다. 최대 메이저인 사하몽콜필름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11편의 영화를 제작하고, 외화를 포함해 총 80편을 배급한 사하몽콜은 올해도 자체제작으로 14편을 개봉할 예정이다. 외화 배급규모도 그대로 유지한다. 한해 평균 250여편의 영화가 개봉하는 타이에서 사하몽콜이 차지하는 30%의 점유율은, 전체 개봉편수가 줄어든다면 오히려 증가할 것이다. 사하몽콜의 관계자는 RS나 GMM도 올해 편수를 더 늘릴 것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스크린 수도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방콕은 이미 스크린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멀티플렉스들의 목표는 지방에 있다. S
아시아 신흥 영화강국, 타이 영화산업 현지취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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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자국 내 시장점유율 40%를 확보하고 동시에 산업적 시스템을 갖춰가면서 아시아에서 홍콩의 빈자리를 채워가기 시작한 것이 90년대 말이다. 바로 그 시기에, 또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영화산업이 부흥기를 맞고 자국영화를 해외에 알리기 시작했다. 3년 전 <씨네21>이 특집기사로도 다루었던 타이의 영화산업은, 그러나 현재 빠른 성장의 부작용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곳 영화인들에 따르면 올해는 타이 영화계에 매우 중요한 해다. 거품을 빼기 위해 구조조정에 들어선 것처럼 보이는 타이. 위기 혹은 기회를 내포한 이곳 영화산업의 스케치를 담고,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짚어준 타이 시네마의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지난 1월14일치 <뉴스위크> 한국판은 현 타이 총리 탁신 시나와트라를 커버스토리로 내세웠다. 7년 전 아시아 금융위기 때 바닥으로 추락한 타이 경제를 빠른 속도로 회복시키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 기사의 요지였다. 재벌 출신의 탁신 총리는 공공지출의 비중을 늘
아시아 신흥 영화강국, 타이 영화산업 현지취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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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스톱>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다"
권익준 PD는 4년 동안 <논스톱> 시리즈를 연출해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초창기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뉴 논스톱>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뒤 이제 그는 ‘청춘 시트콤’의 역할과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했다고 한다. 한국식 변종 시리즈 시트콤으로서 <논스톱>의 정체성, 그리고 그 속에서 <논스톱4>만이 노리고 있던 회심의 카드는 무엇이었을까.
-한국 최초의 시트콤 시리즈를 해온 PD로서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
=시작할 때 농담처럼 시리즈로 가자고 얘기한 적은 있지만 작정하고 시리즈로 만든 건 아니다. MBC가 7시를 청춘 시트콤 시간대로 선점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사실 아무리 재미있는 아이템도 최소 6개월은 있어야 자리를 잡는다. <논스톱>이라는 이름을 계속 유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좋은 제목이라서가 아니라 브랜드로서 지명도가 있기 때문이다.
-<논스톱&
<논스톱> 시리즈, 그 얄팍한 매력에 대하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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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메인 캐릭터들을 설정하고, 사이사이 후보선수 격으로 배치되는 조연들이 다음 시리즈까지 등장하는 것은 <뉴 논스톱>과 <논스톱3>를 연결하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논스톱4>는 배경을 기숙사에서 논스톱 밴드로 바꾸고, 전 시리즈의 멤버들을 전원 교체했다. 따라서 유독 <논스톱4>에서, 그간 익숙하게 변주되지 았았던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 <논스톱4>만이 내세우는 회심의 인물들은 누구인가.
트러블 메이커라고? 난 뭐 그렇다∼ /몽봉 콤비
한국 시트콤 사상 최초의 콤비 트러블 메이커. <뉴 논스톱>의 양동근, <논스톱3>의 하하로부터 이어지는 계보를 양분하고 있는 셈. 유사한 엽기 외모를 내세우면서 항상 붙어다니기 때문에 한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다른 영역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테면 잔꾀 박사 봉이 브레인이면, 몽은 행동대장이다. 지지리 궁상이어도 ‘시리어스’한 동정을
<논스톱> 시리즈, 그 얄팍한 매력에 대하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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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논스톱>이라는 장르가 해낸 것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 시리즈가 아직 능력과 가능성이 입증되지 않은 반반한 외모의 젊은 신인들을 위한 신병훈련소라는 것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인정받는 스타가 된 장나라, 조인성, 정다빈, 양동근, 김정화와 같은 배우들은 모두 본격적인 스타로 진입하기 전에 <논스톱>을 거쳤다. 그들에게 처음으로 맞는 이미지를 찾아준 것도 <논스톱>이었고 일주일에 5일 방영되는 일일 시트콤의 강행군을 통해 배우로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기능할 수 있게 도와준 것도 <논스톱>이었다. 이런 신병훈련식 접근법은 시리즈의 이야기와 캐릭터들에 예측 못할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논스톱>에서 캐릭터는 계획대로 만들어지는 대신 시리즈가 흐르는 동안 배우들과 함께 성장과 탐색을 거듭했다. 캐릭터들의 발전은 종종 예측불허였으며 덕택에 설정만 따진다면 무개성적이기 짝이 없는 로맨스들의 성과도 높아졌다.
<논스톱> 시리즈, 그 얄팍한 매력에 대하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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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아리랑〉에서 시작하여, <순풍산부인과>에서 만개한 홈시트콤의 역사는 찬란했다. <남자셋 여자셋>을 비롯하여 <논스톱>과 같은 청춘시트콤은, 일상의 애환과 해학을 담는 홈시트콤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시리즈로서의 <논스톱>은 각각의 시즌들에 부침이 있긴 했지만 막강한 브랜드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어오는 <논스톱4>는 현재, 다른 시즌에 비해 비교적 빠른 시기에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의미해보이는 일화, 비현실적인 공간 속에서 좌충우돌 하는 캐릭터들이 모여 성취한 한국적 소장르, 그 자잘한 재미를 짚어보았다. 편집자
시작 이후 한동안 덜컹거렸던 <논스톱4>가 드디어 자기 궤도에 오른 듯하다. 시리즈의 밝은 분위기를 잡아먹었던 윤지-전진-승은의 지루한 삼각관계는 끝났고, 한동안 방황했던 캐릭터들은 서서히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논스톱> 시리즈, 그 얄팍한 매력에 대하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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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특유의 스케치가 비쳐나는 조연 캐릭터들에도 불구하고 <빅 피쉬>가 달라 보인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이 영화가 어느 때보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미학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팀 버튼은 언제나 대사보다 동작을 중시했고 움직임이 곧 캐릭터라고 믿었다. 하지만 카툰 캐릭터도 슈퍼 히어로도, 유인원도, 설화 속 인물도 아닌 <빅 피쉬>의 주인공들에게는 양식화된 연기를 펼칠 여지가 적다. <빅 피쉬>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이미지보다 호흡이 긴 내러티브, 판타지와 교대하는 가족 멜로드라마의 감상주의다. “나중에 만든 영화일수록 스토리보드 작업을 덜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내 예전 영화의 이야기들을 잠깐 돌아볼까요? 하나같이 엄청나게 센티멘털하고, 단순하고 강력한 갈등이 깔린 강한 내러티브를 갖고 있지 않은가요? 내 영화가 보기 좋다고 칭찬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냐고 쏘아붙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잠깐 사이를 두고 그는 말
<빅 피쉬>의 감독 팀 버튼과 나눈 가상대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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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당신의 표정이 낯설어요
영화를 낙으로 삼은 1990년대 젊은이들에게 다정한 영웅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 리처드 링클레이터, 구스 반 산트, 팀 버튼 같은 감독들의 최근 사진은 우리를 흠칫 놀라게 한다. 기억 속 재기발랄한 영화 청년들의 얼굴에 어느덧 내려앉은 희미한 주름과 나잇살은 묘한 충격이다. 때로는 용모뿐 아니라 영화도 세월을 헤아리게 만든다. 팀 버튼(45)의 신작 <빅 피쉬>는 20여년 동안 하나의 브랜드를 이룬 팀 버튼 영화의 비주얼을 이어받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태도가 이질적인 영화다. 타지에서 알 수 없는 경험을 하고 돌아온 친구처럼 생김새는 그대로인데 표정이 낯설다. “왜 이렇게 변했죠?”라는 질문에 감독들은 종종 “당신의 선입견일 뿐 나는 그대로다”라고 대꾸해 우리를 머쓱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가 진실로 그를 알았는지 찬찬히 돌아보게 한다.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가? 만약 <빅 피쉬>가 버튼의 트레이드 마크와 동떨어진 프
<빅 피쉬>의 감독 팀 버튼과 나눈 가상대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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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갈라지고, 다리가 무너진…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을 올해 보게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준비작업부터 후반작업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겨울엔 영화아카데미 졸업생들이 모여 만든 옴니버스영화 <이공>에 들어갈 단편영화 한편(<씽크 앤드 라이즈>)을 찍었고, 올해 전주영화제에 삼인삼색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디지털영화(<모자이크 다큐멘터리: 인간 조혁래)도 한편 찍을 예정이다. <살인의 추억> 일본 개봉 때문에 일본 방문 일정도 잡혀 있고 최근엔 뉴질랜드의 웨타 스튜디오(<반지의 제왕> 삼부작을 만든 곳)에 가서 신작에 들어갈 특수효과에 관해 논의했다. 봉준호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골룸처럼 정신분열에 걸릴 상황”인 셈이다. 어쨌든 무엇보다 궁금한 건 세 번째 장편영화다. 영화사에서 정한 가제가 <더 리버>라는 이 영화는 도시재난영화라는 사실
흥행작가 3인의 신작 [4] -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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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을 강요당하는 영화감독의 파국
아시아 3개국 공동 제작 프로젝트인 옴니버스 공포영화 <쓰리>의 첫 번째 주자들은 논지 니미부트르, 진가신, 김지운이었다. 그뒤를 이어 만들어지는 <쓰리, 몬스터>의 바통을 미이케 다카시, 유휘강, 박찬욱이 맡게 됐다. 명단에서 감지되는 것은 강렬함이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이 ‘선택’한 몬스터는 평화로운 가정으로 들어온 침입자이다. <올드보이>에 이어 박찬욱 감독은 이번 단편영화 <컷>에서 다시 한번 인물들 사이의 강요와 선택과 긴장과 대결, 그리고 그 대가 어딘가에 카메라를 세운다. 7억∼8억여원의 예산으로 30분에서 45분가량의 러닝타임으로 만들어질 이 영화는 거의 극중 시간과 러닝타임이 같을 예정이고, 공간이 만드는 비현실적 이미지는 풍족한 부유층의 가정을 인질극의 난투장으로 만들어낼 계획이다. <올드보이>의‘학습, 자료용’ DVD 출시에 매진하는 한편, 생애 최초의 뮤직비디오를 이제
흥행작가 3인의 신작 [3] - 박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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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잡을 수 없는 느낌의 액션 누아르
돌이켜보면, 언제나 누아르였다. 그들의 웃음에는 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그들은 살인을 하거나 살인의 욕망으로 뒤척이고 있었다. 억압의 고통이 감독에게까지 전이된 <장화, 홍련> 이후 김지운 감독이 누아르로 돌아간 것은, 누군가 <조용한 가족>을 코믹누아르라고 부른 것처럼 일종의 회귀본능 같은 것이 아닐까. 아직 가제조차 정하지 못한 김지운 감독의 신작은 <장화, 홍련> 이전의 영화들처럼 말도 많고, 사건도 많고, 인물도 많은 누아르다. 한 남자의 인도적인 선택이, 눈사태처럼 전혀 의도하지도 않았고, 상상할 수도 없었던 비극을 몰아오는 이야기. 빛과 어둠의 난무가 관건인 누아르에서, <장화, 홍련>의 서늘하고도 화사한 스타일이 어떻게 변태(變態)할 것인가. 1고가 막 나온 지금,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영화에 대해 물어보았다.
-어떤 이야기인가.
=주인공 S는 중급 호텔의 영업권을 가
흥행작가 3인의 신작 [2] - 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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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품은 머냐, 어서 밝혀라
관객의 열광적인 호응과 평단의 긍정적인 지지 둘 모두를 균형있게 성취해내기란 쉽지 않다. <씨네21>은 그 교묘한 줄타기 명수들의 현재가 궁금해졌다. 그들의 차기작에 대한 밑그림을 훔쳐보면서 또 어떤 흥행성과 미학이 손을 잡을지 예측해보기로 했다. 그중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를 만났다. 김지운은 <장화, 홍련>으로, 봉준호는 <살인의 추억>으로, 박찬욱은 <올드보이>로 지난 한해 한국영화의 흥행 깃발을 날렸다. 더불어 자신들의 표식으로 넘치는 영역도 구축했다. 지금 이 세 사람 모두가 차기작 준비에 여념이 없다.
김지운은 다음 영화 <모두 다 그녀를 좋아한다>(가제)에서 “액션누아르에 관한 호기심”을 스크린 위에 발동시킨다. 여전히 장르 사이를 유유히 돌아다니며 진지전을 펼칠 계획이다. 장편과 단편을 번갈아 만드는 박찬욱의 행보는 <쓰리, 몬스터>의 옴니버스 작품 중 하나인 <
흥행작가 3인의 신작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