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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드라마 속에서 남자들은 고소영을 ‘여신처럼’ 숭배한다. 꼬리 아홉 달린 여우라 할지라도 기꺼이 순정을 바치고(<구미호>), 어두운 청춘을 밝히는 유일한 빛으로 삼기도(<비트>)한다. 그러나 고소영은 평범하고 순진한 남자들의 맘을 송두리째 채가고 그렇게 그들의 인생을 뒤흔들면서도, 정작 자신은 사랑에 목매지 않는다는 듯 아주 무심하고 냉정한 모습일 때가 많다. 그가 평범한 남자와 맺어지는 설정은 그래서,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이라는 토를 달고서야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벽화 속에서 걸어나와, 살아 숨쉬며 현실의 사랑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은 지극히 최근의 일. TV드라마 <추억>과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으로 ‘배우’임을 입증한 뒤, 고소영은 <연풍연가>에서 다시 제주도 토박이 관광가이드로 거듭났다. 사랑에 설레고 망설이는, 소탈하고 순수한 보통 사람으로의 변신은 배우 고소영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 셈이다.
`99 여배우 트로이카 [4] - 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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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에게 대단히 실례되는 말이지만, 전도연(26)은 미모가 대단히 뛰어난 배우는 아니다. 이마는 적당히 나와 짱구로 불리고, 모델 같은 늘씬한 몸매를 가진 것도 아니다. 관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강하지 않고, 10대 청소년들이 숭배할 만한 메리트도 약하다. 그런데 왜 충무로의 제작자들은 캐스팅 0순위 그룹에 그의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걸까.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접속>에 전도연을 캐스팅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명필름의 심재명 이사는 “발군의 미모가 아닌 것은 전도연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배우로서 배역의 선택 폭이 넓고, 다양한 캐릭터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외모의 영화적 이미지도 좋고 감수성이 뛰어나다. 시나리오를 논리적·지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해석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를테면 그렇게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배우로서의 자질은 높이 살 만하다는 말이다.
‘전도연은 이제 시집만 잘가면 되겠네’하며 TV
`99 여배우 트로이카 [3] -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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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4일 <8월의 크리스마스>로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안았을 때 심은하(27)는 “고 유영길 감독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고인의 유작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의 당연한 예의기도 하지만, 그냥 예의는 아니었다. “그분은 훌륭한 촬영감독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간이라는 걸 <8월의 크리스마스>를 찍으면서 비로소 알게 됐다. 영화에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가도 그분을 통해 배웠다”고 심은하는 말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배운 건 태도뿐이 아니다.
심은하는 <8월의…> 촬영 초반에 마음고생을 했다. 첫 촬영의 오케이 사인은 14번만에 떨어졌다. 게다가 허진호 감독은 뭐가 못마땅한지 설명하지 않았고 뭘 어떻게 바꾸라는 구체적인 지시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 느낌이 아닌데…”라고만 할 뿐이었다. 심은하는 “솔직히 말해 짜증이 좀 났었다”고 말한다. 그전까지는 영화에서나 드라마에서나 5번 이상 간 기억이 별로 없었다.
`99 여배우 트로이카 [2] - 심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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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의 딸들, 충무로를 흔들다
충무로에 여배우시대가 오는 걸까. 남자배우가 정해져야 여배우뿐만 아니라 투자와 배급까지 결정되던 90년대 충무로 풍경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 빅3으로 통하던 한석규·박중훈·최민수의 삼각체제에서 최민수가 이탈하고 박중훈이 주춤하면서 97년 후반부터는 한석규가 독주해온 형국이었다. 한때 충무로 제작자들의 집중공략 대상이던 배용준·송승헌은 무성한 소문만 남긴 채 아직 스크린과 만나지 못했고, 박신양·정우성·이정재가 선전했지만 신빅3를 형성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그 틈새를 뚫고 여배우들이 뻗어올랐다. 심혜진·최진실·김혜수 등 베테랑들의 뒤를 이어, 심은하·고소영·전도연·신은경·김희선·최지우 등 브라운관의 스타들이 어느새 충무로 중심부에 진입했다. 아직 역전은 아니라도 이 가운데 몇몇은 남자스타 못지 않은 각광을 받으며 흥행의 일정 수준까지 담보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2, 3년간의 성적만
`99 여배우 트로이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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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없으면 셰익스피어도 없다
아주 오래 전에, 비평적으로 막 재평가받기 시작하던 60년대 초에 앨프리드 히치콕은 <무비>의 빅터 퍼킨스와 나눈 대담에서 비평가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은 카메라 뒤에서 수십번 고민한 끝에 장면을 만든다. 그러나 평론가는 정확하지 않은 기억에 기초해 영화의 좋고 나쁨을 일필휘지로 판단한다. 시사회를 보고 집으로 돌아간 그날밤에 신문이나 잡지에 실릴 평을 휘갈기는 혐오스러운 존재가 바로 평론가라는 것이다. 보신 분은 다 아시겠지만 최근 개봉한 송능한 감독의 <세기말>에도 잘난 체하는 평론가를 야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극중 시나리오 작가의 입을 빌려 평론가들의 경솔하고 천박한 20자평에 독설을 퍼붓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아예 영화감독들에게도 평론가들에 대해 20자평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까, 라는 심정이 드는 것이다.
다른 언론인과 마찬가지로 평론가도 독자에게 정보와 해설을 제공하고 가치 평가 기준을 제시
창작과 비평, 애증과 공생관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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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에 답장을 해다오!
한국의 영화평론가는 더이상 영화에 관한 글을 쓰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영화에 별점을 줄 뿐이다. 떠오르는 짓궂은 의문들. 별점을 주고도 원고료(?)를 받는지? 받는다면 얼마를 어떤 식으로 계산해 받는지?
신문에서는 문화부나 연예부의 영화담당기자가, 영화잡지에서는 영화전문기자가, PC통신이나 인터넷에서는 아무나(!) 영화에 관한 글을 쓴다. 정작 영화평론가만 영화에 관해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강한섭 한국영화의 경계를 최소한 한뼘은 넓혔다. ★★★☆
박평식 다양하고 명렬하게, 자주, 오래도록 벗는 처녀들. ★★☆
유지나 여성의 섹스담론은 신선하다. 그래도 지겹도록 성기 중심적이다. ★★☆
이명인 저녁식사용으로도, 추석용으로도 껄끄러운 얘기. ★★☆
-<처녀들의 저녁식사>에 관한 <씨네21> 개봉영화 20자평에서.
박평식이 이 영화에서 ‘착지점 없는 당대 젊은 여성의 생존’(<국민일보>, 1
창작과 비평, 애증과 공생관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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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선 지금
99년을 마감하는 현재 프랑스영화계의 최대 화제는 <리디큘>(Ridicule)의 감독 파트리스 르콩트에 의해 시작된 감독들과 비평가들의 일대 격전이다. 모든 것은 지난 10월13일 르콩트 감독이 시나리오 작가, 감독, 제작자 연합인 ARP 회원들에게 보낸 짧은 편지에서 시작됐다. “얼마 전부터 프랑스영화를 대하는 비평가들의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로 시작되는 이 편지는 “몇몇 평론가들이 마치 대중적, 상업적인 프랑스영화를 죽이기 위해 비평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함께 토의하자고 촉구하며 끝난다. 원래는 사적인 성격을 띤 이 편지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영화계와 언론계가 발칵 뒤집혔다.
여기에 가장 빠르게 대처한 언론은 암묵적으로 공격의 표적이 된 일간지 <리베라시옹>. 지난 10월25일 문제의 편지와 함께 르콩트 감독 인터뷰를 실어 논쟁을 확산시켰다. 이 인터뷰에서 르콩트 감독은 프랑스영화의 시장 점유
창작과 비평, 애증과 공생관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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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영화 위해 살고 평론가는 영화 덕에 산다?
최근 개봉한 송능한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세기말>에서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는 주인공이 평론가를 비판하는 장면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시나리오 작가 두섭이 술집에서 만난 평론가에게 일침을 놓는다. “자넨, 자네 마누라한테도 별을 주고 그러나? 마누라 쌍통은 두개반, 젖퉁이는 별 세개… 그러면서 살아? 사랑하는 대상이라면 신중해야지. 영화를 밥그릇으로 보니까 함부로 별을 주고 그러는 거 아냐? 천박하고 파쇼 같은 짓이야. 그런 짓 하지마.” 원조교제하는 졸부, 돈이란 잣대로 모든 걸 판단하는 졸부의 아들, 지적 허세를 부리며 이율배반적 삶을 받아들이는 대학강사 등 99년 서울의 우울한 풍경을 대변하는 인물들 가운데 영화평론가도 한몫을 차지한 것이다. 송능한 감독은 “이게 평론가 전체에 대한 원한으로 오인되지 않기를 바란다. 평론가들이 늘 만드는 사람들에게 충고하는데, 한번쯤은 만드는 사람이 평론가들에게 충고할
창작과 비평, 애증과 공생관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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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이모저모
피곤한 히스씨, 친절한 조지씨
베니스가 사랑한 히스 레저/ 게이 카우보이(<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당대의 바람둥이(<카사노바>), 판타지에 매혹된 순진한 청년(<그림 형제>)까지. 이상은 경쟁부문과 비경쟁 부문에서 상영된 세편의 영화에서 히스 레저가 연기한 캐릭터들이다. 덕분에 레저는 3일 내내 공식기자회견과 레드카펫 행사, 관련된 파티, 영화제와 무관한 영화홍보로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그림 형제>의 레드카펫 행사장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난 그가 두개의 질문만을 받고, 그나마 그중 하나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채 “미안하다. 너무 피곤하다”는 대답을 남겼다고 전했다. 히스 레저의 뒤를 잇는 것은 <브로크백 마운틴>과 <프루프>에 출연한 제이크 질렌홀, 그리고 <엘리자베스타운>과 <로맨스 앤드 시가렛>의 수잔 서랜던.
제6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중간 결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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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4일 일요일
올랜도 블룸, 팬과 폰카 찍다
팔라갈릴레오 극장 앞에서 영화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올랜도!”를 외치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들 들려온다. 매일같이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팔라초 카지노에서 들려오는 것이다. 배우를 정식으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포토콜에 참석하지 못하는 기자들은, 행사장을 나서는 감독과 배우의 모습을 먼발치에서라도 찍기 위해 이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른다. 오늘은 카메론 크로 감독의 <엘리자베스타운>(비경쟁 부문)의 주연배우 올랜도 블룸, 커스틴 던스트, 수잔 서랜던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기네스 팰트로(<프루프>·경쟁부문), 조니 뎁(<유령신부>·비경쟁부문) 등 각종 부문에서 상영되는 할리우드영화의 주연인 톱스타들 어느 누가 리도섬을 찾을 것인지는, 많은 이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다. 몇몇 언론은 할리우드를 향한 베니스의 지나친 구애를 비판했지만, 마르코 뮐러는 ‘스타가 영화제를 살린다’
제6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중간 결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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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골목까지 물길이 이어진 미로 같은 도시 베니스에서 여름을 지나고 가을을 맞았다. 계절이 바뀌는 의미심장한 기간 중 베니스 근교의 작은 섬 리도는, 매년 열리는 영화축제로 술렁거린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인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올해로 62살이 되었다. 관객은 애타게 새로운 영화를 찾아 헤매고 있고, 하이에나 같은 언론은 톱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잡느라 치열하다. 그 축제 속에서 객관적으로 뭔가를 예측하고 평가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전세계 그 누구보다 일찍 새 영화를 접한 전세계의 언론들은 프레스룸에 모여 조심스럽게 영화를 소개하거나, 자신이 보고 들은 소식을 고국으로 타전한다. 한정된 정보를 접하며 허겁지겁 영화를 보다보니 어느새 영화제가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좀더 정직해지는 방법으로, 영화제의 중간까지를 일주일간의 일기로 구성했다. 제62회 베니스영화제는 오는 9월10일, 여러분이 이 글을 읽기 전에 막을 내릴 것이다.
9월1일 목요일
조지 클루니에
제6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중간 결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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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내 운명> 에피소드Ⅱ: 박진표 감독의 역습
2005. 5. 9 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리 왜목마을 방파제
혹시 전인권의 <돌고 돌고 돌고>는 이곳에서 쓰여진 게 아닐까. 왜목마을은 ‘해가 뜨고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뜨’는 모습을 모두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장소라고 한다. 하지만 이 자연의 신비는 제작진이 이곳을 촬영지로 선택한 이유와 아무 관련이 없다. 안수현 PD는 촬영 포인트인 방파제의 뒤편으로 보이는 풍광이 아름다워서 왜목마을을 찾았다고 한다.
이날 찍을 분량은 70번 신과 73번 신이다. 영화의 중·후반부에 해당하는 장면으로, 급작스레 찾아온 불행의 그림자로 인해 급기야 석중 곁을 떠나게 된 은하가 어떤 부둣가의 방파제 앞에 바람을 맞으며 잠시 회한 어린 표정을 짓는 대목이 70번 신이고, 그런 은하의 족적을 찾아 헤매던 석중이 은하가 서 있던 그 방파제에서 흐느끼는 부분이 73번 신이다. 완성본에서 73번
<너는 내 운명> 제작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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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3일 개봉하는 <너는 내 운명>은 언뜻 시대를 잘못 찾아온 영화처럼 보인다. 다방에서 일하는 여자, 게다가 에이즈 보균자이기까지 한 여자와 그녀를 한없이 사랑하는 남자에 관한 이 영화는 ‘지고지순’, ‘신파’, ‘정통 멜로’ 등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부터 21세기에 이런 ‘시대착오적’인 멜로영화를 만드는 이유가 궁금했던 <씨네21>은 세 차례에 걸친 촬영현장 방문 기회를 마련했다. <죽어도 좋아>의 박진표 감독이 처음으로 만드는 장편 ‘상업영화’ 현장에 대한 궁금증과 전도연과 황정민, 두 연기파 배우의 생생한 모습을 보는 것도 방문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중요한 장면을 엿봤다 해도 고작 세번의 탐방만으로 온갖 의문을 잠재울 수는 없는 법. 결국 9월6일의 기자시사를 통해 그 결과물을 최종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완성작을 보니 현장에서 얻은 정보와 느낌도 비로소 정리가 됐고, 일말의 우려
<너는 내 운명> 제작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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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하고 귀엽거나, 섹시하고 천박하거나
하지원이란 배우는 캐릭터를 통해서 만들어졌다. 지극한 성실함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가져오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반면 그건 자신의 색깔이 강하지 않다는 뜻도 된다. <가위>의 음습한 이미지를 쉽게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가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다모>에, <발리에서 생긴 일>에 하지원 아닌 다른 배우가 나와도 가능했을까? <다모>에서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모>는 이야기가 잘 짜여져 있고, 액션장면도 탁월하다. 하지원이란 배우는 아직 새로운 이미지를 체득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다모>의 후반부에 가면 하지원 아닌 채옥을 상상하기가 힘들어진다. 마찬가지로 <발리에서 생긴 일>의 하지원은 독보적이다. 수정은 천박하다. 발리에서 돌아와, 흰 털이 휘날리는 친구의 무대의상을 입고 재민의 회사로 가는 장면을 보자. 그건 수
세속적인 욕망의 아이콘, 하지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