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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 혹 누군가는 극장 앞에서 이런 고민에 빠져 영화의 포스터를 관심있게 살펴볼 것이다. 그런데 그 경험이 최근이라면, 그는 사실 포스터 사진 작가 이전호의 작품‘들’ 앞에서 망설였을 가능성이 크다. 근래 들어 그는 그만큼이나 작품 수가 많고 활발하다. 남아 있는 후반기를 포함하여 올해 상당수의 한국영화 포스터를 작업한 이전호 작가를 만나 그와 그의 포스터 작업기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전호 작가는 ‘내가 소개하고 싶은 포스터 B컷’으로 <오로라공주>와 <나의 결혼원정기>를 직접 골라 보내주기도 했다. 자, 그의 포스터 세계로 들어가보자.
“표정도 그때하고 똑같이 지어야 하나요? 사실 포인트는 손에 있었는데….” 조명 아래 서서 깍지 낀 양손가락을 조금씩 꼼지락거리면서 그가 말한다. 처음에는 좀 겸연쩍어하더니, 이내 표정이 다양해지고 동작도 익숙해진다. 매번 배우들을 불러 세웠던 그 자리에 자신이 서 있으니 이상할 법도 하지만, 몇분 지
포스터 사진 작가 이전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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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와 미녀>의 구동건은 괴상한 직업을 갖고 있으니, 이름하여 ‘애니메이션 괴물 소리 전문 성우’다. 영화에 나온 이런 황당한 직업이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등장했다 하면 뻔한 도식이 따라다니는 대표 직업들도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예컨대 ‘형사’ 하면, 일단 한국에서는, 지저분한 점퍼를 입고 다니며 백이면 백 다 무식하고, 입에 육두문자를 달고 살며 사람을 예사로 패고 다닌다. 마약을 보면, 손가락으로 꾹 찍어 맛을 본 뒤 “이거 진짠데요” 따위의 멘트를 날리지 않고서는 그냥 넘어가질 못한다. 미국 형사들은 보통 둘씩 짝 지어 다니는데 하나는 졸라 떠들고 다른 하나는 몸으로 말한다. 일당 백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여, 특공대도 제압하지 못하는 테러리스트를 맨몸으로 소탕하는 은혜로운 존재들이다. 어어이, 자꾸 이러시면 영미·유미더러 “우우~ 정말 식상한데요~”를 백번은 외쳐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진다구.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직업군과 그 클리셰들, 그래서
영화에 등장하는 뻔한 직업 & 별난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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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선생님, 감독들의 선생님
모함마디 아흐마디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었다. 정치를 몰랐던 아흐마디는 <가베>의 스틸사진을 찍기 위해 모흐센 마흐말바프를 만났고, 그에게서 영화와 세상을 배웠으며, 또한 사진을 가르쳤다. 그리고 9년이 지나 아흐마디는 영화감독이 되었다. “나는 마흐말바프의 학생이었고 그와 같은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는 사람을 변화시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영화를 만들면서 나는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영화와 삶을 공유해온 두 감독은 며칠 간격을 두고 부산영화제를 찾아와 나란히 같은 의자에 앉았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마흐말바프는 “우리는 좋은 선생과 좋은 학생”이라는 아흐마디의 설명을 “우리는 좋은 친구”라고 고쳐주었다.
마흐말바프는 아흐마디의 첫 번째 극영화 <청소부 시인>의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민주적인 마흐말바프는 자신의 아이들을 포함한 다른 감독들에게 시나리오를 써주더라도 원형을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9] - 마흐말바프와 아흐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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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적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상실의 시대를 그리는 두 남자가 만났다. 제10회 부산영화제가 중반을 향해가던 10월9일 아침, 두 번째 작품 <러브토크>를 들고 부산을 찾은 이윤기 감독과 <흔들리는 구름>으로 언제나처럼 부산에 머무르고 있는 차이밍량 감독이 한자리에 모였다. 고독한 인간의 생채기를 포착할 만큼 섬세한 눈의 소유자라는 공통점 외에, 그들은 또 어떤 공통점을 지니고 있을까. 무엇에 아파하고, 무엇에 기뻐하고, 무엇에 슬퍼하며, 카메라 뒤의 고독을 무심히 즐기고 있을까. 대담은 아시아라는 땅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했고, 영화를 향한 애정의 고백으로 막을 내렸다. 서울과 타이베이의 공기를 동시에 머금고 있는 이른 아침의 대담을 여기에 싣는다. 길지 않은 이야기가 끝난 뒤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못한 것이 너무도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윤기 감독에게 차이밍량은 따스한 포옹을 전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우리, 다음에 꼭 다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8] - 차이밍량과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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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악마성을 섬세하게 고찰하는 연구자
<로버트 카마이클의 엑스터시>는 잔혹한 신에게 지배당한 소년의 며칠간을 따르는 영화다. 로버트 카마이클은 방과활동으로 첼로를 켜고, 중산층 홀어머니와 살며, 사드의 책을 읽으면서 자위행위를 하는 소년. “강간범의 눈을 가졌다”고 급우들에게 놀림받는 그는 금세 마약과 폭력의 세계 속으로 발을 들인다. 그리고 친구들과 교외의 부유한 저택으로 잠입해 끔찍한 살육을 행한다. <로버트…>를 보자마자 영화를 되감아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마지막 20분의 학살극이 던져주는 시각적 테러가 지나칠 정도로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시계태엽장치 오렌지>를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뮤직비디오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버라이어티>의 평처럼, <로버트…>는 확실히 튼튼한 심장을 요한다.
위험천만한 데뷔작을 내놓은 26살의 영국 청년 토머스 클레이는, 그러나 폭력을 타란티노처럼 가지고 노는 악동은 아니다.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7] - 부산의 발견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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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루저들을 연민하는 카메라
“여덟살이 최고야. 12살 이후에 겪는 일들은 죄다 모욕이지.”(8 is great. Everything after 12 is an insult) 열두살을 갓 넘긴 소년에게, 열두살을 오래전에 넘긴 젊은이가 말하자 소년은 입을 다문다. 그 소년의 집은 뉴욕 도심 밖 구질한 동네에서 모텔을 운영한다. 어니스트가 방과후 숙제보다 먼저 할 일은 모텔방 청소다. 그는 집나간 아빠 대신 두 남매를 억척스럽게 키운 엄마와 마음을 닫고 글쓰기에 취미를 붙였다. 뚱뚱하고 쪼다 같아서 좋아하는 소녀에게 남자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모텔의 장기투숙자로 찾아든 한국계 청년 샘으로부터 소년은 남자가 되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
한국계 미국이주민 2세인 마이클 강 감독의 <모텔>은 못난 소년의 성장영화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의 예민한 순간을 드러내기에 열등감만큼 좋은 도구는 없다. 중국계인 어니스트는 가정환경, 신체적 조건, 성격 중 어느 한 가지에서도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6] - 부산의 발견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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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기억을 찬란하게 빚어내는 마술사
자그마한 몸집에 눈동자만 커다란 야마시타 노부히로는 1976년에 태어난 젊은 감독이다. 부끄러워지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곤 하는 야마시타는 “여자들과 말도 잘 못하고, 주로 남자와 여행을 테마로 영화를 만들어왔다”. 그런데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된 그의 신작 <린다 린다 린다>는 소녀들의 마음이 조그맣게 빛나는 순간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곤 한다. 아무도 오지 않는 옥상에 혼자 만화카페를 차려놓고, 풀장을 떠다니고, 함께 장을 봐 밥을 해먹는, 지극히 사소한 기억. 프로듀서가 기획했다고는 해도 <린다 린다 린다>는 공기 속의 물방울처럼, 그순간 알아보지 않는다면 사라져버릴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기는 영화다.
영화는 여고생밴드 ‘파란마음’이 위기에 처하면서 시작된다. 멤버 한명은 기타리스트 케이와 심하게 다투었고 또 다른 한명은 손을 다쳐 연주를 할 수 없다. 어찌할까 고민하던 케이는 지나가던 한국인 유학생 송(배두나)을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5] - 부산의 발견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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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갑옷을 입은 로맨티스트
지난해 말, 타이에서 개봉한 <시티즌 독>은 일찌감치 부산행이 결정된 영화다. 올해 초 방콕영화제에 참석했던 김지석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감독인 위시트 사사나티앙을 만나 초청 의사를 수차례 전했을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로테르담과 토론토를 거쳐 프린트를 들고 부산에 다다른 그에게 “올해 출장이 잦은데 회사에서 허락을 해주더냐?”고 물었더니, “영화제 참석은 회사에서 눈감아준다”고 답한다.
타이 최대 규모의 광고회사 필름 팩토리의 일원인 그가 처음 세계 영화계에 존재를 알린 것은 <검은 호랑이의 눈물>(2000)로 밴쿠버영화제에서 용호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예술대학 동창이기도 한 논지 니미부트르의 <낭낙>의 시나리오 작가로 타이 영화계에 데뷔한 그는 이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데뷔작 <검은 호랑이의 눈물>이 초청되면서 유럽의 환대를 받았고, 이후 펜엑 라타나루앙,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등과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4] - 부산의 발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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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세상을 묵묵히 지켜보는 관찰자
“보리는 망종(芒種) 전에 베라”는 속담이 있다. 보리를 베어야 그 자리에 밭갈이하고 새 종자의 씨를 뿌릴 수 있다는 뜻이다. 망종이 지나면 머리가 무거운 보리는 약한 바람에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다. 희망을 심기 위해서도 절망을 베어내야 하는 않을까. 조선족 중국 감독 장률(그의 독특한 이력은 <씨네21> 455호 참조)의 두 번째 장편영화 <망종>은 쓰러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베어내는 의식을 치르는 한 여자의 삶을 다룬 영화다.
최순희는 살인죄로 감옥에 간 남편과 헤어진 뒤 김치를 팔아 생계를 이어간다. 조선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그녀는 아들 창호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어느 날 같은 동포인 김씨의 친절에 끌리게 되고, 그녀는 유부남인 김씨와 연애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중국인 부인에게 불륜 사실을 발각당한 김씨는 그녀를 창녀로 낙인찍고, 아들까지 잃는 사고를 당한 순희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3] - 부산의 발견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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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좁고 사람은 많았다
협소한 PIFF광장을 어쩌면 좋을까. 10주년답게 야외행사 일정도 예년보다 많은 남포동 PIFF광장은 쓰마부키 사토시, 강동원, 성룡, 문정혁(에릭) 등 국내외 스타들이 다녀갈 때마다 압사의 공포가 느껴질 만큼 무시무시하게 붐볐다. 사람들은 야외무대 주변을 둘러싸다 못해 큰길가로, 시장 골목골목으로, 대영시네마와 부산극장 건물 창밖으로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밀고 밀치는 인파가 일으킨 파동에 사람 키만한 스피커가 떨어질 뻔했다. 강동원은 인사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무대를 내려갔고, “장내가 혼잡해 서둘러 마친다”는 사회자의 설명은 원성을 살 뿐이었다. 해운대 중구청에서 지원한 1개 중대의 경찰병력과 영화제 경호요원, 스탭, 자원봉사자 등 150여명의 인원이 현장통제에 나서도 역부족이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영화제 와서 무슨 봉변인가 싶었다. 규모가 커진 만큼 영화제쪽에서 예상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얼마 전 상주 사태가 있었는데도 경각심이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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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9일간의 항해를 마치고 닻을 내렸다. 307편의 영화가 상영됐고 500여명의 게스트가 공식적으로 다녀갔으며 20여만명의 관객이 영화제를 즐겼고 그만큼의 커피캔과 전단지 쓰레기가 남포동 PIFF광장을 뒤덮었다. 열돌에 걸맞게 모든 것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던 영화축제를 결산한다.
발견! 5인의 신성, 감동! 거장과의 만남
우선 발견의 기쁨. <시티즌 독> <로버트 카마이클의 엑스터시> <모텔> <린다 린다 린다> <망종> 등 부산에서 발견한 재능있는 신인감독들의 작품 5편을 클로즈업했다. 그리고 뜻밖의 만남을 주선했다. 대만 뉴웨이브의 대표주자 차이밍량과 <여자, 정혜>의 감독 이윤기의 첫 만남의 자리를,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와 그의 영화적 동료 모함마드 아흐마디가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것만으로 영화제를 정리하기란 턱없다. 영화와 영화인만이 영화제를 만드는 것은 아니기 때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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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The Chronicles of Narnia: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장화, 홍련>을 본 뒤로 옷장 열기가 무서워졌다면,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탐독할 필요가 있다. 2차대전 피난 와중에 런던 외곽의 노교수 집에 머물게 된 네 남매가 옷장 속에서 다른 나라로 이어지는 길을 발견해 신나는 모험을 한다는 이야기. 온갖 동물과 정령, 난쟁이와 거인들이 모여 살던 숲속 나라 나니아를 ‘크리스마스도 없는 영원한 겨울’로 만들어버린 하얀 마녀를 사자왕 아슬란과 함께 물리치고, “아담의 두 아들과 이브의 두 딸이 왕좌를 차지하리라”는 예언대로 나니아를 통치하는 아이들의 활약을 담은 이 이야기는, 속세의 때가 묻은 어른들로서도 옷장 문을 열고 두리번거리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J. R. R. 톨킨과 더불어 판타지 소설의 양대 산맥을 이룬 C. S. 루이스의
2005 겨울 해외영화 BIG 3 [3] - <나니아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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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의 잔 Harry Porter and the Goblet of Fire
사춘기는 어둡고 긴 터널이다. 범상한 인간들인 우리 ‘머글’에게조차 힘겨운 그 시간이, 호그와트의 마법사 생도들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상급생만 출전할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트리 위저드 토너먼트가 다가오자, 불의 잔은 무슨 이유에선지 자격 미달인 해리를 대표로 지목한다. 해리의 출전을 염려하는 헤르미온느를 보며, 론은 자신이 그녀를 이성으로 느끼고 있다는 걸 깨닫는데, 예언자 일보는 해리와 헤르미온느의 로맨스를 예고해, 그를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삼총사의 흔들리는 우정, 혼란스러운 첫사랑, 트리 위저드 출전 부담으로 힘겨운 해리에게 숙적 볼드모트의 마수가 뻗어온다. 어둡고 힘겨운 시간이 될 거라는, 옳은 길과 쉬운 길 사이에서 방황하게 될 거라는 덤블도어 교수의 말은 그렇게 시시각각 현실이 되어 해리를 옥죄어온다.
트리 위저드 시합과 아이들의 로맨스, 두축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해
2005 겨울 해외영화 BIG 3 [2] - <해리포터와 불의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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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계절이 여름이었던 적이 있었다. 네댓해 전부터는 그렇지 않다.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가 나란히 찾아오던 겨울부터 계절의 감각이 달라졌다. 세 번째 <해리 포터>가 불쑥 여름에 찾아왔을 때, <반지의 제왕>이 끝나고 <해리 포터>가 쉬었을 때, 그 겨울이 그렇게 춥고 배고프고 심심할 수가 없었다. 올 12월은 든든하고 흐뭇하다. <반지의 제왕>을 마친 피터 잭슨이 ‘필생의 프로젝트’라는 <킹콩> 리메이크를, <슈렉>의 앤드루 애덤슨이 판타지 우화의 고전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의 실사 버전을,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마이크 뉴웰이 어두운 스릴러로 매만진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을 나란히 선보일 참이다. 우연찮게도, 모두 원작 소설이나 영화가 있다는 태생부터, 판타지 어드벤처라는 장르의 골격까지 닮아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
2005 겨울 해외영화 BIG 3 [1] - <킹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