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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관에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하기 전, 스크린에 노란 상자가 통통 튀어와 펑 하고 터지는 영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깔리는 목소리. “쇼우-박스.” 굳이 영화광이 아니더라도, 영화관을 종종 찾는 관객이라면 금방 떠올릴 수 있는 목소리다.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에서 배급하는 모든 영화의 리더 필름(leader film)에 등장하는 이 로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랜트 스톰보 아메리칸 보이싱 서비스 대표. 한때 한국에서 전무하다시피한 영어 전문 성우였기에 웬만한 영어 로고나 CF 징글은 모두 그를 거쳤을 정도다. 대표적인 것은 배우 이덕화가 닫힌 문을 두 주먹으로 때리는 1982년의 유명한 광고 “TRY”. 90년대 말 출범한 신생 케이블 영화채널들도 그의 목소리를 빌려 자신의 존재를 시청자에게 각인시켰다. “오-시-엔”, “캐치온”, “캐치 플러스”부터 “에로틱~아일랜드”까지, 모두 깊고 중후한 스톰보의 목소리다. 노벨상 받은 의학박사님의 진지한 얼굴 위로 겹쳐지는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발효유 윌 CF, 영화사 쇼박스 로고 목소리 그랜트 스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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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s Good, Cion”, “Outback Steakhouse”, “Are you Gentle?”, “Excellence in Flight”. 메들리를 하듯 익숙한 음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휴대폰, 레스토랑, 자동차, 항공사…. 두서없이 모아놓은 듯한 광고들. 하지만 그 말미에 마침표를 찍듯 카피를 내뱉는 목소리는 한 사람의 것이다. 리처드 김. 재미동포 2세로 광고 속 미끈한 영어 발음의 주인공인 그는 늘 자신의 휴대폰에 30여곡의 광고음악을 저장하고 다닌다. 이는 가수가 데모 테이프를 챙기듯 언제 어디서나 ‘공연’을 선보이기 위한 준비. 하루에 몇번은 무심코 지나쳤을 문구들이 그의 음성을 타고 라이브로 전해지는 순간, 리드미컬한 한줄의 카피가 마법처럼 귓가를 사로잡는다. “광고를 보며 중년의 외국인을 상상했는데, 제가 성우라는 걸 알고 ‘깬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웃음)” 리처드 김이 한국에서 성우로 일한 기간은 불과 2년.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입혀
싸이언 등 휴대폰, 대한한공 CF 목소리 리처드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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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일어나 냉장고 소리에 귀기울여보겠어요. 추운 겨울 아침, 밤새 돌았던 보일러를 느껴보겠어요. 이들이 눈물겨운 것은 존재의 목적이 있기 때문.” 이게 대체 무슨 소리? 낭랑하고 사랑스러운, 꿈결 같은 목소리가 뚱딴지같은 문장을 읊조린다. 박찬욱 감독의 ‘소꿉놀이’ 소품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전편에 잔잔히 흐르던 정체불명, 신원 미상의 수상한 목소리다. 영화 속 라디오의 정체만큼이나 궁금증을 자아내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성우 주유랑. “…슬픔에 잠기는 것, 죄책감, 망설임, 쓸데없는 공상, 설렘, 감사하는 마음. 이상, 순서는 나쁜 순서대로였어요” 같은 대사를 시 낭송처럼 속삭이며 영군의 정신세계를 지배한 장본인이다.
그가 연기한 아나운서 목소리는 처음부터 영화에 나온 것처럼 맑고 예쁜 느낌으로 의도된 건 아니었다. 영군에게 불가해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할인 만큼 원래 설정은 준엄하고 카리스마적인 지배자에 가까웠다. 오디션에 참가해 연출부의 지시대로 연기를 끝낸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라디오 아나운서 목소리 주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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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 <몬스터>의 덴마, <바람의 검심>의 켄신, <하얀 마음 백구>의 성견 백구까지. 성우 구자형의 팬카페에 올라온 ‘쾌남전문성우’라는 말은 그동안 그가 맡아온 캐릭터들의 공통점을 단박에 짚어낸다. 구자형의 목소리는 언제나 정의를 지키고 진실을 밝혀왔다. 냉정하면서도 차분한 그의 음색과 높낮이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안 그래도 잘생긴 미남 캐릭터들의 외모마저 돋보이게 했다. 하다못해 백구마저 잘생긴 토종 진돗개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구자형 자신은 주변의 이런 평가에 대해 조금은 냉정한 태도를 견지한다. “매력으로 느껴준 것은 고맙지만, 어떻게 보면 그만큼 비슷한 캐릭터만 맡아온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는 것은 아니다. “모두 어둠과 밝음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죠. 스파이크는 과거의 상처를 안고 있고, 덴마는 처음에는 어수룩하지만 점점 인간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 <바람의 검심>의 켄신 목소리 구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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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유치원 원장님은 노처녀 선생님들 사이에서 외롭게 떠 있는 섬이다. 험상궂은 얼굴 때문에 뜻하지 않게 화를 내는 것으로 오해받고 아이들에게는 두목님으로 불린다.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보다도 큰 사람이다. 타고난 섬세함과 본의 아닌 터프함을 지닌 원장의 성격은 목소리를 덧입힌 성우 설영범의 연기 덕에 더욱 구체화된다. <곰돌이 푸>의 감성적인 호랑이 티거와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 버섯돌이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대마왕 목소리기 모두 설영범의 것이라면 원장님의 야누스적인 목소리 역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유치원 원장은 여자분들이잖아요? 아이들을 엄마처럼 따뜻하게 감싸주는 이미지를 갖고 있고요. 짱구의 원장님은 거칠게 생긴 남자지만, 그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에요. 남들이 듣기엔 내 목소리에도 그런 모습이 있었나봐요. (웃음)”
베테랑이란 말을 붙이기에도 부족한 경력 30년의 성우지만, 설영범은 원
<짱구는 못말려>의 유치원 원장, <곰돌이 푸>의 티거 목소리 설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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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지하철 안에서 졸고 있던 당신은 아마 정차역을 알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졸음을 쫓아냈을 것이다. 퇴근 뒤에는 집에 돌아와 <무한지대 큐!>를 보며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주말에 찾을 맛집을 알아보기도 했을 것이고, 밤에는 <비타민>의 그녀 덕에 몸의 이상여부를 각성했을지도 모른다. 성우 강희선의 목소리는 이처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일종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시청자의 궁금증을 대신 풀어주는 그녀의 목소리는 낭랑하면서도 또렷하고, 빠르면서도 정확하다. 하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쉴새없이 뿜어대는 내레이션이 힘에 부친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멘트도 많지만, 잡아죽일 듯이 질러대잖아요. (웃음)” 1년에 한번씩 새로 녹음하는 지하철 안내방송도 힘들긴 마찬가지. “같은 음으로 노래를 부르듯” 일정한 톤을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일 저녁 에너지 가득한 목소리로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고객이 원하니까
지하철 안내방송, 샤론 스톤 전담 목소리 강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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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검색창에 제목만 쳐도 동영상과 자막이 한 묶음으로 뜨는 시대다. 한데 유독 ‘한국어 버전’을 찾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가 있다. 원작만큼이나 더빙판에 관심이 몰리는 상황. 그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애니맥스에서 방영 중인 <허니와 클로버>다. 한국의 유명 성우들이 일제히 포진한 한국어판 <허니와 클로버>에서 기청감(旣聽感)을 절로 자아내는 목소리 중 하나는 하나모토 교수. 귀가 밝은 이라면 포착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유쾌한 콧소리는 짱구 아빠와, 정갈하게 떨어지는 어조는 <ER>의 닥터 그린과 꼭 빼닮았다는 것을. 이래도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아기공룡 둘리>의 명곡 ‘라면과 구공탄’을 떠올려보시길. “후루룩짭짭 후루룩짭짭 맛좋은 라면~”을 열창했던 마이콜, 그가 바로 성우 오세홍이다.
“성우 일을 한 지 벌써 만으로 30년째예요.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죠. 솔직히 내가 성
<아기공룡 둘리>의 마이콜 목소리 오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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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스톱> <궁s> 등 이름만 시즌제 드라마인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현실과 한계
만들 당시부터 시즌제를 표방했고, 연출자와 세트는 같다. 그리고 제목은 ‘비슷’하다. 이 드라마는 시즌제 드라마일까 아닐까. MBC <궁> 뒤에 ‘s’를 붙여 나온 MBC <궁s>는 한국에서 시즌제 드라마 만들기의 ‘애매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예정대로라면 <궁s>는 <궁 시즌2>가 돼야 했다. 그러나 <궁> 1년 뒤 등장한 <궁s>는 제목도, 캐스팅도, 심지어 제작사도 다른 작품이 됐다. 같은 건 <궁>의 제작사에서 나와 새로운 회사를 차린 <궁>의 제작진이 <궁s>도 만든다는 것뿐이다. 미국 기준에서 <궁s>는 잘 봐줘야 <CSI>와 <CSI: 뉴욕>의 관계처럼 같은 설정을 가지고 만든 스핀오프일 뿐이다. 그러나 <궁s>는 ‘한국적인’
스핀오프와 시즌제 드라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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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 직딩 생활백서
<오피스>(The Office)
동서양을 불문한 진실 하나. 직장은 지옥이고 상사는 악마다(어머 정말?). <오피스>는 미 동부의 침울한 소도시 스크랜튼에 위치한 제지회사 직원들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시리즈다. 얼마나 현실적인고 하니, 아예 다큐멘터리팀이 직장인의 삶을 취재하기 위해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촬영을 한다는 컨셉이다. 이른바 모큐멘터리(Mockumentary)드라마라 일컬을 만한 이 같은 설정에서 제작진은 과도한 극적 양념을 제거한 채 캐릭터와 상황만으로 승부를 걸고, 볼품없는 보통 샐러리맨들의 숙맥 같은 삶은 금세 브레히트적 슬랩스틱과 블랙코미디로 변한다. <오피스>는 원래 영국 <BBC>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미국에서도 인기를 모았던 동명의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작품. 솔직히 말해 미국판 보스 스티브 가렐보다는 영국판 보스 리키 저비스가 훨씬 악질적으로 웃기지만, 두 버전 모두 기절할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미국 TV드라마 시리즈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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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로마>부터 정정훈 촬영감독의 <24>까지
미국 드라마의 놀라운 변화는 영화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충무로 영화인들 역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영화인 10명으로부터 자신이 좋아하고 지지하며 즐겨보는 미국 드라마와 그 이유에 관해 들어봤다.
영화는 불가능한 거대 서사의 힘
<로마>(Rome) SBS 목요일 밤 1시30분, DVD 출시
TV를 안 본 지 4년째 되는데, “요즘은 할리우드영화보다 미국 TV시리즈의 완성도가 좋다”는 프로듀서의 강압에 못 이겨 보게 됐다. 그런데 막상 DVD를 플레이한 뒤 그 자리에서 12부를 모두 볼 수밖에 없었다. 졸려 죽겠는데 다음 디스크를 넣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그게 <로마>였다. 우선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만들거나 역사적 사실을 조금씩 뒤트는 재미가 대단했다(이를테면 시저와 클레오파트라 사이에서 나온 아이의 비밀). 그리고 영화가 도무지 따라잡을 수
영화인 10인의 ‘나의 베스트 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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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브룩하이머, 지나 데이비스, 마이크 피기스 등… TV 방송국으로 몰려드는 인재들
성격파 배우 제임스 우즈의 2000년대는 우울했다. 기억에 남는 영화라고 해봐야 <겟 쇼티>의 지지부진한 속편 <쿨!>과 패러디영화 <무서운 영화3> 정도가 전부였다. 들어오는 대본이 점점 뜸해지는 건 참을 만했다. 그러나 대본들의 질이 갈수록 형편없어지는 건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우즈는 B급 비디오 직행 영화계의 수렁으로 발목을 잡아채는 할리우드를 벗어나 새롭게 시작할 장소를 환갑의 나이에야 발견할 수 있었다. 브라운관의 세계다. “지난 몇년간 영화 산업이 처한 끔찍한 상황을 지켜보며 비통해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TV는 달랐다. 내가 젊었을 때만 해도 할리우드 사람들은 TV를 멸시했다. 요즘은 TV를 켤 때마다 놀라울 정도로 흥미진진한 시리즈를 매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우즈는 <CBS>의 새로운 법정드라마 <샤크>에 출연하기로
할리우드발 TV행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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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TV드라마가 한국에서도 전성기를 맞고 있다. 공중파를 통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만 소개되던 과거에 비해 케이블TV의 활성화와 다양한 DVD의 출시 등에 따라 한국에서 ‘미드’(미국 드라마) 팬들이 급속히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열혈 미드 마니아인 불법 다운로드족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한국 시청자가 <CSI> <24> <위기의 주부들> <로스트> <그레이 아나토미> 같은 최신 미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데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최근 들어 미국 TV드라마가 ‘혁명’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나날이 변화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드라마의 과거, 현재, 미래를 미국 현지에서 조망해본다. 아울러 ‘혁명’의 중요한 힘이 된 창조적인 인물들과 한국의 영화인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미국 드라마를 알아봤다. 또 한국에 아직 공식적인 루트로 소개되지 않았으나 돌풍을 일으킬 여지가 있는 미국 드라마를 소개하고, 한국에서
미국 드라마, 황금시대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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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애들은 모른다, 동네 슈퍼마켓 할아버지 같은 이대근이 한때 에로영화의 남자주인공으로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배트맨 비긴즈>를 통해 슈퍼히어로의 집사로 잘 알려진 마이클 케인이 젊어서는 주드 로 뺨치는 미남이었다는 사실을. 한때 대중적인 인기를 한몸에 끌었으나 시간의 흐름과 함께 조역으로, 단역으로 사라져버린 배우들과 다시 활발한 연기활동을 보이는 배우들을 한데 모았다. 이 사람들, 한때 잘나갔었다!
제인 폰다: 관능미의 화신, 시간을 이기다
제인 폰다는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 남성들의 꿈에 자주 등장하던 헐벗은 미녀의 대명사였다. 1968년작 <바바렐라>는 SF만화를 영화로 각색한 영화인데, 영화 사상 가장 섹시한 영화로 언급되는 작품이다. 감독이자 남편이었던 로제 바딤은 제인 폰다의 관능미를 돋보이게 하는 영화를 찍었고, 그 결과가 <바바렐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뾰족한 이빨을 가진 인형들이 바바렐라를 둘러
요즘 애들은 모르는 옛날 미남미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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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몇분이 채 지나지 않아 시작된다. 세신이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시작하는 영화의 속도는 놀랍기만 하다. 이 초반 장면은 방대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뜬금없는 상황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한 훌륭한 장면이다. 이어지는 장면, 괴물에게 납치된 현서의 가족은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이용하여 이 위급 상황을 무마하려는 미군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현서를 구출하겠다는 계획에 착수한다. 그러나 그녀의 가족을 묘사하는 코믹한 장면은 전형적인 괴물영화의 특징을 변질시킨다. 영안실 장면을 보자. 딸을 잃은 슬픔에 바닥을 구르며 오열하는 아버지, 삼촌 뒤로 메가폰을 들고 등장하는 사내. 그는 대사를 뱉기도 전에 바닥에 깔려 있던 박스를 밟고 넘어진다. 이 장면은 가족멜로, 정치 블랙코미디 그리고 그로테스크한 코미디적 요소를 섞어놓은 초장르적인 영화, 또 다른 <괴물>의 출현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영화는 이러한 난리 법석 속에서 가치를 가지게 된다. 말하자면
프랑스 평론가 장 필립 테스테가 본 <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