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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씨네21>은 2005년을 정리하며 최고의 영화들과 최고의 영화인들을 꼽았다. 상패도, 상금도 없지만, <씨네21> 기자와 평론가 등 31명의 투표가 빚어낸 이 결과는 2005년의 영화들에 대한 우리의 입장 표명이자 찬탄의 박수다. 투표자들의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점수를 매겨 뽑아낸 한국영화 베스트 순위에는 1위를 차지한 <극장전>을 비롯해 <그때 그사람들> <사랑니> <용서받지 못한 자> <혈의 누>가 포함됐다. 그리고 외국영화 베스트 순위와 올해의 감독, 남녀 배우, 시나리오 작가, 촬영감독, 제작자, 남녀 신인배우 등 올해의 영화인으로 꼽힌 인물들의 면면은, 뒷장을 찬찬히 넘겨보며 확인해보시라. <씨네21>이 지지한 영화들과 영화인들을 확인하며 올 한해를 곱씹어봐도 좋을 것이다.
2005년 한국영화 베스트 5 설문결과
김도훈 사랑니/여자, 정혜/그때 그사람들/극장전/용서받
2005년 올해의 영화·영화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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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을 불태울 신작을 기다린다
허문영 : 2006년을 내다보자면 전망은 잘 못하겠고, 궁금한 영화가 매우 많다. 임권택의 100번째 영화,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의 신작을 기다리는 한해가 될 것 같다. 또한 봉준호가 한국 대중영화의 신경지를 개척할 지 매우 궁금하다. 이하의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 스타 단편감독의 장편 데뷔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프로젝트를 선보인 박은영의 데뷔작, 장편 데뷔를 오래 준비해온 정성일, 김소영의 작품을 볼 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소영 : 첫째, <연애의 목적>에서 본 노골적 언어로 점철하는 성 유희 코메디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튀게 될 지 궁금하다. 둘째, 작가로서는 <활>로 제자리 뛰기를 한 김기덕 감독의 신작이 궁금하고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이 <서편제>를 어떻게 다시 쓸 것인지 기대가 크다. 내년엔 <태풍태양>의 정
2005년 한국영화 결산 좌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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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불행한 영화, 정지우의 <사랑니>
정성일 : <그때 그 사람들>이 그나마 인구에 회자되었다면, 올해 가장 불행한 영화는 정지우의 <사랑니>다.
허문영 : 올해 홍상수와 김기덕이 여전히 자기 길을 걷고 있음을 보여줬다면 정지우는 데뷔작 이후 6년 만에 첫 영화의 경지를 완전히 뛰어넘는 새로움을 보여줬다. 올해의 또 다른 발견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특정한 스타일이나 장르성에 기대지 않고 순전히 인물과 이야기가 요구하는 공간과 톤, 움직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가 비로소 작가적 자질을 지닌 감독임을 입증한 작품이라고 본다.
김소영 : 생각할수록 까다롭고 치밀하게 계산된 형식의 영화다. 의문은 이것이 누구의 판타지도 아니라는 데 있다. 특정의 누구에게 겨냥되지 않은 판타지를 최대한의 형식으로 구성해낸 재능은 놀라우나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뭘 말하려고 하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서른살 인영의 캐릭터는 학원 강사로 요즘 사회적으로 중요한
2005년 한국영화 결산 좌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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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외면받은 감독, 홍상수와 김기덕
정성일 : 청룡상은 <웰컴 투 동막골>을 많은 부문에 걸쳐 후보로 올렸고, 대한민국 영화상은 <웰컴 투 동막골>에 상을 몰아줬다. 대중이 이 영화를 지지하는 것과 더불어 영화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 영화에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뭘까. 의아스러웠다.
김소영 : 큰 의문 중 하나다. <씨네21>이 영화과 학생을 비롯한 젊은 시네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비평적 인지도와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꽤 거리가 있었는데 이젠 그것이 사라지는 것 같다.
허문영 : 영화상들이 언제부턴가 공히 대중투표를 선정 단계에 도입하고 있다. 청룡상은 온라인투표와 전문가를 절충해 후보를 선정하고, 대한민국상은 본심 투표자 1천명을 전문가와 관객 500명씩으로 나누고 있다. 놀라운 건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선정하는) 영평상이 후보작 10편을 온라인투표로 뽑았다는 사실이다. 부분적으로는
2005년 한국영화 결산 좌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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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잃은 것과 얻은 것에 대해, 좌표와 징후에 관해 이야기해야 할 때다. <씨네21>은 지난 한 해 ‘전영객잔’의 의리를 지켜온 세 편집위원에게 2005년 한국영화를 한자리에서 회고해주기를 청했다. 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정성일 영화평론가, 허문영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가 공히 2005년의 한국영화로 지명한 작품은 37년 만에 돌아온 이만희 감독의 <휴일>이다. 그런가 하면 올해의 대중영화라 할 만한 <웰컴 투 동막골>과 <말아톤>에서, 세 평자는 ‘차이’에 눈감은 화해와 영원히 유예된 성장에 매료된 대중의 무의식을 보았다. 홍상수와 김기덕의 ‘고립’에 대한 근심, 박찬욱의 위상과 <친절한 금자씨>가 다다른 지점에 대한 토의, 고대했던 이명세의 <형사 duelist>를 향한 비판 등이 이어졌다.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진행으로 4시간 동안 이뤄진 대화를 간추려 여기 싣는다. 세 편집위원은 2005년 국내외
2005년 한국영화 결산 좌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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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콩 vs 티렉스
애니메이터들이 10개 이상의 카메라 앵글로 재구성
칼 덴햄 일행이 해골섬에 도착한 이후부터 피터 잭슨은 관객을 롤러코스터에 실어버린다. 순수한 오락영화로서 99%의 순기능을 발휘하는 이 대목은 초식공룡 브론토사우루스가 육식공룡 카르노사우루스에게 쫓기고, 칼 덴햄 일행은 다시 브론토사우루스떼에게 쫓기는 겹겹의 체이스 장면으로 시작해서 콩과 티라노사우루스 가족 3마리(아빠, 엄마, 아기 공룡이 다 다르게 생겼다)와 앤 대로우가 뒤엉키는 협곡신에서 완성된다. 콩-티렉스-대로우의 협곡신은 개봉 전 kongisking.net에서 이미 공개되면서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잭슨은 <반지의 제왕> 후반작업 중에 이 부분의 액션 디자인과 애니매틱스 작업에 착수했다. 잭슨이 런던에서 <반지의 제왕> 스코어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웨타의 1차 작업분이 도착했다.
전부 갈아엎은 1996년 시나리오에서 고스란히 살아난 이 대목은 “격투가 치열해지고
피터 잭슨의 걸작 <킹콩> [4] - 프로덕션 과정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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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은 똑같다. 축소 모형, 부분 모형세트, 그린스크린과 블루스크린을 준비한 다음 배우를 갖다놓고 이렇게저렇게 찍어서 CG와 합성한다. <킹콩>의 프로덕션 노트도 그 익숙한 테크놀로지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 안에서 피터 잭슨의 <킹콩>에 대한 비전을 엿볼 수 있다면 동어반복을 조금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반지의 제왕>을 통해 교훈을 얻었다. 판타지란 리얼리즘을 통해 구현됐을 때 가장 뛰어난 이야기가 된다는 사실 말이다. 관객과 캐릭터 모두 그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충실히 믿을 수 있을 때 가장 좋은 판타지영화가 된다.” 이 노트가 잭슨이 말한 ‘리얼리즘’의 한 도구로서 프로덕션을 이해하게 하는 작은 가이드북이길 바란다.
1. 뉴욕시
수증기 만들려고 땅 파고 배수관 묻고
<킹콩>의 오프닝 시퀀스가 감탄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1930년대 뉴욕에 관한 디테일 때문이다. 빽빽한 자동차들과 뉴욕 시민을 보여주는 데 이어 다양한
피터 잭슨의 걸작 <킹콩> [3] - 프로덕션 과정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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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vs 부녀
피터 잭슨의 <킹콩>이 종의 경계를 벗어난 로맨스를 구현해내는 방식은 아예 로맨스를 벗어버리는 것이다. 33년작과 76년작은 ‘미녀와 야수’의 성적인 서브텍스트를 잔뜩 지니고 있었다. 33년작에서 콩은 대로우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서 냄새를 맡고, 76년작의 콩은 제시카 랭을 폭포수에 목욕시킨 다음 다분히 변태적인 눈초리(콩의 탈을 뒤집어쓴 특수분장가 릭 베이커의 눈초리)로 몸매를 감상한다. 하지만 피터 잭슨의 <킹콩>은 대로우과 콩 관계에 숨어 있는 성적인 함의를 피해간다. 잭 블랙의 표현에 따르면 “여배우를 자기 크기로 확대해서 범하고 싶어하는 발정난 젊은 숫고릴라” 같았던 이전의 콩과는 달리, 잭슨의 콩은 지치고 외로운 늙은이에 가깝다. 이빨은 빠지거나 삭아서 비뚤비뚤하고, 털은 바래서 헝클어져 있으며, 온몸에 상처자국이 가득한데다 뱃살은 애처롭게 출렁인다.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영화는 거대한 고릴라들의 뼈무덤을 종종 보여준다)인 그는 온갖
피터 잭슨의 걸작 <킹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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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이 빠지고, 눈이 튀어나오고, 심장이 멈추는 서사시. 어렵사리 시사회에 초대받은 팬들의 환호가 아니다. 이는 평소 모질게 쓴소리 잘하기로 유명한 <롤링 스톤>의 평론가 피터 트래버스가 보여준 호들갑이다. 과연 피터 잭슨의 <킹콩>은 비평가 양반들의 노쇠하고 차가운 심장에 9살짜리 어린아이의 박동을 되돌려놓는 영화적 경험에 다름 아니다. 피터 잭슨의 아내이자 프로듀서인 프란 월시가 술기운을 빌려 <뉴스위크> 기자에게 털어놓았던 “다른 감독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완전히(Fucking) 자포자기할 것”이라는 호언에서 거만함보다는 충만한 자신감을 읽어낼 수 있는 연유도 그 때문이리라. 순수한 오락으로서 스펙터클의 진경을 보여주는 <킹콩>의 전모를 살펴보고, 각각의 주요 시퀀스가 만들어진 과정을 통해 피터 잭슨의 비전을 살펴본다.
나는 세상의 꼭대기에 앉아 있다네. 영화가 시작되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오를 콩의 운명을 예감하듯 유성영화 <
피터 잭슨의 걸작 <킹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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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봐야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진가신 감독은 달변가다. 그리고 스스로 얘기하듯 말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기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지극히 짧았다. 결국 홍콩영화계의 주요 제작자로서의 입장은 충분히 들을 수 있었지만, 정작 <퍼햅스 러브>에 대해서는 꼼꼼히 듣지 못했다. 한국 기자들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타임> 아시아판과의 인터뷰를 위해 황급히 걸어가는 그에게 한국 개봉 때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 외에 던질 말은 없었다. 다음은 속사포 같은 진가신 감독과의 대화.
-영화 속 영화에서 서커스를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인들에게 서커스는 일본과의 전쟁이 끝난 뒤인 40∼50년대 애환을 달래주는 큰 오락이었다. 그러니까 서커스는 상처를 잊고 새롭게 삶을 시작하자는 희망을 담고 있다. 이 영화 속에서 손나는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를 잊고 야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손나가 기억을 잊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것을 대변하는 뜻으로 서커스를 차
<퍼햅스 러브> 홍콩 프리미어 [3] - 진가신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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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사랑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
금성무 인터뷰
-지엔은 감정기복이 큰 역할인데,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나.
=지엔은 10년간 한 사람을 사랑하고 미워한다. 그는 손나를 너무 미워해서 포기하지 못한다. 아마 누구나 그런 경험은 있을 것이다. 1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랑하다 미워해서 포기하지 못한 적 말이다. 나도 그런 감정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을 참고했다. 촬영 중에는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주신의 연기도 도움이 됐다.
-지진희와 함께 연기한 소감은 어떤가.
=각 나라마다, 배우마다 감정표현하는 방법이나 연기법이 다르다. 중국만도 워낙 크다보니까 지역별로 연기하는 방법이 다르다. 그러나 감정을 소유하는 방식은 공통적이라고 느꼈다. 지진희와는 2∼3장면을 같이했을 뿐이라 대화를 별로 못했다. 하지만 옆에서 봤을 때 중국어를 모르는 배우가 중국어로 연기하는 것이 매우 힘든 작업일 텐데, 거기에 춤과 노래까지 다 완성해야 했으니 대단하다.
-영화 안에서 왜 춤
<퍼햅스 러브> 홍콩 프리미어 [2] - 배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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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첫인상은 차라리 거대한 영화세트장이었다. 비좁은 도로, 낡은 고층건물, 하늘을 어지럽게 가리고 있는 간판들, 그리고 분주히 오가며 목청을 높이고 있는 사람들까지, 이 모두가 어떤 영화에서라도 봤던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캔톤로드에 서면 장만옥을 뒤에 태운 여명의 자전거가 달려올 것 같고, 비계로 둘러싸인 건물에선 크리스 터커와 성룡이 승강이를 벌일 듯하며, 허름한 국수집에서는 유덕화와 장학우가 국물을 들이켜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 여긴 정말 홍콩영화 속인 것이다. 하지만 ‘쇠락’이나 ‘침체’같은 단어를 쓰지 않고는 설명되지 않는 요즘 홍콩영화의 위상 탓인지, 이곳의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 또한 세피아 톤 필터가 끼어 있는 듯 갑갑하다.
12월6일 홍콩에서 프리미어 행사를 가진 진가신 감독의 신작 <퍼햅스 러브>는 이처럼 기억의 동굴 안에서 점점 희미해져가는 홍콩영화의 옛 영화(榮華)를 되살리기 위한 시도인지도 모른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퍼햅스 러브> 홍콩 프리미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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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상명대, 아주대 등에 출강하고 있는 황보성진씨는 그동안 틈틈이 남양주종합촬영소의 영상캠프 강사로 일하다 올해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지난해에 인천에 있는 한 청소년수련관에서 영상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독거노인들이 많은 동네였는데 아이들과 무엇을 찍을까 고민하다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대신해 고향의 풍경을 찍어다 드리면 어떨까 싶었다. 제대로 진행하진 못했지만, 지난해 말에 영진위의 나하나씨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라면서 영상편지 같은 것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
-영상편지 쓰기는 반응이 어땠나.
=별로. 생각했던 것보다 가족들에게 전화를 자주하더라. 빈의자기법 같은 심리치료를 가미한 건 그런 이유도 있다.
-결혼식 때도 보니까 언어 소통이 쉽지 않던데.
=시작 전에 가장 두려웠던
이주노동자의 영화만들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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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무비 - 카메라는 어린 영혼을 달래준다
11월24일, 마석 가구공단 한가운데 위치한 녹촌분교. 전교생을 다 합해봤자 20명이 채 되지 않는 자그마한 학교다. 비밀기지처럼 가파른 골목길 아래 숨겨진 이곳을 찾느라 가구공단 주변을 몇번이고 헤맬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 들어서자 외곽에선 보이지 않는 가구공장들이 층층이 모여서 연기를 뿜고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 녹촌분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대개 가구공단에서 밤 늦게까지 일하는 이들이다. 그러다 보니 1학년이라고 해도 오전 수업만 하고 하교하지 않는다. 오후 느지막한 시간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고, 먹고, 놀고, 심지어 자기까지 한다. 이명원 분교장을 비롯해서 3명의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겐 부모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정문 바로 앞에 있는 놀이방에 들어섰더니 귀부터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편의 애니메이션을 본 아이들이 제각각 의견을 내놓느라 목청을 돋우기 시작해서다. 그중 한편이 나비효과에 관한 애니메이션이
이주노동자의 영화만들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