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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이런 것이다. 여기는 전쟁터, 사진기자 앞에서 살인이 벌어진다. 그때 그는 카메라를 버리고 그를 구해야 하는가 혹은 그 잔혹함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셔터를 눌러야 하는가. 설령 이 한장의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타리라는 마음으로 셔터를 눌렀다 한들 그가 그 죽음에 도덕적인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가. 예술적 성취와 유명세를 얻은 냉혈 악마가 될 것인가. 양심과 도덕을 가진 따뜻한 인간이 될 것인가. 이것은 딜레마다. 취재를 통해 무언가를 창작해내는 모든 이들에게 내린 잔혹한 선택의 저주.
<카포티>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인 ‘트루먼 카포티’가 처음으로 논픽션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는 순간에서 시작한다. 1959년 미국 캔자스에서 농장의 일가족을 두명의 남자가 처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다. <뉴욕타임스>에서 이 기사를 읽은 카포티(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는 당장 경쟁사인 <뉴요커>로 전화를 걸어 자신이 이 사건을 취재하
2005년 우리가 놓친 외화 10 [9] - <카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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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옴진리교의 지하철 독가스테러 사건은 일본인의 마음에 치료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 정신적 공황을 아오야마 신지는 <유레카> 같은 한편의 ‘영상시’로 쓰기도 했지만, 정면으로 이 사건에 맞서는 영화는 좀체 나오지 않았다. 2005년 3월 <카나리아>가 개봉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개봉 전부터 도쿄필름엑스국제영화제의 오프닝작으로 선정되었던 이 작품은 2005년 9월 런던에서 열린 13회 레인댄스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아동학대, 원조교제 같은 사회 문제부터 ‘아버지’에 대한 부정까지, 무거운 테마에 대한 메시지를 쏟아대며 거친 에너지가 제멋대로 넘치는 작품 자체에 대해선 호불호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모든 언론과 비평이 일제히 “그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한 것은, 그만큼 이 상처를 응시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 소년, 소녀를 맡은 이시다 호시와 다니무라 미쓰키는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
2005년 우리가 놓친 외화 10 [8] - <카나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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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교도들의 엄숙한 얼굴들 위로 하얀 눈송이가 벚꽃처럼 흩뿌린다. 찰스 1세의 잘린 머리가 구르고 아버지의 새빨간 선혈이 왕자의 얼굴 위에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남긴다. 영국 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 작품상을 수상한 드라마 <마지막 왕: 찰스 2세의 열정>의 인상적인 첫 장면은, 영국의 신예 조라이트에게 워킹 타이틀의 야심작 <오만과 편견>을 은막의 데뷔작으로 안겨주었다. 그 결과, 역대 가장 불경하고 감각적이고 또 적나라하게 로맨틱한 제인 오스틴 원작의 영화가 탄생한다. 감각적이고 뻔뻔스럽게 로맨틱한 제인 오스틴이라니 모순어법이 아니냐고? 그야 물론이다. 이 모순어법이 창출하는 긴장이 2005년의 새 영화 <오만과 편견>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물론 신랄한 오스틴을 ‘낭만적’인 서사로 살짝 덧칠하는 건 현대의 오스틴 영화들이 꾸준히 추구했던 바다. <BBC>의 전설적인 미니시리즈 <오만과 편견>에서 영화 <센스,
2005년 우리가 놓친 외화 10 [7] -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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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결산하며 최고의 영화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어느새 비평가들의 의무처럼 되어버린 현실에는 어쩐지 떨떠름한 구석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굳이 목록을 작성해야 한다면 약간은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미래의 작가’들을 점쳐보며 시간을 보내는 편이 좀더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한해 국내 각종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지만 (단지 데뷔작이고 그런 만큼 감독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관객의 외면을 받은 작품들 가운데서 유독 애착이 가는 것들을 다시 떠올려본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메르세데스 알바레즈의 <고향의 하늘>은 빅토르 에리세에게 영화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 즉 우리의 영화적 경험과 세계를 관련짓는 작업이 여기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찬사를 내뱉게 한 작품이다. 또한 이 영화는 레이몽 드파르동의 <농촌소묘> 연작과 함께 사라져가는 전원의 풍경을 진솔하게 담은 동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영화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전주국제영
2005년 우리가 놓친 외화 10 [6] - <버려진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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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내 나이 여덟살. 다섯시간이 내 인생에서 사라졌다. 다섯시간, 상실된, 흔적도 없이 지워져버린….” 사라져버린 기억을 복원하고픈 소년이 있다. 소나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코피를 흘리고 쓰러진 후 기억을 송두리째 도둑맞은 브라이언(브래디 코벳). 그는 어린 시절 집 위로 나는 이상한 물체를 보았던 기억과 꿈속에 계속 등장하는 또래 소년의 모습, 여전히 주먹에 끈적하게 남아 있는 이상한 느낌을 추적해나가며 점점 자신이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생체실험을 받았다고 의심하게 된다. 또한 스스로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고 주장하는 한 여자와 왕래하면서 그의 습관적인 코피가 생체실험의 상처를 감추기 위한 트릭이었음을, 다리의 상처가 추적장치를 이식한 자국이라는 확신을 얻는다. 그리고 급기야 그 꿈속의 소년을 찾아나선다.
“어떤 사람도 나를 그렇게 특별하게 만들지는 못했어.” 세월이 흘러도 생생한 기억 속에 휩싸여 사는 소년이 있다. 늘 밖으로만 나도는 엄마 대신 함께 놀아주고 안아주고
2005년 우리가 놓친 외화 10 [5] - <미스테리어스 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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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미국 서해안의 베니스 비치 근교에 ‘독타운’이란 빈민가가 있었다. 독타운의 아이들은 대체로 서핑에 미쳐 있지만, 언젠가부터 스케이트보드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거리를 달리는 것뿐이었지만, 새로운 소재로 만들어진 스케이트보드는 서핑에서 하는 대부분의 동작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었다. 거칠고 도전적인 독타운의 아이들은 스케이드보드의 혁명가가 되었다. 드디어 ‘Z-Boy’가 탄생한 것이다.
2001년 선댄스영화제에 <독타운과 Z보이스>란 다큐멘터리가 공개되어 감독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감독인 스테이시 퍼렐타는 실제 Z보이스의 일원이었다. 스테이시 퍼렐타는 <독타운과 Z보이스>의 이야기를 극영화로 만든 <로드 오브 독타운>의 시나리오를 썼고, 연출은 <13살의 반란>을 만든 캐서린 하드윅이 맡았다. 1955년생인 캐서린 하드윅은 이제 겨우 2편의 영화를 연출했지만, <툼스톤> <탱크
2005년 우리가 놓친 외화 10 [4] - <로드 오브 독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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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영화사의 유전자는 여전히 브리튼 섬사람들의 핏줄 속에 남아 있는 모양이다. 대니 보일의 <28일후…>(2002)와 닐 마셜의 <독 솔져>(2002), 런던 지하철을 무대로 한 크리스토퍼 스미스의 <크립>(2004)과 워킹 타이틀의 패러디 좀비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까지, 미국 호러영화계가 PG-13등급의 안온한 취향에 화답하며 오래된 걸작들의 리메이크에 전념하는 동안 영국인들은 창의적인 호러영화들을 생산해왔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05년 영국의 여름을 비명소리로 도배한 <디센트>는 중흥기를 맞이한 영국 호러영화계가 어떤 정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플롯은 군살없이 날씬하다. 존 부어맨의 불쾌한 호러영화 <서바이벌 게임>처럼 막을 올리는 <디센트>는 스코틀랜드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한 무리의 여자친구들을 비춘다. 그들은 행복하고, 대담하고, 모험을 즐기는 여자들이다. 그러나 돌
2005년 우리가 놓친 외화 10 [3] - <디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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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계 오스트리아 감독 위베르 소페(Hubert Sauper)가 연출한 <다윈의 악몽>은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3국이 공동제작한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2005년 3월2일 프랑스 개봉 이후 두달 만에 20만명 이상의 흥행성적을 기록한 이 영화는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언뜻 제목을 보면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성격의 영화라고 짐작하기 쉽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과학영화가 아니다. <다윈의 악몽>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정책이 아프리카 대륙을 어떻게 황폐화시켰는지, 아프리카 대륙의 일상화된 전쟁 원인이 무엇인지를 빅토리아 호수의 생태질서 파괴라는 메타포를 사용해 신랄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가 회자되면서 프랑스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을 비롯한 제3세계를 대상으로 자행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과 운동이 조성되고 있다.
풍부한 어종을 가지고 어업으로 소박하고 순수하게 살아가던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빅
2005년 우리가 놓친 외화 10 [2] - <다윈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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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과 베스트 목록 작성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낯선 영화들이 외신을 점령하고 있다. 이들 중 몇몇은 국내영화제를 통해 조용히 소개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직접 보기 힘든 영화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 <사이드웨이>가 그랬듯 느닷없는 희소식이 들려올 수도 있고,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처럼 제작된 지 몇년이 지나고 나서 갑자기 개봉하는 영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니 <씨네21> 통신원들과 필자들이 선정한 이 영화들은 유효기간 없는 장바구니와도 같을지 모르겠다. 기억하고 있다가, 기회가 오면, 챙겨볼 수 있도록. 이중에는 <그리즐리 맨>의 베르너 헤어초크와 같은 거장도 있지만, 이름도 발음하기 어려운 스리랑카 감독 비묵티 자야순다라 같은 낯선 이도 섞여 있고, 예술보다는 대중문화의 전통을 흡수한 <로드 오브 독타운> <디센트> 같은 영화들도 있다. 세계 각국에서 끌어모은 제
2005년 우리가 놓친 외화 10 [1] - <그리즐리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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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지만 따뜻한 진실의 눈
“싫다는 감정에는 삶을 달리게 하는 에너지가 있다.” 너무 다른 두 직장동료가 주춤거리며 서로에게 기대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잘돼가? 무엇이든>의 연출의도로 감독이 밝힌 문구다. 이것은 심드렁한 반어법일까 혹은 적대적인 강조법일까. 짐짓 차갑고 확신에 찬 태도로 주변 사람들을 적대시하는 지영과 순진무구한 얼굴로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고도 모르는 척 상처를 주는 희진은 정말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이경미 감독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싫어하는 것 역시 대단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고, 그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삶에 대한 애착도, 잘살고 싶은 의지도 강할 거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그의 연출의도는 수사가 아닌, 진심이다. 그는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하고 부족한 인물을 있는 그대로 찬찬히 이해하고 연민하며, 무관심보다는 부딪침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맞다고 믿는다. 할머니의 임종까지 연기의 재료로 삼는 배우지망생을 주
발견! 여성감독 기대주들 [4] - 이경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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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확실하고, 부드럽지만 강한 시선
당연한 말이지만 중요한 것은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그 무엇이다. 그것은 순간에 담긴 안타까운 과거일 수도 있고, 자꾸만 움직이고 흘러가지만 분명히 실재하는 감정 혹은 관계일 수도 있다. 송혜진 감독은 그것이 전달되는 가장 올바른 길이 가장 현란한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고 믿는다. 흑백의 스틸사진으로만 만들어진 그의 단편 <원피스>는 감독 자신이 버스 안에서 눈길을 줬던, 가판을 지키는 여인을 기어이 카메라 앞에 불러 세워, 본인도 인식하지 못했을 과거와 욕망을 재현한 영화다. 2002년 국내외의 국제영화제에서 거듭 상영됐던 <안다고 말하지 마라>는 절대로 소통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사촌동생 장철과 그 누나 장주가 결국은 서로에게 희미하지만 굳건한 흔적을 남기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장담하건대 두 영화 모두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감독 스스로 혹은 주변인들이 쉽게 확신할 만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을 것이
발견! 여성감독 기대주들 [3] - 송혜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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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함에서 절대성을 발견한다
살다보면 거창한 모험이라도 한 듯 감정의 진폭이 커지는 어느 날이 생기곤 한다. 그저 포기하거나 놓아버릴 수도 있던 무언가에 매달리고 집착하여, 찢어진 마음이 바닥을 헤매다가, 바람처럼 가볍게 날아오르기도 하는. 박은영 감독이 영상원 졸업작품으로 만든 <Rendez-vous>는 돌이켜보면 아무렇지 않겠지만 그 순간만은 절대적이었을 시간을 발견하고 느끼는 영화다. 초여름 햇살에 달아오르고만 젊은 여인. 새로 산 원피스를 비닐봉지에 넣어 흔들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햇살을 타고 치마폭 밑으로 살그머니 새어들어간 열정이 눈물로 폭발하기까지 그녀의 리듬에 맞추어 함께 떠다닐 수밖에 없다. 마치 그 거리를 함께 걷고 있는 듯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정이 회오리를 일으키는 절묘한 순간을 잡아낸 <Rendez-vous>는 어디든 나가고 싶어하는 이십대 초·중반의 여자, 은주의 반나절을 담은 영화다. 그녀는 친구를 따라
발견! 여성감독 기대주들 [2] - 박은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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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씨네21>은 네명의 신인감독과 네명의 평론가의 대담을 진행했다. 내일의 영화와 미래의 감독을 발굴하는 기쁨이 유난히 컸던 자리였고, 올해도 역시 평론가들에게 주목하고 있는 신인감독을 추천해달라 부탁했다. 그런데 그 명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감독들이 여성감독이었다. 새해 벽두부터 앞으로가 기대되는 네명의 여성감독을 만나게 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단지 국가고시 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여학생들의 학력이 신장되며 여성들의 사회참여 비중이 높아졌다는 등의 재미없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게다가 이들을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은 성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비교적 늦게, 우연한 기회에 영화를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강단있는 발걸음을 내디뎌왔다. 영화를 보는 것에 매혹된 영화광 시절을 겪지 않은 이들은 모두 30대 초반, 인생을 돌아간다는 것과 무언가 진심을 다할 만한 것을 발견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다. 김선민 감독의 &
발견! 여성감독 기대주들 [1] - 김선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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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감정에 매료됐고, 그 감정 때문에 힘들었다”
<히든>의 여주인공 줄리엣 비노쉬
세 번째 만남.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히든>에서는 오랜만에 줄리엣 비노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중산층 부부가 자기 집 앞이 찍혀 있는 이상한 비디오테이프를 전달받는다. 그 일이 계속되자 부부는 공포에 빠지고,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일종의 윤리적 혼란에까지 이른다. <히든>은 과격한 게임의 방식으로 윤리를 묻는 영화인데, 줄리엣 비노쉬는 여기에서 공포와 피곤에 찌든 중산층 주부 역할을 훌륭히 연기했다.
줄리엣 비노쉬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 흔히 스크린에서 보던 참하고 귀여운 여인은 더이상 아니다. 차라리, 그녀는 쓰레기라도 버리려고 집 밖에 나온 평범한 차림의 프랑스 주부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성격은 불같아 보이고, 말에는 힘이 있다. <히든>에서는 겁에 질리고 창백한 연기를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비노쉬는
파리에서 만난 프랑스 영화인 [3] - 배우 줄리엣 비노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