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시집장가 가지 않는 다음에야, 명절이 없다면 친척이 한자리에 모일 일도 별 없는 세상이다. 명절은 그래서 흥겹고 그래서 두렵다. 재수생과 백수, 노처녀·노총각들에게 쏟아지는 몰매너한 질문들. 주부들에게 지워지는 고강도의 노동. 친척들 사이에 팽팽히 당겨진 역학관계의 끈. 인내심을 증진시키는 교통체증과 명절이 오히려 서러운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 설 특집 뉴스데스크의 형식을 빌려 멋대로 꾸며보았다. 혹시 또 아나? 이 기사가 배려하고 조심하는 설, 뻔뻔해지고 당당해지는 설에 조금이라도 기여할지.
설 맞은 이태백의 애환
빰빰빠암~ 빠밧밧빰~ 빠바바 바바바밤~ 빰빰빰빰~ 빰빠~ 빠암~~!
앵커1: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설 특집, MEC 뉴스, 난다김입니다.
첫 번째 소식입니다. 서울 가리봉동에 사는 강모씨가, 설은 다가오고 취직은 하지 못한 자신의 상황을 비관한 끝에, 지난밤 자신의 옥탑방에서 라면 두개와 소주 다섯병을 먹고 그만, … 얼굴이 팅팅 부었다고 합니다.
앵
[설 특집] MEC 뉴스데스크 - 명절의 애환
-
테크놀로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제기
<하이테크네-포스트휴먼 시대의 예술/디자인/테크놀로지> R. L. 러츠키 지음/ 김상민·윤원화 외 옮김/ 시공사 펴냄
<하이테크네-포스트휴먼 시대의 예술/디자인/테크놀로지>는 모더니티의 시작부터 현대의 테크노-문화에 이르는 테크놀로지, 예술, 문화의 관계 변환을 고찰함으로써 ‘테크놀로지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책이다. <이론을 위한 전략-마르크스에서 마돈나까지>를 공동 편집했던 R. L. 러츠키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프리츠 랑의 영화와 옥타비아 버틀러의 과학소설, 토머스 에디슨의 발명품과 일본 아니메, 구성주의와 사이버스페이스를 전방위적으로 아우르며 새로운 하이테크네의 지형도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테크놀로지라는 단어 자체가 넘쳐나는 지금. 우리는 어쩌면 테크놀로지라는 단어 자체를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어린 시절에 상상했던 서기 2000년대는 지금의 2000년대와
현장영화인 20인의 추천도서 [5]
-
우주와의 조우
<유년기의 끝> 아서 C. 클라크 저/ 정영목 역/ 시공사 펴냄
아서 C. 클라크가 쓴 몇편의 SF소설들은 수많은 할리우드 SF영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작가가 상상하는 공간과 미래의 모습은 때로는 피폐하고, 때로는 너무도 따뜻하고 자연적이기까지 하다. 그중에서도 <유년기의 끝>은 SF소설의 고전으로 통한다.
이 책은 2050년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을 위해 서로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미 2000년을 훌쩍 넘겨버렸지만, 소설을 처음 읽었던 10여년 전만 해도 2050년은 나에게 아득한 미래로만 느껴졌다. 그러나 소설 시작 부분에 작가가 묘사한 2050년의 모습에는 미-소간의 갈등과 전쟁 등 현실 세계를 염두에 둔 암시들이 진하게 배어 있다. 역사는 인간들의 실수와 오만에 의해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때, 지구를 덮는 수많은 우주선이 도착한다(이 대목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 나는 완전
현장영화인 20인의 추천도서 [4]
-
창조적 조명이란 무엇인가
<영화조명기술> 제럴드 밀러슨 저/ 집문당 펴냄
영화조명은 다른 기술 파트에 비해 작업에 대한 일반화된 방법이나 절차를 쉽게 포착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개별 영화마다 백지상태로 시작하여 새로운 방식의 조명을 구상하는 경우가 많다. 똑같은 장면을 구성해도 누가 어떻게 조명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수많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제럴드 밀러슨의 <영화조명기술>은 20년 전부터 곁에 두고 보는 책이다. 반복해서 읽을수록 새롭고 통독해서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니라서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참고한다. 한두장씩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대부분 조명 관련 서적들이 장비의 기계적 특성이나 제원을 나열하거나 각종 데이터를 표로 소개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영화조명기술>은 비교적 깊이있는 조명방법론을 다룬다. 오래된 책이기에 구식장비들이 소개된 부분은 다
현장영화인 20인의 추천도서 [3]
-
-
영화 소재의 보물 창고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 데이비드 사우스웰 저/ 이종인 역/ 이마고 펴냄
혹시 <9시 뉴스> 도중 갑자기 나타나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라고 외친 남자가, 정부나 모 비밀단체에 의해 귀 속에 도청장치가 심어진 채 철저한 감시 속에서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지. 또 혹시 몸에 해롭지 않거나 혹은 보약이 될 수도 있는 담배가 이미 발명된 지 오래지만, 각종 금연 보조제 생산업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실용화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지.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말도 안 돼!’ 하고 치부해버릴 만한 이런 황당한 상상을 단 한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다면, 이 책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을 권한다.
케네디 암살 사건이건, 프리메이슨의 실체건, 로스웰 외계인 해부실험이건, 음모론이라는 것이 주로 권력과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저항에서 태어나는 경우
현장영화인 20인의 추천도서 [2]
-
1953년생 백전노장 임재영 조명기사부터 스물다섯살 터울의 1978년생 강동균 현장편집기사까지 현장영화인 스무명이 마음에 품었던 책을 꺼냈다. 경험과 연령차는 있지만 이들은 공히 장편영화 3편 이상을 작업한 각자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노련한 기사급 스탭이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작업하고 있거나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는 그들에게 책을 추천받고 자필 원고를 청탁했다. 그 결과 영화작업에 실용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전문도서에서 예술적 영감을 주는 화집이나 산문집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맞은 다양한 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현장영화인 20인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직접 써내려간 추천사와 함께 그들이 오랫동안 탐독했던 책 스무권의 첫 페이지를 이제 넘겨본다.
오감으로 그려낸 인간의 얼굴
<존 버거의 글로 쓰는 사진> 존 버거 지음/ 김우룡 옮김/ 열화당 펴냄
수전 손탁은 이렇게 존 버거를 치켜세웠다. “내가 보기에 오늘날의 작가들 중에서 존 버거에 견줄 만한 작가는 없다. 로렌스
현장영화인 20인의 추천도서 [1]
-
3. 지강혁과 교도소 부소장의 대립 - 영화를 위해 창조한 허구의 ‘공권력’
“니가 아무리 날뛰어도 내 손바닥 안이야! 너희는 나라가 인정한 쓰레기들이구, 난 대한민국 국가 공무원이거든. 공권력은 언제나 신성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거란 말야, 새끼야!(김안석의 대사)”
지강혁(이성재)은 빈 차나 털어 겨우 먹고 사는 잡범이다. 그가 사는 곳은 판자촌이다. 그런데 올림픽이 열리면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마을은 강제 철거되기 직전이다. 용역 깡패와 주민들의 대치 중에 강혁을 따르는 마을 동생이 깡패 우두머리 김안석(최민수)의 총에 죽자, 강혁은 김안석에게 덤벼들다 도리어 교도소에 가는 신세가 된다. 게다가 강혁이 갇혀 있는 교도소에 어느 날 부소장이 부임하는데 그가 바로 김안석이다. 안석을 죽이려는 강혁의 계획은 번번이 실패하고, 안석은 더욱더 강혁을 괴롭힌다. 결국 강혁은 같은 감방 동료들과 탈주 계획을 세워 이감 도중 실행하지만, 마침내 탈주의 끝에서 경찰과 대치하게 되고, “죄
<홀리데이>는 어떤 영화 [2]
-
18년 전 서울 한쪽에서 벌어졌던 한 사건이 세월의 무게를 떨치고 영화로 만들어졌다. 탈주와 인질극 끝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남기고 죽은 지강헌 일파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 <홀리데이>다. 그동안 이 소재를 둘러싸고 몇몇 영화사가 동시 다발적으로 준비를 했던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월을 건너온 실화는 과연 어떻게 영화가 되었을까?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가서 알아보는 사건의 경위와 당시 언론의 반응, 영화 제작 기간 중에 드러난 새로운 사실들, 그리고 실제와 허구가 뒤섞여 탄생한 영화의 전모에 대해서 살펴본다.
1. 비지스의 노래, 스콜피온스로 바뀌다 - 실화 지강헌 사건
“탈주범 가정집서 인질 대치극 2명 자살 1명 사살 1명 검거”(동아일보 10월17일자 1면)
“탈주극 끝내 유혈로 마감”(경향신문 10월17일자 1면)
“탈주 사건 관계 장관 인책 불가피”(한국일보 10월18일자 1면)
1988년 10월16일 오후 서울 북가좌동에서 벌어진
<홀리데이>는 어떤 영화 [1]
-
‘핫 영화 소식’은 새로운 관객을 만들고 소통하는 공간
김지석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천편일률적인 영화문화를 바꾸는 데 일조했으나, 그 달라진 환경 때문에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설명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타이영화를 수입하겠다고 나선 곳은 없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데뷔작부터 애정을 쏟아온 펜엑 라타나루앙의 신작 <보이지 않는 물결>만 하더라도 국내 투자·배급사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3월에 개봉하겠다고 하더라.” 좀처럼 볼 수 없는 아시아영화들이 수입돼서 공개되는 것이야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젠 “부산이 아니면 볼 수 없다”는 희소가치를 내세우는 것으로는 도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것이 말처럼 쉽진 않다. “여전히 한국의 영화문화는 일본, 중국, 이란, 여기에 기껏해야 타이 정도에 관심이 맞춰져 있다. 2년 동안 인도네시아와 중앙아시아의 뛰어난 작품들을 소개했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아시아영화를 연구하고자 하는 후배들조차 이들
아시아영화 전문가, 김지석 [2]
-
퀴즈 하나. 아시아영화에 관한 최근 소식을 확인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씨네21> 홈페이지에 접속하라, 고 말하고 싶지만 정답이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알아보라는 조언은 꽤 그럴듯한데 특효를 발휘하진 못한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답을 일러준다는 한 포털 사이트의 지식 검색, 무용지물이다. 알 만한 사람 다 알지만, 지름길은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다. 뉴스를 놓치는 경우, 기자들은 ‘물먹었다’고 한다. 솔직히 아시아영화에 관한 뉴스 전달에 있어 <씨네21>은 여러 번 물먹었다.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에 개설되어 있는 ‘핫 영화 소식’ 때문이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나 그렇다고 분노할 필요까진 없다. ‘핫 영화 소식’에는 현지언론보다 발빠른 짭짤한 정보들이 매일 오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만 뉴웨이브의 산실이었던 중앙전영이 재정난으로 언론그룹인 중국 시보그룹에 매각됐다는 소식이 대표적이다. 아시아 영화계 현황에 관한 기사를 인터넷에서 한번 찾아보라. ‘
아시아영화 전문가, 김지석 [1]
-
이렇게 빠른 사극도 있다니
“시대극이라 하면 이런저런 것을 떠올리게 되는데, <왕의 남자>의 소재는 기존의 시대극의 틀을 깬다. 공길이 대표하는 코드도 그렇고, 왕이라는 캐릭터도 그렇고 굉장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과거를 다루되 젊은이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김미희 싸이더스FNH 공동대표)
충무로 대다수 관계자가 <왕의 남자>의 최종 스코어를 300만 정도로 예측했던 이유 중 하나는 사극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90년대 이후 과거 충무로와 단절을 선언하며 등장한 새로운 프로듀서와 감독들은 사극을 회피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나 <혈의 누> 같은 성공작도 있었지만, ‘관객은 사극이 진부하다고 생각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TV에서는 <다모> <대장금> <해신> <불멸의 이순신> 같은 드라마가 사극에 대한 통념을 혁파해왔고, <왕의 남자&
<왕의 남자> 성공요인 [2]
-
‘대박영화’의 성공요인을 분석하는 것은 언제나 결과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따르다 보면 아주 사소한 일도 ‘하늘의 뜻’을 이룩하기 위한 정해진 수순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게 마련이다. 개봉 20일째인 1월17일 전국 관객 500만명(이하 배급사 집계)을 돌파한 <왕의 남자>의 흥행 원인을 따져묻는 온갖 매스컴의 기사 또한 이런 ‘결과론의 오류’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어지는 글 또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위험을 무릅쓰면서 이 영화의 성공 이면을 들춰보려는 것은 남의 잔칫상에 수저를 올려놓거나 누군가를 영웅신화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그건 이 영화의 성공이 이전의 어떤 흥행영화와도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왕의 남자>가 써나가고 있는 흥행 신화의 뒤편으로 조심스레 들어가보자.
<왕의 남자>가 보여주는 흥행의 가속도는 아찔할 정도다. 개봉 20일 만에 전국 500만명을 극장
<왕의 남자> 성공요인 [1]
-
실물로 접한 에릭 바나는 스크린에서보다 훨씬 상냥하고 밝아 보였다. <헐크> <트로이>에 이어 <뮌헨>에서도 고뇌에 가득 찬 인물을 연기했던 그는 뜻밖에도 환한 웃음을 머금은 채 멀리서 온 기자들에게 먼저 친절한 인사를 건넸다. <뮌헨>에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암살단의 우두머리 아브너로 출연한 에릭 바나와의 인터뷰를 정리한다.
-유대인이 아니면서 유대인 캐릭터에 공감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특별히 어렵지는 않았다. 신경쓰였던 것은 내가 평소에 알지 못하던 세계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중동의 역사와 문화, 정치, 팔레스타인 현실 등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는데, 내가 맡은 역할을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중요한 일이었다.
-아브너라는 캐릭터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브너는 무엇보다 변화하는 캐릭터다. 처음에는 순진한 민족주의자에서 의심과 불안, 편집증이 깊어지고 자신이 하는 일의 진정
<뮌헨> LA 시사기 [3] - 에릭 바나 인터뷰
-
비판은 사랑의 한 종류다
만약 이 영화의 감독이 스필버그가 아니었다면, <쉰들러 리스트>를 통해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보여줬던 그가 아니었다면, <뮌헨>은 화제의 중심에 놓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주제를 건드릴 때부터 친구를 잃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도대체 왜 이 영화를 만든 걸까. 스필버그가 <E.T.> 때부터 함께 작업해온 프로듀서 캐슬린 케네디로부터 이 영화의 연출을 제안받은 것은 1998년이었다. 케네디는 유니버설의 프로듀서 배리 멘델로부터 “스필버그에게 캐나다 저널리스트 조지 요나스가 쓴 <복수>의 영화화를 제안해주지 않겠냐”는 부탁을 받았던 것. 스필버그의 첫 반응은 회피였다. 이 이야기는 그에겐 너무 민감한 정치적 사안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케네디의 거듭된 설득에 프로젝트의 제작을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2001년 9·11사태가 일어나자 “국가적 재앙을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을 것”을 우려한 스필버그는 이 프로젝트를 포
<뮌헨> LA 시사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