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은 “개와 아이들, 보트와 관련한 영화는 절대 만들지 말라”고 했다. 그만큼 동물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찍기란 매혹적인 만큼,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동물 배우들은 더디게 반응할지언정, 반드시 날것 그대로의 연기로 보답해준다. 인간이 하면 가식적일 법한 연기도, 동물이 하면 엄청난 페이소스를 발휘했음을 몇몇 수작들이 증명해주지 않았던가. 다음은 동물 배우들과 인간이 훌륭한 파트너십을 맺은 사례 10가지다. 그 시작은 국내 최초로 말을 주연으로 한 <각설탕>이다!
1. <각설탕>의 말
“최대한 안전하고 편안하게, 말은 예민하니까요”
“최대한 주변환경에 적응시킬 것!” <각설탕>의 예민하고 겁 많은 주연배우를 위해 조련사들에게 떨어진 특명이다. 주인공은 바로 시은 역의 임수정과 투 톱으로 캐스팅된 말, 천둥이다. 사실 천둥이 역에는 5필의 말이 동원됐는데, 그 중 임수정과 감정연기를 주로 했던 말은 이제
동물 배우들의 촬영 뒷이야기 10 [1]
-
8월10일 쾌락의 명문 무쓸모 고등학교가 개교한다. 입학 신청이 쇄도하는 가운데 제한적이나마 무쓸모 고등학교의 이모저모를 담은 모집요강을 <ME> 독자에게만 독점 유출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학교가 정식 개교하기 전이어서 시나리오와 원작자 B급 달궁의 만화 등을 긴급 수배해 졸속 모집요강을 만들었으니 막상 학교 들어가서 커리큘럼이 달라졌다는 둥 이럴 줄 몰랐다는 둥 헛소리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모집요강은 거친 심장 박동과 거센 호르몬 분비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성경 옆이나 불경 아래에 놓고 읽는 게 좋다. 혹시라도 있을 부모님의 급습에 대비하기를 권한다. 경건한 종교음악을 들으면서, 혹시라도 있을 심장마비와 동공 확대, 엔도르핀 과다 분비 등의 불상사에 대비하며 읽는 것도 방법이다. 아 그리고, 엄중 경고한다. 19세 이하 독자는 여기까지만 읽을 수 있다. 좀더 커서 오삼~
무쓸모 고등학교 모집요강
(www.무쓸모.com/null/조삼모사/헛소리/즐)
*모집요
쾌락의 명문, 무쓸모 고등학교 신입생 모집!!
-
<우아한 세계>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제작 루씨필름 배급 롯데시네마 개봉예정 12월 중
what’s hot: 조폭이 주인공이지만 비열한 거리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다. 조폭 중간보스도 집안에선 아내와 딸의 사랑을 갈구하는 평범한 가장일 뿐이다.
about what: 사랑스러운 아내와 귀여운 여고생 딸을 둔 한 집안의 어엿한 가장 인구(송강호). 때로는 딸의 담임 선생의 부름을 받고 상담도 하러 가야 하는 나름의 자상한 부모 혹은 아내에게는 약한 남편, 딸에게는 자상한 아빠. 청과물 도매업이라는 그럴듯한 직업을 갖고 있는 사장님인 듯도 싶은. 하지만 알고 보면 남을 윽박지르고 강탈하는 깡패, 들개파 중간보스. 차라리 이 두 세계가 서로 섞이지 않고 평행하게 흘러가면 아무 일이 없겠지만, 커가는 딸은 점점 더 아빠를 혐오하기 시작하고, 인구의 일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딸 희순의 방에서 일기장을 훔쳐보게 된 인구는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글을
가을·겨울 개봉영화 올 가이드 [5] - 12월
-
<마리 앙투아네트>
Marie-Antoinette 감독 소피아 코폴라 출연 커스틴 던스트, 아시아 아르젠토 수입·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코리아 개봉예정 11월30일
what’s hot: 이보다 더 호화로울 수 없는 혁명 발발 직전의 프랑스 베르샤유 궁의 호화로움이 소피아 코폴라의 시선에 어떻게 포착될까.
about what: 국고는 바닥을 치고, 바다 건너에서 일어난 전쟁에 참가해 민심은 흉흉해진 시대. 프랑스 혁명 직전의 베르사유 궁은 ‘민심’이라는 게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거대한 온실이다. 그 온실에는 어린 나이에 시집와 아름다운 물건을 탐닉하는 것밖에 할 줄 몰랐던 왕비와 무능한 왕이 살고 있었다. 사치의 대명사 격이 된 마리 앙투아네트의 궁중생활을 그린 <마리 앙투아네트>는 철없는 왕비를 변명하려 하지 않고, 그녀가 당연히 그랬을 모습, 주어지는 것을 즐기는 일 외에 할 줄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던 왕가의 꽃으로의 삶을 그려냈다. 안토니아
가을·겨울 개봉영화 올 가이드 [4] - 11월
-
-
<가을로>
감독 김대승 출연 유지태, 김지수, 엄지원 제작 영화세상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10월19일
what’s hot: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대승 감독이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로 돌아온다. 김대승 감독이 임권택 감독 연출부 시절부터 전수받은 한국의 절경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about what: 현우(유지태)는 사법고시를 통과한 뒤 바쁜 나날을 보내며 오랜 연인이었던 민주(김지수)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약속 장소였던 백화점에 늦게 도착한 현우는, 민주가 있는 백화점이 눈앞에서 무너져내리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렇게 1995년 6월29일, 그의 사랑이 멈추었다. 그리고 10년. 검사로 일하는 현우는 자의 반 타의 반 휴가를 받게 된다. 그때 민주의 아버지가 그에게 노트를 한권 건넨다. 그 노트에는 10년 전 민주가 현우와의 신혼여행을 위해 준비한 여행 코스가 정성스레 적혀 있다. 현우는 민주가 밟은 길을 따라 여행을 떠나는데, 가는
가을·겨울 개봉영화 올 가이드 [3] - 10월
-
<거룩한 계보>
감독 장진 출연 정재영, 정준호 제작 K&J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9월21일
what’s hot: 장진이 조폭영화를 만든다. 그럼 그 조폭은 옆집 사는 총각처럼 귀엽거나 수다스러워지는 걸까? “조폭을 다루지만 결국 내 다른 영화들처럼 사람 이야기”라고 감독은 자신있게 말했다.
about what: 조직의 뚝심있는 행동대장 치성(정재영)은 조직의 명령을 받으면 무슨 일이든 해낸다. 그는 조직의 충직한 심복이다. 마약 제조업자와 관련되어 일을 벌인 치성은 조직의 명령을 받고 감옥에 들어간다. 그걸 지켜보는 오랜 친구 주중(정준호)은 마음속 깊이 슬퍼한다. 감옥에 들어간 치성은 그곳에서 오래전에 죽은 걸로만 알고 있었던 또 한명의 죽마고우 순탄을 만난다. 치성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기뻐한다. 하지만 바깥의 상황은 치성을 복수의 화신으로 몰아간다. 치성에게 당한 적이 있던 상대파가 치성의 부모에게 칼을 들이대지만, 치성의 조직은 이권을
가을·겨울 개봉영화 올 가이드 [2] - 9월
-
유사 이래 이렇게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위한 각축전을 벌인 일이 있었던가. 9월부터 12월까지 개봉을 앞둔 영화들은 무려 105편에 이른다. 영화를 완성해놓고도, 수입해놓고도 개봉을 언제 해야 할지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개봉일이 하루에 몇번씩 바뀌는 것은 물론, 개봉월을 확정짓지 못한 영화들도 많다. 한국영화 제작 편수의 폭발적 증가로 올 하반기 영화 개봉작 105편 중 한국영화가 무려 48편에 달한다. 이번 기사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8월24일부터 31일까지 개봉하는 영화들만 해도 <해변의 여인> <천하장사 마돈나> <무서운 영화3> 등 15편에 이른다. 추석을 앞둔 21일과 28일에는 <거룩한 계보> <타짜> 같은 영화들이 개봉일을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 <잘 살아보세> 같은 명절에 인기있는 코미디영화들 역시 개봉할 틈을 노리며 개봉일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클린트 이
가을·겨울 개봉영화 올 가이드 [1]
-
테마3: 감독님들, 이렇게 해보면 어때요~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되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스트레스.” -백윤석
“연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신은 물론이고 스탭들이 충분히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 -엄혜정
“촬영감독이 잡은 앵글이 맘에 안 들면 무엇이 싫고 이유가 뭐지 프레이밍의 목적을 정해주는 것이 중요.” -김병정
<가희와 BH>의 촬영 당시. 낮을 배경으로 한 실내 장면을 찍다보니 밖이 어두워졌다. 아무리 창밖 조명을 바꾸어도 밤을 낮처럼 훤히 밝힐 수도 없는데, 감독은 그냥 촬영을 강행하는 상황. 눈에 보이는 화면을 중시하는 촬영감독과 배우의 연기를 우선시하는 감독의 갈등은 현장에서 흔히 벌어진다. 뒤늦게 당시의 촬영 분량을 확인한 백윤석씨는 “실제로 보니 그렇게 어색하지도 않고 이상한 그 느낌이 오히려 괜찮아 보여” 재촬영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당시 얼굴을 붉히며 연출에게 스트레스를 표출했던 것이 미안했다고.
다재다능 촬영감독 3인이 말하는 촬영의 매력 [2]
-
낯선 얼굴, 낯선 이름에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다. 아마도 자신이 찍은 영화의 제목과 감독이 알려지고, 손수 만들어낸 화면에 관객이 열광한다면 그것으로 족할 만한 이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카메라 ‘뒤에’ 서는 사람들이다. 충무로에서 촬영감독 데뷔를 꿈구는 이들은 미처 데뷔작을 만들기도 전에, 단편영화 팬들 사이에서 약간의 이름을 알렸다. <즐거운 우리집>과 <나의 지구를 지켜줘>와 <내츄럴 보이즈>라는 연출작과 <핑거프린트>와 <인플루엔자>와 <가희와 BH>라는 촬영작 덕분이다. 영상원과 같은 영화학교에서 촬영 전공자가 연출작을 만드는 것이 그리 놀랍고 희귀한 일은 아니지만, 이들의 연출작은 웬만한 감독지망생의 그것보다 흥미롭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들의 카메라가 온전히 연출의 마음을 담기 위해 남다르게 노력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연출의 마음을 담는 카메라.
엄혜정, 김병정,
다재다능 촬영감독 3인이 말하는 촬영의 매력 [1]
-
아침드라마의 진부함에 도전하다
섹스할 장소가 없어 이곳저곳을 헤매는 청춘 남녀의 이야기 <생산적 활동>은 일상에 대한 유쾌한 도발 같았다. 여관에 들어갈 돈도 없이 동네 골목과 화장실을 오가는 발걸음. 그 진지함의 아이러니가 섹스라는 행위의 전복성을 부각시켰다. 일상에서 발견한 위트, 일상을 배반하는 유머. 오점균 감독의 단편 <생산적 활동>은 2003년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비롯, 각종 영화제에 진출하며 화제를 모은 히트작이다. 가난과 욕망이라는 물질적 조건의 차이를 인간의 성적 욕구로 치환한 작품. 영화를 본 관객은 가볍지 않은 주제를 발랄한 문체로 끌고 가는 감독의 재치에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오점균 감독은 동명의 장편영화를 선보였다. 기혼 여성이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난다는 내용. 주인공들은 나이를 먹었지만, 섹스는 역시 정면에 등장한다. 단편영화의 장편 버전? 주인공들의 10년 뒤 모습? 오점균 감독은 아니라고 답한
미지의 독립장편영화 세편 [3] - <생산적 활동>
-
B급 감수성으로 무장하라
하는 일 없이 하루하루를 소일하는 백수 건태(강현중)는 어느 날 동네 건달 힘줄 삼형제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마침 힘줄 삼형제에게 원한을 갖고 있던 사이보그 창녀 향수(예수안)는 건태를 이용해 그들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우고, 건태를 부추겨 수상한 과학자 닥터 헬(이상훈)에게로 데려간다. 손가락이 망가져 총을 쏠 수도, 칼을 휘두를 수도 없는 그에게 닥터 헬이 제안한 새로운 무기는 다름 아닌 성기총. 사정을 하면 정액 대신 총알이 발사되는 성기총을 장착한 건태는 복수에 성공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하고 싶게’ 만드는 무기의 성능(?) 탓에 의도치 않은 살인을 저지르면서 점차 나락으로 빠져든다.
줄거리만 들어도 엉뚱하기 그지없는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는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로 잘 알려진 남기웅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사이보그로 개조된 인간, 성기에 장착된 총
미지의 독립장편영화 세편 [2] -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
-
2005년 말 기준 전국 스크린 수는 1648개. 산책을 가듯 영화를 보러가는 시대다. 하지만 독립영화는 어떨까. 독립영화를 보기 위해서 관객은 1년에 몇번 찾아오는 영화제의 프로그램을 뒤적여야 하고, 반대로 독립영화는 관객을 찾아가기 위한 기회를 잡기 위해 기를 써야 한다. 땀 흘려 제작한 작품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독립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절실하고, 그러기 위해선 작품의 존재를 관객에게 알리는 일 역시 시급하다. 얼마 전 로카르노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노경태 감독의 <마지막 밥상>,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로 주목받았던 남기웅 감독의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 그리고 동명의 단편으로 인기를 끌었던 오점균 감독의 <생산적 활동>. 아직 극장을 통해 관객을 만나지 않은 세편의 독립 장편영화를 소개한다. 주류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상상력과 화법이 빛나는 이 작품
미지의 독립장편영화 세편 [1] - <마지막 밥상>
-
연일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괴물>은 잘 알려졌다시피 봉준호 감독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간직하던 꿈의 결정체다. <괴물>에 또 다른 사람의 꿈이 서려 있다면 그 주인공은 이 영화의 제작사인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다. 오로지 <괴물>의 완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그동안 단단한 기반을 다졌던 배급업까지 포기했을 정도로 그는 이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었다. 그런 그의 베팅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폭발적인 흥행 성과는 그 성공에 대한 증명 중 일부일 뿐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완성도 있는 영화를 제작했다는 칭찬이나 그의 뚝심에 대한 재평가도 그에게는 성공이라면 성공일 터. 하지만 무엇보다 최용배 대표 개인에게 <괴물>은 가깝게는 10여년 전, 멀게는 20여년 전, 막연하게 세워놓았던 ‘한국영화로 할리우드영화를 대체한다’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케 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연출, 투자, 배급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결국 제작자의 세계로 들어와 오래된 꿈
배급업 포기하며 <괴물> 제작에 매달린 청어람 대표 최용배
-
<각설탕>의 각설탕은 주인공 말 천둥이가 먹는 간식이다. 사람과 말이 나누는 따뜻한 정이 영화 제목인 것이다. ‘말에게 속삭임’(Horse Whispering)이란 말이 따로 있을 정도로 말은 인간과 친밀한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섬세한 동물이다. <각설탕>은 <호스 위스퍼러>가 그리는 말과 인간의 교감, 그리고 <씨비스킷>에서 보여준 말과 인간이 함께 장애를 딛고 일어서는 감동을 함께 주는 영화다.
시은(임수정)은 제주도 푸른 목장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시은에게 말보다 더 친한 친구는 없다.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말 천둥이에 대한 시은의 사랑은 너무나 애틋하다. 시은 역시 엄마 없이 자란 터라, 천둥이는 친구 이상의 가족 같은 각별한 존재로 다가온다. 달리는 일이라면 아무한테도 지고 싶지 않은 시은은 최고의 기수가 되고 싶은 꿈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천둥이가 다른 곳으로 팔려가면서 둘의 운명은 끝이 난다.
낙마 사
소녀 기수와 경주마, 꿈은 이루어진다, <각설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