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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게, 차갑도록 명징하게, 그녀를 이해한다
사랑은 종종 오독(誤讀)에서 비롯된다. 희고 어린 진돗개의 이름은 ‘돌이’다. 강아지의 목줄을 틀어쥔 채 나긋나긋한 발걸음으로 바닷가를 산책하던 주인은, 국도변에 돌연 녀석을 버리고 사라진다. 녀석을 거둔 새 주인은 ‘바다’라는 새 이름을 붙인다. ‘돌이’를 기억하던 누군가가 ‘바다’와 재회했을 때, 그 희고 어린 강아지는 ‘돌이’인가, ‘바다’인가. 그러나 해변의 그 여인, 문숙은 반가이 외친다. “똘이야!”
‘ㄷ’과 ‘ㄸ’ 사이, 그 사소하고 위대한 착각이 아니라면 유사 이래 어떤 사랑도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2006년 8월. 홍상수의 일곱 번째 영화 <해변의 여인>을 보았다. 그의 첫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조우한 지 십년 만이다. 십년 동안 나는 레티놀이 듬뿍 함유된 아이크림을 눈 밑에 바르기 시작했고, 내 이름으로 된 적금통장과 투자신탁거래통장을 가지게 되었다. 싫은 사람 앞에서도 방긋
홍상수의 <해변의 여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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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홍상수의 고백적 자아들
영화감독이다. 시나리오가 안 풀린단다. 그래서 후배와 함께 지방으로 떠난다. 제작자에게 진행비도 받았겠다, 다리 긴 여자도 하나 끼어 있다. 이제 바람 좋은 곳에 가서 소주나 마시며 연애 좀 하는 거다. 하긴 서울에 무슨 미련이 있겠는가. 어차피 중앙이 내 것이 아닌 바에야. 그렇게 2006년의 선비는 다시 길을 떠난다. 언제나 그랬듯이….
멀리 삼류소설가에서 출발해 대학 강사와 화가, 영화감독 지망생 등 문화예술계 언저리를 배회하던 홍상수의 고백적 자아는 일곱 번째 영화를 통해 드디어 자신의 본래 직업인 감독으로 돌아왔다. 비로소 맨 얼굴을 드러낸 셈이지만 소주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는 건 여전하고 엇박자 대사와 뒤틀린 자의식도 영락없는 홍상수표 영화의 주인공답다.
전작, <극장전>에서 선배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베꼈다고 투정을 부리던 그 어설픈 충무로의 낭인이 이제는 알아보는 팬도 있고 그의 영화를 좋아해서 같이 자주는 여자도 있는
홍상수의 <해변의 여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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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과 진실의 경계에서 유쾌하게 방황하자
소설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게 나는 말한다. 소설은 갈등구조야. 갈등은 긴장을 조성해. 그 긴장은 독자로 하여금 소설을 읽게 만드는 유인요소가 되지. 긴장감이 있어야 가독성(可讀性)이 높아지거든. 근데 말야. 누워서 떡먹기 식의 긴장감 조성방식이 무언지 알아? 젊은 남녀 두명을 떡하니 소설에 등장시켜 봐. 저절로 텐션이 생겨….
그런데 <해변의 여인>에서는 두 남자 사이에 한 여자를 끼워넣었다. 그러니 긴장감이 배가 될 수밖에. 문숙(고현정)은 원래 창욱(김태우)의 ‘이른바’ 애인이라는데, 배역의 중요도로 따져볼 때 아무래도 문숙은 중래(김승우)와 무슨 일인가를 저지를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여행 첫날밤부터 자버린다. 창욱이 알았다면 기분이 더러워질 수밖에. 하여튼 그렇고 그런 삼각관계.
얼마 뒤 어럽쇼, 요상한 구조가 떠오른다. 이번에는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 된다. 중래를 가운데 두고 문숙과 선희(송선미)가 배치된다.
홍상수의 <해변의 여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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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게 둥글게, 홍상수는 전진한다
홍상수의 영화는 점점 더 많은 선분과 꼭지점으로 이어진다. 이건 7번째 영화 <해변의 여인>의 주인공인 영화감독 중래의 설명에 빚진 것이다. 한편으로, 그 인물 중래를 만든 홍상수가 언젠가는 단단하고 둥그런 ‘구형’에 영화적으로 이르고 싶다고 말한 것에 또한 빚진 것이다.
그 구형에 다다르는 길목에 지금 상투성이 있다. 제목도 <해변의 여인>이다. 이보다 더 어떻게 상투적일 수 있나. 그런데 홍상수는 그 뻔해 보이는 상투성이 도리어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한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라는 혹은 <강원도의 힘>이라는 비범한 제목을 선보였던 게 그다. 그런데 상투성은 지금 제목으로 있을 뿐 아니라, 인물들의 관계에 더 깊숙이 들어가 있다.
홍상수는 연애담을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상투적인 것 중에 가장 널리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들 사이로 그가 뽑아내려는 세상의 실마리
홍상수의 <해변의 여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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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괴물>의 성공 요인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중 하나는 존재하지 않는 괴물을 스크린 위에 실감나게 표현해냈다는 점이다. 봉준호 감독과 제작진의 이야기에 따르면, 괴물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CG 기술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100억원짜리 <괴물> 프로젝트는 아예 출발조차 할 수 없었다. <괴물>의 성패에 있어 핵심적이었던 CG 작업의 중심부에는 케빈 래퍼티가 있었다. 1982년 컴퓨터그래픽 업계에 뛰어든 이래 그는 PDI(Pacific Data Images), ILM(Industrial Light and Magic) 등 CG 업체에서 일하며 <배트맨 리턴즈> <클리프 행어> <고인돌 가족> <캐스퍼> <드래곤 하트> <쥬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 <맨 인 블랙2> 등에 참여해왔다. 2001년에는
<괴물> CG 총괄한 오퍼니지의 케빈 래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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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에도 9편(<어느날 갑자기-4주간의 공포> 시리즈의 에피소드들은 독립된 작품들로, 5부작 <코마>는 한 작품으로 친다면)의 한국 호러영화가 관객을 찾았다. 예년에 비해 많은 제작편수와 더불어 OCN과 SBS 등 TV 방송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2006 한국 호러영화를 진단하는 글을 영화평론가 듀나에게 부탁했다. 그는 슬래셔·좀비영화의 출연을 반가워하며서도 올해의 공포영화 중 무려 7편에서 사다코 클론이나 사다코와 가야코 하이브리드 귀신들이 등장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 몇몇 영화들의 노골적인 표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의 글을 통해 올해 한국 공포영화를 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올해 한국 호러영화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귀찮은 부분은 여전히 사다코와 가야코의 클론들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 시즌에 개봉되고 방영된 9편의 호러영화들(<어느날 갑자기-4주간의 공포> 시리즈의 에피소드들은 독
2006 한국 호러 영화 무엇이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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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는 광대하다
물론 의문표는 남아 있다. 과연 유튜브가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창출하면서도 현재의 자유로운 영상 공동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혹여나 거대 기업들과의 결탁으로 인해 또 다른 억만장자 장사꾼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까. 아직 결론을 유추할 단계는 아니다. 우량아 유튜브는 이제 겨우 1살도 먹지 않은 신생아다. 그것은 젊은 이용자들이 대기업들보다 먼저 발견하고 먼저 시작한 인터넷 미디어의 혁명이다. 냅스터와 구글이 (그리고 거슬러 올라가면 마이크소프트와 애플마저) 더벅머리 젊은이들이 창고에서 만들어낸 하나의 신화였듯이, 유튜브 또한 가난한 천재들의 창고에서 태어났다. 유튜브가 보여주는 세계는 할리우드와 화려한 힙합 뮤지션들의 자동차와 어설픈 홈비디오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거대 언론의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현장들이 유튜브의 튜브를 타고 전세계 이용자들의 컴퓨터로 전송된다. <CNN>은 최근 유튜브에서 찾아낸 동영상으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보도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닷컴의 성공신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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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You)은 동영상을 자유롭게 퍼나르는 튜브(Tube)입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www.youtube.com)가 인터넷 멀티미디어 세상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이용자가 직접 동영상을 올리고 또 자신의 공간에 마음대로 퍼갈 수 있는 유튜브는 2005년 12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전세계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일 방문자만 1천만명, 1일 페이지 뷰(Page View)가 1억회에 1일 재생 횟수는 4천만회에 육박하고 있으니, 가히 세계적인 규모로 거행되는 디지털 세대의 놀이터라고 일컬을 만하다. 도대체 유튜브는 무엇이며 누구의 손에 탄생했는가. 또한 유튜브는 자본으로 점철된 인터넷 사회을 어떻게 동영상의 자유로운 공유 공동체로 재편하고 있는가. 유튜브의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예상해본다. 판도라TV, 엠군, 다모임 등 토종 동영상 공유 사이트들이 인터넷 멀티미디어 세계의 변화에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지도 알아보았다.
K는 지인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닷컴의 성공신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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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괴물이 나왔다. 극장에서 <괴물> 보고 놀란 사람만 900만명이란다. 따라서 맨해튼에서, 센강에서, 자금성에서, 오다이바에서도 괴물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사실 괴물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저 동네에도 많으니까. 그래서 <ME>는 전격적으로 <괴물>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촬영에 돌입했다. 머릿속으로. 가상이지만 단독으로 제작하면 망할까봐 감독과 스탭들은 외국인들로 모셨다. 장르는 물귀신작전이니까 패러디영화 혹은 속편. 엄격한 심사기준으로 선택한 <괴물> 4개국 버전의 파트너는 <쎄븐>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영웅> <춤추는 대수사선>이다. 실종이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방식의 드라마. 흥행 대박에 평판도 좋은 영화로만 엄선했다. 이들과 <괴물>이 퓨전하면 어떤 이야기의 돌연변이가 나올까?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괴수울트라S
독점공개! 미국, 프랑스,일본, 중국에 간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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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늘 시커먼 옷을 입고 다니며 고독하게 살아가는 그들. 킬러 세계에 입문하려 열공 중인 수험생을 위해 영화 속의 대표 킬러(들과 친분이 있는 짝퉁 킬러)들이 입을 열었다. 레몽, 박큐, 도미, 킬라, 대니 보일 등 개성 강한 다섯명의 킬러들과 소비자 피해사례를 급제보해온 젤리 런더가드씨의 강의를 들을 기회! 거친 세계다보니 강의가 부드럽지만은 않다는 소문. 주의사항: 민간인은 함부로 따라하지 마세요.
제 1강. 살인자의 건강법
여러분 하이루~! 방가방가~. 킬러 경력 18년차, 레몽이에요. 근데 무슨 클래스가 이래? 수업할 자세가 안 돼 있잖으아! 나 레몽, 이런 기분으로 도저히 수업 못해. 맨 뒤에 노랑머리 학생, 가서 우유 하나 사와. 1.5리터 댓병으로. 자, 여기. 거스름돈은 가져.
우유는 우리 킬러들에게 꼭 필요한 건강식품이에요. 언니 좀 꼬셔보겠다고 커피, 위스키 이딴 거 먹고 다니지 마. 그런 건 마귀들이나 먹는 거야. 우리 킬러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짝퉁 영화 주인공이 강의하는 킬러되기 여덟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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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9일부터 14일까지 청풍명월의 고장에서 열린 제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영화와 음악의 황홀한 만남을 지향하는 행사였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한국의 영화음악가들이 함께했다는 점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가졌다. 집행위원장인 조성우 음악감독을 비롯해 조영욱, 이동준, 한재권, 김준석 등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영화음악가들은 청풍호반에 차려진 포장마차에서 오랜만의 회동을 기뻐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한국 영화음악계의 현실을 토로했다. 이들은 영화음악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쏟고 있는 한국 영화계를 안주로 삼아 청풍호수처럼 맑은 술을 입에 털어넣었다. 이들의 수다가 한국 영화음악, 나아가 한국 영화계의 큰 발전을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었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성우: 다들 제천에 와줘서 고마워. 이렇게 모이니까 좋네. 이동준씨가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영화음악 일에선 가장 선배고 그 다음이 영욱이와 나고, 그리고 재권이가 있고
영화음악가 5인이 털어놓는 한국 영화음악의 오늘과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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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할 때 움직이세요. 자자, 갑니다. 하나, 둘~!” 가슴이 방망이질친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암시를 걸 듯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긴다. 다리라도 엉켜서 넘어지면 어떡하지? 숨통을 죄듯 따가운 햇볕이 온몸을 찔러댄다. 제대로 하고는 있는 걸까? 뜨끈뜨끈 달궈진 등줄기에 땀 한 방울이 주르륵 미끄러져 내린다. “컷~!!!” 생애 첫 영화 출연에 마침표를 찍는 시원한 외침. 작품명은 <바람 피기 좋은 날>. 역할은 행인3 혹은 행인4, 아니 행인7?
‘기자의 보조출연 체험’이라는 미션이 떨어진 것은 3주 전. 벼룩시장을 비롯해 갖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전전했으나 건진 것이라고는 ‘야시시한 분위기의 여자’, ‘글래머 여성’ 등 엄두조차 안 나는 몇개의 채용공고뿐. 결국 보조출연자를 공급하는 업체를 직접 통하는 식으로 결론이 났다. 몇몇 업체에 끼어들 만한 자리가 생기는 대로 연락 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다시 대기하기를 2주일여. 기다림 끝에 행인이라는 역할이 떨어
보조출연자 24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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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시간 촬영에, 햄버거랑 콜라 한끼만 준 곳도 있대
잠깐 웃고 떠드는 사이 리허설이 시작됐다. 팀장이 대강 얼굴을 확인하더니 연출부가 알려준 배치대로 인력을 나누기 시작했다. 아침 촬영은 주막집 손님으로, 평상이며 멍석에 앉아 국밥 먹는 한컷이 전부인 모양이다. 진짜 밥을 먹는 건 아니지만 무거운 장창을 쥐고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는 전쟁장면에 비하면 A급이라고 할 만한 편한 촬영이다. 물에 뜨기는 하지만 수영이 서툰 K는 병졸로 분장하고 배를 탔더니 부두는 한없이 멀어지고 아무리 둘러봐도 안전요원을 찾을 수 없는 현장에 나가본 다음 그 드라마는 접기로 했었다. 그래도 나중에 듣기로는 불화살 떨어지는 무서운 장면보다는 나았다고 했다. 다행히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다지만 K의 동료 한명은 권총 맞는 장면을 연기하다가 정말 화상을 입은 적도 있었다. 불꽃을 뿜는 폭죽이 가슴에서 터지면 그 반대쪽으로 쓰러져야 하는데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어 엉겁결에 폭죽을 깔고 쓰러졌던 것이다. 다행히
보조출연자 24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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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너무 많은 정보가 찰나에 지나가기 때문에 같은 영화를 다시 보아도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는 매체다. 놓치고 지나갔던 누군가의 표정, 처음엔 보지 못했던 어느 구석의 그림자, 자신만의 존재감을 지닌 소품 하나. 그러나 영화를 몇번이고 다시 보면서도 배경처럼 흩어진 보조출연자들까지 눈여겨보기는 힘든 일이다.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을 그저 스치듯이 영화 속의 보조출연자도 그처럼 흘려보내곤 한다. 그러나 그들이 없다면 영화는 세상 최후의 날에 홀로 떨어진 쓸쓸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고 말 것이다. 멜로영화의 연인이 정담을 나누는 카페에서, 형사영화의 추격전이 벌어지는 거리에서, 그들은 어떻게 영화를 찍고 있었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몇몇 영화의 현장을 찾아 ‘보조출연자’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던 그들 한명 한명을 만났다.
새벽까지 잘 버티면, 9만원은 들어오려나
어느 4년차 보조출연자 K의 하루
새벽 여섯시로 맞추어둔 자명종이 “하나, 둘, 셋, 일어나세요!”라며 금
보조출연자 24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