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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실제로는 노고산동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왜 이유없이 망원동으로 설정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_망원동 주민
A. 너무 죄송하다. 솔직히 망원동이 있는지도 몰랐다. 다만 망원이라는 이름을 듣고서 잊혀진 공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울에서 쭉 살아왔는데도 망원동이라는 동네가 있었음을 몰랐다니. 그것까지 더해지니까 망원동이 영화 속 공간으로 더 그럴 듯했다.
└시나리오를 역삼동 집에서 썼다. 우리집이 역삼동 언덕길의 꼭대기다. 시나리오가 잘 안 풀리면 집 밖을 어슬렁거렸다. 그러다보니 주요 공간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역삼동이라고 붙일 순 없었다. 분위기하고 안 어울리니까.
└막상 촬영은 또 다른 데서 했다. 망원동이 아니라 성북동, 북아현동, 약수동 등에서 찍었다. 망원동에 직접 가보니까 실제 지대가 높은 곳이 많지 않았다. 영화 속 설정으로는 망원역이 첫신인데 정말 지하철역은 실제 망원역에서 찍고 싶었다. 망원역은 입구부터가 다르다. 개선문 같은 기둥들이 박혀 있고
“<추격자>에 관한 궁금증, 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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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라고 생각하면 되죠?” 인터뷰 세탕을 연이어 뛰었다는데도 나홍진 감독은 쌩쌩하다. <추격자>를 본 관객이 영화 홈페이지 게시판에 “죽인다!”며 흥을 돋워서인가. “다른 분들이 개봉하고 인터넷 보지 말라고 해서 안 봤는데요”라고는 하는데 이미 관객의 호응을 쭉 훑어본 눈치다. <추격자>가 첫 주말에 이미 70만명을 상회하는 스코어를 올렸고, 게다가 2주째에 들어선 뒤에도 평일 관객 수가 10만명을 상회할 정도로 기세가 꺾이지 않으니, 신인감독이라고 해도 관객의 이런저런 반응들을 살펴볼 만큼 여유도 생겼으리라. 근데 이게 웬일. <추격자>에 관한 궁금증에 기꺼이 답변하겠다고 시원스럽게 약속해서 마음을 놓았는데, 막상 대리 인터뷰를 시작하자 나 감독, 머뭇거리고 꽁무니를 빼고 게다가 아예 쓰지 말아달라는 부탁까지 한다. 스포일러에 대한 부담은 둘째치고, 감독의 의도가 관객의 해석을 가로막으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란다. 그러하니 여기 <추격자>
<추격자>에 관해 알고 싶은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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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연착으로 14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며 푸념하는 김영호의 얼굴은, 그러나 꽤 상기된 눈치다. 그럴 법도 하다. 김영호는 언제나 좋은 배우였지만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언제나 살짝 비껴나 있는 남자였다. 많은 TV드라마와 몇편의 영화(<클럽 버터플라이> <돌려차기>)를 거쳐온 그를 홍상수의 페르소나로 만났다.
-베를린에 오니 기분이 어떤가.
=모르겠다. 이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별로 없어서. 내가 주연했던 <블루>나 <클럽 버터플라이>도 반응이 좋았던 적이 없는 터라 이런 상황 자체가 좀 낯설다. 이런 것에 익숙한 성격도 아니다. 어제 누가 그러더라. 처음 배우가 될 때 베를린영화제를 꿈꾼 적이 있냐고. 그런 영화제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대답했다. (웃음)
-<밤과 낮>에 출연해달라는 요청을 처음 했던 게 누군가.
=감독님이었다. 당시 외국에 있을 때였는데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 일정 다 접고 바로 한국에 들어와서 뵀다.
[김영호] 감독님은 말하셨지, 영호는 장군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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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저녁 5시. 해는 벌써 지기 시작했지만 밤은 아직 멀었다. 한국은 새벽 1시. 모두가 잠든 밤이다. 홍상수 감독의 얼굴에 드러나는 피곤함은 그가 아직 두개의 시간 사이 어딘가에 머무르고 있다는 뜻이다. 다음날 아침 9시 공식시사와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는 홍상수 감독을 베를린 인터콘티넨털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그리고 <밤과 낮>을 물었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을 때 상에 대한 어떤 기대가 있나.
=경쟁하는 거 재미있어하는 사람도 있겠지. 호방하다고 해야 하나? 인생은 경쟁이야! (웃음) 이렇게 즐기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나는 그런 건 없다. 경쟁부문에 진출하면 좀더 노출이 돼서 다음 영화에 도움이 된다는 정도로만 생각한다. 내가 원래 기질이 그렇다. 상 주면 그때 가서 적당한 표현으로 감사하다고 하면 되는 거다. 뭐 똥 누면서 상 생각이 날 수도 있겠지. 근데 그런 생각도 안 한다. 내가 가치를 두지 않는 것에 왜 마음을 뺏기나.
-제목이 왜 <
[홍상수] “파리에서 찍은 이유? 더 오해해보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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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6일.
영화보기 이틀 전
즐겁게 술 마시는 밤보다 술이 덜 깬 다음날 낮이 사실은 더 좋을 때가 있다. 늘 둘러싸여 있는 것들에서 약간 붕 뜨거나 살짝 밀려나온 느낌. 감각이 솔직해지고 더불어 마음도 좀더 선량해지는 느낌. 몸은 부대끼지만 감각은 예민해져서 평소 둔감했거나 외면했던 것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제대로 보게 되는 그런 느낌. 숙취로 괴로운 낮에 그런 느낌이 종종 온다. 홍상수의 영화를 본 날에도 어김없이 관객으로서 늘 그런 경험을 한다. 이번 영화도 어떨 것인지 궁금하다. <밤과 낮>이 빨리 보고 싶다…. 술이 정말 덜 깼는지, 오늘따라 1호선 전철역 철로 주변에 아무렇게나 삐져나온 풀포기가 무진장 예뻐 보여서 휴대폰으로 찍는 시늉을 해보았다.
1월28일.
<밤과 낮>을 보다
<밤과 낮>을 보았다. 이야기만 말하자면 주인공 성남(김영호)의 도피성 여행기다. 2007년 유학생 두명과 함께 대마초를 나눠 피운 것이 문제가 되자, 성
영화기자 J의 <밤과 낮> 20일간의 감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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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어느 날 영화기자 J는 곧 개봉할 홍상수의 8번째 영화 <밤과 낮>을 보았습니다. <밤과 낮>에 대한 소개를 흥미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며칠간 고민하다가 이 영화를 본 날을 중심으로 기억을 더듬어 가상의 일기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밤과 낮>의 형식을 흉내내는 것이라 마음에 좀 걸렸지만 영화처럼 일기체로 한번 써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여러분이 <밤과 낮>에 궁금증을 갖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밤과 낮>은 웃기면서 기이하고, 슬프고 또 아름다운 진귀한 영화입니다.
꿈에서 홍상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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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LA를 나는 알라딘의 양탄자
위대한 레보스키 The Big Lebowski, 1998년
출연 제프 브리지스, 존 굿맨, 스티브 부세미, 줄리언 무어
제프 레보스키(제프 브리지스)는 언제나 잠옷을 걸치고 슬리퍼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백수다. 누가 봐도 루저지만 자신의 별명이 ‘듀드’(멋쟁이)임을 늘 잊지 않고 말한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그는 LA에서 가장 게으른 남자다. 그의 유일한 외부활동이라면 존 굿맨, 스티브 부세미 등의 친구들과 함께 볼링장으로 마을 나가는 것이다. <위대한 레보스키>는 그들의 초창기 작품 <아리조나 유괴사건>의 흥분을 연상시킬 만큼 코믹하고 흥겹다. ‘볼링광’ 존 터투로의 등장은 정말 배꼽을 잡게 만들며 볼링공의 시선으로 처리된 시점숏은 그 자체로 즐겁다. 코언 형제의 영화들 중 가장 꿈과 환상장면이 많은 이 영화에서 압권은 페르시안 카펫을 타고 LA 상공을 날다가 문득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이다. 영화에서 그가 가장
[코언 총정리] 코언의 명장면, 그리고 코언의 친구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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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이르기까지 코언 형제는 딱 12편의 장편영화를 완성했다. <블러드 심플>(1984)로부터 시작된 그들의 이력은 1980년대 이후 미국영화가 보여준 위트와 테크닉의 전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부터 가깝고도 먼 11편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01. 코언 형제의 위대한 출발점
블러드 심플 Blood Simple, 1984년
출연 존 게츠, 프랜시스 맥도먼드, 댄 헤다야, 에밋 월시
아마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의 총격전과 가장 비슷한 정서를 꼽으라면 <블러드 심플>에 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이 습격하고(왼쪽 사진), 총격으로 벽에 동그란 구멍이 생기며 빛이 새어오는 장면 등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모텔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블러드 심플>의 ‘불륜녀’ 애비(프랜시스 맥도먼드)를 그녀의 남편이 고용한
[코언 총정리] 코언의 명장면, 그리고 코언의 친구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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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인터뷰는 <LA타임스> <가디언> <타임> 등 외신에 실린 인터뷰를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대사 하나까지 원작에 충실했다. 어떤 식으로 각색이 이뤄졌나.
=(조엘 코언) 정말 둘이 꼭 필요한 일이었다. 한명이 책을 잡고, 다른 한명이 타이핑을 해야 했으니까. (에단 코언) 페이퍼백은 정말이지 똑바로 펼쳐지지 않는단 말이다. 하하. (조엘) 코맥 매카시의 고유한 목소리를 보존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각색이라기보다는 편집에 가까웠다. 문학적인 걸 영화적인 것으로 바꾸고, 무엇을 포함시키고 뺄 것인가를 결정하는. 플롯과 캐릭터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 매번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었다. 중심인물이 갑자기 죽어서 사라져버리는 것 등은 우리가 꼭 지키려고 했다. 단순히 원작에 존경을 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이 이야기에서 재미있게 여기는 부분을 지키고 싶었다. (에단) 책을 읽고 각색하면서 코맥을 만난 적도 없었다. 촬영장 근
[코언 총정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감독, 코언 형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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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심플>과 <파고>를 넘어, 그리고 코맥 매카시
그럼에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가장 유사한 코언 형제의 영화를 꼽는다면 <블러드 심플>(1984)과 <파고>(1996)다. 자신을 죽이려 달려드는 정체불명의 사립탐정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는 <블러드 심플>과, 그리고 돈가방을 둘러싼 추격극이라는 점에서는 <파고>와 닮았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뱅상 말로자는 “살인의 관계라는 점에서 그들이 <블러드 심플>과 <파고>의 세계로 다시 돌아갔다”고도 말한다. 더불어 그들이 가장 소규모 영화였다고 말하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의 이발소를 포함해 이후 <참을 수 없는 사랑>(2003)의 오피스와 <레이디킬러>의 지하 작업실, 심지어 옴니버스영화 <사랑해, 파리>의 지하철역에 이르기까지 코언 형제답지 않게 연이어 닫
[코언 총정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전작 11편 총정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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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언 형제가 <레이디킬러>(2004) 이후 꽤 오랜만에 내놓은 장편영화다. 그 사이 그들은 올리비에 아사야스, 월터 살레스 등 여러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영화 <사랑해, 파리>(2006)에 참여했다. 그런데 ‘파리를 무대로 한 러브 스토리’라는 공통된 컨셉에 코언 형제가 포함된 것은 무척이나 생경해 보였다. 코언 형제는 그전까지 11편의 장편영화를 만드는 동안 단 한번도 미국이라는 공간을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를 로케이션의 예술이라고 한다면 그들의 영화야말로 마틴 스코시즈의 영화와 더불어 100% 미국영화라 해도 틀리지 않다(그래도 스코시즈는 <쿤둔> 같은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지금껏 주로 미국 중서부 지역을 무대로 영화를 만들었던 코언 형제의 영화 속에 프랑스 파리의 풍경이 담긴다고 하는 것은 무척이나 획기적인 감상 포인트였다. 하지만 그들의 영화에서 미국 바깥의 풍경을 볼 것이란 기대는
[코언 총정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전작 11편 총정리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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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코맥 매카시의 2005년 원작을 바탕으로 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언 형제의 영화 중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공포스럽다. 가장 많이 비워져 있지만 또한 가장 꽉 들어차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 오랜 경력에 비하면 이제 막 12편의 영화를 내놓은 그들이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언 형제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소름 끼치는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다시 한번 증명해준다. 코언 형제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가 ‘원’이라면, 그들 영화의 총결산과도 같은 이 작품을 통해 그들은 마치 12개월이 다 지난 것처럼 딱 12편째에 이르러 하나의 원을 완성했다. 이것은 그들에게 바치는 특집이다. 코언 형제의 인터뷰와 더불어 그들의 이전 11편을 총정리하는 명장면 모음, 그리고 영원한 파트너인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은 물론 존 터투로, 존 굿맨, 조지 클루니처럼 그들과 영감을 공유한 수많은 친구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매혹적인 코언 형제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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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기묘한 유머로 돌아온 시효경찰
<돌아온 시효경찰> 帰ってきた時效警察
‘이 사건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플라멩코 살인사건으로 막을 내렸던 <시효경찰>이 반전을 시도하며 돌아왔다. <돌아온 시효경찰>은 2006년 6월 종영한 <시효경찰>의 두 번째 시리즈. <시효경찰>의 종영에서 정확히 1년 뒤를 이야기한다. <시효경찰>은 소부시 경찰서 시효관리과를 배경으로 시효가 다 된 사건을 취미로 수사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5명의 감독이 회를 나누어 촬영한 시스템으로 매회 완결형의 에피소드 성격이 짙다. <돌아온 시효경찰>에서도 이 방식은 동일해 8회 ‘키리야마가 긴급입원, 부호살인에 도전하는 미카즈키’편은 주인공으로 출연한 오다기리 조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돌아온 시효경찰>은 전 시리즈의 독특한 유머감각과 비상한 설정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수사비용을 조달하지 못해
[2008 미드·일드 가이드] 한국에서 방영 예정인 일드 미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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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 드라마의 핵심은 보고 또 보고, 계속 보게 하는 것. 시청률로 먹고사는 시즌제 드라마에게 시청자의 기다림은 필수다. 그래서 드라마들은 시즌 파이널과 시즌 프리미어에 교묘하게 낚싯대를 던진다. 등장인물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거나 갑작스러운 시련으로 모는 것은 미드의 장기. 심증만 가던 커플을 한 침대에 눕히고, 등장인물을 생사의 갈림길에 놓는 것은 시즌 파이널에서 즐겨 쓰는 효과 만점의 미끼다. 최근 각 시즌을 마무리한 미드들의 파이널도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는데, 국내에도 하반기 방영 예정인 인기 미드들의 다음 이야기를 살짝 들춰보자.
<CSI>는 그리섬과 연인 관계인 새라를 폭우가 내리는 사막에 던져놓은 채 시즌7을 마쳤다. 새라 사이들을 연기하는 조자 폭스의 출연료 협상에 따라 새라의 생사가 결정될 것이라는 루머까지 나온 가운데 새 시즌의 첫 에피소드는 미니어처 킬러로부터 새라를 구하기 위한 대원들의 분투가 그려진다. 조자 폭스는 2007년 <엔터테
[2008 미드·일드 가이드] 미끼 잘 던지는 것도 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