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최동훈 감독이 나란히 신작에 돌입한다. 각각 <마더>와 <전우치>라 이름 붙여진 두 감독의 신작이 유독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 침체된 한국영화계에 생생한 힘을 불어넣어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살인의 추억>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나 <범죄의 재구성> <타짜>의 최동훈 감독이나 공히 흥행력 측면에서는 인정받은 바 있고 장르, 비주얼, 스토리텔링 등에서 또한 커다란 성취를 얻어왔다. 두 감독의 신작에는 묘한 공통점도 있다. 8∼9월 촬영에 들어가 내년에 개봉한다는 점이나 한국사회의 공기와는 다소 무관한 세계를 담게 된다는 점, 그리고 전작인 <괴물>과 <타짜>의 속편이 제작 중이라는, 그러면서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공통점이다. 맛깔나는 언어를 구사한다는 점 또한 봉준호, 최동훈 감독의 교집합일 것. 그들의 입으로 신작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봉감독과 최감독, 적시타를 부탁해!
-
차이밍량의 영화관
<꿈> It’s a Dream
어린 시절. 극장에 대한 기억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항상 그곳에 잠시 멈추게 마련이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소풍가는 마음으로 발길을 향하던 곳. 차이밍량의 영화관엔 시간을 잃은 기억이 묘하게 얽혀 있다. 아빠는 젊은 시절의 모습인데 엄마는 이미 할머니다. 영화를 좋아했던 외할머니를 따라 극장을 자주 찾았던 꼬마 차이밍량은 꿈속의 영화관을 두리번거리듯 영화관 곳곳에 옛 추억을 꺼내놓는다. 외활머니가 사주던 꼬챙이에 꽂힌 배는 어느 젊은 여자의 손에 들려 있다. 액자에 갇힌 외활머니와 꼬마 차이밍량, 젊은 아빠와 늙은 엄마가 한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는 마지막 장면. 시간이 얽힌 이 기묘한 판타지는 아마도 꿈 아니면 영화관에서만 가능하지 않을까.
빌 어거스트의 영화관
<마지막 데이트> The Last Dating Show
영화보더 더 뻥 같은 데이트. 빌 어거스트의 영화관에는 연애는 생전 해본 적 없는 것
거장 35인이 연출한 <그들 각자의 영화관> 속 영화관 투어 [2]
-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영화관
<어둠 속의 그들> Dans le Noir
펠리니와 코카콜라.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영화관은 고전과 오락의 어울리지 않는 동석이다. ‘15분 뒤에 돌아오겠습니다’란 메시지를 남기고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보던 매표소의 여직원은 눈물을 훔치지만, 저 뒤의 좌석에선 남녀가 서로의 몸을 탐하며 신음한다. 남녀의 동작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여직원은 배려인지 포기인지 ‘매진’이란 푯말을 매표소 앞에 내건다. 매표소에 가기 전 그녀는 좌석 옆에 버려진 펩시콜라 병과 팝콘 박스도 주워 쓰레기통에 버렸다. 무언가 정치적인 걸까 싶다가도 유하고 넓은 시선으로 극장을 따뜻하게 감싼다. 코카콜라와 펠리니? 좀 안 어울리면 어떤가. 그게 극장의 낭만인걸.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관
<어느 좋은 날> 素晴らしい休み
삼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히카리 극장. 한 남자가 농부표를 끊고 극장에 들어간다. 허름한 극장 내부엔 동네 개가 어슬렁거리고 영사기 아저씨는
거장 35인이 연출한 <그들 각자의 영화관> 속 영화관 투어 [1]
-
제60회 칸국제영화제의 <그들 각자의 영화관> 상영관에는 야유와 환호가 교차했다고 한다. 3분 남짓의 영화 33편이 묶인 이 영화를 보며 관객은 방금 끝난 영화에 바로바로 반응을 내보였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며 자화자찬식의 교훈담을 늘어놓은 유세프 샤힌 감독의 <47년 후>엔 저음의 야유를, 옆 좌석에 앉아 자꾸 말을 걸어오는 남자를 망치로 때려죽이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직업>엔 통쾌한 웃음과 환호를,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칸국제영화제가 60주년을 맞아 세계의 거장 감독 35인(다르덴 형제와 코언 형제가 포함되어 있다)에게 의뢰해 만든 <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거장들의 영화관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극장이란 키워드로 만들어진 33편의 영화에는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한 서로 다른 33개의 본질이 담겨 있다. 물론 그중엔 훌륭한 영화관도, 다소 실망적인 영화관도 있다. 칸국제영화제 상영관에 교차했던 야유와 환호는 각각의 영
당신 마음의 영화관은 어디입니까
-
-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미국 대중문화 속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할리우드의 영원한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과연 <인디아나 존스> 효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조지 루카스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인기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나와 스티븐 스필버그는 단지 ‘우리가 보아왔고, 또 보고 싶었던 종류의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다. 인기 비결이 있다면 그것이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 답변 속에는 사실 <인디아나 존스>의 인기 비결은 물론 할리우드식 정통 모험영화가 가진 매력의 근원까지도 설명할 수 있는 귀중한 보물 상자가 숨어 있다. 그런데 이 보물 상자를 열려면 ‘새터데이 마티네’ 및 ‘맥거핀’, ‘액션과 스피드’, ‘영웅성’ 등 네 가지의 <인디> 키워드를 잘 이해해야 한다.
옛날 옛적 극장 이야기와 맥거핀
‘새터데이 마티네’는 엄밀하게는 특정한
A급 스탭들이 만든 진짜 B급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남긴 것
-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1989)
시작과 경로: 1912년 유타주 → 1938년 포르투갈 → 뉴욕 → 베니스 → 잘츠부르크 → 베를린 → 요르단
보물: 코로나도의 십자가, 성배(메인)
여자 파트너: 앨리슨 두디
바닥에 깔린 건: 쥐
쫓아오는 건: 불 붙은 쥐떼와 갈매기
별난 아버지 헨리 박사의 등장
루카스는 불현듯 유령의 성 얘기를 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레이더스> 이후 비슷한 컨셉의 <폴터가이스트>(1982)를 만들었다가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스필버그로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의 아버지를 등장시킨다는 제안에 흔쾌히 프로젝트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가 <007>의 변형이라고 늘 믿었던 그로서는 제임스 본드의 원조인 숀 코너리를 무조건 캐스팅했다. 그를 한참이나 쫓아다닌 끝에 얻어낸 승낙이었다. 루카스는 좀더 종
시리즈 3편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돌려보기
-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 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 (1984)
시작과 경로: 1935년 상하이 → 미얀마 → 인도
보물: 누루하치, 판콧궁의 신비의 돌(메인)
여자 파트너: 케이트 캡쇼
바닥에 깔린 건: 벌레
쫓아오는 건: 거대한 물보라
PG-13 등급의 탄생
스필버그에 따르면 <레이더스>에 다 담지 못한 개그, 스턴트, 세트가 포화상태였다. 그래서 <레이더스>에서 못다한 것들을 쏟아부을 또 한편의 인디아나 존스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비행기에서 떨어지면서 노란색 보트가 형체를 갖춰 착지하는 명장면과 롤러코스터처럼 탄광차를 타며 적과 싸우는 아이디어도 모두 <레이더스>에서 쓰고 싶었지만 못했던 장면들이었다. 그리고 루카스는 <스타워즈> 2편인 <제국의 역습>처럼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다. 실제 이혼을 겪고 있던 시기라 그 자신 역시 날카롭고 어두
시리즈 2편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 돌려보기
-
<레이더스> Raiders of the Lost Ark(1981)
시작과 경로: 1936년 남아메리카 → 뉴욕 → 네팔 → 이집트 카이로
보물: 신상, 타니스의 성궤(메인)
여자 파트너: 카렌 앨런
바닥에 깔린 건: 뱀
쫓아오는 건: 거대한 바위 공
인디아나는 루카스가 키우던 개 이름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 뒤로 미뤄뒀던 고고학자 이야기를 드디어 꺼냈다. 스필버그가 참여하게 됐지만 영화사마다 찾아가는 족족 거절당했고, 두 사람은 왕년의 TV물처럼 진부한 기교로 후다닥 단시간에 찍어보자고 했고 마침내 파라마운트에서 연락이 왔다. 맨 처음 인디아나 존스와 마리온 역으로 떠올린 인물은 톰 셀릭과 숀 영이었다. 실제로 두 사람의 오디션도 봤고 톰 셀릭이 마음에 들었지만 그는 <탐정 매그넘>이라는 TV시리즈와 계약한 상태였다. 그러다 <스타워즈>의 ‘한 솔로’ 해리슨 포드를 떠올렸다. 세트 촬영 역시 <스타워즈>를 찍었던 영국의
시리즈 1편 <레이더스> 돌려보기
-
머트 윌리엄스(샤이어 라버프)
<레이더스>의 마리온, <인디아나 존스>의 윌리(케이트 캡쇼)와 쇼트(조너선 케 콴), <최후의 성전>의 헨리 존스 시니어(숀 코너리)에 이어 인디아나 존스의 네 번째 파트너가 된 인물은 20대 초반의 청년 머트 윌리엄스다. 그는 머리에 그리스를 바르고 가죽재킷을 걸친 채 오토바이를 모는 전형적인 50년대 스타일의 반항아로, 인디아나와 짝을 이뤄 모험을 펼치게 된다. 1986년생인 샤이어 라버프는 50년대의 청춘을 연기하기 위해 <이유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이나 <와일드 원>의 말론 브랜도를 보면서 참고했다 한다. 그에 관한 마지막 궁금증은 인디아나 존스의 친아들인지 여부다.
이리나 스팔코(케이트 블란쳇)
크리스털 해골을 놓고 인디아나와 경쟁을 벌이는 소련 정보기관. 그녀는 특유의 악질적인 성격으로 도브첸코 대령을 비롯한 소련군을 이끌고 고고학계의 ‘냉전’을 주도하게 된다. 그녀는 2차대전 중에는
시리즈 4편에서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와 배우들
-
50년대 펄프적인 감성을 담다
루카스와 스필버그가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을 만들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복고’다. <레이더스> 때부터 이 시리즈가 지향한 바는 영화의 배경인 1930년대의 영화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루카스와 스필버그는 앞선 3부작을 만들면서 리퍼블릭 픽처스에서 만들어낸 저렴하지만 다양한 특수효과가 들어간 어드벤처영화의 스타일을 참고했다. 이로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를 배경으로 삼는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1950년대 스타일을 따른다. 스필버그는 “나는 이 영화가 B급영화(의 정서)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40년대와 50년대의 펄프(값싼 종이에 인쇄한 대중 장르소설)적인 감성과 리퍼블릭 영화사에서 만든 시리즈의 감성 말이다”라고 말한다. 조지 루카스 또한 이 영화가 50년대 B급영화인 <금지된 행성>(Forbidden Planet), <블롭>(The Blob), <괴물>
시리즈 4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미리보기 [2]
-
그가 돌아온다. 가죽 모자와 셔츠를 걸친 채 채찍을 휘두르며 위험하지만 짜릿하고, 무모하지만 유머러스하며, 다소 정치적이지만 다분히 자기만족적인 모험을 펼치던 ‘행동하는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가 19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한다. 1981년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를 시작으로 1984년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 1989년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이하 <최후의 성전>)으로 이어졌던 인디아나 존스의 호쾌한 모험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4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하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을 기대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해리슨 포드의 재결합이라는 점, 놀랍
시리즈 4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미리보기 [1]
-
시리즈의 4편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5월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캐스팅에서부터 이야기의 디테일까지 비밀에 부쳐둔 이 이야기는 올 서머 시즌을 앞두고 극장가의 제왕으로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4편을 둘러싼 소문들과 현재까지 밝혀진 정보들, 할리우드의 80년대 역사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지난 3편의 역사, 그리고 미국 팝 컬처의 지형도 속에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지니는 의미까지 집중 분석했다.
19년 만에 돌아온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모든 것
-
“난 그냥 장진이 계속 영화를 만들게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어.”_강우석
씨네21: <강철중>이 비로소 KnJ의 첫 작품인 것 같다. 두 사람이 한 영화에서 같이 한 건 처음 아닌가.
강우석: 그동안은 (장)진이가 찍는 영화를 뒤에서 조언 정도만 했지. 사실 장진은 자기가 찍은 걸 가지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면 잘 안 들어. (웃음) 그래도 편집으로는 나한테 들이대더라고. 사실 그렇게 계속 같이 했다고 봐야지.
씨네21| 함께 파트너를 꾸린 건 언제였나.
장진: 10년 정도 됐죠. <간첩 리철진>이 처음이니까. 그때부터 제가 연출한 영화는 시네마서비스에서 투자했어요.
강우석: 그때 내가 같이 하자고 했지. 누가 <기막힌 사내들>을 보고 하는 말이 진짜 코미디영화가 나왔다는 거야. 그런데 사실 나는 그 제목 듣고는 와닿는 게 없었어. 하지만 영화 보고 깜짝 놀랐어. 유머의 소리내는 방식이 독특하더라고. 만약 내 스타일과 비슷했다면 그냥 잘
<강철중>의 감독과 각본가로 본격 의기투합한 강우석·장진 대담
-
지난해 7월, <공공의 적>의 속편인 <강철중>이 제작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들렸다. 2편의 강철중 검사가 아닌 강철중 형사가 돌아온다는 것은 반가웠지만, 장진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강우석 감독이 연출한다는 이야기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였다. 유머든 주제의식이든 직설적인 화법으로 내던지는 강우석 감독이 대사와 캐릭터와 상황의 엇박자에서 유머를 만들어내는 장진 감독의 스타일과 어떻게 맞아떨어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08년 4월 지금 충무로에선 <강철중>에 관한 호의적인 소문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두 감독도 여유로운 모습이다. “이번에는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이 그들에게는 겸손이란다. 심지어 이날 사무실로 공수된 포스터 시안에는 배우들의 이름보다도 두 감독의 이름이 크게 적혀 있었다. ‘강우석 감독, 장진 각본.’ “각본에 이름이 이렇게 세게 박힐 줄은 몰랐네.”(장진) “처음에는 배우 이름도 빼라고 했어. 우리가
[강우석 vs 장진] 빅 재미,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