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보우의 성>
와다 료 지음 / 들녘 펴냄
<노보우의 성> のぼうの城
감독 이누도 잇신, 히구치 신지 / 출연 노무라 만사이, 에이쿠라 나나, 나리미야 히로키, 야마구치 도모미쓰, 가미지 유스케 / 일본 개봉 11월2일
노보우란, 데쿠노보우의 준말로 바보, 멍청이를 뜻한다. 오시성 사람들은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 총사령관 자리에 앉은 나리타 나가치카를 ‘노보우님’이라고 부른다. 키만 멀대같이 커서 어슬렁어슬렁 걷는 모습과 속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멍한 표정이 그저 헐렁해 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문무보다 농사일에 관심이 많은데, 의욕만 앞섰지 행동은 어설퍼서 농민들에게 별 도움이 못된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상한 ‘흡인력’이 있어 가신들과 백성들은 그를 아껴 마지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다. 오시성을 내놓으라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군사들을 상대로, 이 얼간이가 전쟁을 선포해버린 것이다. 더욱 놀라운 건, 그가 그만의 희한한 전술로
열번의 웃음, 한 방울의 눈물
-
<모피를 입은 비너스>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지음 / 펭귄클래식 코리아 펴냄
<모피를 입은 비너스> Venus in Fur
감독 로만 폴란스키 / 출연 에마뉘엘 세이그너, 루이 가렐 / 미국 개봉 2013년
“거기엔 삼손이 델릴라의 발치에서 블레셋 사람들에 의해 눈이 파내지는 장면이 있었다. 그 순간에 그 그림은 내겐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남자가 여자에게 갖는 열정과 욕망과 사랑의 영원한 비유 같았다. ‘우리는 누구나 결국에 가서는 삼손처럼 되는 거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영화화하는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프의 1870년작 소설 <모피를 입은 비너스>는 어떤 사랑 이야기다. 주인공으로 내정된 배우는 에마뉘엘 세이그너로, 그녀는 1989년 폴란스키와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살고 있다. 하지만 데이비드 아이브스의 희곡으로 옮겨져 2012년 토니상을 수상한 연극 <모피를 입은 비너스> 역시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화에 결정적인데,
채찍을 든 나의 사랑
-
<6teen>
이시다 이라 지음 / 작가정신 펴냄
<6teen>(가제)
감독 이한 / 출연 미정 / 개봉 미정
아이들은 자란다. 안 보는 사이에도 자라고 있었다. <6teen>은 이시다 이라의 전작 <4teen>의 아이들의 2년 뒤 버전이다. 어디든 똘똘 뭉쳐다니는 이른바 절친 데쓰로, 준, 나오토, 다이는 열네살에서 열여섯살이 되었다. 그게 그거인 십대 같아 보이는 건 어디까지나 다 큰 어른의 기준일 뿐이다. 음악과 책을 좋아하는 데쓰로는 사랑과 섹스에 대해서 경험치를 갖게 됐고, 조로증에 걸려 남보다 빨리 나이가 먹는 나오토는 흰머리가 부쩍 더 많이 늘었다. 거구의 다이는 아버지의 죽음 뒤, 낮에는 가장으로 돈을 벌며 미혼모와 동거를 하는 어려운 선택을 했다. 모범생 준은 여자 때문에 나오토를 배신하며 우정에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친구의 삼각관계를 바라보며 데쓰로는 말한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해도 아무 생각없이 강변을 달리며
교복은 위장복이라니까
-
<게놈 해저드>
쓰카사키 시로 지음 / 프리즘 펴냄
<무명인>
감독 김성수 / 출연 니시지마 히데토시, 김효진 / 개봉 2013년 예정
쓰카사키 시로의 <게놈 해저드>는 <야수>의 김성수 감독이 준비하는 한•일 합작영화 <무명인>의 원작 소설이다. 주인공은 일러스트레이터인 도시아먀다. 어느 날 퇴근하고 보니 아내가 죽어 있다. 그런데 갑자기 걸려온 전화 속 목소리 또한 친정에 있다는 아내의 것이다. 잠시 뒤 정체불명의 남자들이 도시야마를 찾아오고 이때부터 그는 필사의 도주를 벌인다. 그를 돕는 이는 프리랜서 기자인 오쿠무라뿐이다. 어느 날 아내가 두명이 된 말도 안되는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한 두 사람은 도시야마의 정체를 의심한다. 그에게는 두명의 아내뿐만 아니라, 두채의 집, 두개의 직업, 그리고 두개의 이름이 있었다.
간단한 줄거리만 보면 도플갱어, 이중인격 등 지금까지 많은 영화의 테마가 된 개념들이 떠오를지 모른다
이 트릭에 놀랐다
-
-
<엔더의 게임>
오슨 스콧 카드 지음 / 루비박스 펴냄
<엔더의 게임> Ender’s Game
감독 개빈 후드 / 출연 해리슨 포드, 아사 버터필드, 헤일리 스테인펠드 / 미국 개봉 2013년 11월1일
오슨 스콧 카드의 <엔더의 게임>을 탐내지 않은 감독이 있었을까? 그러나 많은 이들이 욕심을 낸 만큼 영화화하기도 쉽지 않았다.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것은 원작의 독특한 설정이다. 먼저 외계인 버거의 침략에 맞서 싸울 전사를 키우기 위해 천재로 판명된 어린 소년, 소녀를 전투학교로 보낸다는 기본 설정이 영화에서도 설득력을 얻으려면 훌륭한 각색이 필요할 것이다. 일찍이 인류의 구원자로 선택받아 전투학교로 가게 된 주인공 엔더가 수많은 고뇌를 겪으며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영화 한편에 모두 담아내는 것 또한 상당한 작업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전투학교에서 엔더와 그의 동료들이 받게 될 훈련인 중력을 이용한 독특한 게임들을 표현하는 것은 영화의 성
수많은 감독들이 탐냈던 바로 그!
-
<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바움 펴냄
<방황하는 칼날>
감독 이정호 / 출연 정재영, 이성민 / 개봉 미정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영화화되는 것은 이제 커다란 뉴스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수없이 많은 그의 소설이 일본에서 영화와 드라마로 재탄생했고 한국 역시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가 선을 보였다. 이번에는 그의 소설 <방황하는 칼날>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법이 제대로 범죄를 심판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중년의 남성 나가미네는 일찍 아내를 잃고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딸 에마와 단둘이 살아간다. 엄마 그리고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서로 노력하며 부녀간의 정을 다진 이 가족에게 어느 날 처참한 사건이 벌어진다. 친구들과 불꽃놀이를 구경하겠다며 외출한 에마가 행방불명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나가미네는 강의 하류에서 에마의 시체를 발견했다는 경찰
소년범죄에 대한 정의란 무엇인가
-
<웜 바디스>
아이작 마리온 지음 / 황금가지 펴냄
<웜 바디스> Warm Bodies
감독 조너선 레빈 / 출연 존 말코비치, 니콜라스 홀트, 테레사 팔머 / 미국 개봉 2013년 2월1일
썩은내를 풍기는 니콜라스 홀트가 데이트를 신청한다면? 그래도 선뜻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일지도 모르는 당신을 위해 조건 하나를 더 걸겠다. 알고보니 니콜라스 홀트가 좀비라면, 그래도 당신은 그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허무맹랑한 질문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호러와 로맨스의 이종교배로 탄생된 소설 <웜 바디스>에선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리 남자주인공이 니콜라스 홀트여도 그가 좀비이기 때문에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은 섹스어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로맨스 소설의 빠져서는 안될 요소처럼 굳어져온 지 오래지만 인간의 살점을 물어뜯고 팔다리가 썩어가는 시체인 좀비가 과연 로맨스와 어울릴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의구심에 대한 해답은
호러와 로맨스의 이종교배
-
<월플라워: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되는 비밀스런 이야기>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 돋을새김 펴냄
<월플라워>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 / 출연 에마 왓슨, 로건 레먼, 이즈라 밀러 / 미국 개봉 9월23일
‘월플라워를 지키자!’ 스티븐 크보스키의 <월플라워: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되는 비밀스런 이야기>는 1999년 출간 당시, 미국자유인권협회(ACLU)를 뿔나게 했던 작품이다. 넘기는 페이지마다 섹스, 폭력, 약물, 신성모독으로 가득한 이 청소년 도서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건 크나큰 죄악이라는 도덕주의자들과 이런 내용이야말로 청소년의 필독서라는 학생층의 의견을 대변한 이들이 충돌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 내 두개 학군에서 이 책을 금서로 지정했다. 도대체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 흥분될 지경의 해프닝이다. 솔직히 척 팔라닉의 신간처럼 꽁꽁 싼 비닐 래핑까지 기대할 정도는 아니다. 주인공 찰리가 1
금서로부터 태어난영화
-
<덕혜옹주>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펴냄
<덕혜옹주>
감독 허진호 / 출연 미정 / 개봉 2013년 하반기
드라마는 비극의 그늘에서 꽃핀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는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비극의 냄새가 난다. 망국의 공주. 이야기꾼이라면 군침이 돌 만한 소재이건만 신기하게도 그녀를 다룬 이야기는 한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다.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황녀 아나스타샤를 다룬 소설과 영화가 숱하게 쏟아져나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귄비영 작가의 장편소설 <덕혜옹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덕혜옹주는 생소한 이름에 불과했다. 이 비운의 옹주는 그만큼 우리 역사에서 지워진 존재였다.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60만권이나 팔리며 이토록 대중의 사랑을 받을지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덕수궁의 꽃이라 불렸던 덕혜옹주는 고종황제가 유난히 아꼈던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녀는 채 꽃피우기도 전에 망국의 한을 안고 스러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
깊은 슬픔을 끌어안으라
-
<심여사는 킬러>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펴냄
<심여사는 킬러>
감독 박진표 / 출연 미정 / 개봉 2013년 예정
별별 킬러 다 봤다고 생각했다. 지고지순한 사랑에 빠진 <첩혈쌍웅>의 킬러부터, 사람 죽이러 가서 탱고 바람난 킬러(<어쌔신 탱고>)도 있었고, 아주 멀쩡한 아가씨가 킬러인 반전(<달콤, 살벌한 연인>)도 있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킬러는 없다고 여겼다. 속단이었다. <심여사는 킬러>의 킬러는, 다름 아닌 올해 쉰한살의 ‘아줌마’ 심은옥이다. 남편은 교통사고로 즉사했고, 건사해야 할 자식은 둘이나 된다. 게다가 고용된 정육점에서는 막 해고됐다. 중졸에 정육점 경영이 경력의 전부. 들이밀 곳 없는 이력서를 들고 심여사가 찾아간 곳은 칙칙하기 그지없는 흥신소다. 킬러 심여사의 파란만장 경험은 여기서부터다.
<심여사는 킬러>는 완전무결 생활형 킬러 이야기다. 평범한 주부에게 사람 죽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아줌마 킬러의 사생활
-
<소수의견>
손아람 지음 / 들녘 펴냄
<소수의견>
감독 김성재 / 출연 미정 / 개봉 2013년 하반기
2009년 1월의 참극이 한국영화에 미친 영향은 상당했다. <두 개의 문>처럼 그날의 진실을 역추적하는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통증> <특별수사본부> 등 그날의 현장을 통해 한국이라는 무대를 드러낸 영화도 있었다. 사건의 성격은 다르지만, <부러진 화살> 속 법정에서도 관객은 그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들의 맨 얼굴을 보았을 것이다. 굳이 시간과 장소를 드러내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날을 생각했다. 세 가지의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비극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는 두려움, 법이 나를 지켜주기는커녕 해할 수 있다는 두려움, 언제든지 드러날 수 있는 공권력의 무자비함에 대한 두려움. 현재 하리마오픽쳐스가 영화화를 준비 중인 손아람 작가의 <소수의견>은 이 가운데 ‘법’을 향해 집요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대한민국의 법에 묻습니다
-
성공한 원작이 스크린의 성공을 100% 보장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제작자들은 훌륭한 원작이 스크린에 불러올 1%의 힘을 믿는다. 아직 기획 개발 중이거나 곧 개봉을 앞둔 작품을 모두 검토해 원작을 토대로 한 영화를 꼽았다. 국내 작품으로는 허진호 감독이 권비영 작가의 <덕혜옹주>를, 박진표 감독이 강지영 작가의 <심여사는 킬러>를, 이한 감독이 이시다 이라 작가의 <6teen>을, 이정호 감독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방황하는 칼날>을 연출한다는 소식이다. 한국, 할리우드, 일본을 통틀어 이렇게 모은 작품이 17편이나 된다. 영화로 만나기 전 일단 원작부터 짚고 가자. 책소개와 함께 우리가 바라는, 영화화에 있어서 주의할 점도 첨언한다.
죽이는 이야기가 여기 있네?
-
이명세 감독의 ‘연출세미나’ 지상중계
거의 6개월 만이다. 지난 5월 <미스터 K>(현재 제목은 <협상종결자>(감독 이승준)) 하차 이후 이명세 감독은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의 초빙 교수가 되어 후학을 양성하는 중이다. 한국영화 최고의 비주얼리스트인 그가 진행하는 수업이, 특히 미장센 관련 내용이 무척 궁금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현장이 아닌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겁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다소 수척했지만 여유로워 보였다. “얼굴이 좋아 보이십니다. 어떻게 지내셨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명세 감독은 편하게 대답했다. “잘 지내고 있지. 원래 학생들을 가르칠 계획은 없었어. 그런데 김동호 위원장님께서 간곡하게 부탁을 하셔서….” 10월18일 열린 이날 수업은 이명세 감독이 진행하는 ‘연출세미나’였다.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 전, 그는 학생들에게 현장에서 감독의 역할과 태도를 강조했다. “한국 스탭이든, 외국 스탭이든, 저예산이든, 블록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을 가다 3
-
<트와일라잇> 3부작, <엑스맨> 프리퀄, <헝거게임> 시리즈 등 영할리우드를 기반으로 한 프랜차이즈가 한차례의 태풍처럼 지나갔다. 올해는 예고된 블록버스터형 스타보다 발굴의 재미가 ‘돋는’ 의외의 얼굴들이 눈에 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워 호스>로 데뷔해 벌써 4편의 주연을 꿰찬 제레미 어바인, 비범한 에너지로 인디영화계를 장악한 <케빈에 대하여>의 이즈라 밀러,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리안 감독이 찾아낸 ‘보물’임을 증명해낼 수라즈 샤르마, 12살에 대배우들의 틈바구니에서 영리한 연기를 보여줄 <문라이즈 킹덤>의 카라 헤이워드,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풍선껌 소녀로 잠깐 얼굴을 비춘 지 7년 뒤 넥스트 사라 제시카 파커를 꿈꾸고 있는 안나소피아 롭이 그들이다. 할리우드 별자리의 이동을 신중히 따라가고 싶다면, 이들의 얼굴을 기억해두자.
순수의 시대
제레미 어바인 Jeremy Irv
할리우드 신배우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