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 터너>에는 화가의 유명한 그림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여준 뒤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 그냥 완성된 그림이 배경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또 그림은 직접 등장하지 않고 그림처럼 묘사된 화면이 등장할 때도 있다. 수많은 그림 가운데 <미스터 터너>에서 주요한 모티브로 사용된 일곱 작품을 소개한다.
영화는 대략 1830년경부터 시작된다. 터너의 나이 50대 중반일 때다. 따라서 이전의 작품들은 완성된 채 배경으로 제시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여성 자연과학자 섬머빌이 터너의 집을 방문하여 개인 갤러리를 구경할 때다. 이때 강조된 작품이 <눈보라: 알프스를 넘는 한니발과 군대>(1812)이다. 터너가 30대 중반에 그린 작품으로, 한창 낭만주의의 테마인 ‘숭고’의 미학에 주목할 때다. 여기서도 자연은 무한과 경외의 대상으로 표현돼 있다. 화면의 아래에 한니발의 군대들이 이동하고 있고, 캔버스의 대부분은 눈보라 치는
낭만주의의 정점에서 현대미술의 맹아까지
-
마이크 리의 전기영화 <미스터 터너>는 화가의 말년에 초점을 맞춘다. 낭만주의의 대가였던 윌리엄 터너가 정점으로 올라가는 화려한 성장기는 생략됐다. 대신 영화에는 대가의 고독과 피폐함이 강조돼 있다. 마이크 리가 주목하는 화가의 삶에, 터너의 무엇이 들어 있는지 바라봤다. 마이크 리는 그것이 ‘역사적인 예술가’의 운명이라고 보는 듯하다.
예술가에게 낭만주의의 천재는 꿈의 대상이다. 제도와 이성을 초월하여 세상을 조종하는 연금술사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평범한 집안 출신에, 지적 배경이 낮고, 성격적 결함도 많은 베토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숭고의 힘을 느끼게 할 때, 대개 우리는 예술의 신비한 마력 앞에 이성을 잃는다. 예술가란 그런 마법을 부리는 주술사의 표상이 아닌가. 그래서 낭만주의의 천재 앞에 교육 같은 제도는 하찮은 미물로 전락된다. 설사 그런 정체성이 낭만주의자들이 지어낸 허상이라 할지라도, 그 허상은 실제보다 더 큰 설득의 유혹을 갖는다. 마이크 리는
베토벤의 슬픔을 듣는 낭만주의 예술가의 초상
-
누가누가 더 웃기나. 지난해 12월15일 런던 클라리지 호텔에서 열린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 기자회견은 재치 있는 만담과 기자들의 폭소가 흘러넘치는 유쾌한 자리였다. 특히 시리즈의 주연을 맡은 벤 스틸러와 이번 영화에서 새롭게 합류한 호주 출신의 코미디언 레벨 윌슨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아리송한 농담으로 회견장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는데, 타이밍을 절대 놓치는 법이 없는 그들의 날카로운 유머는 이 시리즈의 성공 요인이 영리한 배우들과 재치 있는 유머에 있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모두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집에서 한밤중에 무언가 살아 움직인다면, 그게 무엇이었으면 좋겠나.
=벤 킹슬리_한 20분 정도만, 우리 집에 나폴레옹 초상화가 걸려 있는데 그와 대화를 해보고 싶다. 불어로. (웃음)
벤 스틸러_질문이 뭐였더라…. 내 아내라고 대답하면 안 되겠지? (좌중 폭소)
-댄 스티븐스에게 묻는다. 이번 영화의 새로운 캐릭터인 란셀롯을 연
대영박물관 촬영이 ‘진짜’를 불어넣었다
-
모두가 잠든 시간, 굳어 있던 존재들이 비밀스럽게 살아나 움직인다는 이야기. 아마 전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침대 머리맡에서 한번쯤 들어보았거나 꿈꾸었을 에피소드일 거다. 하지만 이 마법의 시간은 대개 아이들의 좁은 방구석이나 이집트의 고대 유적지 같은 현실 너머의 공간에 내려앉았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가 등장하기 전에는. 지난 2006년 크리스마스 시즌 북미에서 개봉해 쟁쟁한 연말 개봉작들 사이에서 3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낸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세상에서 가장 고색창연한 장소였던 박물관을 과거의 존재들이 살아 움직이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생명력이라곤 없어 보이는 딱딱한 밀랍인형들과 지루하기 그지없는 해설이 존재하는, 역사에 관심 많은 이들을 제외하면 그저 아이들의 방학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는 곳으로 치부되던 박물관이 이집트 석판의 영향으로 밤마다 마법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설정이 가족 단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1편의
매혹적 모험물 마음을 울리다
-
-
드라마
2015 MBC <여왕의 꽃>
2014 SBS <괜찮아, 사랑이야>
뮤직비디오
2013 강승윤 <Wild And Young> 외
별명은 까불대서 ‘깝경’. 학창 시절, 오락부장과 체육부장을 도맡다시피했다. 노래에 댄스에 사회 보는 실력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지인들 사이에서는 ‘에너자이저’로 통하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왈가닥. 그녀가 이성경이다. 말할 때마다 표정도 시시각각 변한다.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가, 데굴데굴 눈동자를 굴렸다가, 어깨를 힘껏 들어올려도 본다. 귀여운 애니메이션 속에서 지금 막 뛰어나온 영락없는 장난꾸러기다.
이성경은 지난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극중 인물들을 ‘뜨악’하게 만든 날라리 고등학생 오소녀 역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 당돌한 소녀 역으로 새로운 얼굴을 물색하던 김규태 감독의 눈에 자유분방하고 당찬 이성경이 딱 들어왔다. 노희경 작가도 그녀에게 “연기하려 하지 말고 너처럼
예쁘게 나오는 건 관심 없어요
-
영화
2015 <쎄시봉>
2014 <하이힐> <몬스터> <원 나잇 온리> <명량> <우리는 형제입니다>
2013 <소원>
“소매치기로 나온 <우리는 형제입니다>! 아니 <하이힐>!! 아니 <명량>!!!” 특별한 기억으로 새겨진 작품이 뭐냐고 묻자 조복래는 자신의 대답을 두번 수정한 끝에 <명량>을 외쳤다. “하늘엔 우주선처럼 큰 조명기”가 떠 있었고, “눈앞엔 연기 끝판왕 최민식 선배님”이 서 있었던 <명량>의 현장은 “독립단편영화 출연 경험조차 전무”했던 조복래에게 ‘영화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가르쳐주었다. 풀숏이든 클로즈업이든 매 테이크 온 힘을 다해 오열하는 감정 신 연기를 선보이며 신인배우의 ‘도리’를 다한 그는 <명량>에서 이순신에게 목이 베이는 탈영병 오상구를 연기했다. 서울예대 연극과 선배이자 현 소속사 필름있수다의 대표인 장진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싶어요
-
영화
2015 <소녀>(감독 이해영) <사도> <베테랑>
2014 <상의원> <마담 뺑덕> <일대일>
2013 <잉투기> <소녀>(감독 최진성)
“조선의 눈이다.”(이준익 감독) “작은 눈인데 어떤 여배우보다 깊은 감정을 가졌다.”(류승완 감독) “동양화 같은 얼굴에 다양한 레이어들이 있어 찍다가 반했다.”(이해영 감독) 감독들의 칭찬은 박소담의 얼굴을 단순히 쌍꺼풀이 없는 눈, 가는 얼굴선 등 몇 가지 특징만으로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다양한 면모를 오밀조밀하게 담고 있는 그의 자그마한 얼굴이 이목구비가 또렷한 서구형 미인의 그것과 ‘쪼’가 다른 건 분명하다.
관객에게는 생소한 얼굴일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박소담은 ‘독립 영화계의 전도연’이라 불릴 정도로 이미 유명 인사다. 박소담의 장편 데뷔작 <소녀>(2013)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최진성 감
찍고 또 찍어도 촬영하는 건 좋아요
-
영화
2015 <서부전선> <도리화가>
2013 <소수의견>
2010 <우리 이웃의 범죄>
드라마
2015 <징비록>
2014 <일편단심 민들레> <트라이앵글>
2013 <내 손을 잡아> <후아유> <불의 여신 정이> <상어>
2012 <7급 공무원> <대풍수> <대왕의 꿈>
2011 <짝패>
2010 <로드 넘버 원>
유승호, 이현우, 이민호(<순풍산부인과>의 정배), 노영학의 공통점은? 모두 아역으로 시작한 1993년생 배우들이라는 것. 9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노영학은 보조출연만 4년쯤 했다. 주인공의 같은 반 친구에서 주인공의 짝꿍으로 그리고 주인공으로, 아역배우의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갔다. 지금의 외모로는 쉽게 짐작이 가지 않지만 어릴 땐 “뚱뚱했었다”고 한다. “키도 작고 외모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요
-
영화
2015 <다른 길이 있다>(가제, 촬영 예정) <사도>
드라마
2014 <가봉> <세 여자 가출소동> <야경꾼 일지>
2013 <감자별 2013QR3>
상남자다.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이다. 시트콤 <감자별 2013QR3>(이하 <감자별>) 현장에서 서예지의 별명은 상남자였다. NG를 낼 때마다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를 크게 외치다보니 그렇게 됐단다. 설마 목소리 하나 때문에 이만한 미녀가 상남자가 될까. <감자별> 노씨 집안의 막내딸 수영 역으로 데뷔한 서예지는 노수영만큼 시원 털털하고 노수영처럼 변화무쌍하다. “수영은 누굴 대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져요. 어떨 땐 애교 넘치고 어떨 땐 도도하고. 다양한 얼굴을 가진 팔색조 같아요.” <감자별>로 연기 데뷔를 한 신인 여배우가 이렇게 복잡다단한 역할을 어떻게 소화했을까. “감독님
배움의 끝은 없어요
-
이제 막 스스로 빛을 내기 시작한 샛별들을 우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독립 영화계의 전도연이라 불리는 박소담, 장진 사단의 차세대 주자 조복래, 김병욱 감독과 이준익 감독의 선택을 받은 서예지, 모델 출신 배우 이성경, 아역배우의 허물을 벗은 노영학. 기대작들이 대거 포진한 2015년의 한국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는 5인의 신인배우를 소개한다. 눈썰미 좋은 당신의 눈에 든 샛별은 누구인가.
2015 RISING STAR
-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 제가 지난 <씨네21>과의 인터뷰(939호)에서도 현장의 공기가 좋다고 했었죠? 변함없어요. <미생>의 맨 처음 촬영은 한석율 장면이었어요. 울산 공장 아저씨들과 술 한잔하며 춤추는 장면과 가로수길에서 전화하며 장그래(임시완)에게 섹시하지 않다고 타박하는 장면이에요. ‘정신줄’을 놓아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현장에 떨어지니 정신이 들더라고요. 사실 한석율과 변요한은 많이 다른 사람이라 대본을 보며 공통점을 찾으려 했어요. 내가 지금까지 한 것과 너무 달라서 톤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걱정이었어요. 한석율한테 내가 져버릴까봐. 결국 ‘현장’의 생생한 공기가 힘이 돼준 거죠. 영화를 하며 수많은 현장에 있었고, 그 현장들을 사랑했고, 거기서 얻은 힘이 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한석율이 붙더라고요. <미생> 4국에서 장그래와 PT시험을 보며 현장의 전투화 얘길 하잖아요. 실제로 울컥해서 말한 거예요. 또 엉덩이 만지다
[변요한] 새 엔진을 달았습니다
-
시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풍부한 이야기를 하나의 단어, 하나의 문장에 함축하는 과정이 신비롭다고 생각했습니다. 틈틈이 시를 썼고 종이와 펜만 있으면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났습니다. 한편의 시와 같은 영화였습니다. 러닝타임 안에 필요한 것만 정확히 모아서 덜어낸 영화였습니다. 곱씹을수록 감상이 새로웠습니다. 당시 나이로 인물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때 커다란 무언가가 제게 왔습니다. 연기도 시와 비슷하구나 생각했습니다. 필요 없는 걸 치우고 필요한 것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함을 배웠습니다.
스물네살 늦은 나이로 대학에 들어가 연기를 전공했습니다. 지도교수님이 연출하신 연극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2006)에서 배우로 데뷔했습니다.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가 끝나고 오디션을 보러 다니다 학전에서 올리는 <지하철 1호선>(2007)이란 작품을 했습니다. 꼭 ‘영화배우’가 되려
[김대명] 달라진 건 없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tvN드라마 <미생>에서 퇴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두 사람을 만났다. 싹싹하고 일 잘하는 김동식 대리와 넉살 좋은 신입사원 한석율이다. 김 대리, 김대명은 2006년 연극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로 한석율, 변요한은 2011년 단편영화 <토요근무>로 데뷔했다. 경력도, 외모도, 성격도 사뭇 다르지만 둘 다 스물네살 때부터 꾸준하게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는 건 같다. 만나보니 김대명은 시와 골동품을 사랑하는 로맨티스트였고, 변요한은 진지하고 예민한 노력형 배우였다. 다음은 <미생>으로 날개를 달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 두 배우의 자기소개서다.
끝나고 한잔 할까? 콜이지 말입니다!
-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곰, 패딩턴이 책장을 뚫고 우리 곁으로 왔다. 폴 킹의 실사영화 <패딩턴>이다. 지진으로 페루의 집을 잃은 아기 곰은 숙모가 가방 안에 챙겨준 마멀레이드 한병만 가지고 런던행 배에 오른다. 런던에 도착했지만 버려진 어린 곰을 거둬주는 이는 없다. 상냥한 브라운 부인을 빼고는. 브라운 부인의 흘러넘친 동정심은 브라운가에 무지막지한 사건사고를 불러들인다. 거실 바닥이 목욕물로 뒤덮이고, 거리의 전신주를 쓰러뜨리는 정도는 별일도 아니다. 그래도 어쨌든 브라운가는 패딩턴 덕에 행복하다. 이유가 궁금하다고? 그렇다면 <패딩턴> 제작 비화에 귀를 기울여보자.
1958년 런던 패딩턴 기차역에 꼬마 곰 한 마리가 자그마한 카드를 걸고 앉아 있었다. “이 곰을 돌봐주세요, 감사합니다.” 가진 거라곤 낡은 모자와 찌그러진 여행 가방 한개, 거의 다 비어 오렌지맛이 희미하게만 나는 마멀레이드 한병뿐. 바쁘고 번잡한 런던 시내에서 누구도 그 곰을 돌아보지
곰 한 마리 키우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