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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어려워진다. 외국영화는 매년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걸작들이 쏟아져나오는 만큼 전반적으로 지지가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 올해 역시 특정 작품으로 쏠리지 않고 고르고 다양한 작품들이 언급되었고 근소한 차이로 순위가 갈렸다. 다시 말해 순위 자체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으며 10선에 오른 영화 이외에도 소개해야 마땅할 영화들이 무수하다. 그런 와중에도 유독 스티븐 스필버그를 향한 애정과 신뢰는 도드라진다. <더 포스트>와 <레디 플레이어 원> 두편의 영화로 표가 갈린 것까지 감안하면 스필버그를 향한 찬사는 독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평자들의 사랑을 받는 폴 토머스 앤더슨의 <팬텀 스레드> 또한 고른 지지를 바탕으로 2위로 선정됐다.
3위 <어느 가족>, 4위 <패터슨>, 5위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그리고 공동 6위를 차지한 숀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마틴 맥도나 감독의 &
[2018년 총결산⑭] 올해의 외국영화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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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외국영화 1위 <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연출작이다. <더 포스트>가 올해의 영화 1위를 차지한 근거는 이걸로 충분한 것 같다.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거장이라는 것을 증명한다”(듀나), “일흔 넘은 영화 장인이 시대성을 읽을 때 탄생한, 그저 감사한 작품”(임수연),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스필버그의 균형감”(장영엽) 등 평자들의 쏟아지는 찬사도 스필버그라는 거장이 안기는 신뢰와 무게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필버그는 2000년 이후 첨단 영상산업의 모험자와 할리우드 클래식의 수호자라는 두 갈래의 행보를 오가고 있다. 할리우드의 긴 역사 속에서도 대중과 예술, 좁힐 수 없는 간극이라고 여겨졌기에 양 갈래 길을 한몸에 담는 이는 스필버그가 유일하다. <더 포스트>는 그중 할리우드 고전영화들의 우아한 속도를 대변하는 영화다. 블록버스터의 맹렬한 돌진보다 한 템포 느리게 걷는 것만으로도 열리는 풍경이 있다. <더 포스트
[2018년 총결산⑬] 2018 외국영화 베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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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를 많이 받을수록 말을 아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웃음)”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가 올해의 제작자로 선정됐다. <신과 함께-인과 연>은 <신과 함께-죄와 벌>과 더불어 한국 프랜차이즈 영화 사상 최초로 쌍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홍콩, 대만 등의 아시아 국가에서 역대 한국영화 오프닝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달성하는 등 K무비의 글로벌 흥행을 이끌었다. “한국영화의 상업적 좌표를 한단계 더 전진시킨 것은 사실”(주성철)이라는 이유로 원동연 대표의 공을 높게 평가한 답변자가 많았다. 원동연 대표는 “시리즈 영화로 쌍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것도 의미 있지만, K무비, K웹툰, K테크놀로지 비즈니스의 매력이 결합된 <신과 함께> 시리즈를 통해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점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2018년 총결산⑫] 올해의 제작자 - <신과 함께> 시리즈 원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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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에서 작가로 전향한 지 4년차, 그동안 <카트>(2014), <뺑반>(개봉예정), <1987>(2017) 순으로 3편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김경찬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일관된 심지로 이야기에 불을 붙였다. 그중 <1987>은 그 제목에서부터 “역사를 그대로 끌어와 명확하게 새겨둔” 주제의식의 정점을 향하는 작품.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듯 여러 인물 사이를 횡단하는”(홍수정) 시나리오는, 그 결과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으로 관객을 끌고 들어가 시대의 초상들이 연대하는 과정을 단단히 엮어낸다. “모험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장준환 감독과 이우정 프로듀서에게 감사를 표한 김경찬 작가는, “애당초 딱 5년만 해보자고 시작했던 작가 생활을 좀더 연장해볼 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의 진정한 의미와 책임에 대해 질문하는 새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다.
[2018년 총결산⑪] 올해의 시나리오 - <1987> 김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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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감독의 기다림이 마술처럼 담겼다. 자연이 허락하는 시간은 짧고 변덕스럽지만, 홍경표 촬영감독은 사람의 눈으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어떤 빛을 기어코 낚아채 카메라에 담는다.”(김소미) <버닝>에서 홍경표 촬영감독은 빛을 만들지 않았다. 장면에 적합한 시간을 기다렸다가 필요한 빛과 공기를 포착해 카메라에 담아냈을 뿐이다. “해미(전종서)가 종수(유아인)의 집 마당에서 춤추는 시퀀스는 어둠이 질 때 한번에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롱테이크 장면이라 찍기 전에 테스트도 많이 했는데 운이 좋았다”는 게 홍 감독의 회상이다. 현재 그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 촬영을 마치고 색보정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기생충> 촬영은 정말 좋았다. 내가 읽은 봉준호 감독의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인물이 현실적이다.” 2018년은 <버닝>과 <기생충>을 연달한 작업한 까닭에 그로선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보낸 해다.
[2018년 총결산⑩] 올해의 촬영감독 - <버닝> 홍경표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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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이 없었다. 유독 여자 신인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 해여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지만, “전무후무한 폭발적인 연기. 주목할 만한 배우의 출현”(이화정)이라는 점에서 <죄 많은 소녀>의 전여빈에게 쏟아진 찬사는 절대적이었다. 단순히 기교가 아닌, 본능적인 재능이 엿보이는 연기에 대한 호평 일색. “영화의 불안과 긴장을 온몸으로 버티고 선 괴력의 배우”(주성철), “배우가 아닌 인간의 호흡을 보여주는 연기”(김소미), “한 배우가 영화 한편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최대치의 다면체”(송형국)라는 상찬이 더해졌다. 수상 소식에 전여빈은 “<죄 많은 소녀>는 기회가 더이상 없을 거라고 좌절했을 때, 내게 다음이 있게 해준 작품”이라며 의미를 전했다.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특색 있는 시나리오들은 이제 전여빈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차기작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제), <해치지 않아> 두편의 촬영으로 벌써부터 바쁘다.
[2018년 총결산⑨]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 - <죄 많은 소녀> 전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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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성유빈의 해다. 2018년 초 <씨네21>이 선정한 ‘라이징 스타’로 선정되어 주목받은 그가, 한해를 정리하는 연말 베스트에도 등장했다.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상은 <살아남은 아이>의 성유빈에게 돌아갔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 세밀한 연기에 대해 “베테랑 배우처럼 연기하는데 아직 소년. 지금도 놀랍고 앞으로는 더 놀라울 것 같다”(홍은미), “군더더기 없는 모던한 연기. 등장과 함께 오래 지켜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화정)이라는 평을 더했다. 지난해부터 <신과 함께-죄와 벌>(2017)로 1440만명이 넘는 관객에게 얼굴을 알리고, <살아남은 아이>로 올해 독립영화의 저력을 입증하며 바쁘게 달려왔다. 차기작인 <전투>의 촬영으로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수상소식을 전했다. 그는 “<살아남은 아이>는 ‘아역’으로 활동해오던 내게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지금의 떨림을 간직하고 좋은 배우가 되겠다”고 말한다
[2018년 총결산⑧]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 - <살아남은 아이> 성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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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방식의 로드무비를 완성했다. 올해의 여성영화, 올해의 독립영화 모두 <소공녀>를 꼽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고 안정적인 데뷔작이다.”(이지현) “스타일, 무드, 드라마틱함, 날카로운 시선, 캐릭터의 활력을 모두 배합해냈다.”(홍은미) <족구왕>(2014)과 <범죄의 여왕>(2016) 등을 만든 광화문시네마의 일원이었던 전고운 감독의 장편 데뷔작 <소공녀>는 위스키,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만은 포기할 수 없는 가사도우미 미소(이솜)가 담뱃값이 오르자 집을 버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다 버리고 최소한의 것만 챙겨서 떠돌아다니는 ‘가난뱅이 오타쿠’의 세대가 열렸음을 선포”(황진미)한 <소공녀>는 올해 가장 급진적인 주제의식을 가진 작품이었다는 평이 잇따랐다. 선정 소식을 전해 들은 전고운 감독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뜨겁게 <소공녀>를 만들어준 우리 스탭과 배우들에게 감사하고 축하드린다”며 다른 이들의 노고를 잊지
[2018년 총결산⑦] 올해의 신인감독 - <소공녀> 전고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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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아름다운 외모에 가려져 있던 개성이 공적으로 드러난다.”(이지현) <미쓰백>의 한지민은 올해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배우의 변신을 보여준다. 미디어가 선호하는 부드러운 여성상에 잘 어울리는 생김새가 한겹의 베일일 뿐이었다는 새로운 자각을 안긴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범죄자로 낙인 찍힌 채 살아온 무뚝뚝한 인물,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어린아이에게 함께 살아내자고 손을 내미는 인물 백상아는 한지민을 통해 비로소 양면의 진실함을 갖는다. “건조하고 낮은 목소리로 내뱉는 욕설, 독기와 불안이 서린 눈빛이 어우러지면서 불과 몇 장면 만에 기존에 알고 있던 배우의 모습이 더이상 떠오르지 않는다.”(황진미) 한지민은 “평소 아동학대 이슈에 관심이 많았기에, 어느 날 새벽녘에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 영화는 무조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대중에게 익숙한 기존의 이미지로 인해 “백상아 캐릭터가 흐리게 보이지 않을지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주연배우로
[2018년 총결산⑥] 올해의 여자배우 - <미쓰백> 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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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좋은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다. <1987>뿐만 아니라 <암수살인>까지 두편 모두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그 작품들로 선정되니 더욱 기분이 좋다.” 김윤석의 소감대로 <1987>과 <암수살인>은 “서로 다른 두 얼굴을 김윤석만의 표정과 호흡으로 완벽하게 표현한”(주성철) 작품이다. <1987>에서 그가 연기한 박 처장은 “개인이 아닌 사회적 악인으로서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는 악역”(송형국)이었다. “모두 가벼워지고 있을 때 김윤석의 눈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암수살인>의 엔딩에서 그(김윤석이 연기한 김형민)가 ‘어디 있노?’라고 말할 때를 보라, 그는 죽은 자에게 그렇게 말을 거는 사람”(이용철)이다. 김윤석에게 <1987>과 <암수살인>은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진 작업이다. <1987>은 “1987년을 보냈던 사람으로서 잊을 수 없는 과거의 흔적”으로 “투자받기 어려운 상
[2018년 총결산⑤] 올해의 남자배우 - <1987> 김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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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의 거리로 우리를 데려다주는 영화”(이화정)라는 말처럼 장준환 감독의 <1987>은 수많은 역사 속 광장을 거쳐왔던 관객에게 남다른 감동을 안겨준 영화다. 그에 화답하듯 각종 연말 시상식을 휩쓸고 있는 데 대해 장준환 감독은 “너무 벅차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그에게 <1987>은 “영화를 만들면서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런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과정과 결과가 좋았던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기적 같은 일들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무용담의 추억팔이에 그치지 않고 <그날이 오면>이란 노래처럼 우리가 정말 그날을 위해서 가고 있는지, 운동화 끈은 잘 묶였는지, 현재의 우리를 돌이켜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개봉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아직은 <1987> 이후 장준환 감독의 다음 관심사가 어디로 향할지는 미정이다. 하지만 “&
[2018년 총결산④] 올해의 감독 - <1987> 장준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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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나왔을 때 반응이 좋지 않았고, 체감상으로도 비판적이어서 (수상)예상도 기대도 전혀 안 했는데….” 올해의 영화와 올해의 감독, 2관왕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이창동 감독은 허허 웃으며 “의외”라고 말했다. <버닝>은 미스터리한 일을 겪는 종수(유아인), 해미(전종서), 벤(스티븐 연) 등 세 청춘을 통해 이창동 감독이 바라본 젊은 세대와 지금 세계를 그려내는 이야기다. 그것은 이창동 감독이 “오랫동안 쭉 해왔던 고민을 탐색하고 모색한 결과”로, “영화적인 경험을 통해서 세상과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작품”이다. <씨네21> 또한 그가 이 영화를 만든 의도와 조응했다. “소설을 이미지화하는 방식, 메타포로 스릴러를 폭발시키는 방식은 귀한 논의 대상이다. 이 영화가 이창동 감독이 지금껏 시도한 가장 영화적인 결과물이라는 데에는 의심이 없다.”(김소미) “그의 작품은 늘 한 시대의 조류를 몇 걸음씩 앞서갔는데 이번엔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만큼
[2018년 총결산③] 올해의 감독 - <버닝> 이창동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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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영화는 시대와 조응하는 목소리들로 채워졌다. 항상 자신의 영역과 시간대에서 영화와 공명하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들을 별개로 하고 나면 거의 대부분의 영화들이 과거 아픈 시대를 반추하거나 현재진행형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이야기들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살아남은 아이> <공동정범>처럼 다소 직접적인 접근은 물론이고 <버닝> <1987> <공작>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오늘의 한국에 화답하는 작품들이 고른 지지를 받았다. 그에 따른 결과 중 하나로 평자들의 지지가 확연하게 갈린 것도 특징이다. <씨네21> 기자들은 3위를 차지한 <1987>에 손을 들어준 데 반해 평론가들은 대체로 <버닝>에 지지를 보냈다. 2위를 차지한 신동석 감독의 <살아남은 아이>는 거의 모든 필자들의 고른 지지를 받아 신인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는 드물게 올해의 영화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왕성한
[2018년 총결산②] 올해의 한국영화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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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한국영화 1위 <버닝>
한국영화에서 ‘논쟁적’이라는 표현은 사라진 지 꽤 오래됐지만 <버닝>을 둘러싼 다양한 반응들은 차갑게 식은 한국영화 한복판에 새삼 불씨를 지폈다. 호평 일색인 해외 반응과 달리 국내 평단과 관객은 <버닝>에 대한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는데, 기성세대의 잣대로 젊은 세대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지적부터 미국 신인 독립영화감독들이 만든 영화보다 못하다는 다소 공격적인 평가도 나왔다. 어쩌면 찬사 일색이 아니라는 점이 도리어 현시점 이 영화의 가치를 증명하는지도 모른다. 긴 침묵을 깨고 돌아온 이창동 감독은 “모두 망각했거나 자본의 간섭에 겁을 먹고 퇴각해버린, 이야기 자체를 대담하게 실험한 드물고 귀한 시도”(김영진)를 했고, 그 결과 요 몇년간 경색된 한국영화라는 껍질에 균열을 낼 만한 자극을 남겼다. <버닝>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기 위해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벗어던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영화다. 작가의 시선에서
[2018년 총결산①] 2018 한국영화 베스트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