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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연인>(2006), <이층의 악당>(2010) 이후 오랜만에 손재곤 감독의 코미디가 돌아온다. 살인마나 사기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배짱에, 이질적인 재료를 과감하게 배합한 전작들을 떠올려보면 그의 신작 <해치지않아> 역시 평범한 코미디영화는 아닐 듯한데 인간들이 동물 탈을 쓰고 동물인 척 연기한다는 원작의 기발한 설정을 영상으로 어떻게 옮겨올지가 관건이다. “영화의 주된 재미가 그 장면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나오도록 편집을 열심히 하겠다. (웃음)” 정현주 전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이 세운 신생 투자·배급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해치지않아>는 2019년 1월 하순경 크랭크업을 앞두고 있다.
-원작 웹툰은 어떻게 처음 접하게 됐나.
=<해치지않아> 영화화를 준비하던 제작사에서 먼저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 연출을 제안했고, 원작을 읽어보니
[2019년 한국영화⑦] <해치지않아> 손재곤 감독 - 잘 만든 재미있는 영화, 그런 영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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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2016) 다음에 <우리집>이다. “주변에서 ‘다음 영화는 <우리나라>로 해서 남북 아이들 이야기를 하라’는 삼부작 아이디어도 주더라. (웃음)” 이번에도 초등학생들과 함께다.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이 또 한번, 아이들의 눈높이를 탐구한다. 이번엔 가족 문제다. 가정불화, 경제적 불안 같은 어른들의 힘겨운 상황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가된다. 고민을 가진 아이들이 만나 서로를 돕고 상처를 감싸주는 연대와 성장담. 지난여름 기록적인 무더위 한가운데서 촬영을 마치고, 믹싱작업에 한창인 윤가은 감독을 만났다.
-차기작에 대한 기대가 컸다. <우리들>의 연작 같은 또 한편의 아이들 이야기로 돌아왔다.
=차기작 고민이 컸다. 대학에 덜컥 합격한 후의 막막한 기분이 들더라. 만나는 감독님마다 붙잡고 물었더니, 한결같이 “빨리 다음 작품을 하라”고 하셨다. 씨앗으로 가지고 있던 걸 발전시켜야겠다 했다. <우리들>
[2019년 한국영화⑥] <우리집> 윤가은 감독, “ 우리 모두 집에 대해서는 풀리지 않는 각자의 숙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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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년 만의 신작이다. <파수꾼>(2011)의 윤성현 감독은 당시 한국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신인감독이었다. 그의 데뷔작은 배우 이제훈을 스타로 발돋움하게 만들었고, 이후 등장하는 수많은 청춘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제2의 <파수꾼>을 꿈꾸게 만들었다. 이렇게 모두가 그의 다음 영화를 기다린 지 어느덧 8년의 세월이 흘렀다. 소문만 무성했던 그의 차기작을 2019년에는 과연 볼 수 있을까. 과거 2011년 당시 <씨네21>이 윤성현 감독을 올해의 신인감독으로 선정했을 때 그는 선정 소감에서 “앞으로 진정 내가 즐기고 싶은 영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두 번째 장편영화 <사냥의 시간>(가제)이 그가 말하는 진정 즐기고 싶은 영화인지 궁금해 후반작업 중인 윤성현 감독을 찾아가 곧 완성될 영화에 관해 물었다.
-데뷔작 <파수꾼> 이후 두 번째 영화를 내놓기까지 8년이나 흘렀다.
=한동안 사이버 펑크 장르의 영화를
[2019년 한국영화⑤] <사냥의 시간>(가제) 윤성현 감독 - 건축물 헌팅에만 1년 가까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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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주>의 김태윤 감독은 아직 미완성인 영화에 대해 “나의 취향대로 찍은 첫 영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이전의 영화들은 안 그랬느냐고 곡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는 <재심>(2016), <또 하나의 약속>(2013)을 연출하며 온갖 외압에 맞섰던 감독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여러 장르영화의 시나리오작가로 활동하던 시절에 직접 <미스터 주>의 원안을 만든 감독으로서 이 이야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과연 관객이 신선하게 받아들일지, 엉뚱하게 받아들일지 만나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만들면서도 선례가 없는 영화이다 보니 더욱 어렵다”라고 말하는 김태윤 감독의 눈빛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영화의 결과에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이라 할 영화 <미스터 주>가 안겨줄 색다른 재미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기 시작한다.
-<미스터 주>는 어떤 기획에서 출발한 영화인가.
=처음
[2019년 한국영화④] <미스터 주> 김태윤 감독 - 나의 취향대로 찍은 첫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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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야기,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코미디가 바탕이 될 뿐.” 이계벽 감독의 솜씨를 더하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희망적이고 선한 이야기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할 수 있다. 불필요한 선정성 없이도 코미디영화의 흥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이계벽 감독의 <럭키>(2015)는 개봉 2주 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산뜻한 기록을 남겼다. 환호를 향해 달음질친 유해진이 재빨리 배턴터치한 새로운 주자는 바로 차승원. 이계벽 감독의 세 번째 작품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제목처럼 주인공 철수의 ‘미스터리’를 서서히 풀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어두운 장르영화들 사이에서 또 한번 귀한 오아시스가 되어줄 수 있을까. 한창 후반작업 중인 이계벽 감독에게 기대와 궁금증을 동시에 전해봤다.
-지난 10월 크랭크업하고 현재까지의 상황은.
=갓 1차 편집을 마무리한 상태다. 앞으로 후반작업을 달릴 일만 남았다.
-<야수와
[2019년 한국영화③]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이계벽 감독 -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희망이 담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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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봉한 강윤성 감독의 데뷔작 <범죄도시>는 680만 관객을 동원하며 놀라움을 안겼다. 12월에 열린 제18회 디렉터스컷 시상식에서 쟁쟁한 영화들을 제치고 <범죄도시>가 신인감독상을 가져간 것만 봐도 그렇다. 이날 강윤성 감독은 신작 <롱리브더킹> 촬영이 한창인 목포에서 영상 통화로 수상소감을 전했다. 현재 시즌3를 연재 중인 동명의 인기 웹툰을 바탕으로 하는 <롱리브더킹>은 강윤성 감독이 시즌1까지의 내용을 토대로 장세출(김래원)이라는 불굴의 캐릭터를 그린다. 전작에서 증명한 통쾌한 리듬감에 사랑 이야기의 애틋한 감수성을 더하고자 했다는 강윤성 감독.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울 로케이션을 위해 잠시 집으로 돌아온 그가 짬을내 인터뷰에 응했다.
-<범죄도시> 성공 이후 빠르게 차기작에 돌입했다. 쏟아진 시나리오가 많았을 텐데 <롱리브더킹>의 어떤 점에 끌렸나.
=데뷔하기까지 걸린 오랜 시간 동안 가장 갈망
[2019년 한국영화②] <롱리브더킹> 강윤성 감독 - 상황이 만들어내는 액션의 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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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다. ‘멜로영화의 거장’ 허진호 감독이 남성 캐릭터들간의 관계맺음과 감정의 흐름을 본격적으로 조명한 영화를 만드는 건.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제·이하 <천문>)는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으로 평가받는 세종대왕과 당대의 천재 기술자 장영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 사극이다. 그동안 충무로에서 본격적으로 탐구된 적 없던 장영실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호기심과 지금까지 알려진 바 없는 세종대왕과의 관계, 최민식(장영실 역)과 한석규(세종대왕 역)라는 두 걸출한 배우의 협업,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키워드는 <천문>을 2019년 가장 궁금한 한국영화의 목록 상단에 자리하게 만들었다. <덕혜옹주>(2016)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허진호 감독은 <천문>을 통해 어떤 시선으로 조선시대의 인물과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까. 크랭크업을 한달여 앞두고 촬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허진호 감독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밑그림을 짐
[2019년 한국영화①]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제) 허진호 감독 - ‘최민식과 한석규 조합’으로 세종과 장영실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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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편의 한국영화 신작과 만난다. 새해 개봉을 목표로 크리스마스 시즌, 연말 연초를 잊고 촬영장에서, 또 편집실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감독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간 구상하고 직접 촬영 현장에서 부대끼며 열과 성을 다했고, 혹은 다할 예정인 작품들을 최초로 공개하는 만큼 그들 모두 흥분된 마음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인터뷰와 함께 처음 공개되는 영화의 이미지, 시놉시스를 비롯해 미리 완성된 영화를 그려볼 수 있게끔 관전 포인트도 정리했다. 기대 감독들의 대거 귀환, 장르의 다변화와 함께 2019년 극장가도 여전히 뜨거울 것 같다. 물론 9편으로 끝이 아니다. 다음호, 그 다음호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감독들과 만날 예정이니 설레는 마음으로 계속 기다려주시라.
[연속 특집1] 2019년 한국영화 신작 감독과의 대화 ① ~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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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상영회에서는 특별한 시간이 이어졌다. <SWEET, SALTY>의 멘토로 활약한 팜 당 디 감독, <THE BACKPACK>의 멘토 윙 황 지엡 감독, <BLESSED LAND>의 멘토 찐 딩 레 밍 감독과 한국의 민용근 감독이 한자리에 모여 양국의 단편영화에 대한 심도 싶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예리한 통찰과 날카로운 의견들이 오간 대화의 장 분위기를 전한다. 아마도 베트남영화계의 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팜 당 디_ 단편영화를 장편의 입문단계 정도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둘은 서로 다른 형식이다. 1990년 <꿈>을 찍은 후 단편을 찍었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처럼 장편을 만들고 난 뒤에도 얼마든지 야심찬 단편을 찍을 수 있다. 오히려 단편이 작가의 역량과 예술적인 지향을 표현하기 적합한 방식이라 생각한다. 아쉽게도 아직 베트남에서는 1년에 단편영화가 100여편 밖에 제작되지 못한다. 찍고 나서도 이를 소개할 플랫폼이나 매
[한베청년꿈키움 단편영화 상영회③] 멘토로 나선 한국과 베트남 감독 4인 대담 - 팜 당 디, 윙 황 지엡, 찐 딩 레 밍, 민용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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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사회의 모든 것을 반영할 수는 없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 한 사람 분량의 진실, 카메라 한대 분량의 사실을 포착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4편의 베트남 단편영화들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베트남 사회, 베트남인, 베트남 문화가 가진 가치를 전달했다. 드엉 디에우 리잉 감독의 <SWEET, SALTY>는 중년의 임신부가 겪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코믹하고 따뜻한 터치로 그려낸 영화다. 디테일한 상황 묘사가 눈에 띄는 가운데 베트남 북부 특유의 쾌활한 웃음을 잃지 않는 드라마가 인상적이다. 팜 녹 란 감독의 <BLESSED LAND>는 골프장을 무대로 베트남의 역사와 사적 기억들을 관통해가는 영화다. 흑백 화면에 실험적인 영상이 돋보이는데, 이번 단편영화제의 다양한 포용력을 확인하게 하는 개성 있는 영화다. 팜 디엔 안 감독의 <STAY AWAKE, BE READY>도 독특한 스타일에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3개의 롱테이크로 이뤄진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
[한베청년꿈키움 단편영화 상영회②] 베트남 단편영화와 관객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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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의 어려움은 어딜 가나 비슷한 것 같다.” 한국 단편영화 5편이 베트남 관객에게 공개된 뒤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한국영화 현장의 분위기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차정윤 감독은 영화는 “모두 비슷하면서도 각각 유일하다”고 답했다. 이날 선보인 5편의 영화는 서로 다른 스타일과 주제로 한국 사회의 다양한 지점들을 건드렸다. 차정윤 감독의 <상주>는 희미해져가는 존재감과 일상의 권태에 지쳐가던 중년 여성 상주가 우연히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큰맘 먹고 찾아간 곳에서 상주를 맞이한 건 홀로 사는 할머니다. 젊은 주부라고 신분을 속인 할머니를 만난 상주는 처음엔 당황하지만 이내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안정을 느낀다. 차정윤 감독은 “여성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찬찬히 따라가고 싶었다. 촉박한 일정이라 물리적인 한계가 많았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좀더 다듬어서 여러분에게 다시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단편영화제
[한베청년꿈키움 단편영화 상영회①] 한국 단편영화와 관객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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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젊은 나라다. 9500만명의 인구 중 35살 미만의 인구가 6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느 분야를 둘러봐도 베트남인들의 높은 자존심과 긍지, 지치지 않는 활력이 뿜어져 나온다. 베트남의 젊은 영화인들과의 교류를 위해 한국 감독들이 호찌민에 발을 디딘 12월 2일, 마침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팀이 스즈키컵 4강 상대인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날이었다. 승리를 자축하는 오토바이 행렬과 거리를 메운 수많은 인파에서 뿜어져나오는 흥겨움은 마치 2002년 월드컵의 열기를 다시 마주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베트남 축구의 선전과 이를 국가적인 축제로 즐기는 분위기는 지속적이고 가파른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베트남의 오늘을 상징한다. 이러한 성장과 팽창의 분위기는 영화산업도 마찬가지다. 1986년 베트남이 문호를 개방한 이후 자유로운 분위기와 문화적 교류 속에서 성장한 현재 베트남 젊은 세대들은 한국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대중문화를
제1회 한베청년꿈키움 단편영화 상영회, 베트남 호찌민에서 만난 영화인들 ①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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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을 만들고 가장 행복한 한해를 보냈습니다.” 12월 12일 메가박스 코엑스 10관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주최한 ‘제18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한국 영화감독이 뽑은 올해의 영화 스페셜 토크: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 <1987>편의 진행을 맡은 최동훈 감독은 <지구를 지켜라!>(200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에 이어 세 번째 장편영화를 만든 장준환 감독을 “한국에서 가장 이상한 영화감독”이라고 소개했다. 충무로의 천재 감독이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준비하던 많은 프로젝트가 엎어지곤 했던 장준환 감독은 “2015년 말, 김경찬 작가로부터 <1987>의 초고를 받고 몇달에 걸쳐” 각색 작업을 하던 순간을 회고하며 토크를 시작했다. “‘충무로에 1987년 6월 항쟁에 관한 시나리오가 돈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올 게 왔다’고 생각했다”라는 최동훈 감독은 “장준환 감독이 만든다기에 이상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국영화감독조합③] 최동훈 감독이 <1987>의 장준환 감독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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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는 끝내 살아남은 할머니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생존시키기로 결심했는지에 대해 다룬 성장영화다. (중략)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지금 현재 주목받아야 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고 고마운 영화다.” (변영주 감독) 12월 11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변영주 감독이 묻고 민규동 감독이 답하는 <허스토리>의 스페셜 토크 행사가 열렸다. 민규동 감독이 연출한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 작품은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중·장년층 베테랑 여성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허스토리언’이라 불리는 팬덤을 구축하며 여성영화를 소비하는 팬 문화의 확장에 중요한 기여를 한 2018년의 한국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행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허스토리>의 예고편이
[한국영화감독조합②] 변영주 감독이 <허스토리>의 민규동 감독에게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