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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물이야 어디 한두편이랴. 하지만 정은경 감독의 ‘뱀파이어’는 다르다. 일단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지만 타죽지 않는 뱀파이어. 비결은 UV차단지수 높은 선크림이다. 사람 잡는 흡혈에 나서는 대신 정육점에서 선지를 사서 마시는 ‘이성적’인 뱀파이어기도 하다. 서기 2018년 서울 망원동에서 메이크업 숍을 하며 치솟는 월세 대느라 급급한 500살 란(정연주)과 스무살 소년(송강)의 사랑을 그린 판타지 멜로. <뷰티풀 뱀파이어>는 동명의 웹드라마와 영화가 동시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 홍보사와 미국 독립영화 배급사를 거쳐 합작 영화 프로덕션 코디네이터, <베를린>(2013) 연출부 등 1999년부터 영화계에서 다양한 일을 해온 정은경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예측 불가의 오버 캐릭터, 뱀파이어 란의 매력에 빨려드는, 독특한 판타지 로맨스를 만날 수 있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확실한 장르의 컨벤션이 있다면, 그걸 가뿐히 변형한 ‘변종 뱀파이
[히든픽처스] <뷰티풀 뱀파이어> 정은경 감독 - 헬조선에 사는 뱀파이어, 능청스러운 매력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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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찢’ 영화라고 하면 딱 맞을까. <소녀의 세계>는 평범한 고등학생 선화(노정의)가 선배 하남(권나라)을 만나면서 겪는 두근두근 알 수 없는 마음의 세계를 그린 영화다. 고교 시절 연극부 부장이었던 안정민 감독이 그때의 순수하고 풋풋한 감정을 새겨두었다가 9년 동안 개발한 작품. SF물 <천사몽>(2000)의 연출부로 영화계에 입문해 그간 <검은집>(2007), <그림자 살인>(2009)의 조감독을 거쳐 만든 데뷔작. 상상력을 극대화한 성장 드라마다.
-히든 픽처스에 선정되고 반응이 좋아졌다고.
=사실 내 친척들조차 이 영화가 개봉한 줄 몰랐다. (웃음) 히든 픽처스의 지원이 이렇게 큰힘이 될 줄 몰랐다. 포털사이트에서 영화 순위 100위권밖에 밀려나 있었는데 히든 픽처스에 선정돼 다시 소개되면서 댓글과 트위터의 트윗이 활성화됐다.
-주인공 선화를 중심으로 한 10대 소녀의 성장물이다. 9년 전부터 개발한 만큼 그간 어려운 고비가
[히든픽처스] <소녀의 세계> 안정민 감독 - 독립영화 사람스러움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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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의 인기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3>가 1월 30일 국내 개봉한다. 용과 인간의 우정과 성장을 유려한 비주얼과 감동적인 스토리로 풀어낸 이 작품은 지난 2010년 1편을 공개한 이래 전세계적으로 흥행수익 11억2천만달러를 기록하며 글로벌한 사랑을 받았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드래곤 길들이기3>는 1월 3일 호주에서 개봉한 뒤 해외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 “애니메이션계의 <보이후드>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드래곤 길들이기3>는 지금까지 시리즈가 거쳐온 시간에 대한 감정적 여진을 남긴다”는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의 평대로, 이번 작품이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감동적인 마무리를 선보인다는 반응이 많다. 시리즈에 뜨거운 안녕을 고하기 전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사실들을 키워드로 정리해 소개한다.
01. 사라진 용들
“어렸을 때는 드래곤들이 많았죠.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드래곤 길들이기3> 재밌게 보는 다섯 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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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과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것 중 무엇이 더 괴로울까. 제 살 깎아먹는 고백부터 하고 시작해야겠다. 지난해 12월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진 한국영화 3편 <마약왕> <스윙키즈> <PMC: 더 벙커>를 이제야 봤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상업영화, 특히 규모 있는 영화를 보는 게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노동처럼 느껴졌기에 애써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호기심이 생긴 건 슬프지만 세편의 영화가 모두 흥행에 실패한 탓이다. <마약왕> 186만명, <스윙키즈> 145만명, <PMC: 더 벙커> 166만명(2019년 1월 17일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며 제작비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관객 반응도 하나같이 아쉬움의 토로였다.
적당히 현실인 척, 편리해서 더 나쁜 한국영화의 몇 가지 습관
만약 여느 때처럼 어떤 작품이 적당히 관객을 모으고 시즌의 승자로 기록됐다거
다양한 방식으로 기대를 배신하는 <마약왕> <스윙키즈> <PMC: 더 벙커>, 그 참을 수 없는 피로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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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마동석 주연의 <챔피언>, 신인배우 김다미를 주연으로 발탁한 <마녀>, 그리고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고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이 주연한 <인랑> 등 3편을 선보였다. 이중 흥행에 성공한 것은 <마녀>였고 기대작 <인랑>은 참패했다. 최재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대표는 <인랑>의 실패와 지난해 한국영화 전반의 부진을 곱씹으며, 충격적 결과의 반추가 자성과 각성, 새로운 방안 모색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심했다”, “안일했다”, “오만했다”는 표현은 모두 자성의 정도를 말해주는 서술어였다. 관객의 변화 및 경쟁자가 늘어난 시장 상황의 변화,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향후 계획까지 최재원 대표에게 들었다.
-2018년에 <챔피언> <마녀> <인랑>을 선보였다. <마녀>를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한해였다.
=우선 출연배
[한국영화 기획⑦] 최재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대표 - 이게 맞아? 옳고 재밌어? 되물으며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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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이하 메가박스)은 그간 <동주>(2015), <미씽: 사라진 여자>(2016), <박열>(2017), <범죄도시>(2017), <기억의 밤>(2017) 등 내실 있는 중저예산 영화들을 선보이며 투자·배급사로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엔 <변산> <리틀 포레스트> <너의 결혼식> <명당> <도어락> 등 5편을 선보였다. 소재와 장르 등에서 차별화를 꾀한 이 영화들은 흥행 결과와 무관하게 저마다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그해, 그 시즌에 새로운 영화는 있을 수 있다.” 메가박스에서 투자한 작품 중 규모가 가장 컸던 사극 <명당>과 <동주> <박열>의 성공을 이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준익 감독의 <변산>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지만 이정세 메가박스 영화사업 본부
[한국영화 기획⑥] 이정세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사업 본부장 - 다양성이 산업을 건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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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이라는 이름 뒤에 붙은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이라는 직책이 아무래도 낯설고 어색하다. 이상윤 투자제작본부장은 CJ엔터테인먼트와 CGV아트하우스 등에서 20여년 동안 지내온 CJ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해 7월 쇼박스로 옮겼다. ‘CJ맨’이던 그가 쇼박스로 간다는 소식이 충무로에 전해졌을 때 많은 영화인들이 깜짝 놀란 것도 그래서다. 쇼박스에서 6개월째 일하고 있는 이 본부장은 “집중력이 높은 조직이다. 라인업 한편 한편을 성공시키기 위해 전사적인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쇼박스를 소개했다.
-지난해 쇼박스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곤지암> <암수살인> <성난황소> <마약왕>을 차례로 선보였다. 지난해 라인업을 운용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지난해는 예산이 많이 투입된 영화들이 대체로 고전한 반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 공포영화 <곤지암>이나 쇼박스 영화는 아니지만 <
[한국영화 기획⑤] 이상윤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 - 더 도전적인 선택을 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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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다운 선택.’ 함진 NEW 영화사업부 한국영화투자 본부장과의 인터뷰에서 ‘초심’과 함께 가장 자주 언급된 표현이다. 그 의미를 묻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택한 작품에 대해서는 최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전사가 하나 되어 움직이는 것”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지난해 NEW의 성적은 다소 아쉬웠다. <안시성>과 <스윙키즈> <독전> <염력> <창궐> 등 NEW가 배급한 100억원 이상의 대작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 지난해 연말 NEW가 단행한 조직 개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초심으로 돌아가 독창적인 기획과 시의적절한 배급 전략에 다시금 승부수를 거는 2019년 NEW의 전략이 보다 명확하게 보인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NEW 영화사업부의 한국영화투자 본부장을 맡게 된 함진 전 한국영화 2팀장은 이번 개편의 중심에 놓인 인물이다. 쇼박스,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를 거쳐 2015년 NE
[한국영화 기획④] 함진 NEW 영화사업부 한국영화투자 본부장 - 한국영화만의 이야기에 힘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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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균 CJ ENM 한국영화사업부장을 만나기로 한 지난 1월 11일, 이른 아침부터 기사 하나가 주식시장을 잠깐 뒤흔들었다. CJ ENM이 덱스터를 인수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해 ‘쌍천만’을 기록한 덱스터의 주식이 덩달아 급등했다는 기사도 줄을 이었다.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는 공시가 발표돼 명백한 오보로 밝혀지기까지 얼마 안 걸렸지만, 신생 투자·배급사 관련 뉴스가 화제가 된 최근의 영화산업에서 CJ ENM이 여전히 ‘핫’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임명균 한국영화사업부장을 만나 CJ ENM의 덱스터 인수설부터 확인했다. 전략기획팀(2008~2013년)과 해외사업본부장(2013~2018년)을 거친 뒤 지난해 현재의 보직으로 발령받은 그다. 그는 “구관이 명관”이라고 올해 CJ의 각오를 전했다.
-CJ ENM의 덱스터 인수 관련 기사는 사실인가.
=공시했으니 그외의 내용은 얘기할 수 없다(CJ ENM은 “덱스터 인수를 추진 중은 아니다.
[한국영화 기획③] 임명균 CJ ENM 한국영화사업부장 - 배우 풀을 확대하고, 신인 발굴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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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롯데컬처웍스는 서울 송파구 롯데캐슬골드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본사를 이전했다. 롯데월드타워 27층에 위치한 롯데컬처웍스의 새 사무실에 들어서면 잠실 일대는 물론이고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관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앞으로 글로벌하게 나아가야 하는데 사무실이 좁으면 회사의 규모부터 작아 보이지 않겠냐”는 차원천 대표의 뜻이 주효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1일,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에서 분리, 독립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업으로 거듭난 롯데컬처웍스는 2018년 국내 메이저 영화 투자·배급사 중 가장 주목할 만한 활약상을 보여줬다. 김용화 감독의 판타지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신과 함께-인과 연>이 <신과 함께-죄와 벌>에 이어 다시 한번 천만 관객을 기록했고,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658만명)과 <완벽한 타인>(529만명)도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진입하며 순항을 거듭했다. 덕분에 롯데컬
[한국영화 기획②] 차원천 롯데컬처웍스 대표 -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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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지난해 추석 시장에서 <물괴> <명당> <안시성> <협상> 등 한국영화 4편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충무로 안팎에서 일제히 나온 얘기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순제작비가 적게는 100억원 이상 많게는 220억원에 이른 한국영화 4편 모두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한국영화의 부진 탓에 지난해 추석 시장에서 불러들인 관객수가 전년도(2017년 추석 시장에선 <남한산성>(384만여명,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범죄도시>(688만여명), <아이 캔 스피크>(328만여명), <킹스맨: 골든 서클>(494만명)이 개봉했다.-편집자)에 비해 76% 정도에 그쳤다.
그로부터 두달이 지난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추석 시장의 악몽이 되풀이됐다. <마약왕>(손익분기점 400만명), <스윙키즈>(손익분기점 370만명), <PMC:
[한국영화 기획①] 2018년 성적을 바탕으로 2019년 한국영화 흥행을 예측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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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전조일까, 아니면 우연의 연속일까. 지난해 추석 시장과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한국영화 대작들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한 것을 두고 충무로 안팎에서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최근 신생 투자·배급사들이 산업에 뛰어들었고, 네이버웹툰과 카카오M 같은 공룡 ICT 기업들도 드라마와 영화 같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나서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에서 산업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하다. 롯데, CJ, NEW, 쇼박스, 메가박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등 투자·배급사 및 직배사에서 한국영화 투자를 책임지는 사람들을 만나 최근의 산업 상황에서 무엇을 고민하는지 물었다. 또 시장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한국영화 위기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확인했다.
한국영화 기획, 맞는 길로 가고 있습니까?-한국영화 투자·배급사 투자책임자 인터뷰 ① ~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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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야 감독은 영상 작업을 하는 틈틈이 독립출판서점 유어마인드에서 일했던 경험과 인연을 바탕으로 영화 외에도 사진과 음반 작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어왔다. 그 기록은 그의 홈페이지(http://lightonthewall.com)에서 상세하게 볼 수 있다. <집의 시간들> 역시 책과 영화가 동시에 기획된 사례다. 이제는 재건축을 앞두고 철거된 둔촌주공아파트의 낡지만 포근했던 순간을 담아낸 영화 <집의 시간들>이 개봉된 이후 라야 감독을 다시 만나 후일담을 들어봤다.
-개봉 이후 관객과 만날 기회가 많았을 텐데 영화에 대해 주로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
=자신은 아파트에 살아보지 않았는데도 공감이 가더라는 반응이 흥미로웠다. 우리는 흔히 집의 형태에 따라서 사는 모습이 달라진다고 이야기하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이 영화에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은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또 특수한 자신의 가족사를 떠올리게 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집이란 공간이 좋
[히든픽처스] <집의 시간들> 라야 감독 - 사람을 말한다, 공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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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배우 이나영이 6년 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뷰티풀 데이즈>는 윤재호 감독이 탈북 여성의 목숨을 건 이주를 따라간 다큐멘터리 <마담B>(2016)와 한쌍을 이룬다. 그는 단편 <약속>(2010),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단편 부문에 초청된 <히치하이커>(2016), 장편다큐멘터리 <마담B> 등을 통해 시스템에서 소외된 약자들을 꾸준히 스크린에 옮겨온 감독이다. <뷰티풀 데이즈>가 요란하지 않고 진실한 까닭은 탈북민에 대한 감독의 오랜 관심이 집약된 덕분이기도 하다. 여기에 배우 이나영의 독보적인 분위기가 더해져 “영화적인 언어”를 고심한 연출의 장악력 또한 더욱 강해졌다. 윤재호 감독은 가족 관계의 비련을 통해 탈북 여성과 청년 세대를 바라보면서 “서로 물리고 물려 있는 느낌”을 진득한 이미지 속에 담아냈다.
-<뷰티풀 데이즈>라는 은유적인 제목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자
[히든픽처스] <뷰티풀 데이즈> 윤재호 감독 - 살아남은 여성, 신파 없이 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