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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넷플릭스 보고 갈래?” 넷플릭스가 등장한 후 “라면 먹고 갈래?”를 대체했다는 저 문장을 살짝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제 사람들은 넷플릭스와 웨이브, 혹은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를 함께 구독한다. 미국인들은 이 조합에 디즈니+, 애플TV+,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추가한다. 월정액을 내고 광고 없이 언제 어디서나 몰아보기가 가능한 넷플릭스의 등장은 미디어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어놓았다. 그 영향으로 한국에서는 웨이브, 시즌 등이 서비스를 시작했고 디즈니, 애플, 아마존 같은 공룡 기업이 출시한 OTT 플랫폼 역시 국내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CJ E&M과 JTBC는 지난해 합작 OTT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바야흐로 ‘포스트 넷플릭스’라 요약할 수 있는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시장의 양상을 점쳤다.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국내 OTT 시장을 정리한 지형도는 지금 상황을 한눈에 보여줄 것이다.
[스페셜] 플랫폼 전쟁 ①~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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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 달간 매주 화요일 8시, 아트나인에서 ‘그레타 거윅의 눈으로 바라 본 세계-그레타 거윅 특별전’이 열린다. 상영작은 <프란시스 하>(3/3) <작은 아씨들>(3/10) <우리의 20세기>(3/17) <재키>(3/24) <매기스 플랜>(3/31)으로 모두 거윅이 창조한 여성 인물들이 빛나는 영화다. 이들은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을 지녔지만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울고 넘어지다 성장하는 그레타 거윅의 여성 캐릭터들을 <씨네21> 1246호에 실린 이주현 기자의 ‘그녀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그레타 거윅이 밀레니얼의 아이콘이 된 이유’ 기사를 중심으로 만나보자.
<매기스 플랜>의 매기
제목 그대로 매기의 기상천외한 계획이 펼쳐지는 영화 <매기스 플랜>에서 그레타 거윅은 분명한 의지와 계획을 가진 매기를 연기한다. 결혼 대신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으려했던 매기가 존(에단 호크)과 사랑
그레타 거윅이 밀레니얼의 아이콘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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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제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두 명의 신임 집행위원장이 선임되는 등 영화제 내부적으로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으며, 홍상수 감독의 은곰상 감독상 수상 소식도 들려왔다. 반면 논란의 영화 <다우. 나타샤> 제작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문제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씨네21> 1246호에 실린 한주연 베를린 통신원의 기획 기사를 통해, 베를린 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7개의 이슈를 살펴보았다.
두 명의 신임 집행위원장이 선임되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선정된 카를로 샤트리안과 마리에트 리스벡(왼쪽부터, 사진 베를린국제영화제)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가장 큰 변화는 집행위원장의 교체다. 18년간 베를린 영화제를 이끌었던 디터 코슬릭에 이어 새롭게 선임된 집행위원장은 마리에트 리센벡과 카를로 카트리안이다. 리센벡은 조직 운영을, 카트리안은 프로그래밍을 담당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마리에트 리센벡의 경우 베를린영화제를 이끄는 첫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화제작과 주요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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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현 감독의 신작 <사냥의 시간>이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됐다. <씨네21> 1245호에는 한주연 통신원의 리뷰 ‘살아남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와 기자회견 현장을 옮긴 기사가 실렸다. <파수꾼>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윤성현 감독과 배우 이제훈·박정민이 보내온 포토코멘터리도 담겼다. 코로나19사태로 국내 개봉이 연기되어 <사냥의 시간>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은 미뤄졌지만, 베를린영화제에서 공개된 <사냥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을 먼저 살펴보자.
1. 베를린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 초청
<사냥의 시간>은 베를린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개봉이 미뤄졌지만 2월22일 오후9시(현지 시간) 베를린에서 첫 공개됐다. 스페셜 갈라는 비경쟁 부문으로, 대중과 폭넓게 교감할 수 있는 영화가 초청된다. 올해는 <사냥의 시간>을 포함해
베를린에서 첫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어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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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시즌1이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두 번째 시즌이 오는 3월13일 최초 공개된다. 시즌2 세 편의 에피소드를 미리 본 <씨네21> 기자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기대 이상.” <씨네21> 1245호에 실린 송경원 기자의 ‘<킹덤> 시즌2 최초 공개-6가지 관람 포인트와 김은희 작가 인터뷰’ 기사에 실린 내용을 중심으로 <킹덤> 시즌2에서 주목할 만한 관람 포인트 몇 가지를 정리해봤다.
성실한 떡밥 회수
시즌1 엔딩과 함께 새로운 서사의 출발을 예고한 <킹덤>은 시즌2에서 여러 변신을 시도한 한편 지난 시즌의 복선을 성실하게 회수한다. 시즌2 두 번째 에피소드부터 연출을 담당한 박인제 감독은 “시즌1이 ‘킹덤’의 몰락을 가져온 단초와 과정을 담았다면 시즌2는 그 ‘킹덤’의 몰락의 결과를 담아야 하는 서사다”라고 말했고, 영의정 조학주 역의 류승룡 배우 또한 “시즌1의 장
<킹덤> 시즌2의 여섯 가지 관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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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캠페인이 시작된 지난해 8월만 해도 톰 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들인 경쟁작에 비해 예산도 적고 배급 규모도 작지만 CJ와 네온이 힘을 합쳐 톱니바퀴가 돌아가듯이 오스카 캠페인을 진행했다”는 봉준호 감독의 말대로, <기생충>이 오스카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완주할 수 있었던 건 톰 퀸 네온 대표의 공이 크다. 잘 알려진 대로 네온은 <기생충>을 북미 지역에 배급한 미국 배급사다. 톰 퀸은 배급사 매그놀리아에서 일하던 시절 <괴물>(2006)과 <마더>(2009) 등 봉준호 감독의 전작을 북미 지역에 배급한 인연으로 <기생충>의 배급을 맡게 됐다. 톰 퀸이 이끄는 네온은 캠페인 내내 ‘봉하이브’(Bong Hive)를 앞세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변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다음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살펴보았다.
1. 매그놀리아의 시네필, <괴물> &
[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⑦] 신뢰 쌓기가 직업 - 톰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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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뭉클했던 대목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음악상일 것이다. 시상자도, 음악상 후보곡을 라이브로 들려준 오케스트라 지휘자(아카데미 역사상 92년 만에 처음으로 시상식 공연의 오케스트라를 이끈 여성 지휘자 이미얼 눈.-편집자)도, 수상자도 모두 여성인 건 시대의 변화를 요구받은 아카데미의 성의 있는 대답인지도 모른다. <캡틴 마블>의 브리 라슨, <원더우먼>의 갤 가돗, <에이리언> 시리즈의 시고니 위버 등 세 배우로부터 음악상을 받은 <조커>의 음악감독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는 “소녀들과 여성들, 딸들에게 말하고 싶다. 꼭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우리는 당신들의 목소리 듣기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DC 슈퍼히어로 시리즈 최초의 여성 음악감독인 그가 들려준 <조커>의 음악은, 무너지는 조커(호아킨 피닉스)의 내면에 연민, 슬픔, 동정, 씁쓸함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생생하게 불어넣었다.
될성
[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⑥] 인물의 내면을 풍성하게 그려내다 -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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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상상력으로 정평이 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에겐 다행히 자신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해주는 동반자가 있다.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토르: 라그나로크> <조조 래빗>까지 세편의 작품에서 프로덕션 디자이너를 맡은 라 빈센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뉴질랜드에서 조각가, 미술가로 활동하던 라 빈센트는 영화미술에 발을 들인 후 세트 디자인을 거쳐 이제는 신뢰받는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활약 중이다. 그는 좀처럼 구현하기 힘든 규모의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걸로 정평이 나 있는데, 그중에서도 오늘의 라 빈센트를 만들어준 영화는 피터 잭슨의 <호빗> 시리즈다.
<호빗> 시리즈에서 조각과 세트 디자인을 담당한 라 빈센트는 <호빗> 프로젝트가 자신을 성장시킨 장대한 모험이었다고 회상한다. <호빗: 뜻밖의 여정> 의 준비 작업부터 시작하여 <호빗: 다섯 군대 전투>가 끝날 때까지 무려 6
[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⑤] 상상했던 그대로 - 라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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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제72회 칸국제영화제는 촬영감독 클레르 마통의 전성기를 알리는 쇼케이스장이기도 했다. <애틀랜틱스>가 심사위원대상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각본상을 받으면서 주요 부문에서 빼어난 미학을 자랑한 두 영화 모두 한명의 촬영감독이 만진 결과라는 사실에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랑스 출신의 촬영감독 클레르 마통은 2006년 데뷔해 알랭 기로디 감독의 영화 <호수의 이방인> <스테잉 버티컬>로 특유의 스타일을 인정받은 바 있다. 40대 중반에 이르러 힘 있고 완숙한 기세를 보여주고 있는 마통의 모습은 흡사 <위대한 유산>(1998)을 거쳐 <이 투 마마>(2001), <뉴 월드>(2005) 등으로 뻗어나가고, 일련의 테렌스 맬릭 영화로 도약했던 촬영감독 에마누엘 루베스키의 존재감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부터 프랑스 뤼미에르영화제, 뉴욕비평가협회상, 전미비평가협회상에서 촬영상을 수상한 클레르 마
[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④] 우아한 관능과 야생성 - 클레르 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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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여성도 성희롱을 겪어서는 안된다는 당연한 진실을 썼다.” 실존 인물인 앵커 메긴 켈리를 중심으로 <폭스 뉴스>의 성희롱 사건을 파헤치는 영화 <밤쉘>의 작가 찰스 랜돌프는 올해 제72회 미국작가조합상에서 명예상격에 해당하는 파울 셀빈상을 수상했다. 지난 25년간 미국작가조합의 고문변호사를 담당한 파울 셀빈의 이름을 딴 이 상은 헌법상의 인권과 자유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대본을 쓴 회원에게 수여된다. 평생 동안 작가 1인당 1회로 수상을 한정해 그 의미를 높이 기리는데, 미국작가조합은 <밤쉘>을 “도전적이고 의미 있는 우리 시대의 정신을 깊이 있고 매혹적인 인간 드라마로 표현했다”고 평했다. 찰스 랜돌프는 전작인 <빅 쇼트>로 애덤 매케이 감독과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 미국작가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이미 각색상을 휩쓴 작가다. 제작자를 겸업하는 그는 데뷔작인 <데이비드 게일>을 제외
[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③] 감정과 윤리를 동시에 - 찰스 랜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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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자면) 편집이란 시선의 춤이 되어야 한다. 따로 촬영된 두개의 필름을 단순히 붙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시간을 압축해 관객을 이끌고, 이미지와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포드 v 페라리>의 편집자 마이클 매커스커는 영화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선명하게 정리한다. 사실 이것은 특별한 비법이 아니다. 할리우드 내러티브 영화가 100년 동안 갈고닦아온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갈수록 기본에 충실한 영화가 드물어지고 있는 지금, 이 당연하고 묵묵한 원칙들이 새삼 빛을 발한다. 2020년 아카데미 편집상을 수상한 <포드 v 페라리>가 바로 그 증거다. <포드 v 페라리>는 영화미학의 영토를 확장시키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다. 그저 탄탄한 대본에 충실한 연기, 이를 조합한 성실한 연출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영화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가 완벽하게 들어맞았을 때의 호소력은 그 어떤 영화도 도달하기 힘든 곳으로 관객을 이끈다. 마치 자동차
[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②] 기본에 충실하게 - 마이클 매커스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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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는 건 미안하지만 나는 일본을 떠나 미국인이 되었다. (일본에서) 꿈을 이루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 살고 있다.” <밤쉘> 로 92회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한 가즈 히로의 한마디는 현재 그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아마도 ‘(일본인으로서의 경험이) 수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은 일본 문화에 대한 의례적인 상찬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즈 히로는 그렇게 주변의 기대와 시선에 맞춰서 살아온 적이 없었고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92회 아카데미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된 이 수상 소감은 개인의 창의성을 억압하는 일본문화계의 관행에 일침을 날렸다. 이 대답과 태도만큼 한 사람의 삶과 예술을 향한 태도를 정확하게 밝히는 지표도 드물다.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쓰지 가즈히로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30년 넘게 영화 특수효과 아티스트이자 조각가로 활동해온 그는 영화 <다키스트 아워>로 2018년에 오스카 분장
[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①] 극사실주의 마법사 - 가즈 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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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감독의 강렬한 존재감에 매료되어 간혹 간과할 때가 있다. 영화는 집단창작이다. 하나의 명장면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2020 아카데미 시상식은 우리가 잊고 있던 당연한 사실을 새삼 환기시켜줬다. <기생충>의 작품상이 호명되기 전까지 시각효과, 음향믹싱, 음향편집, 음악, 분장, 의상, 미술, 편집, 촬영, 각색, 각본상 등이 차례로 호명될 때마다 우리는 이들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했다. 이를 계기로 현재 영화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새로운 스탭들을 점검할 때가 왔음을 느꼈다. 인상적인 수상 소감을 남긴 <밤쉘>의 분장 가즈 히로, 완성도의 절정을 보여준 <포드 v 페라리>의 편집 마이클 매커스커, 소장하고 싶은 이미지를 선사하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촬영 클레르 마통, 독특한 상상을 실현시키는 <조조 래빗>의 미술 라 빈센트, 올해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스페셜] 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① ~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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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시아마의 ‘성장 3부작’의 마지막 작품. 전작과 달리 표면적으로는 동성애가 묘사되지 않는다. 아프리카계 프랑스인 여성배우들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점이 영화제 공개 당시 화제가 됐는데, 그래서 제목이 유사한 <보이후드>(2014)와도 자주 비교됐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작품이 12년에 걸친 백인 소년의 성장기라면 <걸후드>는 16살 흑인 소녀 마리엠(카리자 투레)이 40일 동안 겪는 일이라 정리할 수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고 싶지만 집안에서는 직업학교에 들어갈 것을 권해 절망적인 마리엠 앞에 자유분방한 세 소녀가 나타난다. 레게 머리를 풀고 패션스타일에도 변화를 준 마리엠은 학교를 그만두고 그들과 어울리며 종종 남자들과도 데이트하는 것으로 자신의 진짜 삶을 찾으려 한다. 셀린 시아마는 전작과 달리 <걸후드>에서 자신을 캐릭터와 동일시하기보다 철저한 관찰자로 규정한 듯한 태도를 보여주는데, 10대 흑인 소녀 집단의 문화를 관찰하며 포착한 디테일을
[셀린 시아마 감독 특별전 미리보기 ③] <걸후드>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