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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많이 읽히는 한국 소설가를 꼽는다면, 열명을 꼽아도 다섯명을 꼽아도 이 두 이름이 언급되리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김초엽은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받으며 데뷔해, 2019년에 첫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43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김초엽은 SF소설을 오래 사랑해온 독자에게도, 난생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널리 읽히는 소설을 쓴다. <일의 기쁨과 슬픔>의 장류진은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온라인으로 먼저 발표되어 40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고, 2019년에는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이 출간되어 두달 남짓한 동안 20쇄 가까운 중쇄를 기록했다. 2020년 계획을 묻기 위해 “요즘 다들 그 소설 읽더라고요?”의 두 소설가를 만났다.
●장류진 입문, 이 소설은 꼭
2020년의 활약이 기대되는 두 소설가를 만나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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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와 연쇄살인마가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범죄수사드라마 <프로디걸 선>. 디즈니에 인수된 이후 새롭게 재정비한 <FOX>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이다. FOX 엔터테인먼트와 벌랜티 프로덕션, 워너브러더스 텔레비전이 공동 제작했으며 지난해 9월 <FOX>에서 2편의 파일럿이 방영된 이후 시즌 첫 번째로 22개 에피소드의 풀시즌 오더를 받았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서 지저스 역으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톰 페인과 <닥터 두리틀> <패신저스> 등에서 열연한 마이클 신이 주연을 맡아 부자 관계로 등장한다. 연쇄살인마와 프로파일러의 대립은 너무도 익숙한 설정이지만, <프로디걸 선>은 여기에 가족사를 덧입혀 기존 수사물과의 차별화를 꾀한다. 또한 <프로디걸 선>은 가을 시즌 1849타깃 시청률 1위라는 쾌거를 이루며 고유의 장르적 매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충성도 높은 팬덤 또한 두텁게 존재함을 증명
<프로디걸 선> 연쇄살인마 아버지와 프로파일러 아들의 수사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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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의 범죄영화 <아메리칸 갱스터>(2007)는 1970년대 뉴욕 할렘 암흑가의 갱스터 프랭크 루카스(덴젤 워싱턴)의 이야기를 다룬다. 조직의 보스 범피 존슨(클라렌스 윌리엄스 3세)의 오른팔이었던 프랭크는 범피가 사망하자 그 자리를 대신하는데, 바로 이 ‘범피’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TV시리즈 드라마가 최근 제작됐다. ‘할렘의 대부’라는 뜻을 가진 드라마 <갓파더 오브 할렘>은 1905년에 태어나 1968년 사망할 때까지 뉴욕 할렘가를 주름잡았던 갱스터 엘스워드 레이먼드 ‘범피’ 존슨을 주인공으로 한다. 미국의 케이블 채널 <Epix>에서 2019년 9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이 드라마는 범죄드라마 <나르코스>의 각본가였던 크리스 브랜카토와 폴 에크스타인 등이 각본을 담당했다. 주인공 범피 존슨 역은 영화 <라스트 킹>(2006)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중견배우 포레스트 휘태커가 맡았다. 11년간의 옥살이 끝에 1963년
<갓파더 오브 할렘> 갱스터 엘스워드 레이먼드 ‘범피’ 존슨을 주인공으로 한 갱스터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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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영화 구독 서비스 캐치온에서 준비한 두편의 해외 인기 범죄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범죄드라마는 사건이 일어나는 시대의 공기를 담아낸다. <갓파더 오브 할렘>과 <프로디걸 선>은 과거와 현재를 배경으로 실존 인물들의 그림자를, 때로는 가족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10부작 드라마 <갓파더 오브 할렘>은 1월 3일부터 매주 금·토요일 밤 10시 캐치온2에서 방영 중이며, 24부작 드라마 <프로디걸 선>은 2월 7일부터 매주 금·토요일 밤 10시 캐치온2에서 만날 수 있다.
캐치온에서 방영하는 범죄드라마 두편 <갓파더 오브 할렘> <프로디걸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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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이는 약속시간보다 15분 이르게 도착했다. 하지만 차 문은 열리지 않았다. 스르륵 잠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디서나 쉽게 잠들고 짧은 숙면 후 개운하게 깨어난다. 호기심 많고 부지런한 데다 갈 곳 많은 사람에게 주어진 작은 축복인지도 모르겠다. 15분 후 복숭아 핑크색 머리칼이 햇빛을 반사하며 팔락팔락 다가왔다. 지난 연말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AOA와 셀럽파이브가 만든 공동 무대의 흔적이다. “이제는 춤꾼이 다 됐나봐요. 3주 연습하니까 몸에 익더라고요.” 2015년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이하 <비밀보장>) 팟캐스트를 신호탄으로 그가 세운 콘텐츠 제작사 ‘컨텐츠랩 비보’가 내놓은 결과물 중 하나인 그룹 셀럽파이브는 웃음을 위한 1회적 프로젝트를 넘어, 무대 위의 여성이 보여줄 수 있는 멋의 영역을 넓혔다. 세 번째 신곡 <안 본 눈 삽니다> 준비 과정을 보여준 예능 프로그램 <판 벌려-이번 판은 한복판> 최
송은이 인터뷰 - 작당모의의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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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호 감독은 밀도 있는 화면으로 정서를 전달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자랑하는 연출자 중 한명이다. 반면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은지 넘치는 화면과 정보 탓에 균형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때문에 상대적으로 평가가 박했던 게 사실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그런 의미에서 우민호의 도약이라 할 만하다. 비결은 선택과 집중. 캐릭터의 심리와 주어진 상황에 집중한 이야기는 정서적 공감대의 바탕이 된다. 동시에 영화는 실화와 픽션 사이 절묘한 거리감으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자리에서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여기 우민호 감독의 입을 빌려 묵직한 소재와 농밀한 연기, 꽉 짜인 연출이 만나기까지의 쉽지 않았던 과정을 전한다.
-동명의 논픽션을 영화화했다. 민감한 소재인데 언제나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군대에서 막 제대했을 때 친구 집에서 우연히 책 <남산의 부장들>을 봤다. 박정희 독재를 뒷받침했던 중앙정보부의 시작과 끝이 담긴 내용을 보면서 깊은 인상을
<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감독 - 베일에 싸인 인물의 감정을 파헤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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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 개봉하는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암살사건 발생 40일 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내부자들>(2015), <마약왕>(2017)을 통해 권력과 욕망을 정면에서 해부했던 우민호 감독이 이번에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변곡점 한가운데로 거침없이 걸어들어간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누아르, 스릴러, 드라마 등 여러 장르를 능숙하게 변주하는 가운데 절제된 표현으로 관객을 빨아들이는 탁월한 연출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가 이 영화를 세련되고 위험한 누아르로 완성시켰다.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논쟁의 여지도 충분하다. 여기 좋은 의미에서 질문을 유발하는 문제작, 대한민국 현대사를 경유하여 인간의 욕망을 해부하는 <남산의 부장들>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 해석의 결을 한층 깊게 해줄 우민호 감독의 인터뷰도 더했다. <남산의 부장들>에 대한 우리
우민호 감독이 <남산의 부장들>에서 10·26 대통령 암살사건 발생 40일 전의 이야기를 그리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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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에서 배우 최민식의 상대역을 꿰찬 생짜 신인. 김동휘의 등장은 신인 발굴에 목마른 한국영화계에 맑은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탈북하고 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천재 수학자(최민식)와 ‘수포자’ 고등학생 지우(김동휘)의 교류를 그리는 영화다.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에서 트렌디한 감수성을 증명한 박동훈 감독이 데뷔작의 메가폰을 잡아, 소속사 없이 홀로 오디션에 지원한 배우 김동휘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봤다. 김동휘는 지우 캐릭터를 “빠른 토끼들 사이에 껴 있는 거북이 같다”고 설명한다. “얼핏 느려 보이지만 자기 나름의 페이스대로 열심히 공부해나가는 친구다. 가정 형편을 비롯해 여건이 어려운 와중에도 묵묵하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좋았고, 나와 닮았다고도 생각했다.” 올해 26살인 김동휘가 지우를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쓴 건 “동세대 ‘현직’ 고등학생들이 봐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실제 고등학생들을 만나 요즘 10대
[라이징 스타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김동휘 - 맑고 조용한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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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기다림의 직업이다. 촬영장에서의 대기 시간이 많기도 하거니와 배우로 주목받기까지, 좋은 배역을 만나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데뷔 7년차 신인배우 무진성 역시 기다림에 지친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연기만 생각하고 달려왔는데, 지난해엔 그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러던 중에 <입술은 안돼요>(가제)의 오디션을 봤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오디션에 임했고, 정말 말도 안되게 ‘마지막’이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웃음)” 그동안 드라마와 웹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비췄던 무진성에게 <입술은 안돼요>는 감격스러운 첫 영화다. 배우 조은지의 감독 데뷔작 <입술은 안돼요>에서 무진성이 맡은 캐릭터 유진은 슬럼프에 빠져 작품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베스트셀러 작가 현(류승룡) 앞에 나타난 천재 작가 지망생이다. “젊은 작가 지망생이 동경해오던 유명작가를 만나면서 여러
[라이징 스타④] <입술은 안돼요> (가제) 무진성 - 끝없이, 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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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에서 악령이 깃든 연기 했을 때요?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연기의 고충을 얘기하기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연기였다는 말을 먼저 꺼낸다. 박지현은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열심히 하면서 즐기는 사람은 더더욱 이겨낼 자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인이다. 그에겐 마음을 다 바쳐 좋아하고픈 무언가가 생겼을 때 뿜어져 나오는 상쾌한 생동감이 가득하다. 물론, 스무살 때부터 한우물만 팠다는 박지현이 푹 빠져 있는 것은 ‘연기’다. 대화를 할 때 “재밌었다”는 수식어를 자주 꺼내는 그는 취미의 스펙트럼도 다양했다. 고등학생 때 재미로 방송편집 프로그램을 수강했다가 흥미를 느껴 UCC 대회에 참여하고, 이중전공인 방송영상학과에서 배운 기술로 직접 촬영 및 편집한 영상을 소속사에 보내기도 했다. 연기가 월등히 재미있어서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았지만 한 프레임 차이로도 결과물이 달라지는 점이 신기해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단다. 평소엔 낚
[라이징 스타③] <앵커> 박지현 - 똑똑하게 존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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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구독자들에게 말을 거는 컨셉인가요, 아니면 기자님과 대화하는 것처럼 찍나요?” 동영상 인터뷰를 촬영하기 전, 장동주가 시선 처리를 정확히 하고 싶다며 기자에게 물어왔다. 2020년 주목할 만한 신인배우들을 찾기 위해 영화계에 수소문했을 때 여러 관계자에게서 그의 이름이 나온 이유를 곧 납득할 수 있었다.
장동주가 가진 당당한 매력, 그리고 다채로운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은 2월 개봉예정인 <정직한 후보>다. 그가 연기하는 봉은호는 갑자기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의 아들이다. 버클리 음대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던 은호는 총선 준비를 돕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어머니의 선거 운동을 위해 가무 실력을 발휘하는, 이른바 “끼를 폭발시키는” 신도 있다. 다른 20대 배우들과 다르게 대사를 치는 오디션 영상을 눈여겨본 장유정 감독은 그를 직접 만난 2차 오디션에서 시나리오를 영어로 바꿔서 해볼 것을 주문했다. “요즘은 배우가 되려면
[라이징 스타②] <정직한 후보> <카운트> (가제) 장동주 - 넓게 보고 멀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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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루키 맞아요! (웃음)” 아이돌 그룹 걸스데이의 메인보컬 방민아는 지난해부터 홀로서기에 적응하는 중이다. 그룹이 정식으로 해체한 건 아니지만 멤버들은 개인 활동을 통해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노래와 연기와 예능을 모두 섭렵한 끼 많은 데뷔 10년차 아이돌이라 생각했건만 의외로 방민아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출발선에 새로 선 신인 같았다. “생각해보면 10년 전에 루키 얘길 들었다. 다시 신인으로 불러주니 기쁘고, 이제 다시 시작이구나 싶다.”
노래하고 무대에 서는 일도 행복했지만 아이돌 활동을 하며 틈틈이 경험한 연기 또한 “어느 순간 소중한 일”이 되었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건 “우연치 않은 기회에 제안이 온” 영화 <홀리>의 주연을 맡으면서부터다. 이후 <미녀 공심이> <절대그이> 등 드라마를 꾸준히 찍었고, 최근엔 이우정 감독의 독립영화 <최선의 삶>(가제)으로 오랜만에 다시 영화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솔직히 과거에
[라이징 스타①] <최선의 삶> (가제) <오랜만이다> 방민아 - 꿈, 챕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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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씨네21>이 주목하는 5명의 라이징 스타가 있다. 2020년 개봉영화에서 이 얼굴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당신은 반가움 혹은 호기심으로 이름을 검색하게 될 것이다. 혹은 이들의 매력에 사로잡혀 팬이 될지도 모른다. 아이돌로 이미 유명한 배우도 있고, 첫 영화에서 대선배를 상대하게 된 신인 중의 신인도 있고, 데뷔 연차가 적지 않은 신인도 있고, 일찍이 좋은 기회를 얻은 당찬 신인도 있다. 배우가 된 과정도, 매력도 제각각이지만 5명의 라이징 스타를 만나며 확인한 건 연기를 향한 뜨거운 마음이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김동휘, <입술은 안돼요>(가제)의 무진성, <앵커>의 박지현, <최선의 삶>(가제)과 <오랜만이다>의 방민아, <정직한 후보>와 <카운트>(가제)의 장동주까지, 5명의 신인배우들을 만났다.
[스페셜] 극장에서 만나요 ①~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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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프랑스영화의 2×50년>(1995)에서 장 뤽 고다르는 프랑스영화 100년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은 미셸 피콜리를 만나 난데없는 질문을 던진다. “대체 무엇을 축하하자는 것이냐?”, “무슨 기준으로 100주년을 말하는 건가?” 영화(사)를 둘러싼 명확한 인식의 옆자리에 불확정적인 논제를 병치하곤 하는 고다르답게 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중층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영화가 100년을 맞이했다고 말할 때 그건 정확히 ‘무엇’의 100주년인가? 그것은 정말 ‘100년’을 맞이한 것인가? 그 무엇의 100주년은 왜 축하받아야 하는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동반한 반문은 모두가 명확하게 알고 있다고 믿는 매체의 보편적 조건 저편에서 탐구되지 않은 채로 남겨진 가능성을 환기한다. 뤼미에르 형제의 장치와 그것의 상영 형태를 최초의 영화로 간주할 때, 우리가 ‘영화’로 부르기 시작한 대상은 영화가 품었던 다수의 조건 가운데 하나를 채택한 것에
2019 한국영화 진단 연속 기획➌ - 혼돈의 소란 속에서 동시대 한국영화를 바라본다는 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