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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시리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존 영화계 인력이 드라마를 만드는 경향을 언급하는 것도 새삼스럽지 않은 때가 됐다. 주목해야 할 것은, 플랫폼을 종횡하는 창작자들이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시청자의 선택을 받느냐에 있다. 올해는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던 빅네임들의 신작보다는 신인 작가·감독, 자기만의 차별화된 세계관에 충실했던 기성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이 평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압도적인 표차로 1위에 오른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독립영화계의 터줏대감 윤성호 감독이 오랜만에 친 적시타다. 2위 <구경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의 신인 작가들이 대본을 썼고, 3위 <D.P.>는 동명의 웹툰 원작을 쓴 김보통 작가와 영화 <차이나타운> <뺑반>의 한준희 감독이 협업한 결과물이다. 4위 <미치지 않고서야>는 전작 <마녀의 법정>에서 성범죄를 소재로 권력 구조의 부조리함을 성공적으로 드러낸 정도
2021년을 빛낸 시리즈 스페셜: 올해의 시리즈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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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압도적인 지지다. “지금 한국의 블랙코미디를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연출자 윤성호”(복길)의 “현실 정치를 들여다보는 급진적으로 깜찍한 시각”(이보라)을 보여주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이상청>)가 2, 3위의 거의 두배에 가까운 표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정치는 이야기의 보고”(김봉석)라는 점을 꿰뚫은 영리한 기획이 “정치가 코미디보다 웃기는 나라에, 드디어 정치보다 웃긴 풍자극의 등장”(김선영)을 알리며 “코믹과 현실의 드라마틱한 조화”(정석희)를 보여줬다. “지금 이 공포스러운 정치 상황에서 이처럼 어울릴 수 없는”(듀나) <이상청>은 “저격과 난사의 쾌감 모두를 선사”(김현수)하는 “한국인 소화흡수율 99.8%의 정치 시트콤”(유선주)이지만, 단지 현실의 소재를 무분별하게 가져온 코미디는 아니다. “당대의 정치, 사회, 문화(종교) 이슈를 첩첩이 쌓은 고맥락 코미디를 이해의 결락
2021년을 빛낸 시리즈 스페셜: 올해의 시리즈 BES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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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연말 <씨네21>은 기자·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송년 베스트 설문을 실시한다. 2021년부터는 ‘시리즈’ 부문이 신설됐다. 시대의 흐름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변화다. 극장 중심에서 스트리밍 중심으로 영화를 보는 방식이 옮겨가고, 점점 더 많은 영화제들이 온오프라인 상영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제는 영화감독 및 스탭들의 드라마 진출이 더이상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 됐다. 특히 2021년은 시리즈를 거론하지 않고서는 한해를 결산할 수 없다는 데 <씨네21> 구성원들이 의견을 모으면서 2주 연속 설문 기획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는 기존의 영화평론가와 기자들은 물론, TV 비평가들을 새롭게 초대해 총 30명의 필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기꺼이 설문에 참여해준 분들에게 다시 한번 지면을 통해 감사드린다.
다만 시리즈물에 ‘베스트’를 실질적으로 논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먼저 짚고 넘어가야겠다. 너무 많은 플랫폼에서 쉴 새 없이 영상물이 쏟아져 나오고, 남들 다
2021년을 빛낸 시리즈 스페셜: 최고의 시리즈, 연출자, 배우… '오징어 게임' 정호연 배우 인터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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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현장에서는 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그래서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때론 지치고 힘들 때도 많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원하는 장면을 찍어냈을 때의 성취감이 모여 한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스틸 작가들이 현장에 상시 대기하면서 그 성취의 순간을 카메라로 담아 기록한다. 이번호에 소개하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 현장의 비하인드 컷은 2021년 한해 동안 관객과 시청자를 울리고 웃게 만들었던 작품이 어떤 노력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물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일종의 설계도면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일기장 같기도 하다. 매년 영화 촬영 현장만 소개했던 터라 올해는 드라마 현장의 비하인드 컷도 수소문했다. 촬영 현장 비하인드 컷은 배우들이 현장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깃들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더 많은 비하인드 컷들이 독자와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 한해를 빛낸 <자산어보> <랑종> <모가디슈> <구경이&
2021년 한국영화·시리즈 촬영 현장 비하인드 컷 : 그들의 빛나는 순간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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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는 현대 일본영화를 장기간 대표해온 이른바 ‘4K 클럽’(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와세 나오미, 구로사와 기요시, 기타노 다케시)에 이어 2010년대 중반부터 세계 평단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은 새로운 이름이다. 신작 <드라이브 마이 카>가 얻은 압도적 호평과 봉준호 감독의 찬사를 계기로 국내에 그의 전작들이 한꺼번에 소개되며 뒤늦게 맞춰진 퍼즐은, 이론이 정연하면 서도 그 이론과 영화적 실천을 실시간으로 일치시켜가는 침착한 작가의 초상을 가리키고 있다. 이를테면 <우연과 상상>은 <드 라이브 마이 카>의 각색을 허락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만든 옴니버스인데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핵심이될 세 요소- 자동차, 섹스, 역할 놀이- 의 에튀드이자 하마구치 영화 세계의 친절한 입구이기도 하다.
‘존 카사베티스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제목의 학부 졸업논문을 쓰고 촬영 현장으로 갔던 하마구치 류스케는 구로사와 기요시가
'드라이브 마이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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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영화계의 가장 앞자리에 선 감독은 누가 뭐라 해도 하마구치 류스케다. 세계는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지각변동을 주목한다. 조짐은 진즉부터 있었다. 대학원 수료 작품인 <열정>이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후 한일 공동 제작의 <심도>, 동일본대지진에 관한 다큐멘터리 <파도의 소리>, 하마구치의 시간을 연 <해피 아워>까지 신작이 나올 때마다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첫 상업영화인 <아사코>가 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고, 각본을 맡은 <스파이의 아내>가 7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2021년은 그야말로 하마구치 류스케의 한해였다. 2021년 3월 <우연과 상상>으로 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같은 해 7월 <드라이브 마이 카>로 74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일본영화계의 젊은 거장으로 우뚝 섰다. 세계
'드라이브 마이 카'와 하마구치 류스케 작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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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씨네21> 한국영화 베스트 설문 결과에는 몇 가지 눈에 띄는 점들이 있었다. 홍상수 감독의 <당신얼굴 앞에서>와 <인트로덕션>이 각각 1, 2위에 올랐고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상업영화는 <모가디슈>가 유일하다는 점이 특히 그러했다. 이에 ‘올해의 영화 결산’ 기획 기사에 참여한 송경원, 임수연, 김소미, 조현나, 남선우 기자가 모여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한국영화계의 변화와 흐름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홍상수 감독과 독립영화, 상업영화의 부진, 극장의 존재 의미,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이 한국영화계에 미친 영향 등 네개의 질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답과 고민이 오갔다.
질문1.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또다시 ‘한국영화 베스트 1위’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의 뒤를 이을 시네아스트는 없는 것인가.
송경원 올해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두편이 한국영화 리스트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두편이 개봉된 해에 두편이 다
BEST Of 2021: 송경원, 임수연, 김소미, 조현나, 남선우 기자의 올해의 한국영화 결산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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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올해 해외영화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을 불러모았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 좀더 다채로운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접촉면이 넓어진 부분도 있다. 올해 1위를 차지한 <퍼스트 카우>는 북미보다 상당히 뒤늦게 개봉되었지만 오래 기다린 만큼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는 반응이다. 특히 극장이란 공간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슬로 시네마적인 특성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2위 <스파이의 아내>도 유사한 맥락이다. 구로사와 기요시 특유의 서스펜스 위에 한계까지 높인 화면의 밀도가 우아하게 관객을 잠식했다는 평이다. 3위의 <그린 나이트>는 스크린의 자리가 점차 희미해져가는 시대에 시네마의 지표와 같은 장면들을 제공한다. 그야말로 극장의 존재 가치를 다시금 환기시킨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4위 <피닉스> 역시 최근 극장가의 분위기를 반영하는데, 작품이 좋다면 제작 시기와 무관하게 극장에 걸린다는 점에서 일말의 가능성을 제공했다. 5위 &l
BEST OF 2021: 올해의 해외영화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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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퍼스트 카우>
“역사의 모래 속에 묻힌 사람의 자리를 발굴하는 서부극”(김소희)인 <퍼스트 카우>는 “뉴 웨스턴의 최전선에서, 미국사의 한 페이지를 다시 쓴 기념비적인 작품”(남선우)이다. 2019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국내에 공개되기 전부터 비평적 찬사가 이어졌고 마침내 도착하여 예정된 경탄을 안긴다. <퍼스트 카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지지를 받았다. 첫 번째는 영화가 품고 있는 온기, 인간과 우정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애정 가득한 무심함이라는 형용모순이 켈리 라이카트의 세계에서는 실제로 벌어진다”(김성찬), “우정과 존중, 집안일과 빵 굽기, 말없는 소와 잠든 친구에게 건네는 몇 마디 말로도 역사가 생성된다”(김소미), “소박하지만 삶에 꼭 필요한 것들, 이를테면 우연히 맺은 우정과 기름진 빵을 주재료로 삼아 아메리칸드림의 자본주의를 해부하는 솜씨가 섬세하기 그지없다. 어떤 뼈아픈 진실을 드러내건 간에 켈리 라이카트는 늘 영화에 인
BEST OF 2021: 해외영화 BES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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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여자배우
문소리 <세자매>
“문소리가 연기를 굉장히 잘한다는 말을 굳이 또 해야 할까, 떡볶이는 맛있다 같은 것인데.”(임수연) 그렇긴 하지만 또 하긴 해야겠다. 언젠가부터 존재 자체로 스크린에 핍진성을 더하는 독보적인 미장센이 된 배우, 문소리에게 연기에 대한 찬사는 그리 새롭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기구한 세 자매 중 그나마 번듯이 사는 둘째로 분해 김선영과 장윤주 사이에서 앙상블의 기둥을 받치고, 카메라 밖에서는 현장의 큰언니를 자처한 문소리가 남긴 <세자매>의 성취는 올해 다시금 호명되어야 마땅하다. 가히 “냉철히 끓어오르다 열렬히 삭혀버리는 연기의 마스터”(남선우)라 할 만하다. 게다가 문소리는 <세자매>로 올해의 제작자 투표에서도 2위를 기록하면서 “문소리가 감응하는 시나리오, 지금의 그가 존재하기를 선택한 자리들”(임수연)에 한국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증명했다. <리틀 포레스트> <배심원들&g
BEST OF 2021: 올해의 여자배우, 남자배우, 감독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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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사라졌다. 이렇게 심경 고백을 해도 좋을 만큼 2021년 한국영화의 풍경은 쓸쓸하다. 단지 물리적으로 개봉 편수가 줄어든 것뿐만이 아니다. 극장으로 관객을 모아줄 상업영화들은 여러 이유로 개봉을 연기했고, 눈에 띄는 신작도 없었다. 베스트10선에 대중상업영화가 <모가디슈> 한편밖에 없다는 점이 한국영화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홍상수 감독은 시류에 상관없이 꾸준히 존재 증명을 해나가고 있다. 올해의 영화 1, 2위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나란히 꼽힌 건 홍상수 감독에게 비약적인 변화가 찾아와서가 아니다. 차라리 홍상수를 제외한 나머지 영화들이 후퇴했기 때문이라 보는 편이 타당하다. 그런 점에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가 3위에 꼽힌 건 고무적이다. 한국영화에서 쉽게 시도하기 힘든 로케이션 등 외적인 요소도 충분하지만 감독 류승완의 원숙미와 절제가 돋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킨 점 역시 미덥다. 4위를 차지한
BEST OF 2021: 올해의 한국영화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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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당신얼굴 앞에서>
홍상수 감독은 올해 두편의 영화를 극장에 걸었고, 나란히 1, 2위에 뽑혔다. 왜 또 홍상수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은 간단하다. 홍상수이기 때문에 뽑힌 게 아니다. 좋은 영화 두편을 뽑고 보니 그저 홍상수 감독의 영화였을 뿐이다. 영화산업이 급격한 변화와 부침을 겪고 있는 와중에 오직 홍상수만이 초연하게 자신의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홍상수는 자신만의 길과 시간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뚜벅뚜벅 나아가는 중이다. 아니, 정확히는 현재를 산다. 그는 한번도 비슷한 영화를 만든 적이 없다. 홍상수의 영화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대한 반응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이후 그의 영화 언저리에 죽음에 대한 실루엣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근작인 <당신얼굴 앞에서>에서 홍상수는 또 한 차례 자신의 현재를 증명했다. <당신얼굴 앞에서>는 “유쾌하고 우울하며, 기이
BEST OF 2021: 한국영화 BES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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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변했고, 이제 바뀐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단계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영화의 역사, 거대한 분기점 위에 서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가운데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 영상 콘텐츠는 빠르게 바뀌는 중이다. 단순히 위기라는 말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차라리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방향으로도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시대가 열렸다고 보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변화의 파도가 거셀수록 근본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의 영화를 정리해보는 건 그런 의미에서 필수적인 작업이다. 이것은 순위를 정하는 게임이 아니다. 미처 다루지 못한 영화를 발굴하는 만남의 장이자 영화를 향한 애정 고백이며, 앞으로 나아갈 바를 미리 짐작해보는 점검의 시간이다. 2021년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에는 31명의 평론가와 기자들이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었다. 설문에 응해준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전한다.
변화의 흐름에
BEST OF 2021: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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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Mermaid>
정새별(26)
부산 남천동에서 50년 가까이 물질하며 살아온 해녀의 삶을 그려낸 작품. 부산이 고향인 정새별 감독은 “한국의 나이 든 여성을 다루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며 “세상과 환경이 변해도 끝까지 자신의 삶을 지켜가는 해녀의 모습을 통해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 같은 나이듦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Waves>
정태회(29)
사고 때문에 한동안 몸이 불편했던 김옥순 할머니가 수영장에 나가 아쿠아로빅을 하면서 건강한 삶을 되찾아가는 이야기. 정태회 감독은 “건강을 잠깐 잃었지만 수영장에서 삶의 물결을 다시 만들어내고 에너지를 불어넣는 할머니의 사연을 통해 이런저런 굴곡이 있는 삶에도 불구하고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연출 소감을 말했다.
<Jordie: Challenging America’s Fashion Industry>
세르게이 하르토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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