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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현 감독은 <나의 PS 파트너>(2012)를 끝낸 뒤 <킹메이커>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시나리오를 동시에 썼다. 그만큼 “<킹메이커>는 오래 갖고 있던 시나리오”였다. 누아르영화 <불한당>을 준비하며 만난 설경구 배우가 첫 술자리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했던 사람이 왜 누아르물을 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변성현 감독은 <킹메이커> 시나리오까지 건넸을 정도다. 대선 정국에 정치영화를, 그것도 선거를 다룬 <킹메이커>를 개봉하는 변성현 감독은 외려 오랫동안 꿈꿔온 영화를 “대선과 떨어뜨리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창작자로서 “오롯이 영화로만 평가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코로나19로 영화는 운명처럼 대선과 가까워졌다. 그러나 <킹메이커>는 정치라는 겉옷을 둘렀지만 사실 두 사람 사이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다룬 영화다. 감정을 전하는 두 사람이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열렬한, 관계의 영화: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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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고등학교 논술 시험 단골처럼 익숙한 질문에 대한 답은 오래전부터 제시되었다. 우리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는 ‘이상’을 배운다. 하지만 현실에선 수단이 목적을 앞지르는 일이 빈번하고, 이상을 지켜나가는 일은 고난과 어려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앞에서 쉽고 당연해 보였던 답은 규제와 제약으로 변모한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았던 이들이 존경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정 어려운 건 무엇이 올바른지 판단하는 것보다 그것을 끝까지 관철해나갈 수 있는지에 달렸다. 그렇다고 이상(목적)을 고집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현실에서 성취되지 않은 목적은 공허한 구호로 흩어질 수도 있다. 철학자 파스칼의 말을 빌리자면 ‘힘없는 정의는 무능이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 목적과 수단이 각각 이상과 현실이라는 평행선을 달리기 시작할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정치다. 정치인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혀나가는 존재
'킹메이커' 변성현 감독이 1970년대의 김대중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의 관계를 담은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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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의 첫 사극물 도전이다.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그가 연기한 부흥수는 무예가 뛰어나고 성정이 악독한 무관으로, 전장에 머무는 왕자 이방원을 찾아가 병사를 일으키라 부추기는 인물이다. 영화의 배경 연도는 태조 4년으로, 아직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키기 전이다. 흥수는 고려의 마지막 충신 주방이 황실 보물을 바다에 감춰뒀다는 소문을 듣고 이를 찾아내 이방원에게 바치기로 결심한다. 그의 속내는 이방원이 왕이 되면 자신은 탐라의 왕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와 캐릭터 모두 권상우에게는 여러모로 남다른 각오를 다지게 만들었다. 우선 배우 인생 최초로 사극에 출연할 결심을 하게 했다. “언젠가는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마침 김정훈 감독이 연출을 한다고 해서 결정하게 됐다”라는 그는 여기에 더해 악역을 맡아야 한다는 데 대한 부담과 기대도 함께 가져야 했다. 최근작인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그가 보여준 정의감 넘치는 호쾌한 박
'해적: 도깨비 깃발' 권상우, 언제나 새로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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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바다 위에서 촬영하지 않은 신이라 밧줄에 매달린 사람이 난 줄 몰랐다. ‘누구지?’ 하고 봤는데 그게 나였다. (일동 웃음)” 배우 이광수의 말 한마디에 인터뷰 현장의 분위기가 밝아진다. <해적: 도깨비 깃발>의 막이가 그랬듯 배우 이광수 역시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해 개봉한 <싱크홀> <해피 뉴 이어>에 이어 2022년, 이광수가 관객을 맞이할 첫 작품은 김정훈 감독의 <해적: 도깨비 깃발>이다. 그는 해랑(한효주)이 이끄는 해적단의 막내 ‘막이’를 연기한다. 바다에서 나고 자랐으며 유년기를 왜구선에서 보낸 막이는 충실하게 해적단 막내로서의 소임을 다한다. 그러면서도 해적왕이 되고 싶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바다에 숨겨진 왕실 보물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쥔 채, 막이는 해적단과 함께 긴 여정을 떠난다.
제작보고회에서 막이를 “전생처럼 느껴질 정도로 나와 잘 붙는 캐릭터”라고 이야기했던 이광수 배
'해적: 도깨비 깃발' 이광수, 폭소의 치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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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해일이 밀어닥쳐도 절대 배의 키를 놓지 않는다. 끝까지 버티며 결국 해적단원을 지켜내는 리더 해랑의 모습은 더없이 미덥다. 오직 왜구선만을 소탕하며 명성을 떨쳐온 해랑의 해적선은 무치(강하늘)의 의적단을 구조한 뒤로 전혀 다른 국면을 마주한다. 하나의 배에 두명의 리더. 묘한 신경전을 벌이던 해랑과 무치는 바다 아래에 왕실의 보물이 잠들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모험을 떠난다. 다부지면서도 가벼운 해랑의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한효주는 촬영 전부터 꾸준히 고강도의 액션 트레이닝을 받았다. 해랑의 단단한 외형만큼이나 한효주가 집중한 건 해랑의 내면이었다. 동료의 유품을 간직하며 그의 죽음을 기리고, 좋아하는 이에게 애정을 표하는 모습들이 해랑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캐릭터의 내외면을 부단히 살피고 연구한 한효주와 대화를 나누며 “‘해랑’은 오로지 한효주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는 김정훈 감독의 말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 오늘 스크린으로 <해적: 도깨비 깃발>을 만난 소
'해적: 도깨비 깃발' 한효주, 뭉클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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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이 현장에서 잘 웃고 수다 떨기를 좋아해서 어딜 가든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배우라는 사실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가 될 정도로 이젠 너무 유명한 일화가 된 지 오래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털털한 면을 극대화한 캐릭터를 직접 연기한 작품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해적: 도깨비 깃발>의 무치는 그가 평소 큰 소리로 웃으며 친구들과 유쾌하게 노는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의 재료로 삼은 영화다. 가끔 선보이는 무술 실력을 보면 한때 ‘고려 제일검’으로 통했다는 말이 허세나 거짓말은 아닌 듯하지만, 대체로 무치는 허당기 있는 모습으로 관객의 웃음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
다. “나는 나를 365일 24시간 본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 중 무치스러운 건 호탕함과 유쾌함”이었다는 배우의 말을 인터뷰 자리에서도 증명했던 시간을 옮긴다.
- 그동안 필모그래피를 보면 스케일 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에는 거의 출연하지 않았다. 물도 무서워한
'해적: 도깨비 깃발' 강하늘, 호탕함과 유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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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도깨비 깃발>은 866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후속작이다. 전편과 이어지는 스토리는 아니지만 새로운 캐릭터와 차별화된 스토리를 무기로 내세우며 설 연휴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졌다. 자칭 고려 제일검이지만 하는 행동마다 혀를 차게 만드는 의적단 두목 무치 역의 강하늘, 카리스마 있는 여성 캐릭터 계보를 이을 해적선의 단주 해랑 역의 한효주가 보여줄 케미스트리에 더해 해적왕의 자리를 노리는 막이 역의 이광수, 첫 악역이자 첫 사극에 도전하는 부흥수 역의 권상우가 주연을 맡았다. 유머의 양을 늘리고, 한국 시각효과(VFX) 기술의 최전선을 확인할 수 있는 다채로운 비주얼로 극을 꽉 채운 것은 전편의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분석한 기획일 테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찰진 호흡으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하겠다는 목표로 똘똘 뭉친 강하늘, 한효주, 이광수, 권상우를 만났다.
설 연휴에 영화보자! '해적: 도깨비 깃발' vs '킹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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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
제작 아크미디어, 에이스팩토리
감독 리건, 박철환
극본 이수연
출연 서강준, 김아중, 김무열, 김성균, 이시영
채널 디즈니+
공개예정 상반기
관전 포인트
리건 감독에 따르면, 이수연 작가의 <비밀의 숲>이 그랬던 것처럼 10부작 시리즈라는 형식 안에서 “작은 디테일이 거대한 이야기로 확장해나가는” 재미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으로 시작해서 이야기가 점점 커진다. 살인 사건 하나가 결국 인류 전체가 얽힌 문제로 귀결되는 뛰어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20년 넘게 영화만 바라보며 살던 리건 감독은 최근 첫 장편영화 <신의 한수: 귀수편>을 연출하고 난 후에 세상이 점점 달라지는 걸 보며 드라마로 시선을 확장했다. “원래 할리우드에서 장르영화로 인정받는 게 꿈이었다”라며 시리즈 연출 제의를 마다하지 않았다. <비밀의 숲>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이수연 작가의 신작이라는 사실은 리건 감독
'그리드' 리건 감독: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의 SF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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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제작 슈퍼문픽쳐스, 스튜디오N
감독 김태윤, 성치욱
극본 박란, 박자경, 김유진
출연 김희선, 로운, 이수혁, 윤지온
채널 MBC
공개예정 상반기
관전 포인트
<내일> 이전에 <카이로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등을 연출한 성치욱 감독은 “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특별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우리 모두는 살면서 매일매일, 혹은 길고 짧은 기간에 걸쳐 끊임없이 새로운 미션에 맞닥뜨린다. 먹고 자고 돈을 벌고 살아가는 모든 일이 미션이다. 그걸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 미션을 행하는 사람들의 절박함이 아닐까. 그 간절함을 잘 표현하기 위해 늘 애쓰고 있다.” <내일> 또한 삶을 향한 진실한 열망으로 움직인다.
내 일 찾아 헤매던 27살 취준생에게 저세상 취업길이 열린다. 저승 독점기업이자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대기업 ‘주마등’의 위기관리팀에 그를 위한 자리가 생긴 것이다. 혼수
'내일' 김태윤/성치욱 감독: 자살 예정자를 구하는 저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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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맞선>
제작 크로스픽쳐스
감독 박선호
극본 한설희, 홍보희
출연 안효섭, 김세정, 김민규, 설인아
채널 SBS
공개예정 2월
관전 포인트
<사내맞선>의 키는 고전적인 동시에 트렌디한 커플로 분할 두 주인공이 쥐고 있다.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어비스> <낭만닥터 김사부2> <홍천기>에서 주연을 맡으며 신혜선, 박보영, 이성경, 김유정과 차례로 호흡을 맞춘 배우 안효섭. 아이돌 가수로 시작해 <학교 2017>부터 <경이로운 소문>까지 다채로운 캐릭터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배우 김세정. 속고 속이는 관계를 넘어 사랑에 빠질 이들의 케미스트리 변천이 곧 관전 포인트.
“다방면으로 잘합니다.”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남자주인공은 여지없이 재벌 3세에 그룹 후계자다. 그 자신감은 억지로 나간 맞선 자리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하면 더는 집안의 독촉도 없고 시간 낭비도 없으
'사내맞선' 박선호 감독: 아는 맛을 맛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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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
제작 지티스트
기획 스튜디오 드래곤
감독 김규태
극본 노희경
출연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엄정화
채널 tvN
공개예정 상반기
관전 포인트
“노희경 작가님이 항상 담고 있는, 모든 삶을 응원하고 우리는 행복할 가치가 있다는 주제의식을 조금 다른 형식과 보다 밝은 톤으로 풀어내는 드라마다. 그래서 대중이 좀더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성비도 그렇고 다양한 연령층이 등장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공감대가 높을 거라고 생각한다. 매우 보편적인 정서를 다루고 있어 글로벌한 공감 역시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김규태 감독)
<우리들의 블루스>는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엄정화, 김혜자, 고두심 등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다. 이들이 한데 모인 캐스팅이라면 분명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제주도 오일장을 배경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그
'우리들의 블루스' 김규태 감독: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노희경 스타일의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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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제작 스튜디오앤뉴
공동제작 미스터로맨스
감독 박인제
극본 강풀
출연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채널 디즈니+
공개예정 하반기
관전 포인트
강풀 작가가 창조한 <무빙>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있다. 바로 노란 우비를 입고 뛰어가는 희수의 모습, 어린 봉석을 안고 몸이 붕 뜨는 미현의 모습 같은 것들이다. 박인제 감독은 원작의 장면이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되는지 지켜봐 달라고 한다. “희수가 17 대 1로 싸우는 장면, 주원의 어두운 과거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등을 상상하면서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강풀 작가의 액션만화 <무빙>이 시리즈화를 발표했을 때 이 시대가 원하는 이야기와 비주얼의 조합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 슈퍼히어로영화에 있을 법한 설정과 소재를 가지고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보듬는 <무빙>은 사회의 아픔을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게 안아주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언제 또 있었나 싶을
'무빙' 박인제 감독: 강풀 유니버스 리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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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목록>
제작 비욘드제이
기획 스튜디오 드래곤
감독 이언희
극본 한지완
출연 이광수, 설현, 진희경
채널 tvN
공개예정 상반기
관전 포인트
“이 드라마에 대해 얘기하면 다들 자기 동네에 있는 마트를 떠올린다. 나 역시 이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동네 마트를 더 유심히 관찰하게 됐다. 마트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 동네에서 충분히 일어날 것만 같다. 그래서 가족, 친구들과 공유하며 즐겁게 볼 수 있는 동시에 의미도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이언희)
역시 추리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력적인 탐정 캐릭터가 아닐까.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마트 캐셔가 범인을 추적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을 발휘한 드라마다. 뛰어난 관찰력과 기억력, 정확한 암산 능력을 가진 대성(이광수)의 꿈은 슈퍼 아들이 되는 것이었고, 그 꿈은 10살 때 이미 이루어졌다. 성인이 된 후 엄마가 운영하는 마트에서 일하게 된 대성은 동네에서 벌어지는 사건
'살인자의 쇼핑목록' 이언희 감독: 코믹 추리극, 진솔한 삶을 곁들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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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드라마는 처음 당도한 고지에 서 있다. 기존에 한류라는 이름으로 설명되던 아시아권 인기를 뛰어넘어 전세계 단위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골든글로브 수상 배우까지 배출했다. 다른 나라의 OTT 조회수 랭킹에서 한국 드라마를 여럿 발견하는 일은 더이상 놀라운 소식이 아니게 됐다. 그 뒤를 이어 2022년에 공개될 시리즈들도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스타 작가들의 복귀부터 영화감독들의 도전, 인기 원작의 재탄생을 올해 TV 및 OTT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씨네21>은 그중 여섯편의 연출자들로부터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전해 들었다. 김규태 감독은 화려한 캐스팅에 빛나는 노희경 작가의 신작 <우리들의 블루스>를, 리건 감독은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의 SF 스릴러 <그리드>를 연출해 상반기 공개를 앞두고 있다. 팬층이 두터운 웹툰, 웹소설 원작의 <무빙> <내일> <사내맞선>의 박인제, 김
당신의 2022 시청목록: 시리즈 기대작 6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