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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동부지방. 푸른 하늘과 알프스산맥을 투명하게 비추는 드넓은 호수. 그 둘레에 펼쳐진 잔디밭이 끝나는 지점에 대극장이 하나 있다. 극장을 나와 가로수가 늘어선 호숫가를 따라 걷다가 아기자기한 다리를 건너면 중세의 역사를 간직한 구시가지의 골목길을 만난다. 그 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면 애니메이션 전시가 열리는 성에 도착해 탁 트인 아름다운 안시의 경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이곳에서 매년 6월 세계 최대 규모의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이하 안시영화제)가 열린다. 1960년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부문을 독립시켜 설립한 세계 최초의 애니메이션영화제로 세계 4대 애니메이션영화제(안시, 오타와, 히로시마, 자그레브) 중 가장 역사가 깊고 권위가 있다. 단편, 장편, 졸업작품, TV & 커미션드 필름, VR 경쟁부문이 있으며 매해 특정 국가와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 상영, 진행 중인 작품의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워크 인 프로그레스(WIP), 마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온라인으로 치러진 2020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심사위원 맡은 정다희 감독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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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가 6월 15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엔 안재훈 감독의 <무녀도>, 조경훈 감독의 <뷰티 워터>, 박지연 감독의 <유령들>, 정해지 감독의 <수라> 등 한국의 장·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이 두루 초청받았다. 더불어 <의자 위의 남자>(2014)로 단편부문 대상인 크리스털을 수상하고, <천 개의 불상>(2015), <빈방>(2016), <움직임의 사전>(2019)으로 꾸준히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 초청받은 정다희 감독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심사위원에 선정됐다. 경사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TV & 커미션드 필름 경쟁부문 심사를 맡은 정다희 감독에게 영화제 심사 후기를 청했고, 정다희 감독은 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당장 안시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흥미로운 글을 보내주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심사 풍경을 직접 그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전세계가 동시에 접속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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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과 영화진흥위원회가 독립예술영화를 더 많은 관객에게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온라인 유통지원사업, 히든픽처스의 7월 선정작을 소개한다. 이름 그대로 영화가 지닌 저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들을 엄선한 히든픽처스는 극장 바깥에서도 숨은 명작을 접할 수 있는 유용한 기회다. 극장 나들이가 전처럼 마냥 쉽지만은 않은 요즘, 히든픽처스의 큐레이션은 좋은 영화를 향한 관객의 갈증을 해소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번 7월의 히든픽처스는 한국 근현대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와 아스라한 청춘의 성장담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개성 있는 스타일과 주제의식을 지닌 10편의 영화들(장편 4편, 단편 6편)로 꾸려졌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KT 올레 tv에서 온라인 상영을 진행한 것과 달리 7~8월은 LG U+tv 히든픽처스 특집관을 통해 공개된다. U+모바일tv를 통해서도 볼 수 있으니 영화와 함께하는 피서를 계획하고 있다면 주저 없이 히든픽처스 특집관을 찾길 바란다.
기쁜 우
[7월의 히든픽처스] 여름 안에서 숨은 명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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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만든 증국상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 <소년 시절의 너>가 제39회 금상장 시상식을 휩쓸었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의상상, 주제곡상, 여우주연상, 신인배우상 총 8개 부문에서 상을 싹쓸이하면서 증국상 감독은 현재 중화권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가로 발돋움했다. 영어덜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소년 시절의 너>는 빚쟁이 어머니와 떨어져 대입을 준비하는 천니엔(주동우)과 어린 시절부터 홀로 길거리에서 생활한 샤오베이(이양첸시)가 폭력적인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지키면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과도한 학교폭력을 다룬 탓인지 지난해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공개될 예정이었던 <소년 시절의 너>는 중국 정부의 허락을 받지 못해 갑자기 상영이 취소됐으나, 이후 관객으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개봉 15시간 만에 중화권에서 2억위안(약 345억원)에 달하는 티켓이 팔렸고, 전세계적으로
'소년 시절의 너' 증국상 감독 - 유년의 본질적인 면을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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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카 다미안은 지금 유럽에서 주목해야 할 감독 중 한명이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연극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촬영을 전공한 그는 2008년 장편 극영화 데뷔작 <크로싱 데이트>에 이어 첫 장편애니메이션 <크롤릭: 나의 저승길 이야기>(2011)로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며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신작 <환상의 마로나>는 2019년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장편부문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했고, 안카 다미안은 이 인연으로 올해 BIAF 포스터를 직접 그리기도 했다. 공감의 힘으로 다른 존재를 상상하고 상상력의 힘으로 자유분방한 세계를 그려나가는 그에게 애니메이션의 매력, 그리고 개와 행복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영화를 전공했고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연출을 하다가 애니메이션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스스로 시각예술가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에서도 미술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영화의 표현 방식으로서 애니메이션을 활용하는 건 자연
<환상의 마로나> 안카 다미안 감독 인터뷰 - 반려견에게 '지금, 여기'에 충실한 삶의 자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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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겐 각자의 천국이 있다. 천국이 진정 행복을 주는 곳이라면 제각기 믿는 바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는 게 당연하다. 천국의 모습을 묘사한 여러 상상 중에 특히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하나 있다. 그곳에선 먼저 세상을 먼저 떠난 반려동물이, 그중에서도 특히 개가 천국의 문 앞에서 제일 먼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이다. 개를 한번이라도 키워본 사람이라면 이해한다. 이건 조건 없는 애정과 사랑을 준 존재에 대한 뒤늦은 고백이다. 늘 문 앞에서 인간이 돌아오길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 모습 그대로 천국에서도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길이의 시간을 산다는 이유로 우리 곁을 먼저 떠날 수밖에 없었던 나의 반쪽.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를 볼 때마다 한 가지 질문이 피어난다. 개들은 대체 무슨 이유로 인간을 이렇게까지 사랑하는 걸까. 우리는 감히 이 믿음직한 존재의 과분한 애정을 이렇게 무한정 받아도 좋은 걸까. 안카 다미안 감독의 <환상의 마
견생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되짚는 정교한 우화 '환상의 마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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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가 첫 장편 연출작이다. 어떤 계기로 메가폰을 잡게 됐나.
=본래 대학교 전공은 디자인이지만 항상 영상과 스토리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원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한 후 틈틈이 대본을 썼고 2011년에 단편 <진>을 연출했다. 이후로 영화나 IFC 미드나이트, 드림웍스TV, 스포티파이, 올 데프 디지털 TV 등의 TV 프로덕션에서 조연출과 제작부 일을 했다. 한국어가 모국어라는 장점을 이용해 미국에서 촬영을 진행한 작품들, 이재용 감독의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원신연 감독의 <용의자>, 이정범 감독의 <우는 남자>에 참여했다. <#살아있다>의 경우 처음에는 연출이 아닌 영화의 원작인 맷 네일러의 각본 <Alone>을 각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각본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연출을 맡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고 이후 본격적으로 촬영에 임하게 됐다.
-맷 네일러의 각본 중 어떤 부분이 매력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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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 조일형 감독 - 미래가 불투명해 보일 때 타인을 통해 희망을 꿈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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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우측 상단에 뜨는 ‘신호 없음’. 세상과의 단절을 알리는 이 사인에 당황하지 않을 이가 있을까. 2018년 KT 아현지사 건물에 불이 나면서 일부 지역에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모두의 핸드폰이 일제히 멈추자 지하철 내의 승객들이 웅성대며 동요하던 순간을 기억한다. 인터넷도, 전화도 사용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 채 그저 통신망이 복구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지금의 나는 세상에서 잠시 지워진 사람이겠구나.’ 묘한 불안감이 안개처럼 깔린 길고 고요한 하루였다. 준우(유아인)와 <#살아있다> 속 생존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SNS에 구조 요청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현 위치를 포스팅하는 것이다. 좀비로 둘러싸여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SNS는 자신의 생존을 증명할 유일한 수단이다. 베란다 난간에 아슬하게 매달려 어떻게든 핸드폰의 신호를 잡아보려 애쓰는 준우의 행동이 무모함보단 절박함으로 읽히는 이유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세계의 비중
조현나 기자의 '#살아있다' 리뷰 - 디지털 세대가 재난을 극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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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연기를 하다가 갑자기 연출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고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이 영화감독이었고, 연출부(<초록물고기>)를 했던 까닭에 배우로 활동하는 동안 연출에 대한 뜻이 있는지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그때마다 ‘없다’고 대답했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감독은 능력이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4~5년 전쯤 출연했던 드라마가 끝나고 아들이 고3이 되면서 가장으로서 임무가 다 끝난 것 같았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원래 무엇을 하고 싶었지? 연출하고 싶었잖아.’ 그런 생각을 할 때쯤 홍상수, 장률 감독님의 영화에 연달아 출연했고, 그러면서 용기를 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곧바로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나.
=지금 영화와 다른 시나리오 한편을 썼는데 깜짝 놀랐다. 스스로 작품을 관습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시나리오가 대단히 관습적이었다. 그것은 버렸다. 뒤늦게 영화 한편을 만드는데 관습에 얽매일 필요가 있을까. 행복하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사라진 시간' 정진영 감독, “첫 영화이기에 거칠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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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가까이 있을 때면 왜 항상 새들이 나타날까요. 나처럼 그들도 당신 곁에 머물고 싶은가봐요. 당신이 걸을 때면 왜 항상 별들이 쏟아질까요. 나처럼 그들도 당신 곁에 머물고 싶은가봐요.” 카펜터스의 히트곡 <Close To You>의 가사 속 커플이 그렇듯이, 수혁(배수빈)과 이영(차수연)은 서로를 끔찍이 아끼는 부부다. “난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했길래, 당신 같은 남자를 만났을까.”(이영) “난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했길래, 당신 같은 여자를 만났을까.”(수혁) 손발이 다소 오그라드는 철지난 대사지만, 그만큼 서로에게 애틋한 부부의 모습을 보면 전생에 얼마나 많은 덕을 쌓았을까 싶다.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영화의 초반부 속 부부의 에피소드는 지고지순해 낯설면서도 정답다. <사라진 시간>이 주인공인 형사 형구(조진웅)가 아닌, 멜로영화 속 주인공 같은 이 부부의 사연으로 시작되는 건 꽤나 의미심장하다.
꿈과
김성훈 기자의 '사라진 시간' 리뷰 - 용감한 데뷔작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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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국영화 두편이 각각 개봉했고, 또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6월 18일 개봉한 정진영 감독의 <사라진 시간>과 24일 개봉하는 조일형 감독의 <#살아있다>다. 장르도 소재도 제각각이지만, 두편 모두 신인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생존이 목표인 뉴노멀시대에서 두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꽤 의미심장하다. 코로나19가 일어나기 훨씬 전에 기획된 <#살아있다>는 공교롭게도 공동체가 함께 연대해 살아남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라면, <사라진 시간>은 어떤 일을 겪으며 자신이 살아온 삶이 송두리째 사라진 남자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길을 찾는 이야기다. 도전과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영화 두편을 다음장부터 소개한다. 정진영, 조일형 감독과의 인터뷰도 함께 싣는다.
'사라진 시간' '#살아있다' 리뷰와 정진영·조일형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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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예술영화를 지원하고 더 많은 작품들을 관객에게 소개하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와 <씨네21>이 함께하는 독립예술영화 온라인 유통지원 프로그램, 히든픽처스가 6월에 어울릴 만한 보석 같은 영화들로 다시 찾아왔다. 올해 히든픽처스로 선정된 영화 50편의 영화 중 6월의 히든픽처스로 선정된 10편의 작품(장편영화 1편, 단편영화 9편)을 소개한다. 6월의 히든픽처스는 올레 tv와 OTT 플랫폼 Seezn의 영화/시리즈 부문 ‘아트무비 살롱’ 코너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씁쓸하고 사랑스러운 우화
<산나물 처녀>
감독 김초희 출연 윤여정, 정유미, 안재홍, 배유람 상영시간 29분 제작연도 2016년
관점만 달리해도 많은 것들이 새롭게 보인다. <산나물 처녀>는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을 재해석해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다. 70년 동안 짝을 찾아 헤맨 순심(윤여정)은 미지의 행성 지구까지 날아온다. 우연히 숲속에서 혼자 나물을
[6월의 히든 픽처스] 관객들은 복도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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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슬로건은 ‘다시, 평화’이다. 김형석 프로그래머는‘다시, 평화’라는 슬로건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지었는데 지금은 그 의미가 새롭게 확장된 것 같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열린 공간에서 축제를 즐기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소소한 일상은 소중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조심스레 준비한 영화제 기간에 잠시나마 소중한 일상의 평화를 다시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처음이라 정신없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김형석·최은영 프로그래머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들을 신설하며 영화제 정체성 확립과 외연 확장에 힘을 주었다. 강원도 평창에서 몇년간 산 사람처럼 지역에 대한 애정이
뚝뚝 흘러넘쳤던 두 프로그래머와 코로나19 시대의 영화제와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매일 코로나19 상황과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상황을 주시할 것 같다.
김형석 지금은 남북 문제보다 코로나19가 더 큰 문제다.
최은영 1회 때도 남북 관계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평창국제평화영화제②] 김형석·최은영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프로그래머 - 공간의 특수성까지 고려한 프로그램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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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6월 18일부터 23일까지 6일간 강원도 평창 일대에서 열린다. ‘평창동계올림픽의 평화 정신을 이어받은 강원도 최초의 국제영화제’가 지금까지 평창국제평화영화제를 소개하는 말이었다면, 2회를 맞은 올해는 지역밀착형 국제영화제로서 프로그램이 내실 있게 정리되고 확장된 느낌이다. 멀티플렉스 중심의 운집형 영화제에서 벗어나, 평창 곳곳의 문화공간을 대안 상영관으로 마련해 휴식과 치유와 영화감상이 한번에 가능하도록 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무주산골영화제 등 앞서 열린 영화제들이 온라인 상영과 온오프라인 분산 개최 등을 선택한 반면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오프라인 영화제 개최를 선택했다. 김형석, 최은영 프로그래머에게 오프라인 개최 결정과 새로운 시도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 기사에 앞서 올해 영화제에서 놓치기 아까운 추천작들도 소개한다.
<김일성의 아이들>
김덕영┃한국┃2020년┃84분┃다큐멘터리┃평양시네마
<김일성의 아이들>에서 ‘김일성의
[평창국제평화영화제①]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6월 18일부터 23일까지 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