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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8일 열린 AVACI 연례 총회 오픈 콘퍼런스 현장. DGK와 AVACI가 한국 저작권법 개정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창작자의 권리 보호에 취약한 한국영화계는 음악·방송업계나 해외 주요 영화산업국에서는 당연시되는 영상물의 부가적 사용에 따른 저작권료(비례보상액)에 관한 법적 보장이 없는 상태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5월11~20일 서울 일대에서 시청각물창작자국제연맹(AVACI) 총회가 열렸다. 글로벌 K콘텐츠의 미래를 전망하기에 앞서 정비되어야 할 창작자의 공정보상권에 관해 첨예한 논의들이 오갔다. 감독 대담, 전세계 저작권법 관계자들의 오픈 콘퍼런스, 한국 문화창조산업 전망과 창작 환경을 진단하는 포럼 등에서 전개된 주요 현안과 쟁점들을 소개한다. AVACI 총회를 유치하고 ‘공정한 보상 캠페인’에 힘쓰고 있는 민규동 한국영화감독조합(DGK) 대표가 직접 저작권법 개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인터뷰도 함께 전한다.
방송 작가와 가요 작곡가는 받지만 영화감독은 못 받는
서울에서 최초로 열린 시청각물창작자국제연맹 총회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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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칸영화제에서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은 <R.M.N.>으로 다시 한번 칸에서의 영광을 노린다. <R.M.N.>은 루마니아의 트란실바니아를 배경으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마을의 갈등을 그린다. 일자리를 빼앗는 외부인에 대한 적대적 감정, 집단적으로 표출되는 차별과 혐오의 양상은 비단 특정 지역의 문제만이 아니다. ‘루마니아 감독’으로 호명되는 크리스티안 문쥬도 이것이 루마니아의 이야기가 아닌 보편적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 영화를 보면 당신은 루마니아의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 것 같다.
= 당신은 고국의 상황에 만족하나? 우선 이 영화는 루마니아의 상황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영화가 아니다. 물론 루마니아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에서 시작되었고, 트란실바니아 지역을 배경으로 설정했지만 오늘날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일들에 대해서, 인간의 본성에 관해서 얘기하는
'R.M.N.'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 "우리의 사고회로를 찍은 방사선 스냅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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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더 스퀘어>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루벤 외스틀룬드가 또 한번 논쟁적인 영화로 칸의 선택을 받았다. 올해 경쟁부문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꼽히는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는 패션 업계에서 시작해 호화 요트로, 다시 생존한 승객들이 무인도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촌극을 담은 외스틀룬드식의 사회 풍자 코미디다.
-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 아내가 패션 포토그래퍼다. 8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 패션 산업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달라고 했다. 남성 모델의 수입은 여성 모델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든지, 명품 브랜드의 모델은 위에서 소비자를 내려다보듯 기분 나쁜 얼굴로 사진을 찍고 SPA 브랜드 모델들은 친화적인 미소를 보여주는 식으로 전략을 다르게 가져간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패션 산업은 우리의 집단적 사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그가 속한 집단과 같은 옷을 입기를 원하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남자의 연구, 슈퍼리치의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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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에서 박해일은 형사 해준을 연기한다. 최연소 경관이 될 만큼 실력이 뛰어나고 품위 있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깨끗하고 반듯하지만 해준은 서래(탕웨이)를 만나면서 큰 변화를 겪는다. 해준의 반듯함에 자연스러운 의외성을 불어넣은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의 공고한 중심축이다. 첫 번째 칸 입성에 꽤 상기된 듯한 모습을 보여준 박해일이 박찬욱 감독과의 첫 작업에 대한 소감을 들려주었다.
- <헤어질 결심>의 어떤 점에 끌려 출연했나.
= 첫 번째는 박찬욱이라는 창작자, 그의 영화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내가 감독님의 세계에 들어가면 어떻게 섞일 수 있을까, 감독님의 전작들처럼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 호기심과 부담이 동시에 있었지만 부담보다는 호기심이 더 강력했다.
- 박찬욱 감독과 작업한다고 했을 때 내심 칸영화제에 대한 기대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잘해야 칸에도 갈 수 있
'헤어질 결심' 배우 박해일 "익숙함에서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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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는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중국인 여자 서래를 연기한다. 서래는 여러 번 고비를 넘기며 스스로 생존을 모색해온 여자다. 그럼에도 특유의 꼿꼿함과 우아함을 잃지 않는 탕웨이의 서래는, <헤어질 결심>이 이 배우의 새로운 대표작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을 안긴다.
- 기자회견에서 박찬욱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내 삶의 일부를 완전하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 그 느낌은 어제(첫 상영날) 문득 들었다. 감독님 옆자리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데 완전해진 느낌,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들었다.
-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든 생각은.
= 진짜? 그럴 리가!
- 뤼미에르 극장에서 영화를 보니 어땠나.
= 작은 모니터로 볼 때와는 음향에서 큰 차이가 있었고, 그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의 기운도 느껴졌다. 가장 중요했던 건 감독님과 박해일씨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본 거였다.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이 떠올랐다. 깜깜한 극장에서 세 사람만
'헤어질 결심' 배우 탕웨이 "완전해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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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헤어질 결심>이 5월23일 칸에서 공개됐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추락해 사망한 남자의 중국인 아내 서래(탕웨이)와 이 사건의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이 만나 서로를 관찰하고 의심하다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대신 풍부한 뉘앙스로 사랑의 비극에 다가가는 박찬욱의 멜로는 이번에도 고도로 위트 있고 강렬하게 아름답다. 한국 기자들과의 라운드 인터뷰에서 박찬욱 감독이 들려준 얘기를 전한다.
- 프리미어 상영 이후 첫 시사 반응을 어떻게 체감했나.
= 내게 와서 인사하는 사람들은 다 좋은 얘기만 하지 않겠나. 영화 보는 동안에는 (사람들이) 더 자주 웃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내 영화가 좀 그런 게 있지 않나. 나는 웃기려고 하는데 이게 웃긴장면인지 뭔지 잘 모르겠어 하는. 그런 면이 항상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고. 어제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들이대기보다 들여다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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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의 주연이자 <헌트>의 연출자로 바쁜 시간을 보내던 이정재가 마침내 감독 데뷔작으로 칸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밟았다. <헌트>는 1983년 안기부 해외팀의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의 김정도(정우성)가 내부의 스파이와 대통령 암살 사건과 마주하면서 경계와 의심의 고삐를 조이는 화끈한 첩보액션영화로, 이정재는 영화의 연출, 각본, 연기를 맡았다.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5월19일 첫 상영을 가진 뒤 홍보 강행군을 이어가던 이정재는 비타민 한알을 입에 털어넣으며 <씨네21>과 인터뷰를 시작했다.
- 칸에서 영화가 처음 공개되던 밤, 쉽게 잠들지 못했을 것 같은데.
= 곯아떨어졌다. 후반작업 일정이 빠듯해서 정신없이 영화를 만들었고, 그럼에도 완성도를 갖추려고 최선을 다했다. 이제는 관객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꼼꼼히 체크하고 영화를 잘 설명하고 알리는 일만 남았다. 그 일을 하러 여기 온 거니까
'헌트' 이정재 감독 "한번 총을 뽑으면 빨리 끝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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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중반을 넘어선 제75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칸을 찾은 기자들은 경쟁부문에 초청된 감독들의 네임 밸류에 비해 작품이 전반적으로 심심하다는 아쉬움을 털어놨지만, 영화제 공식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에서 최고 평점(3.2점)을 기록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다시 달아올랐다. 경쟁부문 후보작 21편 중 16편이 공개된 지금, <씨네21>이 향후 영화제의 선택을 점치는 기사를 준비했다. 올해 한국영화 초청작만 4편에 이르는 만큼 칸에서 만난 영화인도 다양했다.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 배우 탕웨이·박해일,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서 최초 공개된 <헌트>의 이정재 감독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경쟁부문 화제작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과 <R.M.N.>의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과의 만남은 올해 경쟁부문 분위기를 점칠 수 있는 요긴한 기사가 될 것이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중간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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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실내영상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영상산업팀은 제주에서 이뤄지는 영화영상 제작을 활성화해 제주의 진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라고 있다. 이봉설 팀장, 이윤성 책임연구원, 김영민 선임연구원, 이은규·채상균 주임연구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제주 영화산업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다. 영화영상 제작진이 촬영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한다는 인상이다.
이윤성 제주에서 직접 수배해야 하는 촬영 장비라든가 인프라가 있다. 예를 들어 레커차나 살수차를 구해야 할 때 네트워크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런 정보를 일원화해서 제공한다면 제작진은 제주실내영상스튜디오와 소통만 해도 원스톱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장비 마련에 공을 들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영상 제작자들의 의견을 들어 해상도 4K 이상의 RAW 데이터-Rog 촬영 장비나 대용량 V-mount 배터리, 18K 대용량 HMI 조명 등을 구비했는데, 크고 무거운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영상산업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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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풍연가>(1998), <인어공주>(2004), <각설탕>(2006), <늑대소년>(2012),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 <계춘할망>(2016)과 드라마 <탐나는도다>(2009), <맨도롱 또똣>(2015), <우리들의 블루스>(2022)…. 제주는 오랫동안 무수히 많은 작품의 배경이 되어 관객에게 다가왔다. 어떤 영화는 제주의 슬픈 역사를, 또 어떤 드라마는 제주 도민의 애환을 담아내면서 제주를 지역적 배경에 국한하지 않고 이야기가 생생히 살아 숨 쉬는 근원지로서 비추기도 했다. 영화영상 창작자들이 섬 안에서 부지런히 생성되고 사라지는 문화를 콘텐츠 소재로 발굴하고 조명하는 과정에 효율성과 편리성, 경제적 지원까지 도모하는 곳이 있다. 영화인에게 제주가 자유로운 창작의 터전이 되길 바라는 곳, 바로 ‘제주실내영상스튜디오’다.
제주시 한경면에 자리한 제주실내영상스
제주 로케이션 촬영 지원하는 제주실내영상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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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아는 관객이라면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 <파이널 컷> 첫 장면에서 이미 이 작품의 태도를 눈치챌 수 있다. <파이널 컷>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거의 모든 요소를 그대로 번안한 리메이크영화다. 좀비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2019년 짐 자무시의 <데드 돈 다이>와 같은 전례가 있긴 하지만, 오리지널리티를 의도적으로 포기한 작품을 영화제에 초청한 것을 두고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을 테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을 연출한 사람이 <아티스트>를 만든 미셸 하자나비시우스라는 점이다. 그는 <아티스트>에서 무성영화의,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에서 누벨바그와 장뤼크 고다르의 스타일을 모사에 가까운 태도로 오마주했던 감독이다. 미셸 하자나비시우스에겐 이미 전세계적으로 컬트적 인기를 누렸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그대로
개막작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의 '파이널 컷', 오마주의 경계는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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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두편의 한국영화를 진출시킨 CJ ENM은 영화제가 열리는 메인 거리 크루아제트에 대형 광고판을 걸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는 축제 현장을 찾은 영화인들과 전세계 프레스, 영화 애호가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에 자리를 잡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아시아 회사가 경쟁부문에 두편의 작품을 올린 것은 195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며, 한국 기업으로서는 최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총 5편의 한국영화를 만날 수 있다. 경쟁부문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5월23일과 26일(현지 시각)에 각각 최초로 공개된다.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고 <아가씨>로 류성희 미술감독이 벌컨상(본상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기술 스탭에게 주어지는 번외 특별상)을 받는 등 칸영화제와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는 한국영화들: '기생충'의 영광 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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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가 5월17일 개막했다. 프랑스에선 현재 실내외를 막론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 사실상 칸영화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씨네21>도 2019년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3년 만에 칸을 찾았다. 개막작인 미셸 하자나비시우스의 <파이널 컷>을 시작으로 총 21편의 경쟁부문 상영작을 보고 화제작들의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올해 한국영화의 칸 진출 소식도 풍년인데,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배우들과 한국에서 찍은 <브로커>가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오징어 게임>의 스타 이정재 배우의 감독 데뷔작 <헌트>가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초대받았다. 더불어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 문수진 감독의 단편애니메이션 <각질>도 칸에서 상영된다. 우선 1357호에선 칸영화제 초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개막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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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씨네21> 신년호 특집 기사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에서 최진성 감독은 극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주진우 전 <시사IN> 기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을 추적한 <저수지 게임>(2017) 등 다큐멘터리 두편을 연달아 작업했던 그가 전작 <소녀>(2013) 이후 오랜만에 극영화 도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계획처럼 되는가. 그가 내놓은 신작은 ‘n번방 사건’을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 극영화를 준비하다가 다큐멘터리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가 무엇인가.
=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하는 영화에 대한 투자가 멈췄다. 그러던 중 넷플릭스로부터 다큐멘터리 연출을 제안받았다. 보나마나 제작이 1년 이상 걸릴 건데 이 과정을 돌파하는 게 늘 만만치 않아서 또 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OTT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적정한 자본이 투입된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를 작업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연출한 최진성 감독, "범죄자들은 우리 생각보다 치밀했고, 추적자들은 그보다 더 치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