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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0일 여름 성수기 시장에 안착한 <외계+인> 1부는 전에 본 적 없던 한국영화의 돌연변이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개체수는 아직 단 하나뿐.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부터 최동훈 감독의 필모그래피 전반을 되짚고 제작자인 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의 말을 빌려 이 야심찬 프로젝트의 DNA를 엿봤다. 김태경 촬영감독, 류성희·이하준 미술감독, 조상경 의상감독, 유상섭·류성철 무술감독,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를 통해 고려 시대와 외계를 잇는 독특한 혼종의 실체를 해부한 제작기도 함께 전한다.
'외계+인'이라는 혼종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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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주>부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화제작이었던 <곡비> <복신범>까지
“최근 대만의 영화산업은 그야말로 장르영화 붐이다.” 7월17일 막을 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의 아시아권 담당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최근 10년 동안 양적으로나 소재적으로 대만의 장르영화가 굉장히 풍성해졌고, 특히 신진감독들의 활약과 성장이 도드라진다”라고 대만영화의 경향을 설명했다. 대만영화를 흥행 면에서 보면 국내뿐 아니라 대만 내 관객에게 여전히 청춘 로맨스물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대만의 신인감독들은 소재와 장르를 경계 없이 확장해나가며 이전 세대 감독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마신자: 빨간 옷 소녀의 저주> <반교: 디텐션> <여귀교> <종사> 등 대만의 공포영화는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대만 영화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영화
눈길 끄는 대만의 괴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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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시네마테크KOFA가 개관한 이래 한국영상자료원은 매년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기획전을 개최해왔다. 바로 이전 해에 발굴, 수집 과정을 거쳐 복원된 한국영화들과 해외의 고전영화를 소개하는 자리다. 7월1일부터 8월2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기획전은 KOFA 복원-애니메이션, KOFA 복원-클래식 복원, 이창동 리마스터링, 인 메모리엄, 장단편_극장전, 특별공연, 해외 복원 등 총 7개 섹션에서 41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1961년’이 키워드였던 지난해 상영작들에 비해 올해는 보다 현재 시점에 가까운 영화들이 선정됐다. 또한 지난해 기획전에선 러시아 국립 아카이브 고스필모폰드에서 수집해 복원을 완료한 한국 초기영화들을 소개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면, 이번 기획전은 복원된 해외영화들과 한국 애니메이션 복원 사업으로 디지털 작업을 시행한 애니메이션들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영화를 수집하는 과정이 여의치 않았
영화 경험의 지평을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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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0일 개봉하는 <외계+인> 1부로 최동훈 감독이 귀환한다. <암살> 이후 7년 만이다.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이라는 초호화 군단과 함께 활극을 펼치는 <외계+인> 1부는 한국영화에서 전에 본 적 없는 거대한 시공간의 카니발을 연다. SF, 액션, 판타지, 무협. 무엇이라 부르든 장르의 정의는 곧 무용해진다.
야심과 취향이 골고루 섞인 최동훈식 최첨단 설화. <외계+인>은 그 옛날 가장 사랑받던 이야기와 오늘날 가장 각광받는 대중 서사를 도술 부리듯 한폭에 엮은 거대한 파노라마다. 서울 한복판을 장악한 우주선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이면서 약장수 신선들이 만담을 주고받는 코믹 무협이고, 시공간을 뛰어넘은 질긴 인연을 품은 로맨스이기도 한 이 영화를 일목요연하게 축약하기란 꽤나 버거운 일이다. 가장 할리우드적인 엔터테인먼트와 동양적 해학의 풍류가 공존하는 가운데, 관객의 감상도 포만감과 산만함 사이 어
고대했던 여름 블록버스터, '외계+인' 1부를 즐기기 위한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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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뜨거운 열기였다. <씨네21>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를 찾은 화제의 게스트들과 만난 기록을 소개한다.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 작품상을 받은 <혼자가 아닌>을 포함한 수상작 및 호러 장르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인터뷰는 다음주 지면에서 만날 수 있다.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 수상 결과
작품상 - <혼자가 아닌>(감독 고란 스톨레브스키)
감독상 - <스픽 노 이블>(감독 크리스티안 타프드럽)
◆ 특별언급 <납골당>(감독 미셸 가르자 세르베라)
심사위원상 - <베스퍼>(감독 크리스티나 부오자이테, 브루노 샘페르)
관객상 - <씨씨>(감독 한나 발로우, 케인 세네스)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수상 결과
작품상 - <신체모음.zip>(감독 최원경, 전병덕, 이광진, 지삼, 김장미, 서형우)
감독상 - <다섯 번째 흉추>(감독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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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CJ ENM 스튜디오 센터가 드디어 열렸다. 2018년 부지 확보 후 2020년 공사를 시작해 올해 4월 사업준공 승인을 받고 본격적으로 개방한 것이다. 7월5일, tvN 드라마 <환혼> <작은 아씨들> 등의 촬영이 한창인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 초대받아 현장을 둘러본 답사기를 전한다. 원스톱 제작 인프라를 갖춘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간은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Virtual Production Stage)였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월이 적용된 이 스튜디오는 마이크로 LED 기술력과 500평 규모의 스튜디오 시설이 만나 버추얼 스튜디오가 영화, 드라마 콘텐츠에 직접적으로 끼칠 혁신적인 영향력이 더이상 이상이 아닌 눈앞에 당도한 현실임을 체감시켜주었다.
CJ ENM 스튜디오 센터는 원스톱 제작 시스템을 목표로 13개동에 달하는 타운 안에 스튜디오, 오픈세트, 버추얼 스튜디오, 멀티로드, 근린 시설, 대규모 미술센터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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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와 대상을 초월해 팬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잊을 만하면 되새기는 현상. 좋아하는 상대에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애먼 ‘머글’들에게 가고, 정작 덕후들은 멀리서 속 끓이고 마는 처지를 일컫는 말. 일명 ‘덕계못’(‘덕후는 계를 못탄다’의 준말)은 범(汎) 덕질계의 오랜 불문율이자 자조 섞인 넋두리다.
세월을 타고 수천 겹의 감정을 빚어내는 덕질의 생리로 인해, 이 슬픈 이야기는 최초 용례를 빗겨간 의미로 읽혀도 낯설지가 않다. 열렬히 사랑한 남성 연예인이 성범죄에 연루되었다면(<성덕>), 현생보다 아낀 게임 세계가 슬그머니 사라질 채비를 한다면(<내언니전지현과 나>), 팬심을 담아 무명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려는데 난항이 계속된다면, 그러다 그가 유명인 반열에 훌쩍 들어서버린다면(<듣보인간의 생존신고>), ‘덕후가 끝내 계 타기란 얼마나 요원한가.’ 읊조리며 먼 곳을 바라볼 수밖에.
그렇게 덕후의 넋을 달래는 와중 카메라를 든 감
‘빠순이’라 불린 감독들이 말하는 나의 덕질, 우리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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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만남도 인연이다. <뒤틀린 집>의 강동헌 감독과 윤상 음악감독은 마치 오래 사귄 벗 같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는 데 꼭 긴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다. 강동헌 감독의 전작 <기도하는 남자>를 보고 반한 윤상 음악감독은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 먼저 연락을 했고,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강동헌 감독은 긴 호흡으로 인간을 관찰하던 전작과 전혀 다른 호러를 들고 돌아왔다. <뒤틀린 집>은 한국판 <컨저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하우스 호러의 장치들을 익숙하게 활용하는 장르영화다. 하지만 전형적인 장르의 길을 가면서도 감독의 숨길 수 없는 개성과 시선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윤상 음악감독은 강동헌 감독의 깊은 이해자이자 동반자가 되어 모험 같았던 이번 작업을 도왔다. 좋은 영화가 무엇인지 설명하긴 어렵다. 하지만 좋은 만남이 무엇인지는 어렴풋하게나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 강동헌 감독과 윤상 음
'뒤틀린 집' 강동헌 감독 × 윤상 음악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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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등을 돌리고 비로소 자신이 찍어야 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자신이 걸려든 세상의 프레임으로부터 가장 멀리까지 가서 발견한 바깥이다.’ 올해 영화평론상 우수상에 당선된 소은성씨는 비평문 맨 마지막 문장에 영화에 관한 자신의 마음을 담았다. 그는 영화를 통해 배우고 많은 것을 얻었다고 연거푸 말했다. 영화가 당신에게 무엇을 주었냐는 질문에 “내가 나로서 잘살 수 있도록 견디는 힘을 줬다”라고 조심스레 고백한 그는 오랫동안 영화와 나눠온 친밀한 시간에 관해 들려주었다. 그는 영화가 던진 질문에 글쓰기와 제작으로 성실하게 응답해온 사람이었다.
- 영화에 관한 글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 20살 때부터 영화를 즐겨봤고, 영화 보는 데 시간을 많이 들였다. 그 무렵 <씨네21> 평론상에 지원한 적이 있다. 인디포럼 상영작을 비평하는 ‘독립비평 TAKE’에 리뷰를 쓰기도 하고,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남다은 평론가의 강의를 듣기도 했다. 영화평론을 읽는 데 재미를 붙이
[제27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 당선자 소은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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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은 네명의 중학생들이 카메라를 들고 세상의 끝을 찍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서사를 작품의 한 가지 구성 요소로서 영화가 포함하는 한, 이 문장 하나에는 예측 가능한 서사적 형식이 이미 함축되어 있다. 일종의 교양소설적 서사로서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한편으로는 보수적이다. 네명의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경로를 이탈하고, 적당한 시점에 길을 잃으며, 마침내 예정과 다른 장소에 도착한다. 그리고 결국 찾고자 했던 것, 또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무언가를 얻는다. 그것은 영화에서 스틸 이미지로 제시된다. 나머지 친구 셋은 아직 잠들어 있는 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난 시연은 열려 있는 경로당 출입문 앞에 앉아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그 사진에는 출입문에 걸린 투명한 문발 너머로 시골 마을의 지붕이 낮은 집들과 경로당 앞마당이 보이고, 그곳에는 자신과 친구들의 벗은 신발이 놓여 있다. 아마도 이 사진이, 시연이 찍고자 원했던 세상의
[제27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 소은성 작품비평 - '종착역', 세상의 프레임과 둥근 안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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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마구치 류스케에 따르면, 이야기는 어둠으로부터 온다. 그 어둠은 실질적인 빛의 부재가 아닌, 아직 보이지 않는 어떤 상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드라이브 마이 카>의 첫 번째 시퀀스에서 가후쿠와 오토가 새벽 창문을 등지고 앉아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 그를 덮고 있는 바로 그 어둠이다. 여기서 보이는 것은 사실 벗은 몸의 윤곽일 뿐이며, 그림자와 다름없는 그 몸이 이야기를 전하는 소리의 출처라고 판단하도록 이끈 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의 오래된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습관에 기댄 판단은 대부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도 옳다. 이 시퀀스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오토임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미지와 사운드의 결합이 느슨해진 이 나른한 순간을 다시 돌이켜보는 것은 그의 이름 ‘오토’(音) 때문이다. 그는 ‘소리’를 뜻하는 자신의 이름에 적합하게도 이 영화에서 카메라 앞의 보이는 대상으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오토의 죽음 이
[제27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 소은성 이론비평 - 요청하는 이미지와 지연되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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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은 작품에 대한 사랑을 요구하는 것 같다. 이번 영화평론상은 내게도 그런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올해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을 수상한 김예솔비 당선자는 공모전을 준비하며 분투해온 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상에 당선된 그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에게 영화를 향한 사랑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돕는 원동력이자 오랫동안 지녀온 자기만의 무기다. 영상 연출, 촬영, 평론….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그가 여러 경계를 종횡무진하며 어떤 이야기를 전하게 될지 기대된다.
- 25회 <씨네21> 영화평론상 공모에서도 최종심까지 올랐던 이력이 있다. 올해 우수상 수상이 더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다.
= 지금도 얼떨떨하다. (웃음) 초여름의 연례행사처럼 몇년 동안 <씨네21> 영화평론상에 지원했다. 오랫동안 바라온 일이 현실로 이뤄지다니 믿기지 않는다. 최종심에 올랐을 땐 조금만
[제27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 당선자 김예솔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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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고 있는 마리옹의 옆얼굴. 뒷좌석에 앉은 딸 넬리의 손이 불쑥 들어와 간식을 나눠준다. 말없이 웃는 두 사람. 단순히 상황만 놓고 보자면 여느 다정한 모녀의 모습처럼 평범해 보이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분명 어딘가 기이함을, 다정함으로 미처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를 남긴다. 카메라가 간식을 건네는 넬리의 반응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화면 안쪽에는 말없이 간식을 받아먹는 마리옹의 옆얼굴과 간식을 건네는 넬리의 손만 보일 뿐이다. 우리는 개구지게 웃는 넬리의 얼굴을 볼 수 없다. 이 순간 넬리의 얼굴은 영화의 외화면 영역(hors-champ)으로 밀려난 것이다. 프레임 밖에 있는 것들은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에 관습적으로 공포와 스산함을 동원한다. 물론 우리는 이 손의 주인이 넬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장면에는 모녀의 다정함과 더불어 이상한 기운이 달라붙는다. 외화면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얼까.
<쁘띠 마망>에서 외화면은 사실상 화면상의
[제27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 김예솔비 작품비평 - '쁘띠마망', 조용한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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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영화 앞에서
<당신얼굴 앞에서>가 닫힌 영화처럼 느껴진다면, 영화가 후반부 30분간 술집을 거의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의 처음과 끝이 거의 정확한 수미상관을 이루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아침에서 시작해, 아침으로 끝난다. 영화는 동생의 아파트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상옥의 이틀간에 놓여 있다. 두 아침을 보여주는 방식은 거의 다르지 않다. 두 아침 모두 카메라는 소파에 앉아 있는 상옥과 아파트 창문, 잠든 동생의 얼굴을 보고 있는 상옥을 차례로 보여준다. 이때 보이는 것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막혀 있으며, 특수한 밀실을 만든다. 너무 높아 근처에도 갈 수 없는 창문, 건물에 가로막혀 아파트 단지 내부만을 비추는 풍경, 무슨 꿈을 꾸는지 알 수 없는 동생의 잠든 얼굴, 응답 없는 얼굴. 그 위로 “천국은 이미 당신 얼굴 앞에 있어요”라는 상옥의 말이 맴돈다. 영화는 얼굴과 세계 사이의 알 수 없는 공간만을 열어둔 채로, 미묘한 방식으로
[제27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 김예솔비 이론비평 - 창문과 풍경의 어긋남이 말해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