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1일부터 8월25일까지 진행되는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기획전은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영상자료원)의 주요 사업인 영상 복원 사업의 결과물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올해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기획전에선 4K 리마스터링된 이창동 감독의 장편 6편과 단편 <심장소리>를 상영하는 섹션이 마련됐다. 기획전의 일환으로 지난 7월23일,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1관에서 ‘복원의 재구성: 이창동 전작 4K 리마스터링 포럼’이 열렸다. 전석 매진된 이날 행사에는 수많은 관객이 참여해 <심장소리>를 관람하고 포럼을 경청했다. 영화 상영 전 모습을 드러낸 이창동 감독은 감사 인사와 함께 <심장소리>의 제작 과정을 전하고, “원본 복원 작업은 영화산업 전체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며 모두 발언을 마쳤다. <심장소리>가 상영된 뒤 김홍준 영상자료원 원장이 모더레이터를 맡고 박홍열 촬영감독, 조해원 영상자료원 영상복원팀장,
‘복원의 재구성: 이창동 전작 4K 리마스터링 포럼’에 가다
-
8월3일 개봉하는 <비상선언>은 몰입력 있는 재난 상황과 뜨거운 감정의 온도, 기꺼이 모사와 풍자의 대상이 될만한 한국 사회의 현주소까지 위태로운 항공기의 궤적 안에 아우른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한 극단을 보여준다. 지난해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첫선을 보인 <비상선언>은 <더 킹> <관상>의 한재림 감독이 대규모 항공기 테러물을 표방하면서 초호화 캐스팅의 위용 역시 자랑한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이 적재적소에서 활약한 대테러의 아수라장 속에서 흥미로운 잔해들을 추려내 다시 엮어보았다.
<비상선언>은 완력이 센 영화다. 이 비행 경험에 한번 동참하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이끌려가 진이 다 빠져서야 나올 수밖에 없다. 2시간 20분 동안 스펙터클을 연출하는 거의 모든 요소들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것은 결코 부정적인 서술만은 아니다. <비상선언>이 주는 피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한국형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 드디어 이륙하다
-
영화 <한산>이 개봉 전부터 화제다. 전편 <명량>이 한국영화사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 역시 높다. 또한 으레 그렇듯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되면 실증과 왜곡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 때문에 감독이나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괜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할 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번 작품은 전편 <명량>이 그랬듯 탄탄한 역사 고증과 감독의 적극적인 해석 그리고 국민들의 감정적 기대 사이에서 안전하면서도 과감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조선 수군과 왜군의 군사력이 엇비슷하던 때
7월 동풍이 세게 불어 항해하기 어려웠다. 고성땅 당포에 이르자, 날이 저물기로 나무하고 물 긷고 있을 때 피난하여 산으로 올랐던 그 섬의 목자 김천손이 우리 함대를 바라보고는 급히 달려와서 말했다. “적의 대·중·소선을 합하여 70여척이 오늘 낮 두시쯤 영등포 앞바다에서 거제와 고성의 경계인 견내량에 이르러 머무르고 있다”고 하므
역사학자가 본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충분히 독창적인 해석 혹은 역사 고증에 대한 강박 사이에서”
-
<최종병기 활> <명량>에 이어 <한산>은 권유진 의상감독이 김한민 감독과 함께 작업한 세 번째 작품이다. 시대물 작업을 할 때마다 당시의 의복 유행과 관련 자료 조사를 철저히 한다는 권유진 의상감독은 조선군 투구에 적힌 문구, 각기 다른 형태의 갑옷을 입은 왜군들의 배경 등 극중 장수들이 현재의 의상을 갖춰 입게 된 경위에 관해 꼼꼼히 설명해주었다. 의상과 관련된 문헌 한줄을 극중 의상에 디테일하게 구현해내는 권유진 의상감독의 집념은 <한산>에 리얼리티를 더해주었다.
철갑과 두정갑
“<한산>과 <명량>은 갑옷부터 많이 다르다. <명량>을 찍을 당시 실제 임진왜란 때 입던 철갑이 출토됐다. 그래서 그때 고증에 따라 전부 철갑으로 바꾸자고 이야기가 됐다. 반면 <한산>을 찍을 땐 두정갑으로 가자고 했다. 두정갑은 방어력이 가장 좋은 갑옷이라 할 수 있다. 갑옷에 점점이 박혀 있는 징은 본래 못이
‘한산: 용의 출현’ 권유진 의상감독 “고증 통해 얻은 극강의 디테일”
-
-
“시나리오가 가진 힘이 대단했고 이걸 구현하는 게 관건이겠다는 생각을 했다.”(정성진 VFX 슈퍼바이저) 이순신 장군의 일기 <난중일기>와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이순신에 관한 다큐멘터리, 그 밖의 영상 자료들 등 정성진, 정철민 VFX 슈퍼바이저는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자료들을 참고했다. “영상 자료들을 보면서 느낀 건거북선이나 학익진의 규모, 전투의 진행 방식 등을 VFX로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 없었다는 거다. 걱정도 됐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가 한번 잘 준비해 구현해보자는 생각을 했다.”(정성진 VFX 슈퍼바이저) 후반작업 기간만 1년. 1천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투입돼 <한산>의 그림을 완성해갔다.
해상 촬영 없이 구현해낸 해전
<한산>은 바다에 배를 전혀 띄우지 않고 해상 신을 진행했다. “일부는 실제로 배를 띄우고 촬영하고 일부는 VFX로 작업하는 건 <명량> 때 이미 한 방법이다. 전작과의 차별
'한산: 용의 출현' 정성진, 정철민 VFX 슈퍼바이저 "거북선의 용머리가 어느 각도에서도 위엄을 갖추도록"
-
- 시사회 반응이 좋다.
= 여러모로 감사하고 겸허해진다. 시사 후 들었던 이야기 중엔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표현이 와닿았다. 어떤 형태로든 관객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었다면 다행이다. 영화를 통해 응원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특히 성취감을 느꼈다. 그간의 행보가 보상받는 기분이다.
- 엄청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는 속편이다. 이순신 장군을 그린다는 것만 해도 부담인데, 전작인 <명량>이 1700만 관객을 동원한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작이다. 속편을 제작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을 것이다.
= 맞다. 그래서 8년이 걸리지 않았나. 어떻게 보면 8년의 세월이 필요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영화는 처음부터 삼부작으로 구상했고 서두르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건 뚜벅뚜벅 가다보면 결국 완성될 거라 믿었다. <명량>의 큰 성공은 부담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어떻게 그려야 내가 원하는 완성도를 달성하고 관객을 만족시킬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 인터뷰 “선비같은 기질로 주변을 아우르는 이순신의 포용력을 표현하고 싶었다”
-
2022년 여름 극장가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1761만명의 관객이 선택한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 <명량>(2013)의 속편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이 7월27일 드디어 스크린의 바다를 향해 출항, 개봉 1일차 38만 관객을 동원하며 순항 중이다. ‘이순신 삼부작’의 두 번째 영화 <한산>은 1592년 임진왜란 발발 후 조선의 운명을 바꾼 한산대첩을 재조명한다. 이미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이순신 장군의 또 다른 면모를 조명한 이 영화는 전작의 아쉬움을 영리하게 보완한, 단점이 잘 보이지 않는 수작이다. <씨네21>에서는 김한민 감독의 속 깊은 인터뷰를 시작으로 <한산>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전한다. VFX를 맡은 정성진, 정철민 VFX 슈퍼바이저는 한산 앞바다에 배를 띄우지 않고도 전장을 고스란히 재현할 수 있었던 비밀을 공개한다. 권유진 의상감독은 당대 시대상의 세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한층
다시, 운명의 파도에 오르다 '한산: 용의 출현' 살펴보기
-
가만히 내버려두면 세상은 점점 나쁜 방향으로 간다. 거기에 저항하다보면 시끄러워진다. 도발, 균열, 파괴는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물결과도 같다. 라두 주데 감독의 <배드 럭 뱅잉>은 이러한 저항의 언어가 영화로 표현될 때 나올 수 있는 행복한 결과물이다. <일방통행> <일화, 기호, 경이에 관한 소사전> <실천과 빈정거림(시트콤)> 3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이 영화는 남편과 합의하에 찍은 섹스 비디오가 포르노 사이트에 유출된 후 자신을 향한 조롱에 맞서는 교사 에미의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한 <배드 럭 뱅잉>의 매력, “코로나19 팬데믹을 완전히 찢어버린 당당하고 도발적인 농담”(<버라이어티>)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부쿠레슈티의 명문고에서 역사 교사로 일하는 에미(카디아 파스칼리우)에게 난데없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녀가 남편과 찍은 부부관계 동영상이 인터넷에
우리는 포악하게 나쁜 것을 들춰내야 한다: '배드럭 뱅잉'이라는 저항의 언어
-
19세기 마케도니아의 시골 마을, 갓난아이인 딸 네베나를 납치하려는 늙은 마녀 마리아(아나마리아 마린카)에게 엄마(노미 라파스)는 아기가 16살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키우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마리아는 엄마의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아기의 목소리를 가져가고, 엄마는 마녀를 피하고자 딸을 동굴에 숨겨놓고 키운다. 엄마의 철벽 방어에도 마리아는 16살이 된 네베나(사라 클리모스카)를 찾아와 소녀를 자신과 같은 마녀로 만든다. 그러나 마녀 엄마와 마녀 딸의 동행은 얼마 가지 못해 끝이 나고, 마을로 내려온 네베나는 자신이 매혹된 기혼 여성 보실카(노미 라파스)의 모습으로 변신해 인간세계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마녀 설화를 모티브로 한 <혼자가 아닌>은 한 생명체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관계에 적응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스케치한다. 한창 차기작을 촬영 중인 고란 스톨레브스키 감독을 화상으로 만나 첫 장편영화 <혼자가 아닌>에 관해 물었다.
- 어떻게 이야기
BIFAN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 작품상 '혼자가 아닌' 고란 스톨레브스키 감독 인터뷰
-
<혼자가 아닌> 고란 스톨레브스키 감독
<다섯 번째 흉추> 박세영 감독
<요괴대전쟁:가디언즈> <두더지의 노래 파이널> 미이케 다카시 감독
마스터클래스 진행한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2
-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는 첫 문장부터 건조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임진왜란의 굴곡진 음영을 더듬는다.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 사이에서 마지막까지 고민했다는 김훈 작가의 후일담은 역사의 재현이 얼마나 고되고 어려운 작업인지를 증명한다. 김훈 작가는 ‘꽃은 피었다’로 썼을 때 ‘전쟁 한복판에서도 꽃은 핀다’는 식으로 다소 감성적으로 읽힐까 싶어 최후의 순간 끝내 ‘꽃이 피었다’로 바꾸었다. 고작 한 문장. 아니 한 음절. 하지만 때론 단어 하나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 역사를 이야기로 다시 되살리는 자가 숙고해야 할 무게란 그런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한국인이라면 모두 알고 존경해 마지않는 성웅(聖雄) 이순신 장군이라면 그 부담과 책임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는 적지 않지만 그를 다시 해석하는 일은 실로 고된 작업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모두 이순신 장군을 알지만 동시에 여전히,
용의 노래, 마침내 당도하다 '한산: 용의 출현' 리뷰
-
이안의 레드 / 무륵의 블루
조상경 의상감독은 이안(김태리) 의상의 모티브를 해인사의 요선철릭 유물에서 가져왔다. “메인 컬러를 레드로 잡고 이안이 남사당패에서 자란 전사라는 점을 고려해 깃 부분에 조각보 방식으로 수를 놓았다. 저고리는 아랫부분이 치마처럼 주름이 퍼지는 액주름포를 활용했는데, 액주름포는 옆선에만 주름이 들어가서 서 있을 때와 움직일 때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무륵(류준열)의 의상은 훨씬 얇고 가벼운 인상이다. “모시, 옥사, 명주 등의 천연색 천을 사용했고 홑겹으로 만들어진 옷을 여러 벌 입어 걸을 때 자락이 더 퍼지게끔 디자인했다. 오방색을 그대로 쓰기보다 간색(두개의 오방색을 섞어 만든 색.-편집자)을 배색해 비색, 청록색, 취람색 등을 만들어 사용했다.”(조상경 의상감독)
정체를 숨긴 가드의 코트, 자장 법사의 가면
가드(김우빈)는 그레이 톤의 잘 재단된 코트를 입고 등장한다. “불필요한 장식 없이 미니멀하게 가는 것이 컨셉이었다. 오랜 시
'외계+인' 유니버스는 이렇게 창조됐다
-
- 오늘(7월20일) <외계+인>이 개봉했다. <암살> 이후 7년 만의 개봉이고, 5년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다.
= 사실 이 순간을 기다리며 영화를 만드는 거니까 떨리고, 긴장되고, 극장 개봉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 오랜만에 개봉을 준비하면서 홍보를 어떻게 하는지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웃음)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쇼케이스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이 활발한 것 같다. 굉장히 빠르게 콘텐츠에 반응하는 젊은 친구들이 신기하다. 개봉 전부터 영화에 나오는 도술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분석하는 분들도 있다.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관객은 이를 ‘세계관’이라고 표현하며 관심을 보였다. 관객이 영화를 보며 느끼는 즐거움이 예전보다 다양해진 것 같다.
- 최동훈 감독이 처음 <외계+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려줬을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 2017년 <도청>을 준비하다가 작업이 중단됐을 때였다. 원작 없
'외계+인' 제작 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지만 새로운 구조는 있다”
-
외계 행성에서 반란을 일으킨 죄수를 인간에게 주입하면 둘은 한몸으로 살아간다. 이때 외계인은 기억을 잃은 채 뇌 속에 잠들게 되고, 인간은 자기 몸속의 이물질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다시 남은 생을 영위한다. 보디 스내처 영화의 원조 격인 <신체 강탈자의 침입>(1956), 그리고 <인베이젼>(2007)을 떠올리게 하는 SF적 설정은 <외계+인>의 2022년 현재 파트를 수렴하는 구심력이다. 인간의 몸을 뚫고 촉수를 뻗친 다음 도심 한복판에 핏빛 공기를 터뜨리는 약간은 호러적이기까지 한 존재가 최동훈 영화에 착지한 것이다.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한국영화의 야심찬 성취 혹은 지평의 확대라는 산업적 의미는 이 글에서 잠시 차치하기로 한다. <외계+인>에 구현된 공상과학적 상상력이 SF 장르의 계보 아래에서 얼마나 독창적인가 하는 문제 역시 취향과 인상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우선 배제하기로 한다. 질문하고 싶은 것은 최동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처음
'범죄의 재구성'과 '외계+인'을 잇는 최동훈 감독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