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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풍연가>(1998), <인어공주>(2004), <각설탕>(2006), <늑대소년>(2012),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 <계춘할망>(2016)과 드라마 <탐나는도다>(2009), <맨도롱 또똣>(2015), <우리들의 블루스>(2022)…. 제주는 오랫동안 무수히 많은 작품의 배경이 되어 관객에게 다가왔다. 어떤 영화는 제주의 슬픈 역사를, 또 어떤 드라마는 제주 도민의 애환을 담아내면서 제주를 지역적 배경에 국한하지 않고 이야기가 생생히 살아 숨 쉬는 근원지로서 비추기도 했다. 영화영상 창작자들이 섬 안에서 부지런히 생성되고 사라지는 문화를 콘텐츠 소재로 발굴하고 조명하는 과정에 효율성과 편리성, 경제적 지원까지 도모하는 곳이 있다. 영화인에게 제주가 자유로운 창작의 터전이 되길 바라는 곳, 바로 ‘제주실내영상스튜디오’다.
제주시 한경면에 자리한 제주실내영상스
제주 로케이션 촬영 지원하는 제주실내영상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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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아는 관객이라면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 <파이널 컷> 첫 장면에서 이미 이 작품의 태도를 눈치챌 수 있다. <파이널 컷>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거의 모든 요소를 그대로 번안한 리메이크영화다. 좀비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2019년 짐 자무시의 <데드 돈 다이>와 같은 전례가 있긴 하지만, 오리지널리티를 의도적으로 포기한 작품을 영화제에 초청한 것을 두고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을 테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을 연출한 사람이 <아티스트>를 만든 미셸 하자나비시우스라는 점이다. 그는 <아티스트>에서 무성영화의,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에서 누벨바그와 장뤼크 고다르의 스타일을 모사에 가까운 태도로 오마주했던 감독이다. 미셸 하자나비시우스에겐 이미 전세계적으로 컬트적 인기를 누렸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그대로
개막작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의 '파이널 컷', 오마주의 경계는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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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두편의 한국영화를 진출시킨 CJ ENM은 영화제가 열리는 메인 거리 크루아제트에 대형 광고판을 걸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는 축제 현장을 찾은 영화인들과 전세계 프레스, 영화 애호가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에 자리를 잡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아시아 회사가 경쟁부문에 두편의 작품을 올린 것은 195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며, 한국 기업으로서는 최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총 5편의 한국영화를 만날 수 있다. 경쟁부문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5월23일과 26일(현지 시각)에 각각 최초로 공개된다.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고 <아가씨>로 류성희 미술감독이 벌컨상(본상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기술 스탭에게 주어지는 번외 특별상)을 받는 등 칸영화제와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는 한국영화들: '기생충'의 영광 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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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가 5월17일 개막했다. 프랑스에선 현재 실내외를 막론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 사실상 칸영화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씨네21>도 2019년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3년 만에 칸을 찾았다. 개막작인 미셸 하자나비시우스의 <파이널 컷>을 시작으로 총 21편의 경쟁부문 상영작을 보고 화제작들의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올해 한국영화의 칸 진출 소식도 풍년인데,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배우들과 한국에서 찍은 <브로커>가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오징어 게임>의 스타 이정재 배우의 감독 데뷔작 <헌트>가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초대받았다. 더불어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 문수진 감독의 단편애니메이션 <각질>도 칸에서 상영된다. 우선 1357호에선 칸영화제 초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개막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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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씨네21> 신년호 특집 기사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에서 최진성 감독은 극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주진우 전 <시사IN> 기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을 추적한 <저수지 게임>(2017) 등 다큐멘터리 두편을 연달아 작업했던 그가 전작 <소녀>(2013) 이후 오랜만에 극영화 도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계획처럼 되는가. 그가 내놓은 신작은 ‘n번방 사건’을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 극영화를 준비하다가 다큐멘터리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가 무엇인가.
=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하는 영화에 대한 투자가 멈췄다. 그러던 중 넷플릭스로부터 다큐멘터리 연출을 제안받았다. 보나마나 제작이 1년 이상 걸릴 건데 이 과정을 돌파하는 게 늘 만만치 않아서 또 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OTT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적정한 자본이 투입된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를 작업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연출한 최진성 감독, "범죄자들은 우리 생각보다 치밀했고, 추적자들은 그보다 더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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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번방 사건으로 많은 언론과 인터뷰했고, 강연도 했고, 정부 부처 회의에도 참석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대와 지지를 구하기도 했고.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기로 한 이유는 그런 활동의 연장선인가.
= 아무래도 기사나 유튜브는 사건을 단면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텔레그램이라는 특수한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가 벌어지는 구조를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최진성 감독님으로부터 출연 요청이 들어왔다.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이용자 수가 많고, 나 또한 구독자인 데다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2020)를 재미있게 봤던 터라 넷플릭스라면 급하게 제작하지 않고 높은 완성도로 이 사건을 다룰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컸다. 촬영한 지 약 2년이 지난 까닭에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웃음) 사전 질문지를 포함해 150~160개 정도의 질문에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 넷플릭스가 글로벌 OTT 플랫폼이라 해외 이용자들에게도 선보일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에 출연한 전 추적단 불꽃 단, “피해자가 보호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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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선배 인스타그램 없앴어?” 김완 <한겨레> 기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갑자기 사라져 이상하다 싶어 텔레그램에 들어가 그에게 물었다. 김완은 박근혜 정권 때 국정원이 ‘엔터팀’을 운영해 영화계를 사찰했다는 내용의 단독 보도를 함께했던 동료다. 그에게 짧은 답장이 왔다. “ㅇㅇ 신상 털려서 다 비활성.” 그는 “‘청소년 텔레그램 비밀방’에 불법 성착취 영상 활개”(<한겨레> 2019년 11월10일자) 단독 보도를 시작으로 텔레그램에서 벌어지는 아동·청소년 성착취 사건을 연달아 보도하던 때였다.
수면 위로 올라온 텔레그램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는 생각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끔찍했다. <한겨레>가 지난 두달 동안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라는 제하의 연속 기획으로 보도한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한겨레> 기자들이 텔레그램 익명 대화방에 잠입해 그 실태를 지켜본 뒤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범죄자들은 일자리를 주선한다는 명목
김성훈 기자의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취재기 (2019.12~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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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더 플랜> <저수지 게임> 등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넘나들었던 최진성 감독의 신작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가 5월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이 영화는 n번방 사건의 실체를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n번방은 텔레그램에서 자행된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 사건으로, 당시 대학생이었던 불, 단 두명으로 구성된 추적단 불꽃과 김완, 오연서 <한겨레> 기자, 경찰 등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n번방 사건은 ‘박사’, ‘갓갓’ 등 범죄자들이 잡혔음에도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는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잡히지 않은 가해자들이 많은 현재 진행형인 범죄다. 이 작품은 묵직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도 극영화 못지않게 서사 전개가 무척 빠르고, 깊숙이 관객을 끌어들인다. 지난 3년 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기를 일지 형식으로 전한다. 전 추적단 불꽃의 단, 이 영화를 연출한 최진성 감독과의 인터뷰도
최진성 감독의 신작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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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프랜 크랜즈의 연출 데뷔작인 <매스>는 제37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포워드 부문에서 상영되고 관객상을 수상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한정된 공간 속 네 인물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간소한 조건의 제한적인 성질을 이용해 역으로 잠재된 형식미와 드라마를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비슷한 설정을 공유하는 <대학살의 신> <더 파티> 등의 사례와 궤를 같이한다. 다만 <매스>는 같은 공간에서도 교류하지 않는 숏들로 무거운 질문을 이행하는 한편, 방대한 대사를 통해 극적 아이러니를 집요하게 실어나른다. 영화의 러닝타임인 110분은 극중 인물들이 만나고 대화하고 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대로 보존하는 시간으로 현장감 있게 기능한다. 그리하여 <매스>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돌연하고도 우발적인 순간들마저 거대한 흐름에 함께 배치되는 평등한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우리라
한정된 공간 속 네 인물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매스' 속 나와 당신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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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차다, 여장부다, 올곧다 같은 표현만으로는 배우 강수연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그는 현장에서는 스탭과 배우들의 든든한 동료였고, 부산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 시절에는 정권의 외압에 맞선 든든한 방파제였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맞아 충격에 휩싸인 많은 동료 영화인들은 “배우로서 더 보여줄 게 많은데…”라며 침통해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미안한 마음밖에 없다. 그를 부산국제영화제로 모셔온 사람이고, 떠밀다시피 집행위원장을 맡겼으니까. 미안함과 고마움이 크다. 곧 만나자는 말을 주고받았었는데…. 그럴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진짜 보고 싶다.
박중훈 배우
35년 된 동갑내기 오랜 내 친구 강수연 배우가 세상을 떠나서 가슴이 너무나 아프다. 아직 할 일이 많은 나이인데…. 이 친구와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를 즐겁게 촬영하고 개봉해서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고 기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0대를 함께 신나게 보냈었다. 선후배 동료에겐 한
[추모] 동료 영화인들의 추모 메세지: 당신을 오랫동안 그리워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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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똑같다 그러는데 그건 제가 여러분과 계속 가까이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계속 드라마하고 영화하고 그랬잖아요.” 4살 때부터 관객의 곁에서 연기해온 강수연은 ‘독종’, ‘깡수연’으로 불렸지만, 누구보다 다정했고 동료와 스탭을 든든하게 북돋웠다. “우리 영화인이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에서 강수연 배우가 실제로 한 말을 명대사로 옮겼다. 영화인이 “다 같이 대접받는” 길을 닦기 위해 앞장섰던 그녀의 어록을 모았다.
"여배우지만 여배우를 너무 좋아해요.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제 자신이죠.” _1996년 6월15일, 영화 <지독한 사랑> 개봉 직후 출연한 KBS <이문세쇼>
“부산국제영화제는 거의 매년 참석했고. 제가 되게 게을러요. 그래도 그런 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큰 상을 받는 데도 참석해야 하지만 축하를 해주기 위해서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우가 없는
[추모] 시대를 대변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강수연의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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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는 특정 시간을 그대로 복제해 간직한다. 예전과 다른 거리 풍경, 지금은 쓰지 않는 통신기기들, 그리고 이젠 곁에 없는 사람까지. 강수연의 필모그래피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면서 그가 영화사에 남긴 의미를 조각 모으듯 하나씩 맞춰봤다. 그를 간직하고 있는 영화들의 이야기.
<똘똘이의 모험>(1971)
강수연은 동양방송(TBC) 전속 연기자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똘똘이의 모험>은 1946년에 제작된 동명의 작품을 새롭게 각색한 드라마로, 본격적인 어린이 드라마 시대를 열었다. 모험심 많은 어린이들이 힘을 합쳐 새총으로 악당을 혼내주는 권선징악형 이야기. 그중 이쁜이 역을 맡은 강수연의 명랑한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다.
<W의 비극>(1985)
아역배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선택한 강수연의 성인 데뷔작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W의 비극’이라는 연극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혜미는 연습 중 상우와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추모] 1969년부터 2022년까지, 강수연이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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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월드 스타라는 왕관을 쓰고 당신은 참으로 힘들게 살아왔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스타답게 잘 버티고 견뎠다.”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1980년대부터 전세계에 아시아영화의 위상을 알린 입지전적 배우 강수연이 지난 5월7일 오후 뇌출혈로 인한 심정지로 병원에 이송된 지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55살. 평소 국화를 싫어했다고 알려진 고인을 기리며 영화인장 장례위원회는 장미와 수국, 호접란으로 화려하게 수놓아진 영정 제단을 마련했다.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로 인연을 맺은 구본창 사진작가가 2004년 촬영한 화보 사진 속에서 고인은 끝까지 특유의 고아하고 당당한 자태로 영면을 알렸다. 그의 곁을 오랜 시간 함께한 동료 영화인들이 내내 지켰다.
5월11일 오전 10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강수연 배우의 영결식이 열렸다. 고인은 지난 5월5일 오전부터 자택에서 극심한 두통을 호소
[추모] 지상의 별에서 천상의 별로, 강수연 1966.08.18 ~ 202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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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3일 샘 레이미 감독은 <스파이더맨>으로 슈퍼히어로 장르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그리고 20년 뒤인 2022년 5월4일, 샘 레이미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복귀작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했다. 새로운 영화가 나올 때마다 기대감과 성취는 높아지지만 그 완성도마저도 당연해져가는 슈퍼히어로 장르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 수 있을지 전세계의 기대가 모아진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샘 레이미 감독과 마이클 월드론 각본가를 일대일 인터뷰와 기자회견으로 만났다.
- <스파이더맨> 삼부작 이후 MCU로 돌아온 건 15년 만이다. 어떤 이유에서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감독 자리를 수락했나.
샘 레이미 보스턴에서 영화를 제작하던 중에 에이전트로부터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사장과 마블이 <닥터 스트레인지> 속편 감독을 찾는다는 소식을 전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샘 레이미&마이클 월드론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