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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같은 영화로 칸에 왔다면 함께 상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말대로 각자 다른 영화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기 때문에 가능한 그림이었다.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 <브로커>의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직후 한국 기자들이 모인 기자실에 들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폐막식이 끝나고 한 시간 남짓 후, 그 뜨거웠던 현장에서 오간 이야기를 전한다.
- 먼저 두분의 수상 소감 그리고 서로에 대한 축하의 말을 전해달라.
박찬욱 올해가 데뷔작을 내놓은 지 30년 된 해라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그래서 축하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든다. 우리가 같은 영화로 칸에 왔다면 함께 상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원래 한 영화에 감독상과 주연상을 주지 않으니까. 우리 둘이 다른 작품으로 영화제에 왔기 때문에 이런 일도 가능한 것 같아서 더 재밌다.
송강호 박찬욱 감독님과는 오랫동안 작업했고 <박쥐>가 칸영화제 심사위원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상, '브로커' 송강호 남우주연상 수상 기념 한국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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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폐막식 당일로 플래시백. 5월28일 오후 7시. 폐막식이 열리려면 아직 1시간30분이나 남았지만 폐막식 중계를 보려는 기자들이 일찌감치 몰려 기자실의 공기는 뜨거워지고 있었다. 기자실의 명당은 부지런한 한국 기자들의 몫이었다. 한국 기자들은 폐막식 전에 미리 짐을 쌀 수 없었다. 2019년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의 영광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이어받을지도 모른다는 (충분히 기대해봄직한) 예상 때문이었다. 실제로 폐막 당일,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팀 모두 폐막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폐막식에 참석한다는 건 수상과 연결된다는 얘기다. 기자들은 분주하게 기사의 리드를 뽑았다. 대체적 예상은 <헤어질 결심>에 황금종려상이나 그에 버금가는 상이 주어질 것이고,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상단에 놓일 수준의 작품은 아니었기에 송강호의 남우주연상에 무게가 실리는 쪽이었
칸국제영화제 결산⋯ 황금종려상에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 '헤어질 결심' 박찬욱은 감독상, '브로커'의 송강호는 남우주연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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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가 5월28일 수상작을 발표하며 폐막했다.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브로커>의 송강호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계는 겹경사를 맞았다. <박쥐> <복수는 나의 것>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함께하며 오랜 시간 인연을 다져온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영화로 트로피를 안은 뒤 나란히 기자실을 찾아 한국 기자들에게 수상 소감을 전했다.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두 사람의 수상 직후 인터뷰와 <브로커>의 감독과 배우들의 이야기, 또 다른 한국영화인 비평가주간 폐막작 <다음 소희>의 정주리 감독과 김시은 배우 인터뷰, 75주년 특별상을 수상한 <토리와 로키타>의 다르덴 형제 감독 인터뷰, 감독주간에서 소개된 <원 파인 모닝>의 미아 한센뢰베 감독과 배우 레아 세두 인터뷰까지 현지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전한다. 경쟁부문 수상 결과 분석과 함께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수상 결과 분석⋯ 다시, 극장에서 우리 다 함께 영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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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완(이정은)은 세 번째 영화마저 흥행에 고배를 마신 감독이다. 어느 날 우연히 영화 복원 작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1962년에 영화 <여판사>를 연출한, 영화사의 두 번째 여성감독 홍재원(김호정)을 알게 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으로서의 모습과 자신이 되고 싶은 감독상(像) 사이에서 고민하는 두 사람은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오마주>는 11년 전, 홍재원의 모티브가 된 홍은원 감독의 존재를 알게 되며 깊은 위로를 받았던 신수원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김지완:홍재원=신수원:홍은원’이라는 하나의 등식처럼 영화 안팎으로 두 관계는 연결된다. 영화 <오마주> 역시 혼자인 줄 알았던 이들에게 조용한 응원이 될 것이다.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어떤 힘을 얻는가? 짧은 질문을 통해 서로를 연결해보고 싶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극중 지완의 모습이 신수원 감독의 모습과 판박이처럼 똑같아서 놀랐다.
이정은_ 의상팀 김유선 실장님이 영화에 맞
'오마주' 신수원 감독×이정은 배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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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각물창작자국제연맹(AVACI)의 첫 세계 총회가 서울에서 개최되기까지 한국영화감독조합(DGK)과 어떤 논의가 있었나.
=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 총회가 3년 전에 도쿄에서 열렸는데, DGK도 자비로 참석해서 저작권자의 기본권이 세계 각국에서 어떤 맥락으로 해석되고 정착한 상황인지 확인했다.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고 난 다음주에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우리를 축하하는 분위기였지만, 막상 저작권법 상황을 알고는 천만 영화가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여전히 창작자의 기본권이 후진적이라는 사실에 걱정스러워하는 눈치였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한국의 상황이 개선되길 바라는 의미를 담아 AVACI의 첫 총회를 서울에서 하자고 중지를 모으게 됐다. AVACI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속해 있는 CISAC(전세계 120개국, 228개의 음악·문학·영상 등 광범위한 장르의 예술 저작권 징수 단체들의 연맹.-편집자)보다 영상물에 집중하기 위해 설립된 세계연맹이
민규동 감독·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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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8일 열린 AVACI 연례 총회 오픈 콘퍼런스 현장. DGK와 AVACI가 한국 저작권법 개정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창작자의 권리 보호에 취약한 한국영화계는 음악·방송업계나 해외 주요 영화산업국에서는 당연시되는 영상물의 부가적 사용에 따른 저작권료(비례보상액)에 관한 법적 보장이 없는 상태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5월11~20일 서울 일대에서 시청각물창작자국제연맹(AVACI) 총회가 열렸다. 글로벌 K콘텐츠의 미래를 전망하기에 앞서 정비되어야 할 창작자의 공정보상권에 관해 첨예한 논의들이 오갔다. 감독 대담, 전세계 저작권법 관계자들의 오픈 콘퍼런스, 한국 문화창조산업 전망과 창작 환경을 진단하는 포럼 등에서 전개된 주요 현안과 쟁점들을 소개한다. AVACI 총회를 유치하고 ‘공정한 보상 캠페인’에 힘쓰고 있는 민규동 한국영화감독조합(DGK) 대표가 직접 저작권법 개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인터뷰도 함께 전한다.
방송 작가와 가요 작곡가는 받지만 영화감독은 못 받는
서울에서 최초로 열린 시청각물창작자국제연맹 총회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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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칸영화제에서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은 <R.M.N.>으로 다시 한번 칸에서의 영광을 노린다. <R.M.N.>은 루마니아의 트란실바니아를 배경으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마을의 갈등을 그린다. 일자리를 빼앗는 외부인에 대한 적대적 감정, 집단적으로 표출되는 차별과 혐오의 양상은 비단 특정 지역의 문제만이 아니다. ‘루마니아 감독’으로 호명되는 크리스티안 문쥬도 이것이 루마니아의 이야기가 아닌 보편적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 영화를 보면 당신은 루마니아의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 것 같다.
= 당신은 고국의 상황에 만족하나? 우선 이 영화는 루마니아의 상황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영화가 아니다. 물론 루마니아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에서 시작되었고, 트란실바니아 지역을 배경으로 설정했지만 오늘날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일들에 대해서, 인간의 본성에 관해서 얘기하는
'R.M.N.'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 "우리의 사고회로를 찍은 방사선 스냅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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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더 스퀘어>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루벤 외스틀룬드가 또 한번 논쟁적인 영화로 칸의 선택을 받았다. 올해 경쟁부문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꼽히는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는 패션 업계에서 시작해 호화 요트로, 다시 생존한 승객들이 무인도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촌극을 담은 외스틀룬드식의 사회 풍자 코미디다.
-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 아내가 패션 포토그래퍼다. 8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 패션 산업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달라고 했다. 남성 모델의 수입은 여성 모델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든지, 명품 브랜드의 모델은 위에서 소비자를 내려다보듯 기분 나쁜 얼굴로 사진을 찍고 SPA 브랜드 모델들은 친화적인 미소를 보여주는 식으로 전략을 다르게 가져간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패션 산업은 우리의 집단적 사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그가 속한 집단과 같은 옷을 입기를 원하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남자의 연구, 슈퍼리치의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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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에서 박해일은 형사 해준을 연기한다. 최연소 경관이 될 만큼 실력이 뛰어나고 품위 있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깨끗하고 반듯하지만 해준은 서래(탕웨이)를 만나면서 큰 변화를 겪는다. 해준의 반듯함에 자연스러운 의외성을 불어넣은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의 공고한 중심축이다. 첫 번째 칸 입성에 꽤 상기된 듯한 모습을 보여준 박해일이 박찬욱 감독과의 첫 작업에 대한 소감을 들려주었다.
- <헤어질 결심>의 어떤 점에 끌려 출연했나.
= 첫 번째는 박찬욱이라는 창작자, 그의 영화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내가 감독님의 세계에 들어가면 어떻게 섞일 수 있을까, 감독님의 전작들처럼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 호기심과 부담이 동시에 있었지만 부담보다는 호기심이 더 강력했다.
- 박찬욱 감독과 작업한다고 했을 때 내심 칸영화제에 대한 기대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잘해야 칸에도 갈 수 있
'헤어질 결심' 배우 박해일 "익숙함에서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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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는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중국인 여자 서래를 연기한다. 서래는 여러 번 고비를 넘기며 스스로 생존을 모색해온 여자다. 그럼에도 특유의 꼿꼿함과 우아함을 잃지 않는 탕웨이의 서래는, <헤어질 결심>이 이 배우의 새로운 대표작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을 안긴다.
- 기자회견에서 박찬욱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내 삶의 일부를 완전하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 그 느낌은 어제(첫 상영날) 문득 들었다. 감독님 옆자리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데 완전해진 느낌,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들었다.
-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든 생각은.
= 진짜? 그럴 리가!
- 뤼미에르 극장에서 영화를 보니 어땠나.
= 작은 모니터로 볼 때와는 음향에서 큰 차이가 있었고, 그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의 기운도 느껴졌다. 가장 중요했던 건 감독님과 박해일씨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본 거였다.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이 떠올랐다. 깜깜한 극장에서 세 사람만
'헤어질 결심' 배우 탕웨이 "완전해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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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헤어질 결심>이 5월23일 칸에서 공개됐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추락해 사망한 남자의 중국인 아내 서래(탕웨이)와 이 사건의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이 만나 서로를 관찰하고 의심하다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대신 풍부한 뉘앙스로 사랑의 비극에 다가가는 박찬욱의 멜로는 이번에도 고도로 위트 있고 강렬하게 아름답다. 한국 기자들과의 라운드 인터뷰에서 박찬욱 감독이 들려준 얘기를 전한다.
- 프리미어 상영 이후 첫 시사 반응을 어떻게 체감했나.
= 내게 와서 인사하는 사람들은 다 좋은 얘기만 하지 않겠나. 영화 보는 동안에는 (사람들이) 더 자주 웃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내 영화가 좀 그런 게 있지 않나. 나는 웃기려고 하는데 이게 웃긴장면인지 뭔지 잘 모르겠어 하는. 그런 면이 항상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고. 어제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들이대기보다 들여다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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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의 주연이자 <헌트>의 연출자로 바쁜 시간을 보내던 이정재가 마침내 감독 데뷔작으로 칸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밟았다. <헌트>는 1983년 안기부 해외팀의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의 김정도(정우성)가 내부의 스파이와 대통령 암살 사건과 마주하면서 경계와 의심의 고삐를 조이는 화끈한 첩보액션영화로, 이정재는 영화의 연출, 각본, 연기를 맡았다.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5월19일 첫 상영을 가진 뒤 홍보 강행군을 이어가던 이정재는 비타민 한알을 입에 털어넣으며 <씨네21>과 인터뷰를 시작했다.
- 칸에서 영화가 처음 공개되던 밤, 쉽게 잠들지 못했을 것 같은데.
= 곯아떨어졌다. 후반작업 일정이 빠듯해서 정신없이 영화를 만들었고, 그럼에도 완성도를 갖추려고 최선을 다했다. 이제는 관객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꼼꼼히 체크하고 영화를 잘 설명하고 알리는 일만 남았다. 그 일을 하러 여기 온 거니까
'헌트' 이정재 감독 "한번 총을 뽑으면 빨리 끝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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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중반을 넘어선 제75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칸을 찾은 기자들은 경쟁부문에 초청된 감독들의 네임 밸류에 비해 작품이 전반적으로 심심하다는 아쉬움을 털어놨지만, 영화제 공식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에서 최고 평점(3.2점)을 기록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다시 달아올랐다. 경쟁부문 후보작 21편 중 16편이 공개된 지금, <씨네21>이 향후 영화제의 선택을 점치는 기사를 준비했다. 올해 한국영화 초청작만 4편에 이르는 만큼 칸에서 만난 영화인도 다양했다.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 배우 탕웨이·박해일,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서 최초 공개된 <헌트>의 이정재 감독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경쟁부문 화제작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과 <R.M.N.>의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과의 만남은 올해 경쟁부문 분위기를 점칠 수 있는 요긴한 기사가 될 것이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중간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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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실내영상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영상산업팀은 제주에서 이뤄지는 영화영상 제작을 활성화해 제주의 진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라고 있다. 이봉설 팀장, 이윤성 책임연구원, 김영민 선임연구원, 이은규·채상균 주임연구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제주 영화산업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다. 영화영상 제작진이 촬영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한다는 인상이다.
이윤성 제주에서 직접 수배해야 하는 촬영 장비라든가 인프라가 있다. 예를 들어 레커차나 살수차를 구해야 할 때 네트워크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런 정보를 일원화해서 제공한다면 제작진은 제주실내영상스튜디오와 소통만 해도 원스톱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장비 마련에 공을 들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영상 제작자들의 의견을 들어 해상도 4K 이상의 RAW 데이터-Rog 촬영 장비나 대용량 V-mount 배터리, 18K 대용량 HMI 조명 등을 구비했는데, 크고 무거운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영상산업팀 인터뷰